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세월 토굴에서 홀로 정진하다 보면 때때로 반복되는 일상에 무기력해지거나 게으름이 생길 수 있다. 용맹심을 내어 정진하고자 하나 타성에 빠져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망상에 허우적거릴 때가 많다. 경책해 줄 도반도 없는 상태에서 경전이나 조사 스님들의 가르침은 더 없는 도반이 되고 스승이 된다. 그리하여 나는 정진 중 경을 보거나 어록을 읽을 때, 내 수행에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공책에 옮겨 적어 두는 습관이 있다. 공부에 도움이 되고자 했던 것이다. 불교의 경전은 넓고 크다. 그것을 다 읽기는 어려운 일이다. 일찍이 한용운 스님은 대장경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옮겨 ‘불교대전’이라는 이름으로 출간했고, 그것을 이원섭 시인이 한글로 풀어 낸 명작이 있다. 가히 대장경의 축소판이라고 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