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사위국 기수급고독원에 계셨다.
그 때 파사닉왕(波斯匿王)이 이른 아침에 네 종류의 군사를 거느리고 보배 깃털로 장식한 수레를 타고 세존께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를 올리고 한쪽에 앉았다.
그 때 세존께서 대왕에게 물으셨다.
"대왕이시여, 어디서 오시기에 그렇게 먼지를 뒤집어 쓰고 네 종류의 군사를 모았습니까? 무슨 일이 있습니까?"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지금 이 나라에 큰 도적이 일어났기 때문에 어제 밤중에 군사를 일으켜 그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래서 몸이 매우 피곤하여 바로 궁(宮)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도중에서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나는 여래를 먼저 찾아가 뵙고 그 다음에 궁전으로 돌아가자.'
이러한 인연 때문에 자나깨나 편치 못하였더니, 지금은 도적을 쳐부순 공로(功勞)가 있어서 너무도 기뻐 어쩔 줄을 몰라 일부러 이렇게 와서 뵈옵는 것입니다. 만일 내가 어젯밤에 군사를 일으키지 않았더라면 도적을 잡지 못했을 것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대왕이시여, 대왕의 말과 같습니다. 왕은 마땅히 알아야만 합니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 있습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기름과 소(?)를 마시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쓴 약을 마시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살림살이와 혼인을 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대왕이시여, 이것을 일러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그 때 파사닉왕이 세존께 아뢰었다.
"세존의 말씀은 참으로 옳으신 말씀입니다.
그런 네 가지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습니다. 왜냐 하오면 나는 오늘 그 네 가지 일을 손바닥 위에 있는 구슬 보듯이 환히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것들입니다."
그 때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미묘한 법을 설하시어 기쁜 마음을 내게 하셨다. 왕은 설법을 듣고 나서 세존께 아뢰었다.
"나라 일이 너무 많아 돌아가고자 하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그 때를 알아야만 할 것입니다."
그 때 파사닉왕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조아려 세존의 발에 예를 올리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 곧 물러갔다.
왕이 떠난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아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일이 있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 범행을 닦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 경문(經文)을 외우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 선정(禪定)을 닦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 들이쉬는 숨과 내쉬는 숨을 헤아리는 일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겁다.
비구들아, 이 네 가지 일을 실천하는 것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것이니라.
또 만일 어떤 비구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네 가지 법을 행하면 그는 틀림없이 사문(沙門)으로서 뒷날에 즐거운 과보(果報)를 얻을 것이다.
어떤 것이 그 네 가지인가?
만일 어떤 비구가 이 법을 부지런히 닦아 탐욕과 같은 나쁜 법을 없애고 기쁘고 편안함을 생각해 가지고 마음이 첫 번째 선정에 놀면, 이것은 사문의 첫 번째 즐거움이다.
또 거친 관찰[覺]과 세밀한 관찰[觀]이 있고 안으로 기쁜 마음이 있으면서 전일하고 정밀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닦아서 거친 관찰과 세밀한 관찰이 다 없어지고 기쁘고 편안함을 생각해 가져서 두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의 두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아무런 생각도 다 없어지고 보호하는 데에 마음이 놀아서, 항상 스스로 몸의 즐거움을 깨달아 알고, 모든 성현들이 바라는 바 생각의 즐거움을 잘 보호하여 세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이 얻는 세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괴로움과 즐거움이 이미 다하고 본래 있던 근심과 슬픔도 없어지며, 괴로움도 없고 즐거움도 없이 생각의 깨끗함을 보호하여 네 번째 선정에 마음이 놀면, 이것을 일러 사문의 네 번째 즐거움이라고 하느니라.
또 어떤 비구가 만약 먼저 이 괴로운 행(行)을 행하고 뒤에 사문의 네 가지 즐거운 과보를 얻으면, 3결(結)의 그물을 끊고 수다원의 물러나지 않는 법을 이루어 반드시 멸도(滅度 : 涅槃)에 이르게 되느니라.
비구들아, 만일 이 3결(結)을 끊고 음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엷어지면, 사다함을 이루어 이 세상에 한 번 와서 반드시 괴로움을 벗어나게 될 것이다.
또 비구들아,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5하분결(下分結)을 끊으면 아나함을 이루고 거기에서 열반에 들어가 다시는 이 세상에 오지 않느니라.
또 비구들아, 만일 다시 어떤 비구가 번뇌[有漏]가 다하고 번뇌가 없게 되어, 마음이 해탈하고 지혜로 해탈하면, 현재 세계에서 진리를 몸소 증득하여 스스로 즐겁게 노닐게 된다. 그리하여 나고 죽음이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다 마쳐 다시는 태(胎)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사실 그대로 다 아느니라.
이것이 저 비구들이 수행해야 할 먼저 괴로운 법을 닦아 뒤에 얻는 사문 4과(果)의 즐거움이니라. 그러므로 모든 비구들아, 너희들은 마땅히 방편을 구하여 저 먼저는 괴로우나 뒤에는 즐거운 법을 성취하도록 해야 하느니라. 모든 비구들아, 꼭 이와 같이 공부해야 하느니라."
그 때 모든 비구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기뻐하며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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