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암(古庵) 스님 법어
연두법어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 중생들의 온갖 번뇌와 망상이 모두 원각묘심(圓覺妙心)에서
일어난다고 하셨다. 번뇌와 망상이 꿈이요 헛것인 줄 알면 곧 거기에서 벗어난 것이니,
다시 방편을 쓸 일이 없다.
또한 그 꿈에서 깨면 깨달은 것이니 거기에는 점수(漸修)도 없다고 하셨다.
이 원각묘심에는 세간법과 출세간법이 두루 갖추어 있으므로 크게 깨달은 성품은 크고
넓어서 허공에도 견줄 수 없다. 하물며 어찌 하늘이 덮으며 땅이 실을 수 있을 것인가?
텅 비어 다함이 없는 체성(體性)이 무량겁을 두고 항상 존재하고 지극히 신령스러워
묘용이 다함 없으며 항하(恒河)의 모래수와 같은 끝없는 세계에 두루 하였다.
우리는 부처님의 자비 광명 속에서 다시 새해를 맞이 하였다. 고인의 말씀에
"오늘 아침 어린이는 한 살이 보태지고 늙은이는 한 살이 줄어들며, 어리고 늙음에
관계없는 이는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하였다. 그럼 늘지고 줄지도 않는 그 놈은
어느 놈인가?
원각 산중에 한 그루의 나무 있으니
천지로 나뉘기 전에 꽃을 피웠네
푸르지도 희지도 검지도 않아
봄바람이나 하늘에도 있지를 않네
올해는 소(牛)의 해이다. '소'의 덕을 본받아 사부대중이 다같이 인심(忍尋)하고 정진
할 것을 당부한다. 그러나 더 긴요한 일은 내 자신의 소를 찾는 일이다. 원각묘심의
문이 있기 때문이다.
정진하라!
불방일(不放逸) 정진하라!
결제법어
상당(上堂)에 염 주장자(柱杖子) 하여 시중운(示衆云)하되 전날 영산회상(靈山會上)에
세존의 염화시중과 같은가 다른가. 자대운(自對云)하되북산에 하운(下雲)하니 남산에
강우(降雨)로다.
-주장삼하(柱杖三下)-
대보적경(大寶積經)에서 불언(佛言) 하시되 타인을 두호(杜護)하고 자신을 불호(不護)
함은 최상이요, 타인을 보호하고 자신을 보호함은 제2요, 자신을 보호하고 타인을
불호함은 제3이며, 자신도 불호하고 타인마저 불호함은 최하니라.
입으로 설하고 신행이 있는 사람은 유뢰유우(有雷有雨)와 같으므로 최상이요, 몸으로
실행하면서 입으로 불설(不設)하는 사라은 유우무뢰(有雨無雷)와 같으니 제2요, 입으로
설하고 몸으로 불행(不行)함은 무뢰유우(無雷有雨)와 같으므로 제3이요, 입으로
설함도 없고 몸으로 행함도 없는 사람은 무뢰무우(無雷無雨)와 같으니 최하라고 하셨다.
사부대중 여러분, 우리는 부처님의 말씀에 의지하여 자신을 지키고 타인을 보호하며, 좋은
말만 하고 바른 행동만 실천 합시다. 육조 스님의 법손인 석두 선사가 시중왈(示衆曰),
"오법(吾法)은 선불(先佛)의 전수라 선정과 해탈을 막론하고 오직 부처의 지견(知見)을
달하여 마음이 곧 부처이면 보리 번뇌와 심(心)과 불(佛)과 중생이 이르은 다르나
체(體)는 곧 하나다. 대중은 당지(當知)하라, 자기 심령은 성품이 본래 티없이 청정하고
다연하며 원만하여 법성(法聖)이 제동(齊同)하고 응용(應用)이 무력하여 심의식(心意識)을
이(離) 함이다. 그러므로 삼계와 육도가 오직 자심소작(自心所作)이요 나툼인 것이기에
수월(水月)과 경상(鏡像)이니 어찌 생멸이 있으리요." 하셨다. 언하(言下)에 알아버리면
통달치 못할 바가 없는 것이다.
사부대중 여러분, 이 말씀이 마음에 계합되면 새로이 결제함이 없이 참학사(參學事)를
마치리라. 만일 그렇지 못하면 오늘 결제하고 구순안거(九旬安居)하되 승속남여
존비귀천(尊卑貴賤)과 이근둔근(利根鈍根)을 차별함이 없이 이토록 고하가 없고
평등한 법, 사람마다 자신의 견문각지(見聞覺知)하는 일물이 시심마(是甚마)(이뭣꼬)?
... 궁구하되 대신심을 발하고 대분지(大奮志)를 내며 대의단(大疑團)을 일으켜
행주좌와(行住坐臥)와 어묵동정(語默動靜)하는데 항상 고요하고 깨끗하게 생각하고,
의심하되 묵마른 자가 물 찾듯이, 배고픈 자가 밥 생각 하듯이 의심하며 주린 고양이가
쥐 잡듯이 간절히 하고 닭이 알 품듯이 간단없게 하여야 한다.
이 공부는 시간도 주처도 없이 하여야 한다. 대중 여러분, 부지런히 궁구하고 반성 합시다.
일호두(一毫頭)에 대범찰(大梵刹)이며 관(寬)하되 관이 아니요, 착(窄)하되 착이 아니다.
염 주장자 운(云)... 회마(會摩)" 산청수유(山靑水流)하며 앵음연어(鶯吟燕語)로다.
주장삼하 편하좌(柱杖三下 便下座)
결제법어
주장자를 일으켜 세우며 이르시되
"아느냐?"
"벽에 틈이 생기면 바람이 일고 마음이 움직이면 마군이 침범한다."
"허공을 다 안으니 내외가 없고 금오(金烏)가 법계에 가득하니 저절로 분명하다.
온 하늘에 문득 몸을 뒤치니 당당한 한 길의 겁외광(劫外光)이로다."
[원각경]에 부처님 이르시기를
"몽환(夢幻)인줄 알면 곧 여윌 것이나 방편 지을 것이 없고, 환(幻)을 여의면 곧
각(覺)이라, 역시 점차가 없더라." 하였다.
이에 황룡사심 선사가 이 말을 들어
"천문만호(千門萬戶)를 일시에 여셨다."고 하였으니
영리한 사람은 이 말을 들으면 훌훌히 일어나 제 길을 갈 것이어니와 만약에 주저하면
그대는 서로 나는 동으로 가리다.
양산 선사가 행각시 동사 선사를 참배 하였을 때에 동사 선사가 묻기를,
"자네는 어느 곳 사람인가?"
양산이 답하되
"광남 사람 입니다." 하니
다시 동사 선사가
"내가 들으니 광남에는 진해 명주가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사실인가 아닌가?"
양산이 답하기를 "사실 입니다."
다시 동사 선사가
"그 구슬이 어떠하던고?"
양산이 답하기를
"흑월(黑月)에는 숨고 백월(白月)에는 곧 나타 납니다."
다시 동사 선사가
"그것을 가지고 왔느냐?"
양산이 답하기를
"예, 가지고 왔습니다."
동사 선사가
"그럼 나에게 바쳐 보아라."
이에 양산이 손을 모으고 앞으로 다가가
"제가 어제 위산에 가서도 이렇게 구슬을 찾음을 당했는데, 그 순간 말로써도 대하지
못했고 이(理)로서도 펴지 못했습니다."하자
동사 선사 이르시기를
"어린 사자가 능히 소리를 잘 지르는구나. 비유컨데 추명충(추螟蟲)이 모기의 눈썹 위에
집을 짓고는 사거리에 서서 소리 지르는데,
"땅은 너르고 사람은 귀하여 만나는 자가 적다." 고 하였다.
원래 묘한 도는 바람이 비어 현묘하니
어찌 일 벌려 망녕되이 사람에게 보이리요
한 생각도 생기기 전에 천득(깨달음)하면
기이한 말과 묘한 구절이 참으로 티끌이 되도다
주장자를 세번 내리시고
닭은 추우면 나무에 오르고
오리는 추우면 물 속에 간다
결제법어
주장자를 일으켜 세우고 말씀 하시되
이 도리는 성인도 아니요 범부도 아니니라
물 들지도 않고 깨끗하지도 아니하여
물을 뿌리나 묻지 않고 바람이 부나 들어가지 않는다.
겁화(劫火. 겁이 멸할 때 일어나는 불)가 타나 항상 스스로 평등하고
허공에 쌓였으나 그 다운데 있도다
한없는 겁이 다 한들 무엇이 섭하리요
겁겁에 서리 바람 뼈에 사무치네.
[반야경]에 부처님께서 "너희들 중생이 무상 정각을 깨닫고자 하는 자는 부지런히
정진하여 깊은 지혜를 밝혀 자각할지니라."고, [법집요송경(法集要誦經)에 부처님께서
"뱃사공은 배를 잘 다스리고 무사는 활을 잘 쏘며, 목수는 재목을 잘 다듬으며,
지혜있는 사람은 본심을 잘 깨달아라."고 하셨다.
이제 구순(旬) 구십일의 동안거에 들어가 참선 참선 정진하는 사람들은 세 가지 요긴한
것을 갖추어야 할 것이니 즉,
첫째 큰 신심을 발하여 9순동안에 해태하이 없이 산과 같이 움직이지 말아야 할 것이요
둘째 큰 분심(憤心)을 일으켜 꼭 이번 동안거 결제에는 불조와 같이 될 것을 맹세할 것이며,
셋째 큰 의심으로서 행하고 머물고 앉고 누우며, 또한 말하고 움직임에 있어 화두를
한결같이 하여 잠자지 않고 밥먹음을 잊는 경계에 도달하면 확연히 본래의 면목을 크게
깨치리라.
밝은 한 물건이 천지를 덮어
내외에 두루 찾아도 코 끝도 보이지 않네
생각하는 뜻이 다 하여도 어지할 수 없구나
그대는 아는가 염화시중을 수긍하지 않는 뜻을.
천리를 바라고자 할진대
다시 한층 높은 누각에 올라갈지니라.
해제법어
강물, 시냇물 여러 곳 물이 흘러 바다로 가면 다 같이 짠 맛이다.
참선하고도 배움은 무엇을 구함인고? 만 가지 반연을 쓸어 버리고 마음 그것 조차
잊어 버리면 산하대지 삼라만상 두두물물이 그대로 천진면목(天眞面目)이다.
달마 조사께서 대중에게 물으시되, "각기 아는 소견을 말해 보아라." 하시니,
도부상인이 말하되, "저의 소견은 문자를 세우지 아니하고 문자를 여의지 아니하므로
도를 삼습니다."
조사 왈, "너는 나의 가죽을 얻었다." 하시고 비구니 총지는 말하되
"경희가 아촉불 국을 본 것과 같이 알았습니다."
조사 말씀하시되, "너는 나의 살을 얻었다." 하시고
도육 수좌는 "저의 견해는 4대가 본래 공하고 오음(五陰)도 없어 일법도 가히 뜻에
부당 합니다."
조사 말씀 하시되, "너는 나의 뼈를 얻었다." 하시ㅕ 최후로 혜가 대사가 나와 삼배의
절을 올리니 "너는 나의 골수를 얻었다." 하시며 가사와 발우를 주시어 법을 전하셨다...
올 여름 제방에서 구순안거 저진하신 스님들과 세상 누구나 본분 참구의 길을 가던
여러분은 각기 머리 돌려 점검하여 보시오.
가죽,살,뼈 소식은 그만두고 삼배전법(三拜傳法)을 어떻게 일러 볼 것인가.
(주장자로 법상을 세번 치고 말씀하시되)
흰 갈매기는 물 위에 놀고
새 기러기는 하늘에서 운다
해제법어
법사에 올라 주장자를 번쩍 드시고 말씀하시다.
"여기에 이르러서는 본래 결제도 없거니 어찌 해제가 있을꼬!"
법상을 세번 치면서 이렇게 말씀 하셨다.
"알겠는가?" 산간에 명월이요, 강상에 청풍이로다. 이제 대중은 90일 동안 참선
학도 하였으니 깨친 바가 무엇인가 한번 일러 보라."
참선 학도 뿐 아니라 일체 중생은 귀천과 노소냠녀와 이둔고하(利鈍高下)의 차별을
막론하고 모두 부처님과 같은 지혜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마음과 부처와 중생은 그 명상(名相)이 다를뿐 근원은 똑 같아서 평등하고
원융하다. 그러나 불조와 선지식과 남자들의 깨치고 증득함에, 더디고 빠르고 어렵고
쉽고 깊고 옅음이 있는 것은 무량겁을 두고 닦고 익혀 온 그 원력과 업력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떤 이는 언하(言下)에 깨치고, 어떤 사람은 회광반조하여 하루 안에
눈을 뜨고, 또 어떤 사람은 며칠 혹은 몇 달 몇 년만에 깨닫게 된다. 그러나 우둔하고
게으른 자는 죽을 때까지도 못 깨친채 금생을 하직하고 만다. 이 어찌 안타깝고 슬픈
일이 아니냐. 금생에 다행히 불법을 만났으면서 닦지 않고 게을리 허송 세월하여
미끄러져 버린다면 다시는 더 붙잡을 기약이 없으리라. 그러니 이번 동안거에도 소식이
없는 이는 해제를 못한 것이다. 발분하고 발분하라. 금생에 이 일을 이루지 못하고
다시 어느 생을 기약할 것인가.
오늘날 우리들은 교단 안팎을 물론 하고 눈 밝은 지혜인을 갈구하고 있다.
용기 있는 선지식을 부르고 있다. 신념있는 행동인을 아쉬워 하고 있다.
어서 나서라, 무엇들을 하고 있느냐. 무명 중생들의 저 구원의 절규가 들리지 않느냐.
묘도진리(妙道眞理)는 역력하고 분명하여 두두물물(頭頭物物)이 그대로 드러났다.
옛 사람은 이같이 읊었느니라.
산하 대지에 내린 한 조각 눈
햇빛이 비추니 자취없이 스러졌네
이로부터는 불조를 의심치 않으니
남북과 동서가 어디 있으랴
주장자를 세우시고 말씀 하시었다.
"여인등산(如人登山)에 각자노력(各自怒力)이니라."
해제법어
주장자를 일으켜 세우고 말씀 하시되
알았느냐?
구름이 깊은 골짜기에 잠기고
햇빛은 맑은 공중에 비치도다
상을 세번 치고 내려 오시다
몇 해를 동서 바다에서 출몰하다가
오늘 배를 돌이켜 본 고향에 돌아 왔도다
이 기쁨이야 형연할 수 없구나
미소를 짓고 서로 만나는 손과 주인의 따뜻한 정을.
삼순(三旬)기간 중 일체의 외출을 금하고 삼요(三要)를 주안으로 하여, 화두를 들고
정진하신 전국 선원의 수좌 스님들. 그 절언 절려(絶言絶慮)하고 심행처멸(心行處滅)한
경지를 얻었으면 곧 실 사회에 나가 널리 중생 제도의 봉화가 되어야 할 것이며,
혹은 아직도 미진한 바가 있으면 다음 안거 시에는 꼭 얻어야 하겠다는 자세를
새롭게 가다듬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하여 해제하는 동안 신체를 단련하고 호연한
기상을 길러 다음 정진의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하겠다.
그리고 보면 공부하는 사람은 결제와 해제가 따로 없이 모름지기
행주좌와 어묵동정(行住坐臥 語默動靜) 그 어느 것 하나 정진에서 이탈됨이 없어야
하겠다.
결제 동안에 드는 화두 밖에도 해제 동안 만행에서 보고 듣는 수수산산 두두물물
(水水山山 頭頭物物)이 그대로 곧 법신이요, 법음의 화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백옥의 구슬이 둥글고 밝아
도처에 나타나니 광채가 찬란하도다
움지여 쓰고 뒤집어 일으킴에 값 칠 수 없는 보배
그대는 알지어다 이 이로운 것이 간단없음을.
주장자를 일으켜 세우고 말씀하시되
알았느냐?
세계는 한가지 봄이라 만유가 다 화합하도다
상(床)을 세번 치고 내려 오시다.
[출처] 고암(古庵) 스님 법어|작성자 실론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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