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215

빨리어·산스끄리뜨어 문헌 번역과 영향 / 이필원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들어가는 말 오늘날 한국에서 불교나 인도철학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빨리어나 산스끄리뜨어를 번역한 경전이나 문헌을 한 번쯤 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번역출판물을 본 것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다. 한국은 조선시대를 거쳐 일제강점기, 그리고 6·25 전쟁이라는 역사적 흐름 속에서 서구의 여러 나라들과 일본과는 달리 근대적 학문을 늦게 발전시키게 된다. 이렇게 보면 원전에 대한 이해가 많이 늦을 것 같은데, 생각보다는 이른 시기에 빨리어 경전이나 범어 경전에 대한 이해가 형성되었음을 알게 된다. 1938년에 발간된 《불교사(佛敎社)》(新版)에는 윈터니츠(Winternitz) 교수의 〈원시불교(原始佛敎)에서의 아(我)와 무아(無我)〉라는 논문이 ..

불교관련 2023.10.08

우리말 대장경 번역의 현황과 문제 / 명법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서론 2000년대 이후 불교 관련 지식의 폭발적인 증가는 그동안 한국불교에서 한역경전이 차지했던 절대적인 위상의 약화와 더불어 새로운 불교 지식의 창조와 확장, 종교 경험의 변화 등 불교계 지형에 중요한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특히 산스끄리뜨어, 빨리어, 티베트어 등 새로운 원전 언어들을 번역한 번역서의 유통은 주목할 만한데, “사유의 과제가 번역의 과제”라는 하이데거의 지적처럼 새로운 번역본의 유통은 한국불교의 지식 지평을 확장하는 동시에 새로운 불교를 창조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 한편, 한문경전의 지위 약화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구태의연한 우리말 번역이 한 몫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말 대장경은 그 완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바로 재번역의 필요성이 제기될 정도..

불교관련 2023.10.08

『육조단경』, 혜능 어록, 광덕 역주, 불광출판사(2008)

육조단경 인도에서 석가로부터 시작된 불교는 중국의 전통사상인 유교와 도교의 개념으로 중국에 수용[격의불교(格義佛敎)]되어 중국화의 길을 걷는다. 인도에서 중국으로 건너와 중국 선종(禪宗)의 초조(初祖)가 된 보리달마(菩提達磨, 527~536)[남인도 출신의 승려로, 인도 불교의 제28대 조사(祖師)이자 선종의 창시자]로부터 제6조인 혜능(六祖慧能, 638~713)과 후대 조사들이 남긴 어록은 한국, 일본 등 동아시아 불교의 주류를 형성하여 불교의 참 정신을 찬란하게 꽃피운다. ​ 그 가운데 『육조단경(六祖壇經)』[원제는 『육조대사법보단경(六祖大師法寶壇經)』. 이하 『단경』으로 칭함]은 어록임에도 ‘경(經)’의 지위를 획득할 만큼 동아시아 불교에서 절대적 지위를 갖는다. “사람의 본성이 곧 부처다”라는 혜..

불교관련 2023.10.08

서양의 불교경전 번역과 역사 / 황순일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서언 서양의 불교경전 번역의 역사는 빨리경전협회(Pali Text Society)의 역사와 함께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1800년대 중반부터 유진 브르느프에 의해 《법화경》과 같은 대승경전이 번역되기도 했고, 막스 뮬러에 의해 동방성서(The Sacred Books of the East)의 일부로서 불교경전들이 번역되기는 했지만, 빨리경전협회의 경우와 같이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특정한 부파의 전체 경전을 로마자로 출판하고 번역하는 사업을 진행한 예는 서구에서 전례가 없었다. 영국이 서양에서 테라와다(Theravāda)로 알려진 남방불교 경전 번역사업의 중심에 서게 된 배경에는 영국의 아시아 식민지 경영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빨리경전협회가 창립된 1881년은 영국의..

불교관련 2023.09.29

일본불교의 대장경 간행과 번역 과정 / 윤기엽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일본은 서기 770년경 백만탑다라니(百萬塔陀羅尼)를 제작하여 최고의 목판 인쇄물을 보유하였지만, 방대한 양의 대장경(大藏經, 또는 一切經)은 오랫동안 간행하지 못했다. 부분적인 경전은 간행했지만, 삼장(三藏)을 갖춘 대장경을 갖게 된 것은 17세기 에도(江戶) 시대에 접어들어서였다. 이후 일본은 근대 시기에 들어와 여러 차례에 걸쳐 대장경을 편찬, 간행하면서, 일본 국내는 물론이고 동아시아 불교계 전체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였다. 그 파장이 정상적이었든 때로는 굴절되었든, 동아시아 문화권 전체에 던져진 파급효과는 결코 녹록지 않았다. 이 때문에 현시점에서 우리가 일본의 대장경을 주목할 필요성과 의의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일본의 대장경은 에도 시대의 천해판(天海版)과 황벽판..

불교관련 2023.09.29

천태사상의 역사와 전통

지관 수행론의 고찰을 중심으로 -- 목 차 -- Ⅰ 지관 수행의 전통 Ⅱ 중국 천태종 Ⅲ 한국의 천태 사상 Ⅳ 일본에서의 천태교 - 참고문헌 - 천태의 사상은 중국 불교 교학에 있어서 화엄 사상과 함께 양대 산맥을 이룬다고 볼 수 있다. 천태의 사상은 훌륭한 교학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지·관 수행론을 통하여 선수행이론도 완성시켰다고 볼 수 있겠다. 따라서 본 논문은 천태의 지·관 수행론을 중심으로 그 역사적 전통과 이론적 발전에 대해서 중심으로 살펴 보도록 하겠다. 또한 중국의 천태 사상 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에 전파된 천태 이론에 대해서도 살펴 보도록 하겠다. 이러한 천태에 관한 연구는 인도의 불교가 어떻게 중국을 거쳐서 한국 불교를 형성하였..

불교 2023.09.24

중국불교 역경시스템과 현대적 적용 / 강경구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들어가는 말 2001년 318권 한글대장경의 완간은 한국불교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지표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것은 불교의 전래(384년 마라난타)로부터 1,600여 년, 고려대장경의 완간(1251년)으로부터 700여 년, 한글 번역사업이 시작된 때(1461년 간경도감)로부터 500여 년, 한글대장경 번역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때(1964년 동국역경원)로부터 37년이 걸린 장구한 시도와 좌절과 성취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역경(譯經=逆境)의 대장정을 거쳐 한글대장경 완간이라는 형식적 목적지에 도달한 이제 그것의 내용적 목적이라 할 불교의 대중적 전파와 불교의 발전에 소기의 역할을 다할 수 있게 되었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불교..

불교관련 2023.09.24

왜 지금 경전 번역을 말해야 하는가 / 석길암

특집 | 불교경전의 번역과 유통 1. 들어가는 말 경전의 번역은 왜 중요할까? 또 나아가서 경전의 번역은 불교의 역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본 글은 이 두 가지에 대한 필자 나름의 해명을 시도한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난관에 부딪혔다는 것을 실토해야겠다. 중국불교를 말하면서 불전 번역의 사례를 다루고, 불전 번역과 그에 따른 후속 작업들이 역사와 문화적으로 어떠한 파급효과를 초래했는지 하는 부분은 몰라도 ‘왜 번역되어야 하는가’ 그리고 ‘번역 자체는 불교의 역사에서 어떠한 의미를 지니는가’ 하는 점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해보지 않았다는 생각이 번뜻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 글의 첫 번째 단락에서는 ‘왜 번역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를 전법이라는 부분을 초점으로 삼아 다루었다. 동의하지 않..

불교관련 2023.09.24

불교이해로 인생을 주인공으로 사는 법 : 이중표 교수

붓다의 깨달음의 핵심인 연기법은 모든 고통과 갈등의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연기법이란 ‘이것이 있으면 저것이 있다’고 표현되지만,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다. 모든 것을 이것 아니면 저것, 나와 너, 자아와 세계로 분리해서 사고하는 인간의 착오를 깨뜨려 세상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관계의 논리로 설파한 것이다. 이중표 교수가 최근 양자역학 책을 번역한 것도 모든 것은 앞에서 진행되어온 원인의 결과일 뿐이라는 자연과학의 결정론을 최첨단 양자역학이 뒤집고 있기 때문이다. 양자역학은 같은 대상도 인식에 따라 입자도 파동도 될 수 있다는 ‘일체유심조’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그는 “이 세상과 나도 신이 만들었거나, 신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부속물이 아니다.”라고 한다. 마음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상대도 사..

불교관련 2023.09.10

하이데거, 무 그리고 불교 / 박진영

박진영 미국 아메리칸 대학 철학과 교수 1. 들어가는 말 “도대체 왜 무(無, Nichts)가 아니고 존재자(Seiendes)가 존재하는가?” 마르틴 하이데거(Martin Heidegger, 1889∼1971)는 그의 저서 《형이상학입문(Einfu쮐rung in die Metaphysik, 1935)》 첫머리에서 묻는다.1) 하이데거에게 이 질문은 ‘모든 질문 중 첫 번째’의 질문이며, ‘형이상학의 근본적 질문’이다. 따라서 하이데거는 말한다. “무가 아닌 모든 것이 이 질문에 포함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무 그 자체도. 그것은 무가 존재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중략) 무가 존재(ist)하기 때문이다.”2) ‘존재자’와 무의 ‘존재’를 구분함으로써 하이데거는 무에 대한 자신의 논의를 근본 존재론의 범위 ..

불교관련 2023.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