불교

대승파유론(大乘破有論)

수선님 2020. 2. 9. 12:16

대승파유론(大乘破有論)

용수(龍樹) 지음

송(宋) 서천(西天) 역경삼장(譯經三藏)1) 시호(施護) 한역

모든 부처님들과 지혜 있는 분들에게 귀의하오니

모든 법을 여실(如實)하게 깨닫도록 하겠습니다.2)

여기서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이른바 일체의 성품[性]3)은 비존재[無性]4)에서 발생하거나 또한 비존재가 아닌 것에서 발생한다.5)

일체의 성품에 발생이 있다면 그 존재는 영원하겠으나,

이 성품은 실체[實]가 없으니 마치 허공의 꽃과 같다.

모든 법이 허공 등과 같듯이 모든 법의 발생 또한 허공의 (꽃과) 같고,

모든 연기의 법도 다 허공의 (꽃과) 같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거기에 실체가 없는데 어찌 존재할 수 있겠는가?

모든 법에는 원인이 없어 결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모든 업(業)의 자성(自性) 또한 얻을 수 없다.

여기의 모든 것들은 실체로서 존재하지 않는다.

세간(世間)이 없으므로 출세간(出世間)도 없다.

모든 것에는 발생이 없고 성품도 있지 않는데 어떻게 모든 법에 발생하는 바가 있겠는가?

1) 대정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의 다른 판본에는 송서천역경삼장(宋西天譯經三藏)이라 기술한 것이 있다. 시호(施護) 스님이 송나라에서 역경사업을 했으므로 송(宋)나라의 서천역경삼장이라 하는 것이 더 옳은 번역일 것이다.

2) 이 논의 귀경게(歸敬偈)이다.

3) 성(性)은 보통 한역에서 '성질 성품' 등으로 번역되지만 여기서는 산스끄리뜨어 브하바(bhva)의 번역어이다.

4) 무성(無性)의 산스끄리뜨어에 해당하는 말은 아브하바(abhva)이다. 보통 한역에서 비존재(非存在) 비유(非有) 무(無) 등의 술어로 번역되었지만 시호 스님은 독특하게 무성으로 번역하였다.

5) 용수의 『중송(中頌)』 관성괴품(觀成壞品) 제 11게송의 의미와 같다.

[2 / 3] 쪽

세간의 친애(親愛)하는 부자(父子)와 권속(眷屬)에는 비록 태어나는 바가 있으나 그 실체는 없다.

전생에서 태어난 일도 없으므로 현생에도 그 현상이 있을 수 없다.

이 세간에서 무의미하게 전변하는 것이다.

마치 달 속에 그림자들을 보는 것과 같다.

세간은 실체 없이 분별에 따라 일어난다.

이 분별 때문에 분별의 마음이 발생하는 것이다.

이 마음이 원인이 되어 곧 몸의 태어남이 있는 까닭이다.

이 까닭으로 몸은 세간에서 작용하는 것이다.

5온(蘊)에 의해 이루어진 것을 몸이라 하나 모든 5온은 다 공(空)하여 자성(自性)이 있지 않다.

5온은 자성(自性)이 없으며 마음 역시 없다.

마음이 없기 때문에 이 까닭으로 몸도 없다.

자성이 분별을 떠나 만일 그 마음이 없다면 법(法) 역시 있지 않고

그 몸이 없으면 역시 세계도 있지 않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여기서 말한 것은 둘도 없는 도리요 이렇게 말하는 것은 진실의 말일 뿐이다.

여기 모든 것은 온갖 소연(所緣)을 여의었고,

여기서 작용한 것은 온갖 소연들을 여의었으며,

여기서 만든 것은 모든 소연을 여의었고,

여기서 얻는 것들은 온갖 소연을 여의었다.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의 모든 법들을 지니고

이처럼 항시 행하면 오래지 않은 시기에 곧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잘 증득할 수 있을 것이다.

지혜의 방편에 의해 진실의 경지에 편안하게 머무르고 자비의 행을 일으켜 중생을 널리 제도할 것이다.

비록 이처럼 얻는 바의 형상은 있다 말해도 일체지(一切智)의 성품을 얻는다고 말할 수 없다.

그 모든 법은 단지 명자(名字)만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은 다만 존재의 형상[有想]에 머물며 눈앞에서 나타나며[現前]

실체 없으나 발생하는 것에 차별을 두는 것이니 발생의 법을 차별해도 존재하는 것은 없다.

그 모든 법은 본래 이름이 있지 않다.

다만 이름을 빌려 표현하고 이해하기 때문에 모든 법은 실체가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다 분별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여기서 분별이 없다면 허공처럼 모든 분별을 여윌 것이니 마치 눈을 가진 이가 형체를 보는 것과 같다.

이렇게 말하는 자는 진실한 말을 한 것이다.

세간의 삿된 집착의 마음을 가진 자는 여실하게 말씀하신 것에 집착하여 (말을) 바꿔버린다.

그 모든 법은 모이어 부류끼리 나타나는 것이다.

[3 / 3] 쪽

이 말은 부처님께서 하신 말씀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의 의미는

눈으로 형체를 볼 수 없고 내지 생각으로 법을 볼 수 없다는 것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만일 이와 같이 이 도리로 지혜를 삼는다면 곧 제일의제에 잘 통달할 것이고

이처럼 마침내 최상의 진실에 도달할 것이다.

나는 지금 경전에 의지하여 이처럼 간략하게 말한다.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보살의 종류  (0) 2020.02.23
『현정론ꡕ을 통해 본 불교의 효사상  (0) 2020.02.09
중도의 실천   (0) 2020.02.09
공 무아 반야 대승의연기  (0) 2020.02.09
해탈의 심리학 - 마음의 구조 : 유식불교  (0) 2020.0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