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에서 구현해야 할 불교적 가치 / 미산스님(중앙승가대 교수)
1. 불교적 가치가 왜 현대사회에 절실히 요청되는가?
1) 어디를 향해 질주하고 있는가?
오늘날 인류는 어디를 향해가고 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질주하고 있다. 매일 아침 출근 시간에 서울 시내 중심부의 지하철역에서 빠져 나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보면 현대인들의 삶의 속도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다양한 모습과 표정들 속에서 그리고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을 통해서 현대인들의 삶의 양태를 짐작해 볼 수 있다. 스마트폰을 통해서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에 대한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얻는다. 일본의 대지진과 해일로 인하여 후쿠시마(福島) 제1 원자력발전소가 폭발하여 나온 방사성 물질이 당일 오후 4시경에 한국에 상륙하므로 신속히 귀가하여 외출을 금하라는 메일이 트위터를 통해 전해지는 순간, 삽시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 정보를 접하고 혼란스러워 했다. 하지만 허위 메일임이 알려져 해프닝으로 끝났다. 알고 보니 한 회사원이 장난삼아 친구에게 보낸 것이 실시간에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번진 것이다.
그러나 최근 태평양을 건너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과 유럽대륙에서도 실제 일본의 원전에서 날아 왔을 것이라 추정되는 방사성 입자가 소량 발견되었다고 보도되었다. 지진과 해일은 자연재해이니까 어쩔 수 없다하더라도 인간들의 경제적 부와 편의를 위해 사용하는 원자력이 도리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발달한 선진국일수록 에너지 사용량이 많기 때문에 위험성을 감수하고 가격대비 효율성이 높은 원자력을 쓸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한다. 무분별한 개발과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온난화와 지진과 해일 혹은 화산폭발과 같은 자연 재해가 빈번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곳곳에서 가동되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하고 있다.
반면 이번 일본에 밀어 닥친 대재앙이 세계를 하나로 인식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일례로 이번 사고를 계기로 한국인들과 중국인들이 일본인들에 대한 해묵은 감정을 뒤로 한 채 오히려 동정과 배려심을 보여주었으며 우리는 한 배를 탄 운명공동체임을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음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남이가’라는 경상도 사투리는 지역색을 강조하는 동지애를 나타내는 말이다. 하지만 이 말은 우리는 개별적으로 분리된 남이 아니라 인드라망 생명공동체로서 하나로 연결된 존재라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일본의 대재앙 이후 지구촌 정서가 전 지구촌 시민들에게 공유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었다는 희망적인 미담들이 들려온다. 그러나 또 다시 영화 2012년의 영상들을 떠올리며 대재앙이 언제 어디에서 닥칠 줄 모른다는 두려움과 절망 섞인 염려가 암암리에 확산되고 있다.
2) 속도를 잠깐 늦추고 되돌아보자
현대사회는 민주주의가 확산되어 지구상의 많은 나라가 민주주의 체제를 구축하고 있으며 자본주의와 자유주의 그리고 신자유주의 경제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상호 의존 관계가 긴밀해지고 있다. 지구촌 가족이 한 지붕 밑에서 사는 것처럼 민주적 정치체제와 자본주의적 경제체제를 가장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는 것은 바로 교통과 정보통신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 때문이다.
최근 튀니지의 독재자가 민주화 운동에 의해 축출됨에 따라 번지게 된 민주화 물결이 아프리카와 중동을 휩쓸고 있다. 30년간 철권 통치해 온 무바라크 대통령을 하야시킨 이집트의 민주화 운동의 배경을 보면, 민주화운동의 주체가 이집트 야권의 무슬림형제단이 아니라 인터넷까지 차단한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모바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시민 봉기로 폭발시킨 자유분방한 모바일 시대의 첨병 20대 젊은층이라고 한다.
반면 이와 같이 항상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잠깐 멈추고 우리를 되돌아보아야만 한다. 위와 같은 밝은 측면의 다른 쪽에는 간과해서는 안 될 어두운 측면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현대사회를 규정짓는 핵심어인 민주화, 자본화, 정보화가 가지고 있는 문명사적 폐해에 대한 신중한 고려 없이 엄청난 속도로 변화해가는 현대문명을 맹목적으로 따라간다면 커다란 난관에 부딪칠 수밖에 없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의 저자 슈마허와 같은 통찰력있는 지성인들은 현대문명의 폐해를 지적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현대를 염려하는 지성인들의 공통적인 지적들을 다음과 같이 5가지 범주로 정리해 본다.
(1) 디지털 정보사회의 기술 발달은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디지털 혁명은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발전에 거대한 변화의 촉매제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트위터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를 언제 어디서나 이용 가능해지면서 그동안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사람들도 자유롭게 자신들의 의견을 밝히고, 아이디어를 활용해 비즈니스와 사회운영에 제한적인 참여를 하게 되었다.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점으로 흩어졌던 인류를 여러 겹의 선으로 연결했고, 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선형 네트워크로 연결됐던 지구촌을 입체적인 하나의 공동체로 통합하고 있다. 소수가 독점하던 정보는 이제 대중에게 개방돼 누구나 원하는 지식과 정보를 쉽고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이 대가로 개인의 정보 노출, 정보 통신망의 파괴, 해킹 혹은 바이러스의 유포, 게임중독, 익명성을 이용한 언어폭력 등과 같이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손해를 입히는 새로운 사회문제들이 등장하고 있다. 또한, 2010년 세계 총인구 69억 870만 명 중에 나이, 교육 수준, 경제적 수준, 지역에 따라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에 격차가 발생한다. 기성세대, 교육 수준이 낮은 계층,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계층, 산골이나 벽지 등 정보화 시설이 부족한 지역의 주민들은 정보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크게 부족하여 정보 격차는 사회적 불평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위에서 지적한대로 극심한 양극화와 빈부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신자유주의로 인한 불공정한 분배가 가속화 되어 지구촌의 균형이 깨지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2) 생명체가 사는 그릇, 생태환경이 오염되고 있다
무한 성장을 추구하여 최대의 이윤을 추구하는 현대경제의 태도로 인하여 무분별한 개발이 자행되고 소비문화의 극대화, 자동차 배기가스, 육류의 대량생산으로 인한 일산화 가스의 다량배출 등 자본화가 가져다 준 수 없이 많은 폐해들이 생태환경을 뿌리 채 흔들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광범위한 축산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하여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무참하게 살처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발생하였다. 이로 인한 환경오염 또한 심각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우와 폭설, 이상 기온현상이 빈번해지고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가 계속 가속화되면서 지구생태계의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지진 해일과 같은 자연 재해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 생명체들이 생명성을 구가하며 사는 그릇인 생태환경 파괴로 자연환경이 훼손되고 심각한 오염으로 인해 지구촌이 몸살을 하고 있는 것이다.
(3)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 간의 갈등과 종교의 권력화가 심각한 상황이다
냉전 체제의 붕괴 이후 강대국에 의한 대규모 전쟁의 위협은 감소하였다. 그러나 종교와 민족 간의 갈등을 비롯하여 영토나 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의 지역적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 한반도의 정세를 보면 천안함 격침과 연평도 포격 이후 남북이 대치한 상태에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또한 종교의 권력화가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종교를 통한 집단이기주의가 팽배하여 종교간의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특히, 정부조직이나 직장, 군대조직 내에서 기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고립되고 소외되며 직ㆍ간접적인 불이익 받게 되는 사례가 빈번히 일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존권 박탈이라는 더 큰 사태가 두려워 침묵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고 한다.
(4) 이기주의, 소비주의, 향락주의, 자아상실감 등 사회적 병폐가 급증하고 있다
자본화된 물질만능주의적인 사고방식이 일반화되면서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삶이 크게 침식되고 위축되었기 때문에 인간 개인의 정체성이 혼란해져, 나와 너, 나와 사회, 나와 국가, 나와 자연 등 관계에 대한 인식 능력이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지나친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 지수의 상승, 한국의 경우 OECD 국가 중 이혼율 1위, 자살율 1위, 우울증, 강박증, 알콜 중독, 게임 중독 등 각종 심리적 병리 현상이 급증하여 심리치료, 심리상담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다. 이로 인한 사회적 불신풍조, 범죄, 폭력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5)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 빈부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빈부 격차가 더욱 심해지고 있으며, 선진국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개발도상국의 빈곤을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유엔 식량 특별조사관인 장 지글러의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라는 책에 따르면, 지구 전체적으로 현재 전 세계 인구보다 많은 120억 명이 먹고도 남을 식량이 생산되고 있다고 한다. 그럼에도 세계 인구의 7분의 1인 8억5000만 명 이상이 만성적이고 심각한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다.
지글러는 이런 불합리한 현실의 원인이 사회구조적 문제에 있음을 조목조목 따져 보여준다. 산림파괴로 인한 사막화 등 환경파괴, 전쟁과 정치적 무질서, 신자유주의로 인한 불공정한 분배의 가속화 등이 이런 결과를 초래하는 문제들이다. 특히, 미국에서는 자국의 농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잉여농산물을 폐기처분하더라도 기아에 허덕이는 개발도상국에 보내지 않는다고 한다.
3) 왜 불교적 가치인가?
위에서 열거한 현대사회의 문제점들을 근원적으로 살펴보면 인간의 중요한 속성 중의 하나인 무한한 욕망추구의 경향성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마치 고삐 풀린 경주용 말이 기수도 태우지 않고 질주해가듯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디지털 정보화 문명이 첨단화 될수록 인간이 만들어 놓은 디지털 기계에 인간이 주인 자리를 내어주는 어리석음을 범할 수도 있다.
스마트한 기계가 나보다 더 나를 잘 알게 해주는 세상이 되었다. 검색엔진의 발달로 세상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금방 알아낼 수 있다. 기계와 사람과의 소통도 키보드와 마우스에서 터치나 음성 인식이 가능한 것으로 진화되었고 앞으론 사람의 생각을 컴퓨터가 먼저 인식해 사람의 두뇌와 기계가 소통하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와 있다.
빌 게이츠가 제1차 디지털 시대로 분류한 21세기의 첫 10년은 디지털 기술의 발달이 자연을 모방하는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두 번째 10년인 제2차 디지털 시대는 디지털 기술이 사람들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내고 조종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발달할 것을 예고하고 있다.
2011년 현재 우리는 벌써 이 스마트한 디지털 시대에 진입했다. 스마트한 기계보다 인간이 더 스마트해지지 않으면 인간은 기계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 그래서 과학적 지식의 집적으로 이루어진 디지털 문명을 바라보는 시각을 한 차원 높여야 한다. 디지털화된 문명을 맹목적으로 따라 갈 것이 아니라, 스마트한 인간으로서 모든 것을 연기적 관계 속에서 우주적으로 통찰해내는 지혜의 시각이 선행되어야 하며 스마트한 기계보다 더 스마트한 지혜의 길[智慧道]을 걸어야 하는 것이다.
2. 불교의 핵심가치는 ‘연기ㆍ중도관과 동체대비행’이다
1) 디지털 네트워크 혁명과 연기법
디지털 문명시대의 인류가 직면한 인간성 상실과 심성의 황폐화를 어떻게 불교적 가치로 풀어 낼 것인가에 대한 담론이 절실히 요청되는 시기이다. 현대문명의 비평가들은 불교의 연기론을 주목하고 있다. 현대의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인한 네트워크 세계에서 연기적 관계를 실감나게 경험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이 생명성(生命性)을 가진 생명체[有情世間]로 발현될 때는 홀로 존재할 수 없고 생태환경이라는 커다란 그릇[器世間]이 필요하다. 생명체는 생태환경을 떠나서 존재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생명체 중에서는 유독 인간만이 각종 도구를 사용해 다른 생명체와 생태환경을 조작하고 통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생명의 질서를 본질적으로 망각하고 큰 흐름의 조화로움을 해칠 경우 지구적인 대재앙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서구의 이원론적 사고방식이 만연된 현대사회는 인간을 중심으로 세계와 타자를 하나의 대상으로서만 이해하고 지배하려는 태도에서 벗어나 불이론(不二論)에 바탕한 불교의 연기적 사고방식에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불교의 핵심사상인 연기법은 교학적 발전과정을 거치면서 다양한 형태로 설명되고 있다. 초기불교에서 발전된 연기의 해석은 대승불교, 선불교에 이르러서 인생의 관계적 이치와 우주만유의 중중무진(重重無盡)의 상관적 이법을 드러내는 진리로서 이해되고 있다. 초기경전을 살펴보면 “연기법이라는 것은 내가 만든 것도 아니고 다른 사람이 만든 것도 아니다. 그것은 여래가 세상에 나오든 나오지 않든 법계에 상주하는 것으로서 여래는 단지 이 법을 스스로 깨달아 정등각을 이루었다.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를 펼쳐 설하는 것이니, 이른바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일어나므로 저것이 일어남’을 말한다.”고 연기법의 보편성을 설하고 있다. 또한 “법을 보는 자는 여래를 보고, 여래를 보는 자는 법을 본다.”고 하여 연기법이 부처님의 깨달음의 내용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연기법의 핵심원리를 바탕으로 하여 정치한 이론과 논리로 더욱 더 섬세하게 생명의 존재원리를 드러낸 화엄의 법계연기론(法界緣起論)은 현대의 복잡한 연관성을 유기적으로 설명하는데 좋은 패러다임을 제공한다. 법계연기론은 중중무진의 인드라망이라는 은유적 방법으로 설명한다.
제석천왕의 궁전 앞에 드리워져 있는 인드라 그물은 그물코와 그물코가 만나는 지점에 영롱한 구슬이 장식되어 있어 찬란한 빛을 발한다. 무수한 구슬에서 나오는 빛들이 서로서로 비추어 빛과 빛이 만나면서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그물눈이 입체적으로 생성되어 빛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 빛의 향연처럼 무한히 중층적으로 장엄한 연기법계의 네트워크가 펼쳐지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인터넷 기술의 발달은 세계 곳곳에 흩어져 있는 사람들을 여러 겹의 선으로 연결했고, 스마트한 모바일 기술의 발달은 선형 네트워크로 연결됐던 지구촌을 입체적인 하나의 공동체로 중층적인 통합을 한 것이다.
불교의 관점에서 모바일 디지털 혁명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불교의 연기적 사유방식의 가르침이 네트워크로서의 세계 속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정확히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현대 모바일 혁명의 지향점이 어디에 있는가이다. 모바일 혁명에 첨병으로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애플, 삼성, 구글 등 비즈니스 그룹들이 디지털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다. 철저하게 기업의 이윤추구, 무한경쟁, 메가트랜드의 혁신 등 무한한 욕망 충족을 위한 도구로서 네트워크 혁명을 이용하는 것인지, 진정으로 모든 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중도적 창의성을 함축하고 있는 길로 인도하고 있는지 진지하게 반문해보아야 한다.
지난해 화제가 되었던 스티브 잡스에 관해 쓴 김범진씨의 『아이마인드(iMind)』라는 책을 보면, 잡스는 젊은 시절 선(禪)사상에 심취했고 명상을 즐겨하며 코분 치노라는 일본의 선승을 평생 스승으로 존경했다고 한다. 그가 창안해 낸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는 직관(直觀)의 힘, 직지(直指)의 힘, 그리고 즉시(卽時)의 힘, 즉, 선의 핵심 정신의 투영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나는 이 책에 대한 추천의 글을 써주며 이 책을 영어로 번역해 잡스에게 보내면 좋겠다고 제안한 적이 있다. 그 서한에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라고 부탁했다.
“당신의 아이폰이 거대한 세상을 손바닥 안에 하나로 묶어 냈다. 약 69억 세계 인구 중에 아이폰의 편리함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의 수는 극히 제한되어 있다. 하지만 아이폰의 출시로 시작된 스마트폰의 시장은 천문학적인 수익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현재 당신은 세계에서 가장 젊은 억만장자가 되었다. 정보 격차로 인한 사회적 불평등과 빈부 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지금도 지구상에는 굶주리는 사람의 수가 계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들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부의 사회적 환원을 어떤 방식으로 하고 있는지 알고 싶다.”
잡스가 진정으로 선불교적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면 연민과 공생의 중도적 실천행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
2) 동체대비와 중도적 실천행
동체대비와 중도적 실천행은 연기적 세계관에서 도출된다. 법성(法性), 인격화하여 청정법신불, 본래 생명은 인드라망처럼 공간적으로 빛나며 시간적으로 중중무진의 유기적 관계를 생성하며 생명성을 드러낸다. 씨줄과 날줄이 입체적으로 교차되며 무수한 그물코를 만들고, 그 각각의 그물코에 의해서 사면체의 입체적인 그물눈이 만들어진다. 생명체인 존재와 생명체를 담는 그릇, 즉 생태계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천지만물이 생성되고 인간과 자연, 국가, 종교, 선과 악, 옳고 그름, 아름답고 추함, 시간과 공간 등 무수한 개념들이 형성되고 각각의 개념화된 존재현상들은 그물코라는 조건들이 만들어낸 그물눈이라는 틀을 통해 변화하면서 찰나찰나 존재의 모습이 드러난 것이다. 모든 존재현상은 상호의존적으로 생성ㆍ소멸의 순환을 반복하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생명의 실상에서 발현되는 존재현상의 흐름을 매순간 놓치지 않고 선명하게 보고 이해하면[연기중도적 견해] 자연스레 하나의 거대한 체계 속에서 행동하게 되는 것이다.[동체대비행]
그렇지만 인간이라는 유기체는 몸[色]이라는 구체화된 모습을 갖게 되고 다섯 감각기관을 통해서 정보를 받아들여 느끼고[受], 개념화[想]하며, 온갖 심리적 작용[行]을 통하여 생명의 의식성[識]을 드러낸다.
문제는 관념화된 시간과 공간 속에서 계속 쌓여서[蘊] 그룹으로 지속되는 것으로, 고유의 기능이 있는 것으로 고착화된 상을 갖게 된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있는 그대로의 존재 실상을 놓치고 왜곡 전도(vipallāsa)가 일어나 자아가 실체로서 존재한다고 철석같이 믿어버린다. 왜곡된 자아의 보존을 위해서 탐내고[貪], 자아를 침해한다고 인식되면 즉각적으로 화[嗔]를 내어 이런 전도몽상이 반복적으로 일어나 어리석음[癡]이 생명의 본성인 연기성과 동체대비의 중도행을 차단해버린다. 전통적인 언어로 말하자면 오온(五蘊)을 오취온(五取蘊)으로 취착함으로 생긴 무지 때문에 우주적 생명 질서를 열린 태도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삶이 고통스럽고, 자유롭지 못하고, 온갖 질곡과 모순이 가득한 것처럼 인식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오온을 자연스런 존재현상의 흐름으로 볼 수 있을까? 부처님은 팔정도(八正道)라고 하는 중도행을 통해서 오온에 대한 취착을 놓아버리고 연기성을 깨달아 모든 존재현상은 한 생명에서 일어나는 개별적이며 총체적인 불일불이(不一不二)의 현상임을 여실지견(如實知見)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과 삼라만상은 무수한 그물코와 입체적 그물눈으로 형성되어 끊임없는 네트워크로 변화하는 유기체이다. 구체적인 예를 들어 살펴보자. 요즈음 지구촌에 꿀벌들의 개체수가 계속 감소하고 있다고 한다. 전자파의 피해라는 보고도 있지만 경향신문(2011년 1월 3일자)의 보도를 보면 2009년부터 겨울의 추위가 봄까지 계속되어 꽃 피는 시기가 늦어지고 증식까지 실패하여 죽은 애벌레들로 인해 전염병까지 확산되었다고 한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25만종의 식물 가운데 3분의 1이 꿀벌 등으로 생식한다. 몸에 꽃가루를 묻혀 전파하는 충매화(蟲媒花)가 기상이변으로 일조량이 극감하여 개화가 원활하게 되지 않으니 벌꿀 생산량도 6년새 30%나 감소되었다고 한다. 한국에만 국한된 현상이 아니라 지구촌 전체에서 일어나고 있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최근 전문가들의 견해에 따르면, 유전자 조작 작물, 농약, 전자기파, 지구온난화, 병원균 등의 복합적인 원인 때문에 꿀벌들이 집단으로 사라지고 있다고 한다. 이 원인들 가운데 병원균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모두 인공적인 것이다. 즉 꿀벌의 군집붕괴현상은 현대문명의 여러 가지 폐해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난 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꿀벌이 사라지는 이유는 인간들의 이기적 태도로 더 많이 소유하고 더 편리하고 빨리 발전하는 것을 쫓아가는 어리석고 그릇된 가치 의식과 삶의 방식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욕망 충족을 위한 인간들의 끝없는 인위적 조작 때문에 꿀벌이 사라지고 꿀벌이 사라지므로 과일이나 곡식을 수확할 수 없고 인간들은 먹거리를 생산할 수 없어 굶주리게 되고 결국엔 지구의 종말을 맞이하게 될 수밖에 없는 실정에 이르게 된다는 것이다.
일단의 현상만 보면 꿀벌은 나와 전혀 무관해 보인다. 하지만 인드라 그물망의 관점에서 보면 하나의 그물코가 없어지면 연쇄적으로 다른 그물코에 영향을 미쳐 모든 그물코라는 조건에 의해서 형성된 존재현상인 그물눈도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열린 관계 속의 삶을 보면 나와 너, 존재와 현상이 그 관계의 중앙에 있다. 우리 모두의 존재가 저마다의 중앙점에 있을 때 그것은 평등과 존중의 인드라망의 구조가 되는 것이다.
연기ㆍ중도적 관점으로 보면 존재의 실상은 이처럼 연결망으로 되어있으므로 독립적 개체를 가지고 있다/없다를 단정하는 순간 단견(斷見) 혹은 상견(常見)에 떨어져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실상 그대로 보지 못한다. 있는 그대로의 실상을 보는 것을 중도적 지혜라 하고 실상 그대로의 모습을 왜곡하지 않고 실천하는 것을 중도행이라 한다. 중도행을 하면 모든 존재현상을 전체 속에서 인식하게 되기 때문에 동체대비행이 된다. 연기의 세계관에서 나를 둘러싼 다른 생명체들과 생태환경에 대한 자비를 실천하는 동체대비의 세계관이 나온다. 여기서 자비와 평화와 공존의 삶의 태도가 나온다. 모든 생명체들이 늘 평화롭고 안온하길 바라게 되어 개인의 행복과 사회의 평화가 유기적으로 실현되는 것이다.
디지털문명 사회에는 네트워크에 대한 자각이 일반화되고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몸으로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트위터나 페이스북과 같은 스마트한 매체들이 개발되어 있다. 이런 시대에 불교가 일반시민들에게 연기법을 이해시키는데 네트워크의 관점을 활용해 잘 이해시킬 수 있다. 스마트폰을 열면 지구촌에 펼쳐져 있는 그물코들을 한 순간에 작동시켜 수많은 그물눈들과 자신의 삶을 나눌 수 있다. ‘나’만 잘 먹고 잘 살면 된다는 이기적 욕망을 내려놓고 동체대비의 태도로 살아간다면 디지털 네트워크 시대야말로 연기법 수행을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한국불교는 구태의연한 전통의 틀을 과감히 벗어버리고 이 네트워크 사회에 새로운 세계관, 자연관, 인생관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해야 한다. 특히, 한국의 학교교육의 현장에서 이와 같은 연기ㆍ중도적 가치관을 어릴 때부터 심어줄 수 있는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절실히 요청된다. 가치관이 형성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자신과의 대화를 통한 자기성찰과 그에서 확대된 자연, 사회, 전 우주에 대한 통찰력의 개발이 된다면 디지털 문명을 주체적으로 이끌어 갈 전인적 인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불교는 지금 핵심가치인 연기법과 동체대비행을 실천할 수 있는 최적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3. 불교의 핵심가치 구현을 위한 종단의 5대 결사
1) 한국불교가 처한 현실과 5대 결사의 의미
인도불교에 있어서 초기의 결사는 부처님의 정법이 훼손될 우려가 있을 때 대중을 모아 정법을 세우고 교단의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해서 새롭게 경전을 결집하는 형태를 통해서 진행되었다. 불교가 중국과 한국에 전래되어서는 결사라는 이름하에 다양한 배경의 목적으로 진행되었다. 첫째, 외적으로 국가 권력이나 타종교의 압력이 가중된다거나, 둘째, 내적으로 내부에서 기성교단이 부패하고 무능하여 대사회적 기능이 마비될 때, 셋째, 사회상황이 극도로 혼란하고 타락하여 종교적 가르침이 절실히 요구될 때 결사를 시행하였다. 디지털 정보문명시대의 초입에 있는 현시점에서 한국불교는 어떤 현실에 처해 있을까? 왜 결사가 필요할까? 위의 3가지 각각의 경우에 정확히 일치하지 않지만 일정 부분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한국불교는 국가 권력으로부터 조선시대처럼 직접적인 탄압을 받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직 장로 대통령이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하여 기도 중에 무릎을 꿇어 국가원수로서 종교색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행위를 주저하지 않았다. 이 지경이다 보니 공직사회나 군대, 학교, 직장에서 암암리에 진행되고 있는 종교편향에 대한 우려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종교의 집단 이기주의의 발로인 성시화 운동, 봉은사 땅밟기, 템플스테이 비방 동영상 등 요즈음 일어나고 있는 일련의 종교편향 사례에 대한 억눌린 문제의식이 결국엔 정부의 템플스테이 예산 삭감을 기폭제로 하여 터져 나온 것이라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사태에 대한 책임을 밖으로 돌릴게 아니라 불교가 사회적 책무를 저버리고, 무기력과 패배주의에 빠져 있는 현 상황에 대한 종단 내부의 자성과 쇄신을 강조하는 결사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종단에서 밝힌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의 목적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대외적인 것으로 사회 지도력과 대국민 신뢰를 회복하여 한국불교의 위상을 정립하고 종단의 자주역량을 확보하는 것이다. 둘째는 내적인 것으로 종단 및 사찰운영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종단의 사회적 지도력을 확보하고, 승가의 위의 제고와 사부대중 결속을 도모하며, 셋째는 자리이타(自利利他)의 수행전통을 확립하여 요익중생(饒益衆生)의 대승보살도 정신을 구현하는 종단으로 발전시킨다는 점을 들고 있다.
종단에서 제시한 5대 결사의 영역을 보면 지구촌 전 인류가 직면하고 있는 생명생태, 평화 문제를 비롯해 나눔, 문화 그리고 수행결사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영역들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대 결사의 상세한 내용과 구체적인 실행방향은 앞으로 있을 대토론회의 주제로 설정되어있기 때문에 본 글에서는 대략적인 방향에 대하여 정리해 본다.
2) 현대문명의 폐해와 종단의 5대 결사
제1장에서 현대문명의 폐해를 5범주로 나누어서 언급하면서 이에 대한 해법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입을 촉구하였다. 종단의 5대 결사의 각각의 내용은 불교의 핵심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큰 틀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5범주로 분류된 현대문명의 폐해를 5대 결사로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를 아래와 같이 먼저 정리해본다.
- 수행결사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정보 문명의 위기를 극복한다.
- 생명결사로 생명존중을 실현하고 생태환경 오염을 극복한다.
- 평화결사로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간의 갈등과 종교의 권력화를
극복한다.
- 문화결사로 육근청정운동을 전개하여 혼탁해진 사회문화의 병폐를
극복한다.
- 나눔결사로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극복한다.
(1) 수행결사로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는 정보 문명의 위기를 극복한다
종단의 자성과 쇄신을 위한 5대 결사 가운데 첫 번째인 수행결사는 불교 본연의 모습을 확립하고 정법을 바로 세워나가겠다는 의미를 갖는다. 여기에서는 초심으로 돌아가 부처님의 법에 따라 살면서 승가의 위의를 높임으로써 불자들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회복하고 요익중생의 대승 보살도를 디지털 문명사회에 실현하겠다는 원력을 굳건히 하는 것이다.
앞에서 말한 것처럼 디지털 문명을 이기적 욕망 충족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지양한다면, 디지털화된 네트워크 시대는 불교의 핵심가치인 연기법을 이해하고 동체대비의 중도적 실천행을 구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5대 결사 중에서 수행결사야말로 나머지 4가지 결사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심축의 역할을 한다. 그러므로 앞으로 전개될 수행결사에 대한 대토론회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들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한다.
‣ 수행의 목적은 지혜의 완성과 자비의 실현에 있음을 분명히 한다. 즉, 깨달음과 자비행은 동전의 양면처럼 불일불이(不一不二)임을 천명한다.
‣ 본래 청정하고 온전한 존재의 실상에 대한 철저한 이해와 믿음과 체득을 강조한다.
‣ 한국불교의 간화선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와 창의적인 발전을 모색한다.
‣ 포살과 결계를 생활화한다.
‣ 일상의 삶 속에서의 연기법과 동체대비의 중도행을 실천할 수 있도록 팔정도와 육바라밀을 총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 현대심리치료 프로그램과 수행을 연계하여 특화된 불교 프로그램들을 연구 개발한다.
‣ 다양한 디지털 모바일 도구들을 잘 활용하여 시공간에 구애 받지 않고 수행할 수 있는 어플리게이션을 개발한다.
(2) 생명결사로 생명존중을 실현하고 생태환경 오염 극복한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생명체들이 생명성을 구가하며 사는 그릇인 생태 환경 파괴로 자연환경이 훼손과 오염으로 인해 지구촌이 심한 몸살을 앓고 있다. 최근에 들어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우와 폭설, 빙하가 녹아내리는 속도가 계속 가속화되면서 지구생태계의 커다란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지진 해일과 같은 자연 재해가 예전보다 자주 일어나고 있다. 이상 기온현상이 빈번해지므로 꿀벌들이 사라져가고 생태계의 순환관계가 교란되고, 광범위한 축산농가에 구제역이 발생하여 수백만 마리의 동물을 땅에 묻어 환경오염 또한 심각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한 인위적으로 생명 질서를 조작하고 교란시키는 것에 대한 불교적 입장을 분명히 한다.
‣ 연기ㆍ중도와 동체대비의 생명관을 확립하고 이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확립하도록 한다.
‣ 불교생명윤리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와 생명조작, 낙태, 사형, 그리고 안락사에 대한 불교적 입장을 불자들에게 공유하도록 한다.
‣ 종교적 존엄사는 수행결사와 연계해서 성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는 수행풍토를 만든다. 이를 위해 웰다잉 교육을 각 사찰에서 실시한다.
‣ 불교환경의제21에 정리해 놓은 빈그릇 운동, 일회용품 줄이기, 채식 식단의 활성화 등 구체적인 환경운동을 본말사 단위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한다.
‣ 불교적 생태관과 생명관을 바탕에 둔 수목원이나 식물원이 각 본사 단위에 설립되어야 한다.
‣ 사찰생태보존과 연구 활동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3) 평화결사로 평화를 위협하는 남북 간의 갈등과 종교의 권력화를 극복한다
평화결사는 불교의 사회적 책무에 대한 의지가 담겨있다.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으로 인해 아직도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어 있는 상태이다. 이렇게 어려울 때 일수록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을 적극 추진하여야 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종단차원의 노력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의 긴장 완화가 궁극적으로는 세계평화에 이바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남북의 평화와 함께 우리 사회는 물론 지구촌이 안고 있는 심각한 현안이 종교간 갈등이다. 차이를 인정하기 보다는 배타적인 태도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고 국제적 분쟁까지 야기시키는 것이 종교 간의 갈등이다. 특히, 우리사회는 종교 다원주의의 입장에서 종교간 평화와 대화의 필요성이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 남북 평화를 위한 통일 종책과 대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 인도적 차원의 대북 지원이 필요하고 남북교류가 활성화되어야 한다.
‣ 남북한 평화에 관한 대화의 주체가 미국과 중국 등이 아니라 당사자인 남북한이 될 수 있도록 민족공동체추진본부를 통해 촉구한다.
‣ 상생과 화합을 통한 종교 간 평화를 이루는데 불교가 앞장서야 한다.
‣ 다양한 체널을 통해서 종교인들이 서로 만나 교류하고 대화해야 한다.
‣ 종교편향 사례가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법제화하고 감시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 2013년 세계종교지도자포럼을 계기로 우리사회에 종교평화의 분위기를 확산시킨다.
(4) 문화결사로 육근청정운동을 전개하여 혼탁해진 사회문화의 병폐를 극복한다
생명성을 가진 존재들은 항상 즐겁고 행복하게 살고자 한다. 조계종이 5대 결사를 진행하는 것도 궁극적으로 본다면 본래 생명성의 특징인 위없는 행복함을 함께 하기 위한 것이다. 종교란 하나의 문화현상이며, 우리는 1700년을 이어온 소중한 문화를 가지고 있다. 불국사나 해인사 등 종교적 장엄물은 우리의 원각심이 발현된 것이고, 이를 통해 본래 부처님 마음을 볼 수 있다. 철저한 수행결사의 정신문화를 바탕으로 무형, 유형의 전통문화를 제대로 지키고 가꾸는 것이 우리 민족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종단은 세계문화유산기구의 다음과 같은 권장사항을 충실히 이행하여야 한다. 불교문화재의 ➀지정 ➁보호 ➂보존 ➃복원 ➄보수 ➅유지 ➆활성화(revitalization)라는 기본적 단계부터 인식하고 이해해야 한다. 특히, 마지막 ‘활성화’는 '리-바이탈라이제이숀'(re-vitalization), 즉 전통문화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 넣어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는 것을 말한다. 인류유산으로서의 문화를 현대의 각종 첨단문화에 접목시켜 대중들이 즐기고 체험하는 가운데 불교의 생명, 평화, 나눔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이해하도록 도우며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화를 창의적으로 생성해내도록 해야 한다. 이기주의, 소비주의, 향락주의, 자아상실감 등 자본주의 사회가 만들어 낸 사회적 병폐들을 문화적으로 치유하고 청정하게 정화하여야 한다.
문화결사는 여섯 가지 감각기관인 안ㆍ이ㆍ비ㆍ설ㆍ신ㆍ의를 맑고 조화롭게 하여서 메말라가는 현대인들의 감성에 새로운 활력을 불러 일으켜주어야 한다. 이 시대에 불교가 지쳐있는 현대인들에게 활력과 진정한 행복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맑고 아름답게 △맑고 조화롭게 △맑고 향기롭게 △맑고 담백하게 △맑고 활기차게 △맑고 훈훈하게”의 여섯 가지 슬로건으로 여섯 가지 맑음과 조화로움[6 Purities 6 Harmonies], 즉 육근청정운동을 확산시켜 문화결사의 방향을 잡아가야 한다. 이 같은 육근청정운동을 통해 전통의 창의적인 재해석과 사찰건축과 법당 장엄문화의 현대적 창조, 불교음악 발전, 사찰음식 확산, 절과 같은 몸 수행운동 전개 등 구체적인 실천지침을 마련해야 한다.
‣ 전통적인 정신문화를 수행결사를 통해서 확산시킨다.
‣ 무형문화의 중요성을 부각하고 이와 관련된 선문화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 유형문화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부각시키고 전통문화의 보존과 계승 발전에 대한 계획을 수립한다.
‣ 전국가법령과 정책에 대한 연구로서 불교문화가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지에 대한 조사, 문제제기, 개정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
‣ 종단 자체의 전문인 배출을 통한 인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
‣ 현대문화의 특징을 파악하여 사찰 건축, 불상, 불화 등 장엄물에 대한 창의적으로 개발을 촉진시키고, 불교노래, 춤, 불교문화 예술을 현대인들의 정서에 맞게 창작예술분야, 실용디자인, 엔터테인먼트 산업, 방송과 신문 등 미디어 산업, 인터넷 및 디지털콘텐츠 등 정보산업분야, 스포츠와 레저, 관광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 접목시켜야 한다.
‣ 스마트폰 시대의 문화에 걸맞는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여 다각적으로 활용한다.
(5) 나눔결사로 극심한 양극화와 불평등과 빈부 격차를 극복한다
불교의 핵심가치 중에 동체대비의 중도행이야말로 불교가 앞장서서 이 시대에 구현해야할 중요한 가치 중의 하나이다. 나눔이란 대승 보살의 바라밀 수행의 첫 덕목인 보시바라밀로 베풀고 나눔으로 자신의 욕심을 비워내고 상대방의 아픔과 궁핍을 함께하는 것이다. 우리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을 찾아내어 보살피는 세심함이 필요하고 법적인 복지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불우아동이나 노인들을 적극적으로 보살펴주어야 한다. 불교 국제구호단체를 활성화하여 개발도상국의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의 손길을 주어야 한다. 나눔결사의 건전한 에너지원인 종단 전체 스님들에 대한 의료 등 종합복지시스템이 정착되어야 한다.
‣ 불교사회복지의 총체적 점검과 서비스의 정교화하여야 한다.
‣ 전문화 시대에 걸맞은 사회복지 전문가 양성 기능이 시급하게 확대되어야 한다.
‣ 지방화시대에 발맞춰 교구본사와 지역사찰이 자비나눔 실천의 주체로 성장하도록 법인설립과 시설유치 운영을 적극 지원하여야 한다.
‣ 물적 자원의 개발과 활용 창구가 상설화 되어서 모금, 후원 활동이 다양하게 활성화되도록 아름다운 동행 등 종단의 기부재단을 적극 활용하여야 한다
‣ 불교국제구호단체의 확충을 통해서 국제적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
‣ 불교 사회복지실천 주체간 네트워킹이 강화되어 대내외 불교의 복지역량을 효율적으로 조정하여야 한다.
4. 불교의 핵심가치 누가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
‘자성과 쇄신’의 결사를 천명한 이후 교구별로 지역별로 결의대회가 계속되고 있다. 불교의 핵심가치를 5대 결사운동을 통해서 실현하기 위한 줄기찬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 결사는 내용 상, 단기적으로 몇 번의 행사로 끝낼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부터 치밀한 계획과 여론 수렴 그리고 결사 대중에 대한 조직 등을 체계적으로 전담할 수 있는 기구가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역사적으로 있어 왔던 정혜결사나 봉암사 수행결사와는 달리 기성 종단이 중심이 되어 결사를 시작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범종단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하지만 자칫하면 방대한 외연만 커질 뿐 내용이 없어 진정성과 지속성이 결여되어 부작용만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종단의 행정력을 무리하게 동원하여 결사 참여를 요구하기에 앞서 결사의 내용이나 중심축을 어떻게 구성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가 최우선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부대중이 참여하는 결사체로 하되 환경운동이나 생명결사 같은 것은 시민단체나 이웃 종교와의 유대를 하며 외연을 넓혀도 좋을 것이다. 수행결사나 나눔결사, 문화결사는 각 결사의 특성에 맞게 다양한 분야의 불자들이 참여하는 결사의 방식이 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결사라고 한다면 명확한 주체가 있어야 한다. 그 결사는 제안하는 주체들의 자기선언이 되어야 한다. 그에 기반하여 명확한 행동계획과 의지를 표현하고, 대중들은 자발성에 기초하여 참여하고 점차 확대되어야 한다. 정부나 종단 총무원의 ‘새해 정책발표’라면 반드시 다수의 합의와 동의가 필요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결사’라고 한다면 더불어 함께 결사를 할 사람들의 참여와 자발적 의지와 동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결사를 실행할 강력한 ‘엔진’을 만들어야 한다. 기간도 백일 결사, 천일 결사, 만일 결사, 십만일 결사 등, 다양한 기간을 설정하여 그 기간 동안 결사를 제안하고 이를 교구본사와 말사에서 실행에 동참하며 그곳의 신도들이 하나하나 결사에 동참하는 결사의식을 갖도록 해야 한다. 그래서 그 결의를 한사람들이 공통의 수행을 정해서 일정기간 함께 참여하도록 하여 결사 대중들을 결집력을 강화시켜야 한다.
또한 구체적인 결사의 내용을 선정할 때는 결사 대중들의 의견이 다각적으로 수렴되어야 할 것이다. 먼저 총무원이 교구본말사와 행위주체들에게 기본틀이 될 의제를 제시하고(top-down) 그것을 토대로 교구본사와 말사는 지역의 실행주체들을 조직하도록 하여 세부적인 의견을 모으고 행동계획을 짜게 하여 그것을 취합하고(bottom-up)통합하여 궁극적인 결사의 형태로 범불교적인 행동캠페인으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각 지역별 본말사별 5대 결사를 추진할 수 있는 핵심 단원들을 선발하고 그들을 중심으로 5대 결사의 특성에 따라 작은 공동체들을 많이 만들어서 바탕조직을 튼튼히 해놓아야 한다.
현대사회에 불교의 핵심가치를 구현할 종단의 5대 결사 성취의 3대 요건은 진정성과 구체성, 그리고 지속성이다. 종도들 스스로가 공감할 수 있는 진정성과 투명성이 있어야 자발적인 결사운동으로 나아갈 수 있다. 이를 위해 자정과 쇄신의 책임주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과연 누구를 자정하고 무엇을 쇄신해야하는지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단순한 정책의지를 제시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결사를 통한 자정과 쇄신을 천명한 이상 단 1%도 남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100% 자기 탓으로 생각해야한다. 온전히 자신의 책임임을 진정으로 받아들이는 대참회의 태도만이 결사의 동력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종도들이 각각의 결사운동 내용에 대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 ‘연기관과 동체대비의 중도행’이라는 불교의 핵심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결사체로서의 구체적인 목적과 행동지침이 제시되어 국면 타계를 위한 일회성의 행사가 아닌 지속적이고 조직적인 결사운동으로 확산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종단의 5대 결사의 프로그램 개발을 위한 전문연구가 필요하다. 앞으로 진행될 한국불교중흥을 위한 대토론회는 결사의 내용에 대한 참신한 토론과 결의뿐 만 아니라 어떻게 결사 조직을 만들어가고 운용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려가 함께 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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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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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결사' 무엇을 어찌할 것인가? - 불교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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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bulgyofocus.net
이용권, ‘나눔결사’ 어떻게, 무엇을 할 것인가’, 불교포커스, 2011.2.21.
http://www.bulgyofocus.net/news/articleView.html?idxno=62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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