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즉상입(相卽相入)
상즉상입相卽相入이란 말은 상즉과 상입의 합성어로 불교 화엄사상의 주요 개념이다.
간단히 말하면 , 상즉相卽은 겉으로 보기에는 별개의 사물 같지만 그 본체는 하나라는 것이고, 상입相入이란 말은 사물이 서로 융합한다는 뜻이다. 상즉의 ‘즉卽’ 자는 ‘바로 그 자리에 나아가다’ 란 뜻이니, 상즉은 서로가 바로 상대방의 자리에 나아간다는 뜻이다. 한말로 하면 양자가 서로 같다는 말이다. 즉 두 가지 사물이 서로 달라 보이지만 그 본체에서는 서로 하나의 관계에 있는 것이란 뜻이다. 파도는 물이며, 물은 파도라고 하는 것과 같은 관계를 이른다. 번뇌가 곧 보리라는 말이나 중생이 곧 부처라는 말도 모두 상즉을 나타낸 말이다.
다시 말하면 상입은 모든 사물은 수많은 요소들이 인연에 의하여 상호 의존하여 성립되어 있다는 것이고, 상즉은 그렇기 때문에 이것과 저것을 서로 분별하지 않는다는 지혜를 가리킨다.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의 시, 순수를 꿈꾸며Auguries of Innocence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한 알의 모래알에서 우주를 보고 To see a World in a grain of sand
한 송이 들꽃 속에서 천국을 본다 And a Heaven in a wild flower
손바닥 안에 무한을 검어 쥐고 Hold Infinity in the palm of your hand
순간 속에서 영원을 붙잡는다 And Eternity in an hour
의상대사의 법성게法性偈에도 이와 비슷한 내용이 있다.
하나의 티끌에 온 우주가 들어있고 一微塵中含十方
찰나의 한 생각이 끝이 없는 영겁이라 一念卽是無量劫
송나라 뇌암정수雷庵正受가 편찬한, 선종의 일화집인 "가태보등록嘉泰普燈錄"에도 “좁쌀 한 알에 세계가 들어 있고, 반 되들이 냄비 안에 산천이 끓는다.[一粒粟中藏世界 半升鏜內煮山川]”는 말이 있다.
블레이크는 하나의 모래가 곧 세계요, 한 순간이 곧 영원이라 하였고, 의상은 하나의 티끌이 곧 우주요, 찰라가 곧 영겁이라 하였다. 개별자는 보편자이면서 개별자라는 뜻이다. 개체이되 개체가 아닌 전체로 융합되는 것이다.
그래서 의상은 법의 성품은 원융하여 두 모양이 없다 하였고[法性圓融無二相], 하나 속에 모두가 있고 많음 속에 하나가 있으며[一中一切多中一], 하나가 곧 모두이고 많은 것이 곧 하나라 [一卽一切多卽一]고 하였다.
베이징의 나비가 날개짓을 한 것이 뉴욕에서 폭풍이 된다는 이른바 나비 효과라는 말이 있다. 결과적으로 나비의 날개에서 일어난 바람이 곧 태풍이라는 말이 된다. 곧 나비의 날개짓으로 일어난 바람과 태풍의 바람이 둘이 아닌 하나다. 물이 곧 파도요 파도가 곧 물이다. 그 근원은 하나인데 분별하여 둘로 다르게 보아서 다를 뿐이다. 분별하지 않고 보는 지혜가 상즉이다.
종이는 펄프로 만드는데, 펄프는 나무에서 나오고, 나무는 흙과 물과 공기와 태양 등 수많은 요소의 인因과 연緣으로 되어 있다. 또 종이는 여러 종류의 기계와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서 만들어진다. 이렇게 계속 확대해 나가면, 종이 속에는 이러한 수많은 요소들, 즉 우주의 모든 요소가 그 속에 들어가 있다. 곧 상입하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A와 B가 별개의 사물 같지만 실상은 이 양자가 독자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존하는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 것이다. 너와 내가 둘이 아니라 사실은 하나이며, 삶과 죽음이 둘이 아닌 하나인 것이다.
이와 같이 세상 만물은 상즉상입하고 있다. 그러므로 내가 곧 너고, 들꽃이 곧 우주다. 상즉상입이란 우주의 삼라만상이 겉으로는 서로 대립되어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상호 융합하여 작용해, 서로가 한량없이 밀접한 인연관계를 맺고 존재한다는 의미다.
♣ 상즉과 상입의 관계를 체(體)와 용(用)의 관계로 보면, 체의 입장에서 보면 상즉이고, 용의 입장에서 보면 상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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