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교 Early Buddhism

초기경전에도 사섭법(四攝法)이 있었네!

수선님 2021. 12. 12. 13:05

초기경전에도 사섭법(四攝法)이 있었네!

 

 

초기불교를 접하면서 사무량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자어 사무량심은 자애, 연민, 기쁨, 평정을 말합니다. 빠알리어로는 멧따(mettā), 까루나(karuṇā), 무디따(muditā), 우뻭카(upekkhā)라 합니다. 부처님은 네 가지 거룩한 마음이라 하여 초기경전 도처에서 강조했습니다. 초기불교에 사무량심이 있다면 대승불교에서는 비슷한 개념으로서 사섭법이 있습니다.

 

대승불교 실천덕목 사섭법

 

대승불교에서 사무량심보다는 더 강조되는 것이 사섭법입니다. 육바라밀과 함께 대승보살도의 실천덕목으로 강조되는 사섭법에 대한 사전적 정의를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보시섭:진리를 가르쳐주고 재물을 기꺼이 베풀어주는 일,

② 애어섭:사람들에게 항상 따뜻한 얼굴로 부드럽게 말을 하는 일,

③ 이행섭:몸으로 하는 행위, 말로 하는 행위, 마음으로 하는 행위, 즉

신(身)·구(口)·의(意) 3업으로 선행을 하여 중생들에게 이익을 주는 일,

④ 동사섭:보살의 동체대비심에 근거를 둔 것으로 중생들에게 접근하여

함께 일하고 생활함으로써 그들을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일이다.

(사섭법)

 

 

사섭법은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에 대한 것입니다. 사무량심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면이 있습니다. 사무량심은 자애, 연민, 기쁨, 평정 을 닦아 선정삼매에 들어 위한 해탈에 이르기 위한 수행적 측면이 강합니다. 그러나 대승의 사섭법은 보살행이 강조되어 있습니다. 사섭법에 대하여 육바라밀 등과 함께 대승불교 보살도의 대표적인 수행덕목이라 합니다.

 

앙굿따라니까야에 사섭법이

 

이제까지 사섭법에 대하여 대승불교의 수행덕목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섭법 역시 초기경전에 근거하고 있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 ‘핫타까 알라바까와 섭수의 경(A8.24)’이 바로 그것입니다.

 

부처님이 알라비 국의 악갈라바 성소에 계실 때의 일입니다. 핫타까 알라바까가 오백 명의 재가신도와 함께 성소를 방문했을 때 부처님은 “핫타까여, 그대를 따르는 이 대중은 실로 엄청납니다. 핫타까여, 어떻게 그대는 이 대중을 섭수합니까?”라며 물어 봅니다. 이에 핫타까가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Yānimāni bhante, bhagavatā desitāni cattāri saṅgahavatthūni tenāhaṃ imaṃ parisaṃ saṅgaṇhāmi. Ahaṃ bhante, yaṃ jānāmi, 'ayaṃ dānena saṅgahetabbo' ti, taṃ dānena saṅgaṇhāmi. Yaṃ jānāmi 'ayaṃ peyyavajjena saṅgahetabbo' ti taṃ peyyavajjena saṅgaṇhāmi, yaṃ jānāmi 'ayaṃ atthacariyāya saṅgahetabbo' ti taṃ atthacariyāya saṅgaṇhāmi, yaṃ jānāmi 'ayaṃ samānattatāya saṅgahetabbo' ti taṃ samānattatāya saṅgaṇhāmi, saṃvijjanti kho pana me bhante, kule bhogā. Daḷiddassa kho no tathā sotabbaṃ maññantīti, .

 

“세존이시여, 저는 이 대중을 세존께서 가르쳐주신 네 가지 섭수의 토대로 이 대중을 섭수합니다. 1) 저는 ‘이 사람은 보시를 베풀어 섭수해야 한다.’라고 알면, 그 사람을 보시를 베풀어 섭수합니다. 2) 저는 ‘이 사람은 사랑스런 말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사랑스런 말로 섭수합니다. 3) 저는 ‘이 사람은 도움을 주는 일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도움을 주는 일로 섭수합니다. 4) 저는 ‘이 사람은 동등한 배려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동등한 배려로 섭수합니다.”(A8.24, 전재성님역)

 

초기경전에 실려 있는 사섭법(cattāri saṅgahavatthūni)은 보시(dāna), 사랑스런 말(peyyavajja), 도움을 주는 일(atthacariyā), 동등한 배려(samānattatāya) 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를 한자로 표기하면 보시(布施), 애어(愛語), 이행(利行), 동사(同事)가 됩니다. 사무량심이 개인적 해탈을 중시하는 수행적 측면이 강한것에 비하여, 사섭법은 중생을 이롭게 하는 이타적인 측면이 강합니다. 그런데 대승에서 말하는 사섭법은 이미 초기불교에 있습니다. 앙굿따라니까야에 사섭법이 있습니다.

 

탈역이 발견되었는데

 

사섭법에서 ‘섭수’라는 말은 빠알리어 ‘saṅgaha’를 번역한 말입니다. 빠알리어 saṅgaha’는 영어로 ‘1. treatment; 2. compilation; collection’의 뜻입니다. 치료, 처리, 모음의 뜻입니다. 한자어로 섭취하다 뜻의 ‘섭(摄)’자를 사용합니다. 초불연에서도 “섭수합니다”라 하여 섭수로 번역했습니다.

 

초불연번역을 보면 한 줄이 더 있습니다. 그것은 동사에 이어 “세존이시여, 그리고 저의 집안에는 재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는 그러한 소문이 없음을 그들은 압니다.”(A8.24)라는 구절입니다. 전재성님의 번역에는 보이지 않는 문구입니다. 빠알리 원문을 확인해 보았습니다. 확인해 보니 “saṃvijjanti kho pana me bhante, kule bhogā. Daḷiddassa kho no tathā sotabbaṃ maññantīti”입니다. 한국빠알리 성전협회의 탈역이라 봅니다. 앙굿따라니까야 합본 교정작업 중에 있으므로 이런 사실을 알려 주면 바로 잡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초불연 번역에서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는 그러한 소문이 없음을 그들은 압니다.”라는 문구를 보면 난해합니다. 각주를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초불연 각주를 보면 “가난한 자의 경우 어떠한 것을 보시하거나 줄 수 있는 능력이 없다. 그래서 그들은 가난한 자에게는 그와 같은 소문이 없음을 알지만 내 경우는 소문이 나있다고 안다. 그들은 보시의 교훈에 확고하며 내가 교법을 어기지 않았다고 안다.”(AA.iv.115)라고 주석에 근거하여 설명해 놓았습니다. 세 번역을 비교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Yānimāni bhante, bhagavatā desitāni cattāri saṅgahavatthūni tenāhaṃ imaṃ parisaṃ saṅgaṇhāmi. Ahaṃ bhante, yaṃ jānāmi, 'ayaṃ dānena saṅgahetabbo' ti, taṃ dānena saṅgaṇhāmi. Yaṃ jānāmi 'ayaṃ peyyavajjena saṅgahetabbo' ti taṃ peyyavajjena saṅgaṇhāmi, yaṃ jānāmi 'ayaṃ atthacariyāya saṅgahetabbo' ti taṃ atthacariyāya saṅgaṇhāmi, yaṃ jānāmi 'ayaṃ samānattatāya saṅgahetabbo' ti taṃ samānattatāya saṅgaṇhāmi, saṃvijjanti kho pana me bhante, kule bhogā. Daḷiddassa kho no tathā sotabbaṃ maññantīti

 

“세존이시여, 저는 이 대중을 세존께서 가르쳐주신 네 가지 섭수의 토대로 이 대중을 섭수합니다. 1) 저는 ‘이 사람은 보시를 베풀어 섭수해야 한다.’라고 알면, 그 사람을 보시를 베풀어 섭수합니다. 2) 저는 ‘이 사람은 사랑스런 말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사랑스런 말로 섭수합니다. 3) 저는 ‘이 사람은 도움을 주는 일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도움을 주는 일로 섭수합니다. 4) 저는 ‘이 사람은 동등한 배려로 섭수해야 한다.’ 라고 알면, 그 사람을 동등한 배려로 섭수합니다.”(A8.24, 전재성님역)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네 가지 섭수하는 행위[사섭사]를 설해주셨는데 저는 이것을 통해서 이 큰 회중을 섭수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사람은 보시로써 섭수해야 한다.’라고 알게 되면 저는 보시로써 그를 섭수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사람은 사랑스런 말[애어]로써 섭수해야 한다.’라고 알게 되면 저는 사랑스런 말로써 그를 섭수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사람은 이로운 행위[이행]로써 섭수해야 한다.’라고 알게 되면 저는 이로운 행위로써 그를 섭수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사람은 함께 함[동사]로써 섭수해야 한다.’라고 알게 되면 저는 함께 함으로써 그를 섭수합니다. 세존이시여, 그리고 저의 집안에는 재물이 있습니다. 그리고 가난한 자에게는 그러한 소문이 없음을 그들은 압니다.”(A8.24, 대림스님역)

 

“I do so, Bhante, by the four means of sustaining a favorable relationship taught by the Blessed one.When I know: 'This one is to be sustained by a gift,’I sustain him by a gift. When I know:. ‘This one is to be sustained by endearing speech,’ I sustain him by endearing speech. When I know: “This one is to be sustained by beneficent conduct,’I sustain him by beneficent conduct. When I know: ‘This one is to be sustained by impartiality,’I sustain him by impartiality. There is wealth in my family, Bhante. They don't think they should listen to me as if I were poor.”(A8.24, 빅쿠보디역)

 

 

겸손과 무주상보시

 

앙굿따라니까에는 사섭법이 소개 되어 있습니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보살행에 대한 것이 사실상 초기경전에 근거하고 있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대승불교에서 말하는 보살행은 이미 초기경전에 실려 있습니다. 그것은 섭수라는 뜻의 ‘saṅgaha’로 나타납니다.

 

핫타까 알라바까는 오백명의 대중을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대중들이 그를 따른 것은 다름 아닌 네 가지 섭수법에 따른 것입니다. 대중에게 보시를 베풀고, 사랑스런 말로 대하고, 도움이 되게하고, 무엇 보다 대중을 동등하게 배려했다는 사실입니다. 대중을 차별 없이 대했을 때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사실을 부처님은 알았습니다.

 

핫타까 알라바까는 대중의 지지를 받았습니다. 그에게는 대중들이 따르는 매력이있었던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핫타까 알라바까에게는 여덟 가지 놀랍고 경이로운 원리를 가졌다고 칭찬합니다. 그 여덟 가지는 1)믿음이 있고, 2)계행을 지키고, 3)부끄러움을 알고, 4)창피함을 알고, 5)많이 배우고, 6)관대하고, 7)지혜를 갖추었고, 8)겸손을 갖춘 것이라 했습니다.

 

여덟 가지 항목 중에서 가장 주목하는 것이 ‘겸손’입니다. 이에 대하여 부처님은 “자신에게 착하고 건전한 것들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A8.23)라 했습니다. 핫타까 알라바까는 사섭법을 실천했지만 티내지 않은 것입니다. 대승에서 말하는 무주상보시를 실천한 자라 볼 수 있습니다. 대승보살사상은 초기불교에서 이미 구현되어 있습니다.

 

 

2017-06-18

진흙속의연꽃

 

 

 

 

 

 

 

 

 

 

초기경전에도 사섭법(四攝法)이 있었네!

초기경전에도 사섭법(四攝法)이 있었네! 초기불교를 접하면서 사무량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자어 사무량심은 자애, 연민, 기쁨, 평정을 말합니다. 빠알리어로는 멧따(mettā), 까루나(karuṇ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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