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 13

무시무종(無始無終)

무시무종(無始無終) 시작과 끝은 다르지 않다. 시작과 끝은 같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생각을 일으켜 경계를 짓고 시작과 끝의 두 모양을 지으니 현상에 집착하여 온갖 고뇌를 일으킨다. 한 생각 쉬어지니 경계가 사라지고 모양이 없으니 집착할 바 없구나 팔만 사천 온갖 번뇌 본래 없어라 과거는 이미 흘러가 없고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아 없어라 현재는 다만 한 순간 순간이니 무엇을 집착하고 무엇을 두려워하랴 과거에 집착하고 미래를 걱정하는 사람 생각에 사로잡혀 생각에 빠졌구나 꿈속에서 사는 사람일뿐 다만 현재에 집중하라 깨어있어라 순간 순간 깨어있는 사람 보살이라네 잘못한 줄 알아서 곧 뉘우치고 틀린 줄 알아서 곧 고치며 모르면 물어서 알아보는 사람 천하 누구도 그를 어쩌지 못하리 날이면 날마다 언제 어디서나 ..

인과이야기 2024.01.14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함께 사는 법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작용하는 심리가 있습니다. 누군가를 처음 만날 때 우리는 '상대와 나는 다르다'는 전제로 시작합니다. 그래서 처음엔 경계하고 탐색해요.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나누다 공통점을 하나둘 발견하면 "나하고 생각이 같네" "나하고 고향이 같네" "나하고 생각이 같네" 하면서 반가워하고 금방 친해지지요. 그래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애인이 되기도 하고, 동료가 되기도 합니다. 그렇게 일단 가까워지면 '서로 다르다'는 전제가 '우리는 같다'는 전제로 바뀝니다. 그러면 비로소 관계가 단단해진 것 같지만 사실 그때부터 갈등이 시작됩니다. 상대가 나와 같다고 생각했는데 지내보니 아니거든요. 성격이나 생각은 물론 입맛까지도 다 다른 걸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변한 게 아니예요. 내가 그 사람..

생활속의 불교 2023.04.30

[법륜스님] 스승은 내가 만든다

스승은 내가 만든다 스승은 내 어리석음을 깨우쳐 주고자 많은 가르침을 베푼다. 그러나 어리석은 제자는 1년이 지나도 2년이 지나도 '나는 아직 배운 게 없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믿는 마음이 있을 때 비로소 스승도 있다. 마조스님은 좌선해서 어떻게 성불하느냐는 스승의 질문을 받고 자기 생각에 모순이 있음을 깨달았다. 꼭 대단한 능력이 있어야만 스승이 되는게 아니다. 내가 그를 믿으면 그는 곧 내 스승이 된다. 나무토막도 굳은 믿음으로 대하면 부처가 될 수 있고, 아무리 훌륭한 분이라도 내가 믿는 마음을 일으키지 못하면 그는 나에게 아무 능력도 영험도 없는 존재일 뿐이다. 나무로 만든 불상도 내가 부처님 앞에 서 있듯 진실한 마음을 내면 영험이 생기거늘, 하물며 사람 앞에서 지극하게 내 마음을 돌이킨다면..

선지식 2023.04.23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인연과보(因緣果報) 차이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인연과보(因緣果報) 차이 법륜 스님 ‘인과응보(因果應報)’와 ‘인연과보(因緣果報)’는 다르다. 인과응보라는 건 나쁜 짓을 하면 그에 따라서 벌을 받고, 좋은 일을 하면 그에 따라서 복을 받는다는 건데, 인과응보는 불교사상이 아니에요. 모든 원시종교의 기본사상이에요. 그것은 기독교 안에도 있고, 불교 안에도 있고, 힌두교 안에도 있고, 전통신앙에도 있어요. 모든 종교에 다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인과응보’는 나쁜 짓을 하면 벌을 받고, 좋은 일하면 복을 받는다는 거예요. 그래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결국 해피엔딩(happy ending), 즉 행복한 결과를 맞게 된다는 거지요. 그것은 어떤 원리냐? 인간사회에는 나쁜 짓을 했는데도 죽을 때까지 권력을 잡고, 부자로 떵떵거리며 오래 ..

인과이야기 2022.10.23

원효(元曉) 대사의 깨달음 - 법륜 스님

원효(元曉) 대사의 깨달음 법륜 스님 원효(元曉)는 신라 귀족 출신이다. 신라는 제일 높은 계급이 왕족이고 육부 촌장들의 후예인 귀족, 평민, 하인(천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천민이 집단적으로 모여 사는 곳을 ‘부곡’, ‘소’라고 부른다. 원효는 왕족이 아니라 귀족이다. 신라시대에는 고위직은 왕족이 모두 차지했다. 그래서 귀족인 6두품은 일정한 지위 이상 요즘으로 말하면 장관 차관 자리는 오르지 못했다. 그런 한계가 있었다. 부처님도 왕족이지만 인도는 브라만, 크샤트리아, 바이샤, 수드라의 4계급으로 구성 되어있고 왕족은 인도에서는 두 번째 계급인 크샤트리아였다. 어느 사회에서든 위대한 선각자는 두 번째 계급에서 생긴다. 최고 계급은 기득권에 빠져서 사물의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더 하층 계급은 사는 게..

선지식 2022.08.14

깨달음에 대한 환상 - 법륜스님

'깨달음에 대한 환상' '깨달음이란 무엇일까?' '깨달음이란 어떤 것일까?' 모든 사람들이 참으로 궁금해 하는 문제일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깨달음에 대한 일종의 환상에 사로잡혀 있는듯합니다. 깨달음이라는 것은 '이러해야 한다', '내가 알 수 없는 그 엄청난 무엇일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깨달음에 대한 환상을 더해 가고 있는듯합니다. 깨달음과 자기 자신과의 사이를 너무 멀리 잡고 있는 느낌이 듭니다. 깨달음은 그 어떤 특정한 근기의 사람들의 전유물이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은 깨달음에 대해 관심은 있지만 '내 문제'라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심지어 수행자라고 자부하는 이들마저도 '이번 생에는 복이나 짓고 그러다보면 다음 생 언젠가 깨칠 날이 있겠지' 하고 멀찌감치 거리..

선지식 2022.05.08

운명을 바꾸어 잘 사는 비결

운명을 바꾸어 잘 사는 비결 업보는 소멸해 가는 것이고 운명은 개척해 가는 것이다. 법구경에 “모든 과보는 자기가 지어서 자기가 받는다."고 하였다. 악한 업보를 피하기 위해 하늘로 올라가거나 땅 속으로 숨는다 해서 면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좋은 업보라 하여 새로이 닦은 바 없이 받고 싶어도 오는 것이 아니다. 인과응보는 불변의 진리요 우주의 이치이므로 뿌린대로 거두고 자신이 행한대로 받는 만유공동의 법칙이다. 그러나 인과응보의 법칙은 불변이지만 자기의 노력하기에 따라서 점차 악업에서 벗어나 선업으로 개선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선업을 지었어도 악업을 다시 짓게되면 선업이 빨리 소멸되어 나쁜 과보를 받게되므로 사람의 업보와 운명은 결국 자신이 하기에 달려있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아함경]에 다음과..

인과이야기 2022.04.24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

-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 - 인생을 살다보면 수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집니다. 그럴 때 좋아하는 사람과 만나는 인연이면 문제될 게 없습니다. ​또 싫어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인연일 때에도 아무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과 헤어지거나, 싫어하는 사람과 만나는 인연이 되면 괴로워집니다. 부처님께서는 인생의 괴로움을 8만4천 번뇌망상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은 인간의 번뇌가 헤아릴 수 없이 많다는 뜻입니다. ​그것을 줄여서 백팔번뇌(百八煩惱)라고도 하고 더 줄여 팔고(八苦)라고도 하는데, 그 여덟 가지 괴로움 가운데 애별리고(愛別離苦)와 원증회고(怨憎會苦)가 있습니다. 애별리고란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고, 원증회고란 미운 사람과 만나는 고통입니다. 사랑하는데도 헤어질 수..

법문과 수행 2022.02.06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습니다. 【질문】 직장에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아주 꼴 보기 싫은 사람이 있는데요. 처음에는 이해해 보려고 노력도 하고, 충돌하지 않으려고 피해도 보고 했는데, 결국 충돌하고 말았어요. 그런데 그 이후로는 일을 해도 계속 부정적인 답변만 돌아오고, 그래서 미워하는 마음이 끝도 없이 커져요. 먹는 것도 보기 싫고, 생긴 것도 마음에 안 들고 정말 다 싫어요. 그런데 저를 돌아보니까. 그동안 제가 사람을 싫어하게 될 때는 이와 비슷한 경로로 싫어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사람들을 싫어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이나 싫어하더라도 티를 안 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좀 알고 싶어요. 【법륜 스님】 그렇게 누구를 미워하면 그 사람이 괴롭습니까? 자기가 괴롭습니까? (제가 괴롭죠.) 그런데..

법문과 수행 2022.01.09

내 것이라는 착각 - 법륜 스님

●내 것이라고 할 것이 없다● 부처님의 전생 설화에 선혜 동자 이야기가 나옵니다. 선혜 동자는 집이 아주 부유했는데, 그 재산을 모으기 위해 조상 7대로 알뜰하게 살았습니다. 또한 남의 눈에 눈물을 흘리게 하면서 재산을 모았습니다. 그렇게 모았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 동전 한 잎 못 가져가는 모습을 보고 선혜 동자는 깨닫습니다. ​ ‘이것이 정말 내 것이라면 동전 한 잎은 가져가야 할 것 아닌가. 그런데도 하나도 가져가지 못하는 걸 보니 이건 정말 내 것이 아니구나’​ ​ 내 것이 아닌 것에 평생을 매달려 산다는 것은 마치 꿈속을 평생 헤매면서 살아가는 것과 같다고 깨달은 것입니다. 그래서 재물을 모두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도록 하고, 본인은 진리를 찾아 집을 떠납니다. 이런 모습은 석가모니 부처..

생활속의 불교 2021.1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