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스님

원효의 사상

수선님 2021. 3. 14. 13:14

원효의 사상

 

목차

  1. 원효스님의 주요사상
  2. 원효스님의 사상적 영향

 

원효스님의 주요사상

1) 독특한 화쟁의 논리(화쟁사상)
원효스님은 한국역사상 유일하게 전문적인 논리학적 방법론을 사용했던 사상가이다. 스님이 사용한 논리방법론은 보통 ‘화쟁 논리’ ‘회통 논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동일한 문제에 대해서 경전이나 논서 사이의 해석이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 의견의 차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다. 스님은 보통 각 주장이 가지는 옳고 그름(是非)에 대해서 설명 다음, 각 주장들이 취하고 있는 나름의 관점이 가지는 입장에서의 타당성을 긍정하는 형태를 취한다. 어느 경우이든 전적으로 옳다고 하는 입장은 취하지 않으며, 취하고 있는 관점 안에서의 타당성만 인정한다. 그리고 취사선택한 관점에 의해서 원효 스님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는 형태로 주장이 전개된다.

보통 회통논리 혹은 화쟁논리는 서로 다른 의견을 소통시키는데 목적이 있다. 다만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서로 같은 점을 강조하여 소통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점까지 분명하게 인식하고 ‘다르다’는 사실에 대한 긍정으로부터도 ‘소통’을 이끌어내는데 특징이 있다. 곧 다른 점과 같은 점의 동시적 긍정을 통해서, 한쪽에 치우쳐서 집착하는 견해를 논파하는 데 사용된 원효스님의 독특한 논리전개 방식이다.

예를 들면, 요리사와 미식가가 있다고 하자. 요리사는 훌륭한 요리를 만드는 데서 삶의 행복을 추구하고, 미식가는 자기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데서 삶의 행복을 추구한다. 최고의 요리사가 최고의 미식가를 위해서 최고의 요리를 만들었다고 가정해보자. 최고의 요리사는 자기가 만든 최고의 요리를 먹고 만족해하는 최고의 미식가를 보고서 행복을 느낀다. 최고의 미식가는 최고의 요리를 먹고서 자신의 입맛을 충족시키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

이때 최고의 미식가가 최고의 요리를 먹는 행위에서, 요리사와 미식가의 두 사람이 모두 행복을 느낀다. 이때 행복을 느낀다는 점은 두 사람이 모두 같다. 하지만 행복을 느끼게 하는 원인은 두 사람이 서로 다르다. 요리사는 최고의 요리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에서 행복을 느끼지만, 미식가는 자기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최고의 요리를 맛보는 데서 행복을 느낀다. 두 사람이 모두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같은 점’이지만, 두 사람이 행복을 느끼는 원인은 각각 다르기 때문에 ‘다른 점’이다. 이와 같이 ‘같은 점’과 ‘다른 점’이 동시에 성취되는 것을 ‘화쟁(和諍)되었다’고 말한다.

화쟁사상은 이처럼 ‘같은 점’과 ‘다른 점’이 동시에 충족되는 공통점을 추구하는 논리적인 방법론이면서, 그것을 이끌어내는 사상적인 입장을 말한다. 화쟁사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저술은 『십문화쟁론』인데, 현재는 부분적으로만 남아서 전해진다.

2) 일심사상(一心思想)
불교에서는 마음(心)이나 의식(識)의 상태를 설명하는 관점에 따라서 사상의 특징을 말하기도 한다. 원효스님이 살았던 7세기의 동아시아 불교 사상가들은 이 마음의 상태를 다양한 관점에서 설명했는데, 크게 네 가지로 나눈다. 첫째는 마음은 깨끗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입장이고, 두 번째는 마음이 번뇌로 물들어 있기 때문에 오염되어 더러운 것이라는 입장이고, 세 번째는 청정과 오염이 뒤섞여서 하나가 되어 있다는 입장이고, 네 번째는 깨끗하다거나 더럽다는 상대적인 관점을 벗어나 있다는 입장이다.

원효스님의 입장은 네 번째이다. 마음은 이 더럽다거나 깨끗하다는 상대적인 구분을 벗어난 절대적인 ‘어떤 것’이며, 그것을 언어로써는 규정할 수 없기 때문에 억지로 이름을 붙여서 부를 때 ‘일심(一心)’이라고 부른다는 것이다. 마음에 대한 원효의 이 같은 해석을 ‘일심사상’이라고 부르는데, 당시의 화엄사상가들과 동일한 입장이다.

3) 신ㆍ구역불교의 회통과 『대승기신론소』『대승기신론별기』의 사상
원효스님의 사상은 『기신론』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형성되고 발전된 것이다. 스님의 『기신론』에 대한 연구의 최종판이 『대승기신론소』라는 책이다. 『대승기신론』은 동아시아 불교의 이론체계를 제공하는 중요한 책인데, 옛날부터 이 책에 대한 3대 해설서로 알려질 만큼 원효스님의 연구서 『대승기신론소』는 높이 평가받아 왔다.

원효스님은 『대승기신론』이 대승불교사상을 종합한 책으로 평가한다. 인도불교의 사상적 흐름인 중관사상과 유식사상, 그리고 여래장사상을 융합한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 대한 연구서를 서술하면서 원효스님은 당시 불교계에 존재하였던 다양한 이론적 다툼을 회통시키고 있다. 원효스님은 『대승기신론』의 연구를 통해서 자신의 사상체계를 완성했을 뿐만 아니라, 당시 동아시아 불교에 새롭게 대두한 사상이었던 화엄사상으로 연결시키고 있다.

당시 동아시아 불교는 현장 스님이 새롭게 한문으로 번역한 경전과 논서를 중심으로 하는 신역불교(新譯佛敎)와 현장 스님 이전에 한문으로 번역된 경전과 논서를 중심으로 하는 구역불교(舊譯佛敎)가 사상적으로 대립하고 있었다. 그 주요한 대립내용은 첫째, 모든 중생이 다 부처가 될 수 있는가 없는가? 둘째, 일체의 모든 현상에 파악하는 관점은 공(空)과 유(有)의 두 관점 중에서 어느 쪽이 더 타당한가? 셋째, 일심(一心)을 참됨(眞) 허망함(妄) 참되기도 하고 허망하기도 함(眞妄和合)의 세 가지 존재양태 중에서 어떤 것으로 해석할 것인가 등이었다.

원효스님은 대체적으로 구역불교의 입장에서 신역불교를 수용하는 입장이었고, 일체중생이 모두 성불할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부의 중생은 성불할 수 없다고 하는 주장의 필요성은 부분적으로 긍정하였다. 또 공과 유의 두 관점이 서로 대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근본적인 입장의 차이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설명하는 언어에 대한 집착에서 대립이 초래되었다고 지적하였다. 일심(一心)에 대해서도 ‘오로지 참됨일 뿐이다’는 입장에 서 있으면서도 허망함(妄)과 진망화합(眞妄和合)으로 보는 입장의 방편적인 필요성을 긍정하고 있다.

4)화엄사상
원효스님의 화엄사상은 기신론 연구에서의 기본적인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하면서, 중국에 유학갔던 의상스님이 귀국하면서 전해준 중국 화엄사상의 영향을 수용하고 있는 점이 특징이다. 화엄사상의 가장 큰 특징은 일체를 다 포괄하는 보법(普法)을 강조한 것이다. 보법이란 세상에 존재하는 일체의 모든 현상들 하나하나가 다른 점과 같은 점을 모두 가지고 있지만, 서로의 다른 점과 같은 점이 분명하게 인식되면서 상호 긍정될 때,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대자유인 무애(無碍)의 삶에 이를 수 있는 가르침이다. 화엄사상의 사사무애법계연기의 사상과 비슷한 개념태이기는 하지만, 그 가르침의 범주를 훨씬 넓게 잡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또 이 ‘보법’이라고 하는 말은 중국 역사상 사회적 활동에 가장 적극적이고 실천적이었던 민중불교운동, ‘삼계교’의 중심사상이기도 하다. 이 용어를 원효스님은 자신의 화엄사상을 표방하는 키워드로 사용하고 있는데, 원효의 사상과 삶의 지향점이 무엇이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원효스님은 『화엄경』에 대한 연구서인 『화엄경소』를 짓다가 「십회향품」에 이르러서 절필하고는 중생교화의 길을 나서고 있다. 이때 ‘무애(無碍)’라는 이름의 박을 치고 다니면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었다고 한다. 이때 부른 노래가 무애가인데, 『화엄경』 「명난품」의 “일체의 걸림없는 사람은 한 길로 생사를 벗어난다(一切無碍人 一道出生死)”는 구절에서 따온 것이었다. 원효의 삶과 사상에 화엄사상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5) 유식사상
원효스님은 유식사상 경전과 논서에 대해서도 다양한 연구서들을 지었지만, 지금 남아있는 것은 일부뿐이다. 스님의 유식사상은 그 독자적인 사상으로서도 중요하겠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사상체계 전체의 기초를 제공한다는 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대승기신론소』『대승기신론별기』『이장의』『중변분별론소』 등 현재 남아있는 유식사상 관련 저술들을 보면, 6세기 진제 스님의 『섭대승론』 번역에서 비롯된 섭론사상을 기본적인 입장으로 취하고 거기에 현장 스님의 번역에서 비롯된 신유식사상을 취사선택하여 수용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6) 정토사상
원효스님의 대중교화 이후에 신라 사람들의 8-9할이 ‘나무아미타불’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때 ‘나무아미타불’이라고 부처님 명호를 부르는 것을 칭명염불이라고 하며, 정토사상과 신앙에서 비롯된 것이다.

원효스님의 정토사상은 『기신론』의 정토사상을 바탕으로 중국의 지론종 스님인 혜원의 영향을 수용한 것이다. 원효스님의 정토신앙 및 사상은 아미타불 한 부처님에 대한 신앙의 절대성을 강조하기보다는 『기신론소』에서 제시한 ‘일심으로 원융하는 세계로의 돌아감(歸一心源)’에 무게중심을 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7) 인명사상-불교논리학
원효스님은 한국전통사상사에서는 논리학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관련 저술도 지은 유일한 인물이다. 이미 스님 당시에 인도에까지 가서 유학하고 경론을 구해서 돌아온 중국의 현장스님이 세운 추리논증식의 오류를 지적하고 비판한 사실은 고래로 잘 알려져 있다. 원효 스님의 핵심사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화쟁사상은 실은 이 불교논리학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전개되는 것이다. 이 분야에 대한 책으로 『판비량론』을 지었는데, 현재는 부분적으로 전하고 있다.

8) 대승보살계 사상
원효스님은 대승의 계(戒)에 대한 몇 가지 저술들을 남기고 있는데, 거기에서 원효스님의 계율관을 살펴볼 수 있다.

스님의 계율관은 주로 『범망경』과 『영락경』의 계율관을 바탕으로, 재가자와 출가자를 구분하는 이원론적 계율관이 아니라 재가보살과 출가보살을 아우르는 새로운 대승보살계를 제시하는 특징이 있다. 최근 원효스님의 사상이 중국의 민중불교인 삼계교와 깊은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그런데 삼계교의 스님들은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들을 보살피기 위해서 필요하다면 출가한 스님이 반드시 지켜야 할 계율인 구족계를 포기하는 적극적인 이타행(利他行)으로서 자비(慈悲)의 실천을 강조하고 있다. 원효스님의 계율관 역시 출가와 재가라는 구분에 특별히 얽매이지 않고 이타행의 실천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특히 원효스님의 대표적인 저술 중의 하나인 『금강삼매경론』은 비승비속(非僧非俗)의 수행자가 이타행을 실천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원효스님의 사상적 영향

원효스님의 사상과 삶을 말하는데 있어서 가장 강조되어야 할 것은 ‘앎에 모자람이 없었고, 그 앎을 넘어서서 아는 바대로 실천했다’는 점이다. 원효스님의 사상은 불교의 다양한 사상을 망라한 것은 물론 불교 이외에 유교경전이나 노장(老莊)의 경전까지 두루 포괄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의 삶은 이러한 사상의 다양한 스펙트럼만큼이나 자유로우면서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것이었다. 스님은 한적한 산중이나 절간과 시끄러운 장터를 가리지 않고 다녔으며, 사람 역시 빈부귀천과 지위고하를 가리지 않고 만났다. 다만 그러한 다양한 행로 중에서도 끝까지 얽매이지 않았는데, 특정한 형태의 삶을 편벽되게 고집하지 않았고, 적극적으로 이타행(利他行)의 삶을 추구한 점이 가장 중요하다.

스님의 사상은 이 땅에 불교의 새벽을 열었다고 자부했을 만큼 큰 것이었고, 스님의 이타행(利他行)은 후대의 사람들이 이 땅에 오신 부처님이라고 기렸을 만큼 전국 방방곡곡 미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오늘날 전국 곳곳에 전해져 오는 이야기들은 원효스님의 아는 바 그대로 행했던 치열한 삶의 흔적일 것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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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효의 사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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