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 20. 열반의 길 ④ 쿠시나가라 - “게으름 피우지 마라” 남기고 열반|

수선님 2023. 2. 19. 13:15

[한국불교의 원류를 찾아서] 20. 열반의 길 ④ 쿠시나가라

“게으름 피우지 마라” 남기고 열반

 

<아잔타 26굴 열반상 >사진설명: 쿠시나가라에 도착한 부처님은 제자들에게 "게으름 피우지 말고 정진하라"는 가르침을 남기고 열반에 들었다. 아잔타석굴 제26굴의 열반상.

열반의 땅 쿠시나가라. 어제 밤(3월22일) 도착했지만, 어둠에 쌓인 열반당을 참배하진 못했다. 오늘 아침(2002년 3월23일) 일어나자마자 참배하고 화질나가르·쿠쿠다 강·히라냐바티 강을 거쳐 다시 열반당에 도착했다. 열반당 주변에 심어진 사라 나무들은 초봄을 맞아 잎을 뿜어내고 있었고 넓은 공터엔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1956년 심은 사라쌍수


부처님이 마지막으로 걸은 길을 따라오는 사이, 우리들 몸은 땀에 절어버렸다. 나무 그늘을 찾아 앉았다. 열반당 앞 정원 여기 저기에 설치된 스프링쿨러들은 쉴새없이 물을 뿜어대고 있었다. 어린아이들이 스프링쿨러에 다가가 얼굴을 씻기도 하고, 물을 먹기도 했다. 바이샬리·춘다 마을 등 먼 길을 지나 이곳 사라 숲에 도착한 부처님의 건강은 어떠했을까.


<마하파리닛바나 숫탄타〉에 의하면 쿠시나가라 외곽의 사라 숲에 도착한 부처님은

“자, 아난아! 이 한 쌍의 사라 나무 사이에 머리가 북쪽이 되도록 침상을 준비하여라. 나는 피로하므로 누워 쉬고 싶다.”고 말했다.

“잘 알았사옵니다. 부처님이시여!” 대답한 아난다 존자(尊者)는 침상을 준비했다.

 

부처님은 오른쪽 허리를 아래로 하고 발은 겹친 채, 사자가 눕는 듯한 모습으로 바르게 누웠다. 그 때 한 쌍의 사라 나무는 제철도 아닌데 갑작스레 온통 꽃을 피웠다. 꽃잎이 부처님의 전신에 한 잎 한 잎 떨어져 공양을 올렸다.


이것을 본 부처님은 아난다 존자에게 말했다.

 

“아난다야! 지금 이렇게 한 쌍의 사라 나무는 제철도 아닌데, 꽃이 피어 여래를 공양하고 있다. 그러나 아난다야! 이러한 일만이 여래를 경애·존경·숭배하며 공양하는 일은 아니다. 비구 비구니 재가 남·여신자 등이 진리와 그것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보다 깊게 여래를 경애·존경·숭배하며, 공양하는 것이 되느니라. 그러므로 아난아! ‘우리들은 진리와 그것에 따라 일어나는 것을 향해 올바르게 행동하며, 진리에 따라 행동하자’고 배워야 한다.”


아난다 존자가 다시 말했다.

“부처님이시여! 입멸하시면 모실 수 없게되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아난다야! 그다지 슬퍼할 것은 없느니라. 나의 사후에도 신앙심 두터운 양가의 자제들은 여래를 기념할 만한 네 곳을 보며, 여래를 생각하고, 세상을 무상하게 여기며, 깊은 종교심을 발로(發露)할 것이니라. 그것은 어떤 장소인가. ‘이곳에서 여래는 태어나셨다’는 여래의 탄생지에서 양가의 아들들은 종교심을 증장(增長)시킬 것이다.


다음으로 ‘이곳에서 여래는 위없는 바른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되셨다’는, 여래가 정각을 얻은 땅에서 양가의 자제들은 깊은 종교심을 느낄 것이다. 물론 ‘이곳에서 여래는 위없는 가르침의 바퀴를 굴리셨다’는, 여래의 최초 설법지에서 양가의 자제들은 신앙심을 돈독히 할 것이며, ‘이곳에서 여래는 남김 없는 완전한 열반의 세계에 드셨다’는, 여래의 입멸지에서 사람들은 깊은 종교심을 느낄 것이다. 아난아! 마음이 청정하고 신앙심이 돈독하여 영지(靈地)를 순례하며 걷는 이는, 죽어 육체가 멸한 후 좋은 것에 태어날 것이다.”


나무 그늘에 앉아 〈마하파리닛바나 숫탄타〉에 나오는 부처님이 직접 4대 성지를 말한 대목을 되새겼다. 일어나 천천히 열반당 주변을 돌았다. 아이들이 따라 오며 이것저것 설명해 준답시고 말을 하는데,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열반당 뒤편의 대반열반탑은 마침 수리 중이었다.


대반열반탑은 수리중

 

<열반당과 사라쌍수 >사진설명: 쿠시나가라 사라쌍수 사이에 있는, 부처님이 열반한 곳에 세워진 열반당.

부처님은 쿠시나가라에서 마지막 제자를 받아들였다. 경전에 의하면, 부처님이 쿠시나가라 사라 숲에 도착했을 즈음, 편력행자 수밧다도 쿠시나가라에 있었다. 그는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처님을 뵙고 싶었다. 아난다 존자를 찾아가 말했다. “오늘 밤 부처님이 입멸할거라는 소식을 들었오. 나에게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부처님을 뵙게 해주시오.” “수밧다여! 그럴 수 없소. 부처님께서는 지금 매우 지쳐 있소. 부디 여래를 괴롭히는 일은 하지 마오.”

 


두 번 세 번 편력행자 수밧다는 간청했다. 아난다 존자는 끝내 거절했다. 말다툼하는 것이 부처님 귀에도 들렸다. “그만두어라, 아난다야! 수밧다를 가로막지 말아라. 수밧다를 안으로 들여보내라. 수밧다가 나에게 묻고자 하는 것은 깨달음을 얻으려는 것이지, 나를 번거롭게 만드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 의문에 따라 내가 설명하는 것을 듣고 수밧다는 빨리 이해할 것이다.” 수밧다는 부처님이 쉬는 곳으로 들어갔다.


부처님 가르침을 들은 수밧다는 “부처님이시여! 참으로 훌륭하십니다. 지금 말씀을 듣고 저는 눈에서 비늘이 떨어진 듯하옵니다.”며 부처님의 마지막 제자가 됐다. 수밧다와의 대화 도중 부처님은 자신의 인생을 게송으로 들려주는데, 가만히 음미하면 저절로 심금(心琴)이 울린다.


스물 아홉의 왕성한 젊음에
집 나와 출가하니 수밧다여!
오로지 선(善)함을 위함이었네.


출가 성취하니 그 날로부터
세월은 빨리 가네 수밧다여!
50여 년의 세월이.


추구하여 노니는 진리의 영역,
그것이야말로 진실한 출가의 길.
이것 떠나서는 사문 아니리.


어디선가 “짹짹”거리는 새 소리가 들렸다. 아난다 존자 스투파를 지나 열반당 오른쪽 옆으로 오니, 두 그루의 사라 나무가 심어져 있다. 1956년 불멸 2500년을 기념해, 부처님이 열반에 들었을 장소에 심은 나무들이다. 수령은 46년. 조금 떨어진 구석에도 사라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다. 새파란 잎을 피워내고 있는 사라나무를 만졌다. 부처님의 입적을 도와준 나무. 때문에 사라수는 보리수와 함께 불교도들에겐 대단히 성스런 나무가 됐다. 사라수 밑에 앉았다. 2546년 전 부처님 입적 당시가 떠올랐다.


“세월은 빨리 가네”


부처님은 아난다에게 말했다. “아난다야! 내가 입멸한 뒤, 너희들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지 모른다. ‘이제는 선사(先師)의 말씀만 남았지 우리들의 큰 스승은 이미 이 세상에 계시지 않는다’고. 그러나 그렇게 생각해서는 안된다. 내가 입멸한 후에 내가 지금까지 너희들에게 설해왔던 법(法)과 율(律), 이것이 너희들의 스승이 될 것이다.”

 

부처님은 이어 비구들에게 말했다. “비구들이여! 만약 너희들 가운데 부처님과 그 가르침·승가에 대해, 혹은 수행의 길이나 방법에 대해 의혹이나 의문이 있는 이가 있다면, 무엇이라도 물어라. 내가 입멸한 다음에 ‘아 한때 부처님께서는 눈앞에 계셔서, 우리들은 직접 물어 의문을 해결할 수 있었는데…’이렇게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사진설명: 열반당 옆 최후설법지에 봉안된 부처님.

두 번 세 번 비구들에게 말했지만, 누구 한 사람 의문을 제기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자 부처님은 마지막 가르침을 설했다.

 

“그럼 비구들이여! 이제 나는 너희들에게 알리겠노라. 만들어진 것은 모두 변해 간다. 게으름 피우지 말고 열심히 정진하여 너희들의 수행을 완성하여라.”

 

부처님이 세상에 남긴 최후의 말이었다. 그리곤 열반에 들었다.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지는 듯했다고 경전은 적고있다. 북받쳐 오르는 슬픔에 겨워 아난다 존자는 시를 읊었다. 부처님 수행에 평생을 바친 사람. 아난다 존자의 시봉이 없었다면 부처님에겐 힘든 일이 더 많았을 지 모른다. 인정 많은 아난다 존자는, 시중꾼으로 그림자처럼 부처님을 따라다녔고, 입멸 당시에도 부처님 곁에 있었다. 불교도들이 아난다 존자를 특히 기리는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그때 어쩐지 두려워
털끝이 곤두섰는데,
만덕(萬德) 구족한 정각자의
몸이 열반하는 때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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