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문화』 3,4월~5,6월호 연재>
미얀마 파욱 사야도가 지도하시는
호흡관(ānāpānasati) 수행법 (1)
일중(一中) 스님
인도 델리대학교 불교학과 박사과정
희망에 부풀었던 21세기의 새 출발은 전쟁, 테러 등 여러 정치적인 문제들과 자연 재난 등으로 심하게 얼룩지고 말았지만, 한편으론 다행스럽게도 이 지구 땅에는 또한 ‘수행과 명상(meditation)’이라는 새로운 봄의 기류가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 특정한 소수의 사람들만 수행해왔다면,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수행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른바 ‘수행의 보편화’ 시대가 진행되고 있다. 그래서 불자들이나 수행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남방 수행법’ 하면 바로 ‘위빠사나’ 라고 익숙하게 알고 계신다. 그러나 남방불교 수행법은 위빠사나 수행만 있는 것이 아니라, 사마타 수행(samatha-bhāvanā)과 위빠사나 수행(vipassanā- bhāvanā), 두 가지가 있다. 이번에 필자는 이 글에서 위빠사나 수행보다는 사마타 수행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특히 미얀마의 파욱 센터에 계시는 파욱 사야도가 지도하시는 사마타로서의 호흡관 수행법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다룰 것이다.
지난해 11월 30일 <근본불교 수행도량 홍원사>에서는 호흡관(ānāpānasati) 수행을 주제로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진 국제 세미나가 개최되었다. 그 때 파욱 사야도가 오셔서 호흡관 수행에 대한 특별법문을 해주시고, 4일간 사마타 수행으로서의 호흡관 수행을 해보는 집중코스도 있었다. 매일 저녁마다 법문과 함께 질의응답 시간이 있었으며, 낮에는 사야도와 함께 수행도 하고 개개인의 수행을 점검하는 인터뷰도 있었다. 이 글은 사야도의 세미나 법문, 4일간의 저녁법문 그리고 몇 권의 책과 2차 자료들을 참고하면서, 사야도가 지도하시는 사마타 수행으로서의 호흡관에 대해서 정리할 것이다. 그럼 먼저 파욱 사야도가 어떤 분인지 간략히 알아보기로 하겠다.
사마타 수행의 큰 스승, 파욱 사야도(Pa Auk Sayadaw)
미얀마의 남부도시, 몰라민에는 파욱(Pa-Auk) 숲속 센터가 있다. 드넓은 산자락을 의지하여 수행센터가 자리 잡고 있는데, 가운데 계곡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큰 선실과 후원, 비구스님들과 남자 수행자들의 거처가 있고, 계곡의 오른쪽에는 틸라신(사미니 스님들)과 여자 수행자들의 거처가 있다. 그리고 산 위쪽으로 올라가면 집중수행에 전념하는 소수의 외국인 비구스님들과 남자 수행자들이 머무는 별도의 꾸띠들이 있는데, 바로 그곳에 파욱 사야도, 아친나(Achinna) 스님이 주석하고 계신다.
김 재성 선생이 쓴 <세계의 수행자-미얀마 파욱 사야도>라는 법보신문의 기사(797호)에 의하면, “파욱 사야도(1934- )는 10세에 출가하여 ‘아친나’라는 법명으로 사미가 되었고, 20세에 비구계를 받았다. 사원의 전통교육을 받으면서 고급빨리 시험에 통과하고, 1956년에는 사설법사 시험에 합격하여 법사(Sasanadhajasiripavara-dhammācariya)가 되었다. 1964년에는 마하시 센터에서 마하시 사야도와 우 빤디따 사야도의 지도 아래 위빠사나 수행을 했으며, 같은 해에 사야도는 숲 속에 들어가 수행을 했다. 그러다 1966년에는 탄린 사야도(Than lyin Sayadaw)로부터 6개월 반 동안 4대 관찰 수행을 지도받았고, 쉐테인도 사야도(Shwe thein daw Sayadaw)로부터 3개월 반 동안 입출식념(호흡관) 수행을 지도받았다. 현재의 파욱 숲 속 센터에 정착하기 전에 3-4 곳의 숲 속 수행처에서 집중 수행을 하였다. 그러다가 1981년 파욱 센터의 2대 주지스님이었던 악가빤냐(Aggapanna) 스님이 입적하시면서 이 수행처를 아친나 스님이 맡아서 지도하라는 유언을 하셨다. 그 이후 아친나 스님은 현재까지 24년 동안 파욱 센터에서 경전 연구와 수행지도를 해오고 있다.” ‘파욱 사야도’라는 호칭은 파욱 센터에 계시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사야도의 이러한 수행 이력과 해박한 교학의 지식을 바탕으로 순수 위빠사나 수행이 주류를 이루는 미얀마에서 사마타 수행 전통을 되살렸고, 이 수행을 체계적으로 지도하는 분으로 미얀마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만이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는 물론이고 미국 등지에서도 집중수행을 지도하고 계신다. 사야도가 가르치는 수행법들의 문헌적 근거는 빨리 초기경전과 『청정도론(淸淨道論)』 그리고 아비담마 문헌들이다.” 『청정도론』의 선정 편에 언급된 40여 가지의 사마타 수행 대부분을 실제로 수행자들에게 지도하시는 것으로 봐도, 사야도는 확실히 사마타 수행의 대가이자 큰 스승이라고 할 수 있겠다. 뿐만 아니라 사마타 수행부터 시작하여 위빠사나 수행 그리고 도(道)와 과(果)를 얻어 수다원이 되기까지, 수행의 전 과정을 아주 심도 있고 체계적으로 지도하신다.
파욱 사야도가 지도하시는 주요 수행법
사야도가 가르치시는 수행법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사마타 수행으로서의 호흡관(ānāpānasati) 수행법이고,
둘째는 사마타 수행으로서의 4가지 보호수행법이 있으며,
셋째는 4대 수행으로 시작하는 위빠사나 수행이 있다.
이 세 가지 수행법에서 호흡관은 사야도가 수행자들에게 삼매와 선정을 개발하게 하는데 주로 이용하는 수행주제이다. 수행자가 일정기간 센터에서 머물며 호흡관 수행을 하면, 니밋따(nimitta, 心象, 혹은 表象)가 뜨면서 초선을 비롯한 4선정을 얻게 된다. 만약 수행자가 호흡관으로 4선정에 도달하고, 선정에 대한 5가지 자유자재함을 숙달했으며 삼매로 인해 얻어진 빛이 밝게 빛날 때, 수행자가 원한다면 거기서 바로 위빠사나 수행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렇지 않다면 거기서 더 몸의 32부분에 대한 수행, 백골관, 색깔 까시나(kasina) 수행 등으로 무색계 4선정을 얻게 하는 사마타 수행을 하게 한다고 무념스님이 번역한 『사마타 그리고 위빠사나』는 밝히고 있다.
그 다음 호흡관이나 흰색 까시나로 얻어진 선정의 빛을 바탕으로 자비희사 4무량심과 불수념(佛隨念), 죽음에 대해 명상하는 사념(死念), 그리고 부정관 등을 수행하게 한다. 이 4 가지는 수행자가 여러 가지 위험요소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주고 보호해주기 때문에, 보호 수행법이라고 한다. 수행자가 위빠사나 본수행으로 들어가기 전에 닦아야 할 가치 있는 수행이라고 한다.
그 다음은 사마타 수행으로 얻은 선정의 집중력을 바탕으로 4대 수행을 통한 위빠사나를 시작한다. 본격적인 위빠사나 수행에 앞서 두 단계를 거친다고 지산스님이 <한별심리연구소>에서 발표했던 글(2004)은 밝히고 있는데, 사야도가 지도하는 위빠사나 수행에 대해 독자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자세히 인용해보고자 한다.
... 첫 번째가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궁극적 실재를 분별 확인하는 단계이고, 두 번째가 12연기의 관찰을 통해 모든 현상의 인과를 살펴보는 단계이다. 이 두 단계가 파욱 센터에서의 수행을 다른 순수 위빠사나 수행과 구별 짓는 깊이 있는 수행이라고 한다.
첫 번째 단계에서 몸을 대상으로 지수화풍 4대를 관찰함으로써 물질을 이루는 극미 요소인 깔라빠(kalāpa)를 확인한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깔라빠를 구성하는 기본요소인 지수화풍 4대와 색깔, 냄새, 맛, 영양소와 부차적 요소인 감성물질 요소, 성(性) 요소, 심장 토대 요소들까지 확인한다. 이 단계까지 확인해야만 물질의 궁극적 실재를 본 것이고, 그래야만 제대로 위빠사나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한다. 깔라빠의 요소들을 확인한 다음에는 한 깔라빠가 생멸할 때, 17번 생멸한다는 심찰라를 확인한다. 또한 낱낱의 마음(心)과 마음부수(心所)들의 생멸을 확인한다. 이 단계까지 봐야만 정신의 궁극적 실재를 본 것이라고 한다. 이렇게 낱낱이 깔라빠의 생멸과 심찰라의 생멸을 보아야만 진정한 위빠사나 수행이 가능하다는 취지이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자신의 기억을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 어느 시점에 작용했던 마음상태에서의 마음부수들과 대상을 확인하는 훈련을 반복하며, 점점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서 금생의 첫 순간, 전생의 마지막 순간의 마음 작용과 대상을 확인함으로써 전생의 어떤 업으로 인해 금생에 이런 상태로 태어나게 되었는지를 확인한다. 말하자면 12연기를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단계인데, 이러한 과정들이 다른 순수 위빠사나 수행으로는 접근하기 어려운 과정이며, 그러기 위해서 선정을 통한 강한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이 두 과정이 보통 위빠사나 16단계 지혜의 과정에서 첫 번째와 두 번째에 해당되는 단계인데, 세 번째 단계부터가 본격적인 위빠사나 수행으로 깔라빠의 생멸과 심찰라의 생멸을 대상으로 무상 고 무아의 삼 특성 관찰을 시작한다. 그 뒤로 위빠사나 지혜가 계속 진전되어 11번째 단계인 ‘현상에 대한 평등의 지혜’에 이르게 되고, 여기에서 관찰을 깊게 해나가면 마침내 모든 현상의 소멸을 체험하면서 열반을 증득하기에 이른다.
대개의 경우 처음 열반을 증득하기 전에 수행자는 색계 초선에 든다. 그 뒤에 색계 초선에서 나와 초선에 있었던 선정 요소를 반조하면서 그것들의 무상이나 고, 무아의 한 특성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열반을 체득하게 된다. 일단 열반을 증득한 사람은 그 뒤 수다원과 의식 상태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훈련을 받으며, 이 훈련이 완료되면 사야도는 손을 떼고 그 뒤의 수행은 각자에게 맡기는 듯하다.
여기까지가 파욱 사야도가 지도하시는 위빠사나 수행으로 수다원과에 들기까지의 전 수행과정을 간략하게 요약한 것이다.
호흡관 수행법이 차지하는 위상과 문헌적 근거
빨리(Pāli) 초기경전인 『상응부(SN Ⅴ, 317, 328)』에 의하면, 부처님이 완전한 깨달음을 얻기 전 보살시절에 열심히 닦고 익혔던 수행법은 입출식념, 즉 들숨날숨을 관찰하는 호흡관(ānāpānasati) 수행이다. 부처님은 바로 이 수행법을 통해서 마음이 완전히 해탈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부처님은 깨달은 이후 우안거 결제 중에도 늘 이 호흡관 삼매에 머무셨다. 그러면서 이 호흡관 삼매는 성인, 브라마, 여래의 거처가 되고, 또한 이생에 행복하게 머무는 거처가 된다고 한다.
이렇게 부처님이 깨닫기 전에는 물론 보리수 아래에서 깨달음을 이루실 때, 그리고 깨달은 이후에도 늘 이 호흡관 수행을 하셨음을 살펴볼 때, 우리는 호흡관 수행이 바로 부처님의 수행법이라고 알 수 있다. 열반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던 『대념처경』의 4념처 에서 이 호흡관이 언제나 첫 번째 수행법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선정을 얻는 수행에서 이 호흡관은 가장 으뜸이자 근본이 되는 수행주제(mūla-kammaṭṭhāna)라고 하며, 보통 모든 부처님들이 다 이 호흡관 수행을 통해서 최상의 깨달음을 이루신다고 한다.
이렇게 호흡관 수행법은 초기불교에서나 남방 수행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이 수행법의 근거는 『입출식념경』, 『대념처경』 그리고 『청정도론』이다. 『대념처경』은 호흡관을 비롯한 4념처의 여러 수행 방법들을 많이 언급한다. 그것에 비해서 『입출식념경』은 호흡관 수행법을 전문적으로 다루는데, 16단계로 설명하면서 그것들을 다시 신수심법 4념처로 나누고 있다. 그럼 먼저 『입출식념경』의 호흡관(ānāpānasati) 수행 부분에서 신념처 부분을 인용하고자 한다. 이 부분에 대한 경전의 이해가 선행될 때, 사야도의 법문을 쉽게 이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1. 그는 숨을 길게 들이쉬면서, ‘나는 길게 들이쉰다.’ 라고 알아차린다.
그는 숨을 길게 내쉬면서, ‘나는 길게 내쉰다.’ 라고 알아차린다.
2. 그는 숨을 짧게 들이쉬면서, ‘나는 짧게 들이쉰다.’ 라고 알아차린다.
그는 숨을 짧게 내쉬면서, ‘나는 짧게 내쉰다.’ 라고 알아차린다.
3. ‘나는 호흡의 전체를 경험하면서 숨을 들이쉴 것이다.’ 라고 수행하며,
‘나는 호흡의 전체를 경험하면서 숨을 내쉴 것이다.’ 라고 수행한다.
4. ‘나는 몸의 작용을 고요하게 하면서 숨을 들이쉴 것이다.’ 라고 수행하며,
‘나는 몸의 작용을 고요하게 하면서 숨을 내쉴 것이다.’ 라고 수행한다.
이것이 호흡관의 16단계에서 첫 번째 네 단계이다. 주석서는 이 부분을 선정을 얻기 위한 사마타 수행으로 설명하고 있고, 파욱 사야도도 이 주석 전통을 따라 사마타 수행으로 수행자를 인도하고 있다.
파욱 사야도가 지도하시는 사마타 수행으로서의 호흡관 수행법
이 부분은 11월 30일 사야도가 하신 첫 번째 저녁법문(조성순 법우님 통역)의 내용으로 대신한다. 법문이 중심이되 다른 책들을 참고하면서 약간의 첨삭을 했다.
부처님 당시부터 비구, 비구니, 사미, 사마니, 재가신자 여러분들은 다함께 모여 수행을 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부처님의 법을 얻고, 수행을 통해 목표한 바를 성취하기 위해 여기 이 자리에서 모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합니다.
수행이란 계율의 청정(戒淸淨)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지금 여러분들이 8계를 받아서 계율의 청정을 이룬 다음에는, 마음의 청정(心淸淨)이 필요합니다.
마음의 청정을 위해서 여러분은 근접삼매(upacāra-samādhi)와 본 삼매(appanā-samādhi), 즉 색계 4선과 무색계 4선을 닦아야 합니다.
그럼 왜 여덟 가지 선정을 닦아야 하는가?
여덟 가지 선정을 닦아야 하는 이유는 궁극적인 진리인 빠라맛타(paramattha)를 보기 위해서입니다.
선정을 얻게 되면 가장 먼저 궁극적인 진리인 궁극적인 물질과 정신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선정을 닦은 후 빛을 얻어서, 그 빛과 삼매의 힘으로 여러분은 우리 몸 안에 있는 물질(rūpa)과 정신(nāma)을 볼 수 있습니다.
빛의 도움을 받을 때에만 궁극적인 물질과 정신을 정확하고 분명하게 볼 수 있는 것입니다.
『상응부』 진리상응(sacca-samyutta)에서 부처님은 4성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고집멸도 4성제를 모르면, 우리는 윤회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삼매를 닦아 그 삼매의 힘으로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을 때, 4성제를 정확하게 보고 알 수 있습니다.
4성제를 있는 그대로 보고 알 때, 우리는 열반에 도달하고 윤회로부터 벗어날 수 있습니다.
4성제에서 우리가 가지고 있는 물질과 정신의 무더기(五蘊)가 바로 고(苦)입니다.
고의 원인이 되는 갈애가 바로 집(執)입니다.
고(苦)와 집(執)은 여러분이 향상 발전시켜야 할 위빠사나의 대상입니다.
고제와 집제를 그냥 보는 것인 아니라 무상 고 무아, 삼법인으로 보면서 위빠사나 수행을 닦아나가야 합니다.
이렇게 단계별로 위빠사나를 계속 수행해나갈 때,
여러분의 수행은 향상되어서 마침내는 도(道, magga)와 과(果, phala)를 얻게 될 것입니다.
도와 과를 얻을 때 여러분은 궁극적인 평안함(열반)을 대상으로 가지면서 도에 이르게 됩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선정과 삼매의 도움 없이는 최종의 목표인 도와 과를 얻을 수 없습니다.
4성제를 본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를 본다(如實知見)는 것입니다.
『상응부』 진리상응(sacca -samyutta)의 삼매경(samādhi-sutta, SN Ⅴ, 414)에서 부처님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비구여, 삼매를 개발하십시오. 삼매가 있을 때, 우리는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럼 무엇을 있는 그대로 봐야 하는가? 그것은 곧 4성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삼매를 개발하면 우리가 보아야 하는 대상인 4성제를 있는 그대로 볼 수 있게 됩니다.
그러한 삼매를 개발하기 위해서 『청정도론』에 나온 40여 가지의 사마타 수행주제 중에서,
오늘 여러분들에게 설명할 것은 바로 아나빠나사띠(ānāpānasati, 호흡관)입니다.
아나빠나사띠는 사마타 수행과 위빠사나 수행, 두 가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여기서 지금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사마타 수행법으로서의 아나빠나사띠입니다.
아나빠나사띠 수행을 할 때는 보통 좌선의 자세가 좋습니다.
허리를 곧게 펴고 다리는 결가부좌나 반가부좌처럼 다리를 겹치는 것보다, 나란히 놓는 평좌가 좋습니다.
곧으면서도 편안하게 앉은 자세는 몸에 긴장이나 피로를 주지 않아서 오랫동안 앉아 있는 것을 가능하게 합니다.
그럼 지금 수행자가 염두에 두어야 할 수행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들숨 날숨이 긴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둘째, 들숨 날숨이 짧은 것을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셋째, (들숨 날숨의) 시작과 끝, 즉 호흡의 전체를 알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넷째, 들숨 날숨이 고요해지도록 노력하는 것입니다.
〇 수행자는 먼저 숨이 길고 짧은 것을 알아야 하는데, 숨이 길고 짧은 것은 숨의 길이를 말하는 것이 아니고, 숨을 시간을 말합니다.
때에 따라 숨이 길고 짧을 때가 있는데,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이것을 인위적으로 길게 하거나 짧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스러운 호흡을 길면 길다고, 짧으면 짧다고 다만 알아차리는 것이 중요합니다.
〇 그 다음으로 수행자는 들숨날숨이 길든 짧든, 호흡의 시작과 끝(호흡의 전체)을 다 알아차리도록 노력해야만 합니다.
설령 숨이 가빠서 호흡이 짧더라도 시작과 끝을 분명하게 보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들숨 날숨을 지켜볼 때, 호흡의 시작과 끝을 어디에서 봐야만 하는가? 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습니다.
코끝이나 윗입술 사이, 어느 곳이든지 숨이 두드러지게 부딪히고 접촉되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곳의 한 점에 마음을 챙기고, 호흡이 길면 긴대로 짧으면 짧은 대로 호흡의 시작과 끝을 지켜봐야 합니다.
윗입술 부분이 좀 더 명확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므로
수행자들 스스로가 바람이 부딪히면서 분명하게 느껴지는 곳에 마음을 고정시키고 보십시오.
하지만 여기서 주의할 점은, 몸 안으로 바람을 따라가지 않아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바람을 따라가게 되면 그것은 4대 수행이 됩니다.
바람이 코끝이나 윗입술 사이에 부딪히면서 가장 두드러지게 느껴지는 곳에 마음을 고정시키고 들숨 날숨을 보아야 합니다.
코끝이나 입술 위를 보지 않고 바람의 움직임을 따라가게 되면, 그것은 4대 중에서 풍대를 보는 수행이 됩니다.
그것을 보게 되면 코가 딱딱해져서 있는 그대로의 들숨날숨을 볼 수 없게 됩니다.
여러분이 나중에 4대 관찰을 따로 시작하게 되면 그 때는 몸 전체를 보게 될 것입니다만,
지금 여기서 하고자 하는 것은 아나빠나사띠이기 때문에, 코끝이나 윗입술 위 어느 한 부분을 봐야만 합니다.
그러므로 호흡이 두드러지게 접촉되는 한 점에 마음을 두고 들숨날숨을 지켜보십시오.
들숨날숨을 보는 이것은 빠라맛타(paramattha), 즉 궁극적인 진리를 보는 것이 아니고 빤냐띠(paññatti), 즉 개념을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들숨은 들숨으로 알아차리고, 날숨은 날숨으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〇 그리고 다음은 들숨날숨을 보면서 마음을 고요하게 하는 단계입니다.
만약 여러분이 호흡을 고요하게 지켜볼 수 없다면, 『청정도론』 주석서에서는 호흡의 숫자를 세도록 설명합니다.
그러나 만약 들숨날숨을 고요한 상태에서 분명하게 지켜볼 수 있다면, 굳이 숫자를 셀 필요가 없습니다.
마음이 호흡이라는 대상에 머물지 않고 자꾸 밖으로 향해 나갈 때, 여러분은 호흡과 함께 숫자를 세는 방법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들숨날숨을 쉬면서 그 끝에 숫자를 세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한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하나’
다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둘’
그 다음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셋’ ... ...
그와 같이 해서 여덟까지 셉니다.
이렇게 들숨날숨을 여덟까지 세는 동안 여러분은 ‘내가 오로지 여기에만 마음을 집중하리라’ 라고 단단하게 마음을 먹으면서 시도해보십시오.
좌선시 마음이 들숨날숨에 한 시간, 혹은 한 시간 30분 정도 고요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숫자를 세는 방법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30분이나 한 시간도 고요하게 유지할 수 없을 때, 여러분은 숫자를 세는 방법으로 마음의 고요함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럼 이것으로서 오늘 법문을 마칩니다.
오늘 배운 방법으로 수행을 계속 해보시기 바랍니다.
파옥사야도의 가르침과 다른 전통의 수행법과 비교
그럼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파욱 사야도가 지도하시는 호흡관 수행을 다른 전통의 수행법과 간단히 비교해보고자 한다. 마하시 전통의 수행법에는 들숨날숨을 관찰하는 호흡관 수행법이 사실 없다고 본다. 호흡으로 인한 배의 일어남 사라짐을 관찰하는 것은 호흡관이 아니라, 지수화풍 4대(四大)에서 공기, 바람의 요소를 관찰하는 풍대(風大) 수행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엔카가 지도하는 호흡관 수행법은 파욱 사야도가 가르치는 호흡관 수행법과 유사한 점도 있으나, 분명한 차이가 있다. 유사한 점이라면 고엔카나 파욱 사야도가 모두 이 호흡관을 하면서 들숨날숨을 지켜보는 장소를 코끝이나 윗입술의 한 지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고엔카가 지도하는 호흡관은 사띠와 집중력을 기르는데 초점을 둘뿐 선정으로 이끌지 않고, 들숨날숨을 지켜보는 단계가 지나면 바로 동일한 장소인 코끝이나 윗입술의 한 지점에서 감촉과 느낌(감각)을 보게 한다.
이 두 가지 점으로 볼 때, 고엔카가 가르치는 호흡관은 사실 사마타라고 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그런 반면 파욱 사야도는 호흡관을 4선정으로 이끄는데 초점을 맞추고, 수행이 진전됨에 따라 니밋따(nimitta)를 통해 선정에 들어가도록 지도한다는 점에서, 파욱 사야도가 지도하는 호흡관은 『청정도론』에서 설명하는 사마타와 일치한다. 그리고 선정을 바탕으로 한 위빠사나를 수행하기 때문에. ‘계정혜 3학’이라는 수행의 근본체계를 가장 완전하게 이행하는 수행전통이라고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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