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승경전인『법화경』에 의하면, 인간은 선으로 향하든 악으로 향하든 무한한 가능성을 지니기 때문에, 하나에 집착하는 입장을 고집하여 고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또한 어리석음과 깨달음, 생사와 열반이라는 모순개념은 관념적으로 생각하면 별개이지만, 구체적인 사실로서는 한 가지 것의 양면이다. 이렇기 때문에 번뇌가 바로 보리(菩提)요, 생사가 바로 열반이라는 것이 살아가는 현실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가 바로 일승사상(一乘思想)이다.
일승사상이란 단적으로 말하면 성불을 실현하는 유일하고 구극적인 가르침을 표방하는 사상이다. 이 사상은『법화경』을 통해 표출된 것으로 성문, 독각, 보살이라는 세 가지 입장은(제17문 참조) 보살 또는 부처라는 한 가지 입장으로 귀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불교를 실천하는 데에는 성문승, 독각승, 보살승이라는 3종의 수행방식이 있지만, 구극적으로는 유일한 부처의 입장인 일불승(一佛乘)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설하는 것이다.
그런데 큰 문제라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일승과 삼승의 관계를 해석하는 데에 애매한 면이 있다. 일승이라는 것이 보살승을 가리키는 것이냐, 아니면 부처의 입장인 불승(佛乘)을 가리키느냐 하는 점이다. 물론 종교적 실천에 있어서 보살과 부처를 굳이 구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래서인지 일반적으로 일승이란 불승이라 하면서, 삼승 중의 보살승과 일승을 동일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삼승 중의 하나인 보살승과 불승을 구별함으로써 일승을 강조하는 취의가 확대된다. 역으로 말해서 부처의 입장인 불승을 실현하는 데에는 삼승이라는 다양한 입장이 나름대로의 가치를 지니는 것으로 해석된다.
사실『법화경』에서는 일승에 대하여 구체적으로 설명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경전에서 이를 언급한 의도를 파악하면, 일승이란 가르침은 하나라는 의미로서, 그 근저에는 중생은 모두 부처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있다. 이 인식에 입각하여 '자신도 부처의 아들〔佛子〕'임을 자각하여 수행하라는 것이 일승을 설한 가르침의 의도라고 파악된다. 또 일승은 '모든 사람은 성불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므로, 인간의 본질은 평등하다는 인식에 서 있는 것이다. 따라서 성문, 연각, 보살이라는 삼승의 차별은 이러한 인식을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서 결국은 일승으로 통일되어야 할 입장이다. 일승을 이해하기만 하면 통일은 저절로 이루어져 조화롭게 된다. 삼승이란 일승의 입장에 있는 부처님의 교화를 대비적으로 중요시하기 위해 신앙적 입장에서 상정된 가정적 존재에 불과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법화경』에 의하면 삼승은 사실상 일승 속에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일승사상은 사회에 대한 현실적 적용이 가능하다. 일승사상이 간직한 사회적 의의는 보편성에 입각한 평등과 조화를 중시한 것이라고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일승사상의 형성과정을 통해서도 입증된다.『법화경』에서 부처님은 성문이나 독각의 수행자들도 미래에는 성불할 것이라고 보증한다. 이는 모든 사람에게 부처가 될 가능성(佛性)이 있음을 의미한다. 그 자신도 평범한 인간이었던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그것이 가능하다는 보편성의 실현이며, 이 가능성을 설명하고 제시한 것이 일승사상이다.
한편 이 깨달음을 혼자서만 간직하지 않고 인류에게 설하여 누구에게나 그 길을 연 것은, 부처님의 자비심의 발현으로서 모든 중생의 성불이라는 인간의 평등성을 제창한 것이다. 그가 깨달은 진리의 보편성과 인간 평등에 대한 신념이 일승과 일체중생 성불의 사상으로 표출되었다고 간주된다. 그러나 모든 중생이 성불할 수 있다는 사상은 일승사상과 별개의 것이 아니라, 일승사상 자체 속에 이미 내포되어 있다. 일승이란, 곧 불성(佛性)의 또다른 표현이라고 보는 것이다.
『법화경』을 통해 표현된 일승사상의 저의는 대승과 소승, 또는 삼승으로 상징되는 사회의 분열, 반복, 대립을 해소하여 조화와 평등의 통일된 사회를 실현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삼승으로서 상징되는 각계각층은 버려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일승이라는 이상의 실현을 위해 귀일되어야 할 능력과 가치를 지닌 존재인 것이다.
〔참고문헌〕 高崎直道,『佛敎·イソド思想辭典』(→ 문 13), p. 17.
『講座大乘佛敎』, vol. 4,「法華思想」(→ 문 38), pp. 4∼9.
坂本幸男 編,『法華經の思想と文化』(京都:平樂寺書店, 1965), p. 431.
橫超慧日,『法華思想の硏究』(京都:平樂寺書店, 1975), p. 5.
'법화경 알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관세음보살보문품 (0) | 2022.07.17 |
---|---|
십계호구(十界互具) (0) | 2022.06.19 |
관세음보살님은 왜5_서른세 가지 모습으로 변신할까? (0) | 2022.03.13 |
중생의 괴로움을 없애주는 법화경 (0) | 2022.02.27 |
나무묘법연화경에 의지하라 - 혜성스님 (0) | 2021.1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