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심(信心)과 생사불이(生死不二)
화엄경(華嚴經)에 말씀하기를, 「심불급중생(心佛及衆生)이 시삼무차별(是三無差別)이라.」 (마음, 부처 그리고 중생 이 세 가지가 모두 차별이 없고 다르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마음이라 하는 것은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는데, 첫째, 육단심(肉團心)이라 하는 것은 우리 몸 속에 있는 것으로서 부모님의 혈기(血氣)로 만들어진 것이고 둘째, 연려심(緣慮心)이라하는 것은 선과 악 그리고 순(順)과 역(道)의 모든 경계(境界)를 여러 가지로 분별하는 것이고, 셋째에 영지심(靈知心)은 이것이 참 마음으로서 천차만별(千差萬別)하는 가운데 있으면서도 어지럽지 아니하고, 그러고 삼세(三世)에 두루 뻗쳐 있으면서도 변천하지 않는 것입니다. 환하게 홀로 비치고 우뚝하여 짝 할이 없어서 성인이라고 더하거나 범부(凡夫)라고 덜하지도 않는 마음자리입니다. 생사고해(生死苦海)에 있어서는 마니주(摩尼珠)가 창해(蒼海) 속에 비치는 듯하고 열반의 언덕에서는 밝은 달이 허공에 뜬 듯한 것입니다.
부처님은 이것을 깨달았으므로 참된 마음이라 하고, 중생은 이것을 깨닫지 못해 망식(妄識) 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근원적으로는 부처가 곧 중생이고 중생이 곧 부처이므로 마음 밖에는 부처도 없고 중생도 따로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깨닫고 미(迷)함이 다르기 때문에 성인과 범부가 동뜨게 달라진 것 뿐입니다.
마음과 부처와 중생, 이 세 가지가 차별이 없는 도리(道理)를 어떻게 알 것입니까? 조사(祖師)스님의 말씀에, 「몽리(夢裡)에는 명명유육취(明明有六趣)라가 각후(覺後)에는 공공무대천 (空空無大千)이라」(꿈을 꿀 적에는 분명히 사생육도(四生六道)가 벌어져 있었는데, 꿈을 깨고 나니 텅텅 비어서 아무 것도 없다).고 했습니다. 만일, 이렇게 본다면 경(續)에서 말씀하신 「여기서 서쪽으로 십 만억 국토(國土)를 지나서 세계가 있으니, 이름이 극락이요, 그 세계에 아마타불이 계시어 지금 설법(說法)하고 있다」고 한 것도, 실은 모두 다 유심정토(有心淨土)와 자성미타(自性弼院)를 가리킨 말인 것입니다.
내 마음이 아미타불이요 내 마음이 극락정토라, 이러한 이치로 말할 것 같으면, 금일(今日) 망령(亡靈)도 날 적에는 송이송이가 연꽃이요, 죽을 적에는 줄줄이 보배나무라. 어느 때나 극락세계에 가지 않은 적이 없고 잠깐 동안도 아미타불의 광명을 떠나지 아니하였던 것입니다. 만일 그럴진대 이 마음과 부처와 중생을 떠나서 따로 이야기 할 것이 또 무엇이 있겠습니까?
여기서 사람의 몸뚱이라 하는 것은 마치 자동차와 같고, 마음은 운전수와도 같은 것입니다. 자동차가 홀로 가고 오는 것이 아니고 운전수가 운전하는 대로 그 자동차가 움직이는 것과 같이, 이 몸뚱이는 껍질 사람이고 마음은 참 사람인 것이니, 몸은 마음이 시키는 대로 복종해야만 하고, 마음은 언제나 기쁘고 즐겁고 편안하게 몸을 부려야만 할 것입니다. 만약에 자동차가 늙어서 아주 못쓰게 되었다면, 부득이 폐차처분을 하고 새 차를 타야만 할 것입니다. 조금도 버린 차에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모든 성현들은 마음이 참 나(眞我)인 것을 깨달아서 영원과 자재(自在)를 구현(具顯)했던 것입니다. 신심(信心)이란 바로 이것을 두고 하는 말입니다. 모양이 없는 마음, 그러나 결코 있는 마음, 몸뚱이를 지배하고 만 가지를 좌우하는 이 마음이 참 나인 것을 바로 믿어서 나아가 시간과 공간을 지배하게 된다면 생(生)과 사(死)가 다시 어데 있으며, 이승과 저승이 어데 있겠습니까?
이것을 열반의 세계라 하고 바라밀의 경지라고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참 사는 길이 되고 영원을 사는 법이 되는 것입니다.
* 위 법어는 해인총림 율주(律主)로 계시는 일타스님께서 1982. 9. 19 해인사 큰 법당에서 행하신 영가천도법문의 일부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
출처 : 월간 해인(海印) 통권 7호 - 일타 1982년 10월 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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