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불교의 삼매에 대한 관점과 사선정
글│명법 스님(구미 화엄탑사 주지)
-월간고경 57호에서-
지난 연재에서 대승불교 수행법을 이해하기 위
해 삼매에 대한 고찰이 필요함을 이야기했다. 대승불교에서 삼
매의 중요성은 대승경전이 삼매 속에서 친견한 부처님과 부처
님의 말씀에 근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
는데, 소리나는 대로 ‘사마지(三摩地)・삼마제(三魔帝)’로도 음역
(音譯)되는 삼매(三昧, samādhi)는 중국어로 정(定)・정수(正受)・조
직정(調直定)・정심행처(正心行處)・식려의심(息慮凝心) 등 다양한
용어로 이해되었다. 그것은 초기불교의 수행도인 팔정도의 마
지막 단계로서 기술되는데, 정려 수행과 함께 시작되는 예비적
수행을 거쳐 완성되는 수행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정정(正定),
즉 삼매는 사선(四禪)의 체계를 의미한다.
‘정려(靜慮)’라고 번역되는 ‘선(禪)’은 산스크리트어 ‘Dhyana’
(팔리어 jhāna)의 음역으로, 대승불교의 육바라밀 수행체계 중
선정바라밀에 해당하며 반야바라밀을 이루는 직접적인 수단
또는 원인으로 간주된다. ‘dhyāna’는 ‘생각하다’, ‘숙고하다’ 등
의 의미를 지닌 어근 ‘dhayai’에서 파생된 단어이다. 이 용어는
‘사유수(思惟修)’라고 번역될 정도로 사유작용과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고 알려져 있지만, 이때 사유가 어떤 성격인가에 대해서
는 초기불교 안에서도 해석이 일정하지 않다.
대승불교에서 삼매의 의미는 『대지도론(大智度論)』에서 확인
할 수 있다.
“제법등제삼매를 체득하여 구절구절을 해석하고, 산란한
마음 가운데 단지 지혜만 있는 것은 삼매라고 하지 않는다.
마음을 모아 흩어지지 않게 하면 지혜가 변하여 삼매를 성
취한다.”
이 정의에 따르면 삼매는 선정 수행을 할 때 의식 상태라기
보다 그로부터 얻어지는 지혜를 의미한다. 삼매는 선정, 해탈과
구분되는 용어이지만 용수의 저작이라고 알려진 『십주비바사
론(十住毘婆沙論)』에서는 모두 선바라밀에 포함되는 것으로 이
해하고 있다. 선은 삼매와 동의어로 간주되기도 하는데, 『대지
도론』에서는 ‘samāpatti’와 함께 ‘선정’이라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dhyāna’만 바라밀과 결합시키고 있는 점도 대승불교
의 관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이처럼 초기불교에서 삼매의 의미와 대승불교에서 삼매의
의미가 다르기 때문에 대승불교의 삼매를 이해하기에 앞서 사
선정에 대한 예비적 이해가 요구된다. 사선정에 대한 이해 역
시 시대별로 큰 차이를 보여주는데, 여기서는 초기불교의 사선
정을 살펴보겠다.
초기불교에서 선정의 수행은 몇 가지 예비적 수행을 요구한
다. 선정의 예비과정은 다음과 같다. 수행자는 반드시 비구여
야 하며 어떤 중생에게도 해를 끼쳐서는 안 되며, 주지 않은 것
을 취해서는 안 되며, 순결해야 하며,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되며,
금욕적 규칙을 준수해야 한다. 이 규범을 준수함으로써 그는
비감각적 형태의 즐거움을 얻는다. 그는 또한 감각과 사고의 영
향에 빠져드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이 행위 또한 비감각적 형
태의 즐거움을 야기한다. 동시에 수행자는 모든 것을 주의집중
(사띠)를 통해 행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같은 예비적 수행을 거친 후 고요한 장소(아란야)를 찾
아 조용히 앉아 다만 몇 가지 방해물을 제거하기만 하면 거의
저절로 첫 번째 선정(초선정)에 들어간다. 이 첫 번째 선정은 분
리로부터 발생하는 기쁨과 즐거움의 상태로 심(尋, vitarka)과 사
(司, vicāra)를 동반한다. 분리란 일상적 삶에서 벗어나 고요한
장소에 머무는 것, 이전의 욕망의 대상을 포기하는 것을 훈련
한 것을 말한다
지남에 따라 내적 고요에 이르고 마음이 하나로 모
이면 ‘심’과 ‘사’가 멈추게 된다. 기쁨과 즐거움은 남아 있지만
그것은 첫 번째 선정 단계에서 내외의 혼란에서 분리된 것에
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삼매로부터 발생한 것이다. 이것이
두 번째 선정의 상태이다.
세 번째 선정의 단계에서는 기쁨의 느낌에 대한 관심이 느
낌 그 자체와 함께 사라지고, 평정하고, 모든 현상의 과정을 알
아차리며(sati), 날카롭게 지각하게(sampajāna) 된다. 그러나 육체
적인 평안으로 이해되는 즐거움이 남는다. 네 번째 선정의 단계
에서 수행자는 마침내 육체적인 즐거움마저 사라진다. 침울과
고통이 제거된 것처럼 즐거움과 환희도 제거된, 완전한 평정과
자각의 상태에 도달한다. 이와 같은 순수한 평정과 자각은 부
처님에 의해 처음으로 발견된 것으로서, 이때 비로소 사성제에
대한 인식을 얻었다고 한다.
는 기쁨과 즐거움은 혼란스러운 감정이 사라졌기 때문에 나타
난 감정으로서, 이런 상태에서 평정하게 사물을 관찰하고 숙
고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상태는 잠정적인 것이기 때문에 이 상
태를 지속시키려고 노력하자마자 그 순간 그것은 끝나고 만다.
따라서 부처님은 이 상태에 머물지 않고 그것을 새로운 경험으
로 전환하여 이 상태를 강화하고 변형할 수 있는 마음상태로
바꾸었다. 이것이 초선정에서 얻은 기쁨과 즐거움이 변화되어
완전한 평정과 자각이 이루어지는 상태로 심화되는 선정의 네
단계이다.
두 번째로 고찰해야 할 문제는 사선정으로 얻게 된 사성제
에 대한 인식이 해탈을 가져오는가 하는 것이다. 평정한 상태에
서 사성제에 대한 인식을 얻는다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전적이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지만, 사성제의 인식에 의해 해탈을 얻
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초기불교에서도 다양한 견해가
존재한다. 틸만에 따르면, 많은 전적에서 사성제의 인식이 아니
라 사성제와 바른 삼매를 정점으로 하는 팔정도의 수행에 의
해 해탈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런 관점에서 초기불교와 대승불교를 잇는 접점을 찾아볼
수 있는데, 경량부의 논서인 『구사론(俱舍論)』은 초기불교에서
대승불교로 전환되는 중간단계에서 저술된 논서로서, 그 중
「정품(定品)」은 ‘정려란 무엇인가’로 시작한다. 『구사론』의 선정
에 대한 논의 중 중심은 사선정으로, 이것은 ‘심일경성(心一境
性)’이라고 정의되고 있다. 다시 말해, 그것은 마음이 대상에 몰
입하여 하나가 된 상태인 삼매를 의미한다. 『구사론』에서 선정
(정려)이 심일경성, 즉 삼매이며 증상심학이다.
“어떤 뜻에 근거하여 ‘정려’라는 명칭을 설정했는가? 이러
한 선정은 적정하며, 잘 심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서 심려란
진실로 잘 안다는 의미로서, 이를테면 ‘마음은 선정에 들 때
참답게 할 수 있다’라고 연설한 것과 같다. 심려의 뜻 중 ‘지
(地)’라는 어근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유부에서는 지혜를
심려의 본질이라고 본다.”
여기서 말한 ‘지(地)’의 어근은 ‘dhi’로서, ‘사유하다’는 의미
를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듯이, 『구사론』은 선정의 본
질적 가치가 ‘진실한 앎’을 지향하는 지혜에 있다고 본다. 욕망
이나 집착, 선입견 등 부정적인 요소가 개입되지 않으면 사유
는 온전하게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선
정이다. 『구사론』은 선정의 닦음을 통해 발생하는 사유의 긍정
적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네 가지 선정에서 사유의 기능인 심사를 살펴보면, 초선정
에서는 ‘심(vitarka)’도 있고 ‘사(vicāra)’도 있다. 『청정도론(淸淨道
論)』에 따르면, ‘vitarka’는 ‘친다’는 뜻으로 마음을 대상으로 기
울이는 특징을 가지고 앞을 향해 치고 뒤로 뒤집어서 치는 역
할을 하며, 마음을 대상으로 이끈다. ‘vicāra’는 계속 따라 움직
인다는 뜻으로, 대상을 계속해서 문지르는 특징을 가지고 함
께 생긴 현상들을 대상과 결합하는 역할을 하고, 마음이 대상
에 계속 일어나게 한다.
『대지도론』에서는 종을 칠 때 귀를 울리는 종소리를 ‘심’이라
하고, 그 뒤를 따르는 미세한 울림을 미세한 마음의 분별로서의
‘사’라고 비유한다. 초선정, 욕계심, 심소가 일어나는 경우에는
이 둘이 분리되지 않지만, ‘거칠다’는 의미에서 혹은 ‘앞선다’는
뜻에서 마치 종을 칠 때 마음이 처음으로 대상을 향해 돌진하
는 것이 전자이고, ‘미세하다’는 뜻에서 그리고 종의 울림처럼
계속 ‘뒤따라 일어난다’는 의미에서 발생하는 것이 후자이다.
이상으로 초기불교와 『구사론』에서 논의된 사선정을 살펴
보았다. 삼매의 의미와 관련하여 중요한 것은 기쁨이나 즐거움
과 같은 출세간적인 즐거움 및 사제의 인식 등과 관련된 지혜
의 요소와 어떻게 결합되는가 하는 문제이다. 이 점은 다음 연
재에서 살펴보겠다.
명법 스님
—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해인사 국일암에서 성원 스님을 은사로 득도했다. 운문
사 승가대학을 마치고 10년간 강사로서 학인을 지도했다. 경전 연찬을 하는 틈틈이 제방에서 정
진했으며, 서울대와 동국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과 대안연구공동체 등에서 미학, 명상, 불교를 강
의해오고 있다. 2016년 미르문화원을 열고 그곳에서 은유와마음연구소를 맡아 운영한다. 새로
운 형식의 불교모임인 무빙템플을 수년째 이어오고 있으며, 이 밖에도 (사)한국명상지도자협회
이사와 문화재청 문화재 위원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은유와 마음』, 『미술관에 간 붓다』,
『선종과 송대사대부의 예술정신』 등이 있으며, 「무지한 스승으로서의 선사」, 「『선문염송』의 글쓰
기-정통과 민족적 정체성의 지향」 등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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