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스님들 이야기

[스크랩] 부처의 자리, 마왕의 궁전

수선님 2018. 1. 28. 13:11

 

一念善心生 佛坐魔王殿 一念惡心生 魔王踞佛殿 善惡兩相忘 磨佛何處現 魔不到處 衆生日用而不知 佛不到處 諸聖隨綠而不會 畢竟是箇什 孤輪獨照江山靜 自笑一聲天地驚 - 西山大師

 

한 생각 착한 마음 나면

부처가 마왕의 집에 앉는다

한 생각 악한 마음 나면

마왕이 부처의 집에 걸터앉는다

 

착하고 악함을 다 잊으면

마왕과 부처가 어느 곳에 나타날꼬?

이(), 악마가 이르지 못하는 곳을

중생은 날마다 쓰면서 모른다

 

부처가 이르지 못하는 곳에

모든 성인이 인연 따르는 것을 알지 못하니

필경 이것이 무엇인고?

외로운 달, 홀로 비쳐 강산이 고요한데

스스로 웃는 한 소리에 천지가 놀라는구나

 

착한 마음이든 악한 마음이든 그 마음이 나오는 곳은 하나입니다. 악한 마음 나오는 곳 따로 있고 착한 마음 나오는 곳이 따로 잇다면, 악한 마음이 나오는 곳을 없애 버리면 그만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착한 마음이 한곳을 차지하면 그때는 부처님 집, 즉 법당이 되고, 악한 마음이 차지하면 금새 마왕의 집이 됩니다. 선과 악의 마음에 따라 수시로 주인이 바뀌는 것이 우리 몸인 것입니다.

 

<주역(周易)>에 "백성들은 도를 나날이 쓰면서도 모른다"라는 구절이 있듯, 불경에도 "중생들에게는 모두 불성이 있는데도 자신은 알지 못한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스스로 모르기에 선과 악이 자꾸만 번갈아 생겨나지만 확연히 본인의 성품을 깨달으면 선과 악이 나올 곳이 없는 청장한 곳이 바로 그곳이며, 악마가 결코 이르지 못할 곳이 그곳임을 알게 됩니다. 다시 말해 선과 악이 나오는 그 자리도 알고 보니 가짜요 그림자요 허깨비더라는 말입니다.

 

마왕도 부처도 모두 상대적이니, 이 둘이 이르지 못하는 곳을 찾아나섭시다! 날마다 쓰면서도 모른다니, 정녕 그곳은 어디일까요?

 

이정우 「길을 묻는 그대에게 」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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