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그 때 세존께서 라열성(羅閱城)으로 가셔서 여름 안거[夏坐]를 지내려고 하였다. 사리불(舍利弗)과 천 2백 50명의 제자들도 라열성으로 가서 여름 안거를 지내려고 하였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건련은 여름 안거를 마치고는 장차 열반에 들게 되어 있었다.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과 사리불·목건련을 데리고 라열성의 가란다죽원에에서 여름 안거를 지내셨다.
그 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지금 1,250명의 제자들이 너희들을 위해 여기서 여름 안거를 마쳤다. 그런데 사리불과 목건련은 이제 곧 열반하게 되어 있다. 어떠냐? 사리불아, 그대는 비구들을 위해 묘(妙)한 법을 설명해줄 수 있겠느냐? 나는 지금 등이 아파 조금 쉬고자 한다."
사리불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 때 세존께서 몸소 승가리(僧伽利)를 접어놓고 오른쪽 옆구리를 땅에 대고 누워 두 다리를 서로 포개고 생각을 매어 밝은 데 두었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처음에 계(戒)를 받고 반 달이 지나 4변재(辯才)를 증득하였고 그 이치를 완전히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이제 그 이치를 분별하여 설명해주어서 그대들로 하여금 알 수 있게 하겠소.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시오."
모든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때 비구들은 사리불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어떤 것이 그 4변재인가? 내가 증득한 4변재는, 첫째가 의변(義辯)이니, 나는 이로 말미암아 법변(法辯)을 증득하였고, 이 법변으로 말미암아 응변(應辯)을 증득하였으며, 응변으로 말미암아 자변(自辯)을 증득하였습니다. 내가 이제 그 이치를 자세히 해설하리니, 만일 사부대중들 중에 의심나는 사람이 있거든 내가 살아 있는 동안 그 뜻을 물으십시오.
또 여러분이 만일 4(禪)에 대해서 의심이 있거나 4(等心)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물으십시오. 내가 설명해주겠습니다.
또 여러분이 만일 4의단(意斷), 4신족(神足), 4의지(意止), 4성제(聖諦)에 대해서 의심이 있으면 내게 그 뜻을 물으시오. 내가 그것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만일 지금 묻지 않으면 후회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또 나에게는 지금 세존(世尊)·무소착(無所着)·등정각(等正覺)이 가지고 계신 심오한 법과 행하신 일들이 있소. 내게 그 이치를 물으시오. 내가 설명해 주리니 뒷날 후회하지 말도록 하시오."
이 때 존자 대목건련은 때가 되어 가사를 입고 발우를 가지고 라열성에 들어가 걸식(乞食)하려 하였다. 그 때 지팡이를 짚고 다니는 범지(梵志)들이 멀리서 목련이 오는 것을 보고 저희들끼리 수군거렸다.
'저 사람은 사문 구담(瞿曇)의 제자 중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이다. 우리들은 저 사람을 에워싸고 때려죽이자.'
그들은 곧 그를 둘러싸고 저마다 기왓장과 돌로 죽도록 때려 쓰러지게 만들고 그대로 버려 둔 채 떠나갔다.
목건련은 온 몸의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지고 심한 고통이 이루 다 말할 수 없었다. 이 때 대목건련이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범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때려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지게 해 놓고는 나를 버려 둔 채 떠나가 버렸다. 지금 나는 온 몸이 아프지 않은 곳이 없고 매우 고통스러워 동산으로 돌아갈 기운조차 없다. 내 이제 신통의 힘을 이용해서 정사(精舍)로 돌아가리라.'
그는 곧 신통을 부려 정사로 돌아가 사리불을 찾아가서 한쪽에 앉아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저 지팡이를 집고 다니는 범지들이 나를 에워싸고 때려서 이렇게 뼈와 살이 모두 문드러졌습니다. 온 몸의 고통을 실로 견딜 수 없습니다. 나는 이제 반열반(般涅槃)에 들고 싶어 당신에게 하직인사를 하러 왔습니다."
그 때 사리불이 말하였다.
"당신은 세존의 제자들 중에서 신통이 제일이요 큰 위력(威力)이 있는데, 왜 그 신통력으로 그 일을 피하지 않았습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내가 본래 지은 업은 매우 깊고 무겁소. 그 과보를 받기 위해 끝내 피하지 않았습니다. 공중에서 그 과보를 받는 것은 옳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온몸의 고통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당신에게 와서 하직인사를 하고 저 반열반에 들려고 합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모든 비구와 비구니들이 4신족(神足)을 닦고 그 이치를 자세히 설명하는데, 그 사람은 자기의 생각에 겁(劫) 동안 머무르고 싶으면 그 겁이 지나도록 열반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당신은 왜 그 겁 동안 머무르지 않고 반열반(般涅槃)을 하려고 합니까?"
목건련이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사리불이여. 여래께서도 말씀하시기를 '만일 비구와 비구니로서 4신족을 닦은 사람은 목숨을 겁(劫) 동안 머무르게 하려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다만 여래께서 겁을 머무르게 하여 머물러 계실 수만 있으시겠다면 나도 겁 동안 머무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여래께서는 오래지 않아 반열반에 드실 것입니다. 중생들은 수명(壽命)이 매우 짧습니다. 또 나는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내 몸에 고통이 너무 심해 반열반에 들고만 싶습니다."
사리불이 목련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잠깐만 기다리시오. 내가 지금 먼저 멸도(滅度 : 涅槃)에 들겠습니다."
그 때 목련은 잠자코 대답하지 않았다.
이 때 사리불이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멸도에 들고 싶습니다. 바라건대 허락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잠자코 대답하지 않으셨다. 그 때 사리불이 두 번 세 번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지금 바로 열반에 들고 싶습니다."
이 때 세존께서 사리불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왜 1겁을 머무르게 하여 1겁을 더 지내지 않는가?"
이 때 사리불이 세존께 아뢰었다.
"저는 친히 세존께 들었고 또 직접 스스로 받들어 받았습니다.
'중생들은 받은 목숨이 매우 짧아 한껏 살아도 백 년을 지나지 못한다. 중생들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마땅히 여래의 목숨도 짧은 것이다.'
만일 장차 여래께서 1겁 동안 목숨을 머물러 계신다고 하신다면 저도 마땅히 1겁 동안 목숨을 머무르도록 하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사리불의 말과 같이 중생들의 목숨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목숨도 짧다. 그러나 또 이런 일은 의논해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과거 머나먼 아승기겁(阿僧祇劫)에 선념서원(善念誓願) 여래(如來)·지진(至眞)·등정각(等正覺)께
서 세간에 출현하셨다. 그 때에는 사람의 목숨이 8만 살로서 중간에 요절(夭折)해 죽는 이가 하나도 없었다.
그 선념서원 여래께서 성불(成佛)하실 때를 당하여 그 날로 한량없이 많은 부처를 변화로 만들었고,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켰는데, 3승(乘)의 행(行)에 있으면서 물러나지 않는 자리[不退轉地]에 머무르는 이도 있었고, 다시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켜 네 족성(族姓)의 집안에 있는 이들도 있었으며, 또 한량없이 많은 중생들을 성취시켜 사천왕궁(四天王宮)·염천(艶天)·도술천(兜術天)·화자재천(化自在天)·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범가이천(梵迦夷天)·욕천(欲天)·색천(色天)·무색천(無色天)에 있게 하고는 바로 그 날로 무여열반(無餘涅槃) 세계에서 반열반(般涅槃)하셨다. 그런데 지금 사리불께서는 말하기를 '중생들의 수명이 짧기 때문에 여래의 수명도 짧다'고 하였다. 어떤가? 사리불아, 또 그대는 말하기를 '여래께서 장차 1겁을 머무르게 하여 1겁 동안을 더 지내신다면, 나도 꼭 1겁 동안 더 머무르게 하여 1겁 동안을 더 지낼 것입니다'라고 하였다.
그러나 또 중생들은 여래의 수명이 길고 짧은 것을 알지 못한다. 사리불아, 마땅히 알아야만 한다. 여래에게는 네 가지 불가사의(不可思議)한 일이 있다. 그 일은 소승(小乘)으로서는 알 수 없는 것이다. 어떤 것을 네 가지라고 하는가? 세계(世界)의 불가사의와 중생들의 불가사의와 용(龍)의 불가사의와 불토(佛土) 경계(境界)의 불가사의이다. 사리불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불가사의라고 하느니라."
사리불이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네 가지 불가사의한 일이 있습니다. 세계(世界)·중생(衆生)·용궁(龍宮)·불토(佛土)는 진실로 불가사의한 일입니다. 그러나 오랜 세월 동안 항상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석가문(釋迦文) 부처님께서는 마침내 1겁도 더 머무르게 하시지 않으실 것이다.'
또 모든 하늘들이 저의 처소에 이르러 저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석가문 부처님께서는 세간에 오래 머무르시지 않는다. 나이 80이 가까웠다. 그러나 지금 세존께서는 오래지 않아 분명히 열반에 드실 것이다.'
그러니 저는 지금 세존께서 반열반에 드시는 것을 차마 뵈올 수가 없습니다. 또 저는 친히 여래에게서 이런 말씀을 들었습니다.
'과거·미래·현재의 모든 부처님의 가장 우두머리 제자가 먼저 반열반에 든 뒤에 부처님께서도 반열반에 들 것이다. 또 최후의 제자가 먼저 반열반에 든 뒤에 머지 않아 세존께서도 반열반에 드실 것이다.'
오직 바라건대 세존께서는 제가 멸도에 드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 때이니라."
사리불은 곧 여래의 앞에 앉아 몸과 마음을 바르게 가지고 생각을 매어 앞에 두고는 첫 번째 선정[初禪]에 들었다.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고,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었다. 또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또 공처(空處)·식처(識處)·불용처(不用處)·유상무상처(有想無想處)에 들어가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멸진정(滅盡定)에 들어갔다.
다시 멸진정에서 일어나 유상무상처에 들어갔고, 유상무상처에서 일어나 불용처·식처·공처에 들어갔으며, 공처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첫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다시 첫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두 번째 선정에 들어갔고, 두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세 번째 선정에 들어갔으며, 세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네 번째 선정에 들어갔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이 네 번째 선정에서 일어나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이것을 사자분신삼매(師子奮迅三昧)라고 한다."
이 때 모든 비구들은 일찍이 없었던 일에 대하여 찬탄하였다.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별한 일이다. 존자 사리불이 삼매(三昧)에 드는 것이 저처럼 빠르구나."
그 때 사리불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물러나 떠나갔다.
그 때를 당하여 모든 비구들은 사리불의 뒤를 따랐다. 그 때 사리불은 뒤를 돌아보면서 말하였다.
"여러분은 제각기 갈 곳으로 가십시오."
많은 비구들이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존자 사리불을 공양하고 싶습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여러분, 그만 두시오. 제발 그만 두시오. 그것으로써 이미 공양은 끝났소. 내게는 사미(沙彌)가 있습니다. 그 사미가 나에게 공양할 것입니다. 그대들은 각각 있던 곳으로 돌아가 도로써 교화하기를 생각하고 범행(梵行)을 잘 닦아 괴로움의 끝까지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시오. 여래께서 세간에 나오시는 것을 만나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모처럼 나오시기 때문입니다. 비유하면 마치 우담발화(優曇鉢華)가 모처럼 피는 것처럼, 여래의 출현도 그와 같아서 억(億) 겁만에야 한 번씩 나오십니다. 또 사람의 몸을 받아 태어나기도 어렵고 믿음을 성취하는 것도 어려우며, 출가하여 여래의 법을 배우려고 하는 것도 어렵고, 모든 행(行)을 아주 없애기도 또한 어렵습니다. 애욕(愛欲)을 남김 없이 아주 없애면 그것이 멸진열반(滅盡涅槃)입니다.
지금 여기 여래께서 말씀하신 네 가지 법의 본말(本末)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모든 행은 무상(無常)한 것이다.'
이것이 첫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행은 괴롭다.'
이것이 두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모든 행에는 나라는 것이 없다.'
이것이 세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열반은 영원히 고요한 것이다.'
이것이 네 번째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여러분, 이것을 일러 네 가지 법의 본말로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합니다."
이 때 비구들은 모두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지금 사리불의 멸도가 어찌 이다지 빠르단 말인가?"
그 때 존자 사리불이 모든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그만두시오, 제발 그만 두시오. 여러분, 제발 근심하지 마시오. 변하고 바뀌는 법은 아무리 변하고 바뀌지 않게 하려고 해도 그 일은 되지 않는 것입니다. 저 수미산왕(須彌山王)도 오히려 무상한 것이어서 변하거든 하물며 겨자씨 같은 몸을 가진 이 사리불 비구가 어떻게 이 근심을 면할 수 있겠습니까? 여래의 금강(金剛) 같은 몸으로도 머지 않아 반열반에 들겠거늘, 하물며 내 몸이겠습니까? 그러니 그대들은 각각 법다운 행을 닦아 괴로움의 끝까지 완전히 벗어나도록 하십시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정사에 돌아가 가사와 발우를 두고 죽원(竹園)을 나가 본래 출생지(出生地)인 자신이 살았던 고장을 향해 떠나갔다. 이 때 존자 사리불은 걸식을 하면서 점점 마수국(摩瘦國)에 이르렀다. 그 때 존자 사리불은 그의 출생지인 마수국 본 고장에서 노닐다가 몸에 병이 들어 고통이 심하였다. 그 때 그에게는 오직 균두(均頭)13)라는 사미만이 있어 그의 공양을 보살폈는데, 우선 눈에 보이는 더러운 것을 받아 치우고 깨끗한 것을 공급하곤 하였다.
이 때 석제환인(釋帝桓因)은 사리불이 마음에 생각하고 있는 것을 알았다. 마치 역사(力士)가 팔을 굽혔다 펴는 아주 짧은 시간에 삼십삼천(三十三天)에서 내려와 사리불이 머물고 있는 정사에 나타나서 머리를 조아려 그의 발에 예를 올리고 다시 두 손으로 사리불의 발을 어루만지면서 자기의 성명을 일컫고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천왕(天王) 제석(帝釋)입니다."
사리불이 말하였다.
"통쾌합니다, 천제시여. 수명이 무궁하십니다."
석제환인이 대답하였다.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께 공양하려고 합니다."
13) 또는 균제(均提)로 쓰기도 한다. 즉 마하균두(摩訶均頭, Maha-cunda)를 말하며, 번역하여 대수단(大瘦短)이라고 한다. 사리불(舍利弗)의 시자(侍者)로 7세에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고 한다.
그 때 사리불이 말하였다.
"그만 두시오, 제발 그만 두시오. 천제시여, 그것으로써 공양은 이미 끝났습니다. 모든 하늘이 다 청정하고 아수륜(阿須輪)·용(龍)·귀신(鬼神)과 하늘의 무리들이 다 청정합니다. 나에게는 사미가 있어서 충분히 심부름을 해주고 있습니다."
그 때 석제환인이 두 번 세 번 사리불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복업(福業)을 짓고 싶습니다. 내 소원을 거절하지 마십시오. 나는 지금 존자 사리불께 공양하려고 합니다."
이 때 사리불은 잠자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 때 석제환인은 몸소 똥을 받아내면서 괴로움을 꺼려하지 않았다.
이 때 존자 사리불은 그 밤으로 반열반에 들어갔다. 그 때 이 땅덩이는 여섯 번 진동(震動)하면서 큰 소리를 내고 온갖 하늘의 꽃이 비처럼 내리며 온갖 창기(倡伎)들이 온갖 하늘 풍류를 연주하고 모든 하늘들은 허공(虛空)을 막았다. 신묘(神妙)한 모든 하늘들은 구모두화(拘牟頭華)를 뿌리고, 혹은 전단(?檀) 가루향을 그 위에 뿌렸다. 그 때 사리불이 이미 멸도(滅度)에 들자, 모든 하늘들은 다 공중에서 슬피 울부짖으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허공의 욕천(欲天)·색천(色天)·무색천(無色天)들은 모두 함께 눈물을 흘렸다. 마치 봄날 가랑비[細雨]가 화창(和暢)하게 내리는 것처럼, 그 때도 그러하여 '지금 존자 사리불의 반열반이 어이 이다지도 빠르단 말인가?'라고 하였다.
그 때 석제환인은 온갖 향(香)을 모두 모아 존자 사리불의 몸을 화장[耶維]하고 갖가지로 공양한 다음 그의 사리(舍利)와 의발(衣鉢)을 거두어 균두 사미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이것이 바로 네 스승님의 사리와 의발이다. 가지고 가서 세존께 올려라. 그리고 나서 이런 사실을 세존께 갖추어 아뢰어라. 만일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곧 그대로 받들어 행하라."
그러자 균두가 대답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구익(拘翼)이시여."
그 때 균두 사미는 가사와 발우와 사리를 가지고 아난의 처소를 찾아가서 아난에게 아뢰었다.
"저의 스승님이 돌아가셨습니다. 지금 그 사리와 의발을 가지고 와서 세존께 올리려고 합니다."
그 때 아난은 그것을 보고 나서 곧 눈물을 떨구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도 오너라. 우리 함께 세존께 가서 이 사실을 아뢰고 만일 세존께서 무슨 말씀이 계시거든 우리들이 그대로 받들어 행하자."
균두가 말하였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존자여."
아난은 균두 사미를 데리고 세존의 처소를 찾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아뢰었다.
"이 균두 사미가 저에게 와서 말하였습니다.
'내 스승님은 이미 멸도하셨습니다. 지금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와서 여래께 올리려고 합니다.'
저는 오늘 마음이 괴롭고 정신이 아찔하여 동서(東西)를 분별하지 못하겠습니다. 존자 사리불이 반열반하셨다는 말을 듣고 나니 마음이 아프고 슬퍼져서 견딜 수 없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난아. 사리불 비구는 계(戒)를 잘 지키던 몸으로 반열반하였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아니옵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어떠냐? 아난아. 사리불 비구는 선정의 몸[定身]·지혜의 몸[慧身]·해탈의 몸[解脫身]·해탈지견의 몸[解脫知見身]으로 반열반하였느냐?"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리불 비구는 계의 몸[戒身]·선정의 몸·지혜의 몸·해탈의 몸·해탈지견의 몸으로써 멸도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사리불 비구는 항상 교화하기를 기뻐하고 설법하기를 좋아하여 만족할 줄을 몰라했고, 모든 비구들을 가르치고 훈계하기에 또한 만족할 줄을 몰라했습니다. 저는 지금 저 사리불의 너무나 많고 깊은 은혜를 생각하고 슬퍼하였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만 두어라. 이제 그만 두어라, 아난아. 근심하지 말아라. 무상한 것을 영원히 보존하려고 해도 그 일은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무릇 생(生)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기 때문이다. 어떠냐? 아난아. 과거의 모든 부처님들께서도 다 멸도하시지 않았느냐? 비유하면 마치 등불 심지에 기름이 다하면 등불은 곧 꺼지고 마는 것처럼, 보장(寶藏)·정광(定光) 두 여래로부터 지금의 일곱 부처와 그 제자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그와 같이 벽지불(?支佛)인 심제(審諦)·고칭(高稱)·원문(遠聞)·니차우니(尼嗟優尼)·반차가라(般遮伽羅)·우반가라(優般伽羅) 등 그 많은 벽지불들도 다 멸도하지 않았느냐? 이 겁초(劫初)에는 큰 나라 성왕(聖王)의 이름을 선열마하제바(善悅摩訶提婆)라고 하였다. 이와 같은 전륜성왕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 모두 다 반열반하지 않았느냐?"
그 때 세존께서 곧 이 게송을 말씀하셨다.
일체의 행은 덧없는 것이어서
한 번 나면 반드시 죽음이 있나니
나지도 않고 또 죽지도 않는
그 멸도(滅度)가 으뜸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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