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경, 반야심경

금강경 오가해 소고

수선님 2020. 10. 11. 11:27

금강경 오가해 소고
  
야부송야부송을 중심으로 -                    




                                   영 덕 / 사교과
(현 운문승가대학 중강)

Ⅰ. 서론 Ⅱ.  금강경의 개요    1). 본경의 해제    2). 사처십육회    3). 본경의 과판 Ⅲ. 금강경의 사상 Ⅳ. 금강경 오가해의 성립 Ⅴ. 오가해의 사상적 특징 Ⅵ. 삼십이분 요지와 야부송       소개 Ⅶ. 결  론 



Ⅰ. 서론
금강이란 사람마다 고유한 무위불심을 일러 말씀하신 것이요, 마가란 나의 자성이 광대무변하여 절대적으로 큼을 일러 말씀하신 것이요, 반야란 근본 뿌리를 요달하는 지혜를 말씀하신 것이며, 또 밖으로 일체 차별의 일을 다 알아서 분명히 요달하는 지헤라 함이라 파라밀이란 생사 바다를 초월하여 무상각 안에 도달함을 일러 말씀하신 것이며 경은 고기잡는 통발과 같아서 이 일부 대의를 담아 후진의 길을 열어 깨닫게 하려는 것이다.
 금강반약파라밀경의 대요는 무상으로 종을 삼고 무주로 체를 삼고 묘행으로 용을 삼아 아법의 이집을 파하고 아공, 법공, 구공을 현하고자 함에 있다. 금강경은 부처님과 수보리의 대화로 시작되는 공사상이 문답형식으로 엮어져서 한 군의 경으로 탄생되었다.
 당초에 벌써 중국사람에 의해서 만들어진 석이 8백 종이 넘었다고 하며 치문에서는 ‘금강릉엄은 동첩백십’이라고 하여 건듯하면 주석서가 생겨 그 수가 수백 권에 달한다고 하였다. 오조는 승속에게 금강경을 권하여 수지독송케 하여 견성성불케 한다 하였으며 육조스님께서는 금강경의 응무소주 이생기심으로 깨달으셨고 제자들을 가르칠 때도 항상 마가반야파라밀을 외우면 만법이 그 속에 포함되어 있다고 칭송하였기에 우리나라 선종인 조계종에서도 이 금강경을 소의경전으로 삼게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에서는 금강경에 대한 개요와 이의 주해로 되어있는 금강경 오가해를 살펴보고자 한다. 기실 처음 붓을 잡은 이유는 야부송을 배운 차제에 좀더 널리 알려서 뜻 있는 이들과 더불어 감상하며 나아가 불심의 묘체를 견고하게 하는 인연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다는 의도였으나 빈약한 학식과 자료, 그리고 늘 모자라는 시간은 금강경의 주변을 서성이게 했을 뿐이다. 누를 더하는 줄 알면서도 내친걸음을 옮겨 본다.

 

Ⅱ. 금강경의 개요
1) 본경의 해제
 금강경의 구체적인 이름은 금강반약파라밀경(구마라집 역) 또는 능단금강반약파라밀경(현장 역)이라 하며 이는 산스크리트 경전인 Vajracchedika - prajna - paramita - sutra를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서장명으로는 Rdo - rje - gchodp의 대정신수장경 제팔권에 수록되어 잇다. 부처님께서 49년 동안 설법하심에 처음 3․7일간 화엄경을 설하셨고 아함경은 12년, 방등부는 8년이며 그 다음 육백부 대반야는 21년간이나 설하셨고 최후 입멸하시기 전 8년간은 법화 열반경을 설하신 것으로 분류되어진다.
 부처님 성도후 21년부터 21년간 설하신 가장 방대한 분량의 반야경전 중에서도 골수라고 표현될 만큼 귀중한 경이다. 대반야경 육백부 중에서 577권에 해당되고 그 내용이 약 삼백송 정도의 분량이므로 ‘삼백송 반야경’이라고도 한다. 성립 시기는 대략 서기 150 ~ 200년경 대승경전 최초기에 만들어진 가장 순수하고 대표적 대승시교의 경전이라 할 수 있다.
 법회인유분제일에서부터 능정업장분제십육까지인 전반과 구경무아분제십칠부터 끝까지 어구와 문의가 자못 비슷하므로 이에 관하여 승조는 전반은 중생공, 후반은 법공을 설했다 하며 지의와 길장은 중설중언이라 하여 전반은 전회중과 리근을 위해서 설하였으며 관주를 제멸한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2) 사처십육회
 이십일재담반야는 육백권에 달하신다. 설하신 곳과 회수를 살펴보면 ①왕사성 취봉산에서 칠회(산중턱에서 사회, 산정에서 삼회) ②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서 칠회 ③타화자재천궁마니보장전에서 일회 ④왕사성죽림원 백취지측에서 일회


3) 본경의 과판
 무착보살(불멸후 900년경)이 금강경을 해석하려 하였으나 너무나 어려운 부분이 많으므로 일광정에 들어 도솔천에 올라 미륵보살에게 물음에 미륵은 팔십수의 게송을 지어 금강경의 대지를 일러 주었다고 한다. 그리하여 무착보살은 이에 의하여 무착론(이권)을 지으면서 십팔주위로 과판하였으며 그의 속제인 천친보살은 무착론에 의하여 천친론 삼권을 찬술함에 당하여 이십칠단의로 과분하였고,  량무제의 장자인 소명태자(501 - 531)는 이를 삼십이분으로 나누었다. 요즈음에 금강경 대부분이 소명태자의 32분을 따르며 본고에서도 이를 기준 하여 내용연구를 하려한다.

 

Ⅲ. 금강경의 사상

금강경은 그 내용과 사상이 간단하면서도 불교의 진수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어 많이 애송되고 있다.
 그 내용이 집착과 분별을 배제시키는 적절한 철학으로 되어 있어 선종에서는 선리의 중요한 이론이 되고 있다.
 금강경의 대지는 파이집 현삼공이라. 이 때 아는 인간관, 법은 세계관을 나타내며 그 실체는 공한 것이다. 이러한 사상은 대승불교에 오면서 보살의 개념속에서 올바른 인간관과 세계관의 정립으로 귀결된다. 보살은 사상(아․인․중생․수자)을 여의어야만 올바른 바라밀을 행할 수 있고1) 이로 인하여 일체상을 여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수 있는 것이다. 무소주는(집착없는 마음) 잘못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보살상이며 결국 금강경의 사상은 보살의 올바른 인간관과 세계관의 정립을 통해 6바라밀을 행할 것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반야경」의 핵심이 되는 공사상이 주축이 되고 있다.
Ⅳ. 금강경 오가해의 성립
 금강경오가해는 구마라즙이 번역한 금강경에 대한 다음과 같은 다섯 사람의 주해를 한 책으로 엮어 놓은 문헌이다.
  ①당 규봉 종밀(780~831) 찬요
  ②양 쌍림부대사(487 ~ 512) 제강 송
  ③당 륙조혜능(638~713) 해의 (구결)
  ④송 야부도천(1127~ ? ) 착어 송
  ⑤송 예장 종경(미상) 제강
 이 오가해본으로서 영락 을미(1415) 5월 간본에는 함허설의가 합편되지 않았는데 그 오가의 순서는 또한 규봉, 륙조, 부대사, 야부, 종경으로 되어 있다. 현재 한국에 유동되고 있는 오가해는 무착의 18주의와 천친의 27단의의 대의를 의용하였고, 또 양 소명태자의 32분장도 응용하고 함허의 설의를 합편했으니 실은 구가의 논소, 해, 송, 제강, 분과를 합한 것이라 할 수 있다2).
 더불어 이 오가해의 시대는 양․당․송의 3대에 걸쳐 있다. 중국 불교의 시대구분에서 양은 전역기에, 당은 종유기에, 송은 유지기에 각각 해당된다3). 이는 오가해가 시대적으로 중국 불교 전체의 사상을 망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Ⅴ. 오가해의 사상적 특징

이지관 스님은 간결하게 오가해의 특징4)을 정리하였는데 그에 의하면
①륙조의 구결은 첫째, 문장형식에 있어 구어체인 백화문체로 소박한 표현으로 간명한 서술로써 선적인 립장에 치우쳤다기 보다 보편적인 해석이 특색.
②규봉종밀의 찬요는 문어체인 노련한 문장으로 론리적 체계가 정연하며 자씨의 80행게와 무착론, 천친론, 공덕시론, 금강선등론과 자성 진외 대운 청룡 등 소에서 중요부분을 찬집하였으므로 찬요라 하였다.

 

Ⅵ. 삼십이분 요지와 야부송 소개

1) 법회인유분 제일(법회를 이룬 연유)
 ①본문자수: 71자
 ②요지: 증신서와 발기서를 서술하였다.
 ③야부 27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반식흘하시고 수의발하시며 세족이하시고 부좌이좌하시라」에 대한 야      부송
공양하시고 발을 씻으신 다음에 자리 펴고 앉으심은 누구와 함께 하심인     가. 아래의 긴 문장을 아는가, 모르는가. 보고 보아라. 평지에 파도가 일어나도다.
(반식흘혜세족이하시고 부좌좌래수공위오 하하문장을 지부지아 간간평지파도기니라)
2) 선현기청분제이(선현이 법을 청하다)
 ①본문자수: 147자
 ②요지: 수보제가 부처님께 선남자, 선여인이 보제심을 발한 다음에는 어떻   게 주하며 또한 망심을 어떻게 항복하여야 합니까 하고 수행의 방법을 물음.
 ③야부 6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세존하 선남자 선여인이 발아누다라삼막삼보제심하니 응운하주며 운하   항복기심하리잇고」에 대한 야부송
 
너는 기뻐도 나는 기쁘지 않고 그대는 슬퍼도 나는 슬프지 않도다.
기러기는 북쪽으로 날아갈 것을 생각하고 제비는 옛집으로 돌아올 것을 생각하도다. 그 속에서 다만 스스로 알뿐이다.
 (여희아불희요 군비아불비라 안사비색북하고 연억구소귀로다. 추월춘화무한의를 개중에 지허자가지니라.)
3) 대승정종분 제삼(대승의 바른 종지)
 ①본문자수: 113자
 ②요지: 십이류생을 남김없이 제도하되 내가 저들을 제도시켰다는 관념이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만일 사상이 있으면 보살이 아니기 때문이다. 
 ③야부 2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하이고오 수보제야 약보살이 유아상 인상 중생상 수자상하면 즉비보살이니라.」에 대한 야부송.
이마는 하늘을 향하여 땅위에 서 있고, 코는 수직으로 있으며, 눈은 가로 놓여 있다.
   (정천립지요, 비직안횡이로다.)
4) 묘행무생분 제사 (묘행은 머뭄이 없음)
 ①본문자수: 136자
 ②요지: 법에 주착한 바 없이 포시를 행하라. 이같이 포시를 행하면 그로부터 얻어지는 복덕이 십방허공처럼 무한하다 하심.
 ③야부 4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하이고오 약보살이 불주상 포시하면 기복덕을 불가사량이니라」에 대한 야부송.
   
 서천의 좋은 비단에 / 꽃을 수놓으니 색이 더욱 곱도다/ 분명한 뜻을 알고져하면/ 북두칠성을 남쪽으로 향해 볼지어다/ 허공은 털끝만한 생각도 거리끼지 않으니/ 이 까닭에 대각선이라 이름함이로다.
 (서천십양금에 첨화색전선이라. 욕지단적의인댄 북두를 면남착이어다. 허공이 불격사호념이라. 소이창명대각선이니라.
5) 여리실견분 제오 (바른 도리를 실답게 봄)
 ①본문자수: 64자
 ②요지: 부처님께서 불신은 무상한 것이어서 ‘무릇 형상이 있는 것은 다 허망하니 만약 모든 형상을 형상아닌 것으로 보면 곧 여래를 보리라’는 게송을 설하심.
 ③야부 4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불이 고수보제하사대 범소유상이 개시허망이니 약견제상비상하면 즉견여래니라」에 대한 야부송.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로다. 부처님은 어느 곳에 계시는가.
   (산시산수시수니 불이 재심마처오)
6) 정신희유분 제육(바른 믿음은 희유하다.)
 ①본문자수: 235자
 ②요지: 말세에도 이 법문을 듣고 능히 신심을 내는 사람이 있으리니 선근을 닦았기 때문이다. 모든 것에 취착하지 말라. 그러므로 부처님께서 설하신 법문이 뗏목과 같음에 비유.
 ③야부 10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시고로 불응취법이며 불응취비법이니라.」에 대한 야부송.
   
 나뭇가지를 잡음은 족히 기이함이 아니라. 벼랑에서 손을 놓아야 비로소 장부로다. 물도 차고 밤도 싸늘하여 고기 찾기 어려우니 빈배에 달빛만 가득 싣고 돌아 오도다.
 (득수반지는 미시기라. 현애철수하야사 장부아니라. 수한야냉어난멱하니 유득공선재월귀로다.)
7) 무득무설분 제칠(얻을 것도 설할 것도 없음.)
 ①본문자수: 98자
 ②요지: 여래소설은 모두 불가취며 불가설이며 법도 아니며 법아닌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한 법을 여래가 가히 설했다 할 것이 없음.
 ③야부 6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소이자가 하오. 일체현성이 개이무위법으로 이유차별이니이다.」
    
 바른 사람이 삿된 법을 설하면 사법이 다 정에 돌아오고 삿된 사람이 바른 법을 설하면 정법이 다 사에 돌아 가도다. 강북에서는 탱자가 되고, 강남에선 귤이 됨이여, 봄이 오면 모두 똑같이 꽃이 피도다.
 (정인이 설사법하면 사법이 실귀정이요, 사인이 설정법하면 정법이 실귀사라. 강북성지강남귤이여. 춘래에 도방일반화로다.)
8) 의법출생분 제팔(법에 의하여 출생함)
 ①본문자수: 123자
 ②요지: 이 경 가운데 사구게만을 가져 타인을 위하여 설명해주면 이 복이 칠보로 보시한 것보다 많나니 왜냐하면 일체제불과 제불의 아누보제가 모두 이 경으로 부터 출생하기 때문.
 ③야부 6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약부유인이 어차경중에 수지내지사구게등하야 위타인설하면  기
    복이 승피하리니.」에 대한 야부송.
    
 삼천대천 세계로 채울만한 보배로 보시하더라도 복의 인연은 인간과 천상을 떠나지 않으니 복덕이 원래 성품을 얻음을 알면 본지풍광을 사는데 돈을 쓰지 않으리라.
  (보만삼천급대천이라도 복연이 응불리인천이니 약지복덕원무성하면 매득풍광불용전하리라.)
9) 일상무상분(하나의 상도 상이 아님)
 ①본문자수: 30자
 ②요지: 소승사과인 수타원과 사타함과 아나함과 아라한들이 각기 얻은 자과에 대하여 증과했다는 관념이 없음을 설하였으니 유아는 곧 주착이기 때문.
 ③야부 6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세존하 불설아득무쟁삼매인중에 최위제일이라. 시제일이욕아라한이라 하시나」에 대한 야부송.
   
 말이라고 부른들 어찌 말이 되며 소라고 부른들 반드시 소가 아니로다.
두 가지를 함께 놓아버리고 중도도 일시에 쉴지어다.
육문에서 먼 하늘의 매처럼 병출하니 건곤에 홀로 걸어서 모두 거두지 못하도다.
 (환마하회마리오. 호우미필우라 양두를 도방하하고 중도도 일시휴라 육문에 병출요천골하니 독보, 건곤총불수로다.)
10) 장엄정토분 제십(정토를 장엄함)
 ①본문자수: 157자
 ②요지: 수보리야 보살이 응당히 이와같이 청정한 마음을 낼지언정 색성향미촉법에 주하여 마음을 일으키지 말고 응무소주이생기심하라.
 ③야부 10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응무소주하야 이생기심하라」에 대한 야부송.
    
 고요한 밤 산당에 말없이 앉았으니 적적하고 요요함이 본래 그대로더라.
무슨 일로 서풍은 임야를 동케 하여 한 소리 찬 기러기가 장천을 울게 하는가.
11) 무위복승분 제십일(무위복이 수승함)
 ①본문자수: 135자
 ②요지: 이 경 가운데서 사구게만 이라도 수지하여 타인을 위하여 해설해 주면 전의 칠보를 포시한 복보다 수승하다고 하심.
 ③야부 4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수보제야 여항하중소유사수하야 여시사등항하가 어의운하오 시제항하사가 영위다불아 수보제가 언하대 심다니이다. 세존하 단제항하도 상다무수어든 하황기사리잇가.」에 대한 야부송.
    
 전삼삼 후삼삼(전삼삼 후삼삼)이로다. (함허설의: 천지일설과 성, 상, 공, 유와 명암과 살법과 범성과 인과에 모두 다 설파했도다.)
12)존중정교분 제십이(바른 가르침을 존중함)
 ①본문자수: 80자
 ②요지: 이 경이 있는 곳은 일체천인과 아수라등이 모두 공경공양호되 불탑과 같이 여기게된다.
 ③야부 2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약시경전소재지처는 즉위유불과 약존중제자니라.」에 대한 야부송.
13) 여법수지분(법답게 받아 지님.)
 ①본문자수: 253자
 ②요지: 수보제가 경명을 물음에 부처님께서 금강반약파라밀경이라 이름하였다. 설한 바 법이 없음을 밝히고 이어서 사구게만 가져 타인을 위하여 설하여도 수승한 공덕을 말함.
 ③야부 12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소이자하오. 수보제야 불설반야파라밀이 즉비반야파라밀일새 시명반야파라밀이니라.」에 대한 야부송.
    
 한 손으로 들고 한 손으로 잡으며 왼쪽으로 불고 오른쪽으로 퉁겨내어야 궁상에 속하지 않고도 률조가 새롭나니 지음자가 안 후에는 한갓 이름이 아득함이로다.
  (일수대일수닉하고 좌변취우변박이로다. 무현탄출무생락하야사 불속궁상률조신이니 지음지후에 도명막이로다.)
14) 리상적멸분 제십사(상을 떠나 적멸함)
 ①본문자수: 612자
 ②요지: 불인행시 가리왕으로부터 전신을 베어내는 침해를 받고도 능히 참았음을 인용, 무주상포시를 권장.
 ③야부 30개의 송으로 견해 밝힘.
 ④「이시에 수보제가 문설시경하옵고 심해의취하고 체루비읍하고 이백불언하대 희유세존하 불설여시심심경전은 아종석래소득혜안으로 미증득문여시지경호이다.」에 대한 야부송.
    
 젊어서부터 돌아다녀 먼 길에 익숙하니 몇 번이나 형악산을 돌고 소상강을 건넜던가.
하루아침에 고향길 밟으니 비로소 도중에 세월이 긴 것을 깨달았도다.
  (자소래관원방하니 기회형악도소상하고 일조에 시각도중명장이로다.)

 

Ⅶ. 야부송의 문학적 경지
 
 선가문학은 어쩌면 공허하다고 생각될 수도 있다. 한갓 기이한 것만 탐내어 공연히 놀라게 하려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다 해도 선시가 현실과 어떤 관련을 가지는가 하는 의문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야부의 시세계와 그가 쓴 시어를 보면 당시 송풍의 시류와 사상과 문화의 양상에 접근해 있음을 알 수 있다. 표현상에 있어서도 불투명하거나 화려
한 예찬과 미사려구를 용납치 않는다. 그러면서도 섬세한 감성의 눈이 이끌어 오는 사물을 평이한 가운데 조도를 위한 묘수가 있고, 서정적 이미지즘을 충분히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직언은 어떠한 군더더기도 용납치 않고 그대로 비수처럼 차게 꽂힌다. 일사일어의 정신이 여기에 있다.
 수선의 방편으로 리언절려를 주장한다. 말을 떠나야 하고 생각마저 끊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을 문학적으로 원용하면 극도의 상상을 의미하고 초현실주의의 극치가 된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기 위해서는 증리성불이어야 함을 강조한다. 모든 이치로 증득하여야 부처가 된다는 말이다. 이 말을 문학적 용어로 수용하면 론리성문이 된다.
 이러한 논리. 다시 말하면 사물을 보는 관점이 어떠해야 하는가. 이것을 육상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사물은 분류종착하면서 그 본체를 이해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시인이 사물을 바라보는데 있어서 더할 나위없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러한 논리가 불가에서는 진여의 본체를 증득하자는 것이지만 일반 지식인이 사물을 관찰하는 방법으로도 충분히 원용될 수 있으니 선시는 문학론적으로 수용이 가능한 것이다.
 시의 형식을 취한 선적 아포리즘에 지나지 않는다고 일축하거나 목적성이 분명하다는 이유로 문학의 부류에서 제외하려는 일간의 움직임은 제지되어야 할 것이다.
 야부송은 깨달음의 경지에서 나오는 그대로를 즉설주왈한 활어구이지만 앞의 이론에 맞추어 설명하려고 하면 예외일 수 없다. 또 문학의 본원적 기능을 카타르시스에 둔다면 야부송은 바로 그 본원에 닿고 있는 것이다. 그의 펄펄 뛰는 활어구는 미망의 얼음을 깨는 지혜의 도끼로 최상의 문학적 경지를 보여주고 있다.

 

Ⅷ. 결  론
 
 앞에서 금강경의 개괄적인 것과 32분에 관련된 야부송을 들어보았다. 함허득통의 설의를 곁들여야 제격이지만 지면 관계상 약하기로 하였다. 결론에서는 간단히 야부의 생애를 들어보고, 몇 편의 시를 통해 특징을 정리하며 맺을까 한다.
 야부 도천은 송나라 사람으로 생몰 연대가 확실치 않으며 속성은 비씨. 이름은 삼이다.
 도겸선사에게 법화되어 도천이라는 호를 받았고, 정인계성의 인가를 얻어 림제의 6세손이 되었다. 세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야부에 대한 어록은 신수대장경에 전하고 있다.
 그는 일체법이 무상인테 대해 이렇게 갈파하고 있다.

   노파의 적삼을 빌려 입고
 노파의 문 앞에서 절을 하니
 예의가 법도에 맞음이 이미 충분하도다
 대 그림자 뜰을 쓸어도 티끌은 움직이지 않고
 달빛이 연못을 뚫어도 물은 흔적이 없도다.
 


또 지견불생분에서는

   천 자나 되는 긴 실로 곧게 드리우니
 한 물결이 막 일어나매 만 물결이 따르도다.
 밤은 고요하고 물은 차가워 고기가 물지 않으니
 배에 가득히 허공만 싣고 달 밝은데 돌아 오도다.


 이와 같은 시를 통해 특징을 정리해 보면 ①특색 있는 발언, 독자적인 가치를 주장하고 있다. ②자신에 대한 신뢰가 두터우며, 진실을 지키려는 의지가 강하다. ③사물을 관조하는 시각이 유연하고 심오하다. ④호탕하고 자유스러운 사고 방식과 섬세한 미의식을 가지고 있다. ⑤매너리즘의 냄새가 없다. 야부송을 만나는 사람마다 시의 탁월함을 이야기한다. 투명한 감성의 벽은 그 무엇으로도 비할 바가 없다. 이를 문학이론을 이끌어 연구하려하지 않는 것은 절대 깨달음의 경지에서 나오는 비수 같은 말에 티끌을 붙여 구구함을 더하는 것이 부끄러움인줄 아는 때문이리라. 형이상학적인 철학성을 지닌 차원높은 창작시. 고도의 은유와 상징적 표현을 통해 향기 높은 예술성을 섭취하고 있는 야부선사를 지금까지 종교적인 수도승으로만 보아온 것을, 차제에 문학상 심오한 시작품을 산출한 시인으로도 부각시키며 맺는다.
 금강경 오가해를 배우며 야부송을 대할 때마다 긴 장 탄음을 토하였다. 누구든 야부를 물어오면 선뜻 금강경 오가해 번역판이라도 건네주며 스스로  만나볼 것을 전하고 싶다.
 누가 관심을 가져 보라.
 
참고문헌
․ 무비스님, 『금강경오가해』, 1993, 불광출판부
․ 이종찬, 『한국불가시문학사론 』,1993, 불광출판부
․ 이지관, 『한국불가소의경전연구』,1983, 동국대학교 석림회
․『요경서설』, 1980.
․ 인권환, 『고려시대 불교시의 연구』, 1983, 고려대 민족문학 연구소

 

1) 수다라 논단. 「금강경」의 이해를 위하여. 오성
2) 이종익. ‘한국 불교 조계종과 금강경 오가해’ 「불교학보」11집 p. 197
3) 경전의 세계 p. 222

4) 전게서. 이지관. 「불교학보」 제11집 p. 212~ 213 

 

 

 

 

 

[출처] 금강경 오가해 소고|작성자 노원앙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