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교 Early Buddhism

초기 불교 경전에도 동성애·자살문제 등 언급

수선님 2022. 4. 24. 13:09

초기 불교 경전에도 동성애·자살문제 등 언급

기사입력 2016-08-11 03:00

 

 

 

초기불교 연구의 선구자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 전재성(63)박사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 전재성(63) 박사는 초기 불교의 경전을 우리말로 번역하고 있다. 불교전래 1600년이 넘은 한국에 초기경전이 우리나라 글로 된 것이 없다는 소식에 큰 충격을 받고 인생을 초기경전 번역에 투신했다. 초기경전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른 점 그리고 불교의 변천 과정을 살펴 바른 불교 정신을 알아본다. 팔리어(빠알리어)는 현재는 사용하지 않는 언어지만 스리랑카, 미얀마, 캄보디아 등에서 부처님의 설법을 기록했던 언어다. <편집자 주>

 

 

- 불교와 인연을 맺게 된 동기는

부모님이 북한에서 1.4후퇴 때 거제도로 내려와 열악한 환경에서 자랐다. 4살 때 끓는 물에 빠져 전신화상으로 인해 많은 고통을 당했다. 사춘기 때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인해 많은 방황을 했고 중학교 때 석굴암 부처님을 보면서 불교를 신앙으로 받아들였다. 고등학교 재학시절 잠시 출가를 했다가 자신이 없어 그냥 돌아오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불교를 마음으로 받아들인 것은 대학 졸업 후였다. 서울대 졸업 후 취직도 여의치 않고 몸도 아파 세상을 버리려고 했지만 안양천변에서 명상을 하다가 빛이 온 몸을 감싸고 자신과 세상이 사라지는 종교적 체험을 했다. 종교의 모든 경전을 이해할 수 있는 체험을 통해 불교를 공부하기 위해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 초기경전 번역을 하게 된 동기는

서울대 졸업 후 동국대에서 불교철학으로 석·박사 과정을 마친 후 1982년 독일로 유학을 떠났다. 독일에서 티베트학을 전공했으며 인도 고전어, 힌디어, 산스크리트어, 빠알리어(팔리어) 등 초기불교 경전을 이해할 수 있는 다양한 언어를 공부했다. 독일 유학시절 ‘거지 성자’ 페테 노이야르를 만나 수년간 교류를 했다. ‘집 없이, 돈 없이, 여자 없이’ 수행하는 그를 통해 팔리어로 초기 경전을 들었는데 그의 말이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불교가 전래된 지 1600년이 넘는 우리나라에 초기경전 번역이 없다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이것이 초기 경전 번역에 인생을 걸게 된 동기가 됐다.

 

앙굿따라니까야의 의미를 설명하는 전재성 박사

- 초기경전에 대해 설명하면

빠알리니까야는 스님들을 통해 구전으로 전승되다가 스리랑카 등에 괴질이 발생, 스님들이 사망하자 부처님 말씀이 사라질 것을 염려해 문자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문자로 기록되기 시작한 것은 기원전 50년 내지 1세기로 본다. 초기경전 번역은 독일, 영국 등이 앞섰다. 독어, 영어, 프랑스어 등의 조상 언어가 팔리어였기에 자기네 어원을 연구하려면 팔리어를 알아야 했다. 그래서 독일이 먼저 초기경전 번역에 착수했고 영국은 식민지 국가인 인도, 스리랑카를 다스리기 위해 자연스럽게 팔리어를 연구하면서 초기경전 번역도 같이 했다. 초기경전에는 현재 이슈가 되고 있는 동성애, 자살 등도 언급될 정도로 사회 윤리적으로 참고할 내용이 많다.

 

- 초기경전도 원래 부처님 말씀과 다른 점도 있지 않을까

초기경전 가운데 주석서의 경우에는 후대에 가필된 이야기들이 많이 첨가됐지만 경장이나 율장의 경우 실제 설해진 가르침이 여기저기서 수집된 것들이기 때문에 인도에서는 경장이나 율장은 인도 고대 역사서로 취급되며 고고학적으로도 증명되고 있다.

 

- 번역은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1989년부터 시작했지만 출판비를 구할 수 없어 차일피일 미루다가 주변의 도움으로 1999년 ‘쌍윳따니까야’가 첫 번역 성과물로 세상에 나왔다. 이어 세계 최대 어휘수가 수록된 ‘팔리어-한글’ 사전이 출간됐다. 이어 ‘맛지마니까야’, ‘앙굿따라니까야’, ‘디가니까야’, ‘법구경’, ‘숫타니파타’, ‘우다나’, ‘이띠붓따까’를 펴냈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부처님 당시 비구가 지켜야 할 계율 2백27가지와 비구니가 지켜야 할 계율 3백11가지를 담은 ‘빅쿠 비방가 –율장 비구계’, ‘빅쿠니 비방가-율장 비구니계’ 등을 번역했다. ‘티베트어-한글’ 사전도 출간했다.

 

- 혼자서 번역을 하는 이유는

여러 학자들과 시스템을 갖춰 체계적으로 하려고 몇 번의 시도 끝에, 혼자 하는 것이 지속 가능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았다. 학문적으로 세련된 번역을 위해 인재나 인프라를 갖추기도 어렵고 번역과 출판을 위해 충분한 재정 자립을 할 능력이 안 되기 때문이다. 현재 조계종에서 1년에 3백만원 그리고 주변에서 1천만원 정도 마련해 주는데 이것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어렵게 4~5천만원을 투입해 티베트어 사전을 출판했지만 한 달에 2~3권 나가는 것이 고작이다.

- 스님의 육식에 대한 부처님의 뜻은

초기불교의 교단이 내려오고 있는 남방불교에서는 스님들도 자신들을 위해 일부러 살육한 고기가 아니면 먹을 수 있다. 부처님은 살생 자체를 안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탁발해서 얻은 음식을 가지고 이것은 되고 저것은 안 된다고 하지는 않았다. 신자들이 공양한 것 등은 육식이든 채식이든 먹어도 된다고 했다.

 

- 기복신앙에 대해 설명한다면

모든 종교는 기복신앙이 있다. 그러나 복을 비는 것에도 일정한 원칙이 있다. 조금만 마음을 바꾸면 큰 복을 받을 수 있다. 복을 부르는 수행방법은 자비신앙이다. ‘자’는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우주 끝까지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비’는 모든 사람이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우주 끝까지 전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복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이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자기에게로 돌아온다. 자기 복을 스스로 비는 것은 잘 이뤄지지 않는다. 기복을 버리고 모든 사람이 행복하고 고통을 받지 않게 기도하는 것이 핵심이다. 자기 복을 비는 것은 초기경전과는 정반대다.

초기경전 주석서에 보면 자비심을 무한편만하게 여기는 것이 중요하고, 우주에 자비심이 가득차기를 무한편만하게 펼치는 것이 수행이라고 했다. 기복신앙은 신앙의 본질이 아니다. 복을 받으려면 다른 사람이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야 된다.

 

- 젊은이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은

‘오늘 부처님이 묻는다면’, ‘명상수행의 바다’, ‘생활 속의 수행’, ‘신들과 인간의 스승’ 등 네 권이면 불교의 가치관을 파악할 수 있다. 또 책도 간결하고 심플하게 만들어 보급하고 있다.

 

- 초기불교 윤회의 개념은

원래 윤회는 인과원리의 타당성을 구하기 위해 시공간을 확장할 필요가 생겼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일반적인 윤회는 힌두적인 윤회로 사람의 육신을 벗고 내생에서는 다시 새로운 육신의 옷으로 갈아입고 윤회한다는 식인데, 그것은 일반적으로 기독교나 천주교에서 천국에 태어난다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원래 개체는 없고 다양한 정신 신체적인 과정들의 상호의존적 작용만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비트겐슈타인의 말을 빌면 영혼은 고무줄이 아니라 영혼의 여러(단일한 실체가 없는) 가닥 길고 짧은(무상한) 섬유가 상호의존해 유지되는 노끈이다. 우리는 이러한 노끈으로 윤회하는 것이다.

 

- 초기경전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내용은 어느 철학이나 학문보다 합리적이고 명쾌하다. 불교 신앙인뿐만 아니라 타학문을 연구하는 사람에게도 큰 도움이 된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헤르만 헤세의 작품 ‘데미안’에서 줄탁(새가 알을 깨고 나온다)의 비유를 인용했는데 이 말은 부처님께서 설하신 ‘맛지마니까야’에 수차례 나온다. 즉 헤르만 헤세는 초기경전의 영향을 받았다고 본다.

 

-한국빠알리성전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1997년 부처님께서 사용하신 빠알리어를 보급하고 빠알리 대장경을 번역 보급할 목적으로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빠알리성전협회의 승인을 거쳐 설립했다. 협회에서 발간한 책을 읽고 감동을 받은 독지가들의 후원과 일부 스님들의 도움으로 어려운 고비를 넘기면서 지속적으로 초기경전을 번역해 내고 있다.

남방불교권에 현존하는 빠알리 대장경은 구전 전승돼오다 스리랑카의 바타가마니 왕 당시(기원전 1세기경)에 싱할리 문자로 기록됐다가 미얀마, 태국, 캄보디아 등지에서도 자국의 문자로 옮겨서 보존돼오고 있다. 빠알리 대장경은 부처님이 사용했으리라고 추정되는 인도의 보편어인 팔리어(빠알리어)로 전승돼 온 경전이다. 1600여년의 불교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대승불교의 팔만대장경이 있지만 대장경의 토대가 되는 빠알리 성전에 관해서는 무관심하다. 이러한 번역 사업은 서양보다는 100여년 일본보다는 60여년 뒤쳐졌다. 많은 사람들이 관심과 사랑으로 빠알리 성전 역경 사업에 힘을 보탰으면 한다.

 

 

전재성 박사는 서울대학교 졸업 후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 석·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독일 본 대학의 박사 과정에서 인도학·티베트학을 연구했으며, 독일 본 대학과 쾰른 동아시아 박물관 강사, 동국대 강사, 중앙승가대학 교수, 경전연구소 상임연구원을 역임했다.

한국불교대학(스리랑카 빠알리불교대학 분교) 교수, 충남대 강사, 가산불교문화원 객원교수를 역임했고, 한국빠알리성전협회 회장을 역임하고 있다. 역경불사의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에는 행원문화재단 역경상, 2001년에는 조계종 포교대상 원력상과 뇌허학술상을 수상하고 2003년 그의 ‘마지마니까야’가 대한민국 학술원 우수학술도서로 선정됐다. 역서로는 ‘인도사회와 신불교’, ‘힌두교의 그림언어’, ‘금강경-번개처럼 자르는 지혜의 완성’, ‘붓다의 가르침과 팔정도’, ‘힌두교의 그림언어’, ‘쌍윳따니까야 전집’‚ ‘맛지마니까야 전집’ 등이 있다.

저서로는 ‘빠알리어사전’, ‘기초빠알리문법’, ‘초기불교의 연기사상’, ‘불교교리 문답서’, ‘범어문법학’, ‘천수다라니와 붓다의 가르침’ 등이 있다.

논문으로는 ‘초기불교의 연기성 연구’, ‘중론귀경게무외소연구’, ‘학문범어의 연구’, ‘범파장음성론’, ‘세계의 현존하는 대장경의 문제점과 일상용어로의 번역’ 등 다수가 있다.

정영찬 기자 jknewskr@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