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 이야기

화엄경의 해인삼매와 화엄삼매

수선님 2021. 7. 4. 11:31

華嚴經의 海印三昧와 華嚴三昧

-성본스님

 

대승불교경전에 설하고 있는 여러 선정설 가운데에서도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화엄경(華嚴經)』의 해인삼매(海印三昧;Sgramudr -Sam dhi)이다. 『화엄경』은 부처님의 깨달음에 의거하여 광대한 절대존재의 세계를 전개하고 있다. 즉 일즉다(一卽多)·다즉일(多卽一)·주객구족(主客具足)·중중무진(重重無盡)의 법계연기(法界緣起)의 관계를 개시한 제법실상의 절대 현실에 효능있는 불법생활을 강조한 경전이다. 이러한 『화엄경』의 사상은 부처님이 해인삼매를 통해서 설하신 것이다.

 

대개 부처님이 설법을 하실 때에 먼저 깊은 선정에 드시어 신심(身心)을 평온히 한 후 선정에서 깨어나 법을 설하는 것이 통례로 되어있다.
예를들면 『방광반야경(放光般若經)』에선 부처님이 설법을 하시기전 정의삼매(定義三昧;부동의 삼매)에 드는 특색이 있으며 『대반야경(大般若經)』에도 등지왕묘삼매(等地王妙三昧;마음을 평등하게 통일하는 삼매 중에서 최승의 삼매)에 들고 있다. 또 『법화경(法華經)』에서는 무량의처삼매(無量義處三昧;무한의 가르침을 확립한 삼매)에 드신 후에 「방편품」을 설하셨다고 한다.

 

부처님께서 해인삼매 중에 설하신 경전이 『화엄경』이란 것으로, 이처럼 해인삼매는 『화엄경』 및 중국의 화엄교학에 지극히 중요한 사상적인 근거가 되고 있다. 중국화엄의 대성자인 현수법장(賢首法藏;643∼712)은 화엄교학의 전체적인 구조가 해인삼매를 토대로 구축되었다고 하였다.

 

해인삼매의 해인(海印)이란 원어 Sgara mudr 를 번역한 말인데, 여기서 인(印;mudr )은 '찍다' '베끼다'라는 말을 의미한다. 즉 과거·현재·미래를 통하여 모든 것이 대해(大海)에 남김없이 깊이 찍혀져 비쳐져 나오는 마음의 고요함을 해인삼매라고 한다. 즉, 일체의 사물이 거울 가운데 비쳐진 색상(色像)과 같이 부처님의 심중에 현현(顯現)하였다는 깊은 선정의 경지를 대해가 널리 모든 사물을 비쳐 내는 것에 비유한 말이다.

 

법장(法藏)은 『수화엄오지망진환원관(修華嚴奧旨妄盡還源觀)』에 해인삼매를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해인이란 진여본각(眞如本覺;본래 진리의 세계)이다. 거기에는 번뇌(妄)가 다 없어져 마음이 맑아서 만물이 모두 나타난다. 또한 대해는 바람에 의해서 풍랑이 일어나지만 만약 바람이 멈춘다면 해수(海水)는 깨끗이 맑아져 여러가지의 모습들이 모두 비춰져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는 『화엄경』의 주불(主佛)인 대비로자나(大毘盧遮那;Vairocana, 光明遍照) 부처님의 세계가 대해(大海)에 비유되고 있는데, 본래의 맑은 상재가 된 것은 대선정(大禪定)의 경지를 의미하고 있다. 이러한 대선정의 경지는 바로 우주 그것인 것이다. 일체의 모든 존재가 이 대선정 속에서 생겨나고 또 그 위에서 연기(緣起)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대선정은 단순히 앉아서 자세를 갖추고 호흡을 통일한 좌선의 상태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선정은 해인삼매를 통하여 삼라만상이 해인삼매에 있는 것임을 관찰하고 확인해보는 것이다.

 

일체의 삼라만상은 모두 이 대선정에 포함되어 있는 것이며, 구체적으로 비로자나불에 의해서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그러한 대선정에 의해서 깨달았을 때에 모든 만상 자체는 이미 비로자나불을 내포하고 있는 사실이 직관되는 것이다. 우리들 개인의 입장에서 살펴 볼 때, 자기는 이미 비로자나불을 본래 내장(內藏)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대선정을 통하여 삼라만상과 우주를 깨닫는다는 것은 즉, 스스로 비로자나불이 되는 것이며, 비로자나불이 된다는 것은 즉 본래 자기가 바로 비로자나불이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는 것이기도 하다. 깨닫는다는 것은 그렇게 된다는 것이며, 또한 동시에 그렇게 된다는 것은 그것이었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자각하는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개체가 전체 속에 포함되고 전체가 하나의 개체 속에 함장(含藏)되어 있는 「일즉다 다즉일(一卽多, 多卽一)」의 관계가 이해되지 않으면 안된다. 이러한 『화엄경』의 해인삼매의 논리적인 구조는 중국 선종에서는 일행삼매인 좌선의 실천으로 귀결시켰으며, 좌선의 실천으로 전불교의 사상을 인간의 일상 생활 속에서 현성(現成)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해인삼매가 일체만상의 실상(實相)을 비춘 세계관이라고 본다면, 우리들 인생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삶의 지표로서 설하고 있는 것이 화엄삼매(華嚴三昧)인 것이다.
화엄이란 Gandavyha로서 여러가지의 잡화(雜華)로서 장식하고 장엄한 것이란 의미인데 여기의 꽃(華)은 깨달음에의 요인이 되는 수행을 비유한 것이며 장엄(莊嚴)은 그 결과로서 이루어진 부처님을 아름다운 여러 가지 꽃으로 장식한다는 것이다.

 

즉, 이는 구도자인 보살이 여러가지의 수행을 닦아서 불법의 진실을 체득하여 정각을 이룬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인데, 이렇게 오로지 삼매에 들어가서 주객(主客)·자타(自他)의 상대관계를 초월하여 현실에 전개하는 삶이 화엄삼매라 할 수 있다. 우리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진실에 계합되고 비로자나불의 세계에 융합, 몰입(沒入)해 살아갈 수 있는가 하는 보살의 인생행로를 나타낸 것이 화엄삼매인 것이다.

 

말하자면 비로자나불의 세계인 해인삼매를 무한히 현실의 삶에 구현하고 중생을 제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작용이 화엄삼매이다. 이렇게 해인삼매에 의해서 비로자나불의 세계가 현성(現成)하고 그것을 화엄삼매에 의해서 현실의 사람들에게 보이며 구제하는 『화엄경(華嚴經)』의 사상적인 구조는 선불교의 실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북종선의 『대승무생방편문』의 제5문에는 『화엄경』에 의거하여 제법의 원융무애함을 보이며, 자연무애한 해탈의 도(道)를 밝히고 있다. 

 

 

 

 

 

 

 

[출처] 화엄경의 해인삼매와 화엄삼매|작성자 한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