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

[스크랩] 수행도지경 5. 사람이 죽을 때 나타나는 현상

수선님 2018. 2. 25. 12:17

수행도지경 5. 사람이 죽을 때 나타나는 현상

 

 

5. 오음성패품(五陰成敗品)

  

  밝은 지혜 더없는 세존의 요법(要法)에

  조순하기를 끝없이 하여 그 끝[際]을 얻고서

  이미 경계를 초월하시어 가없는 언덕에 이르신

  세존께 머리 숙여 예 올리고 한량없음을 찬탄합니다.

  

  강론하시는 말씀 마치 밝은 해 같아

  제자를 비추심이 이와 같으시며

  번뇌에 대하여 분명하게 깨달아 아시고

  두려움 없애기를 시든 꽃처럼 하셨네.

  

  모든 것의 생겨남과 사라짐을 보시고

  5음의 생겨남과 무너짐을 깨달으셨나니

  부디 저 부처님께 머리 조아리고

  내가 말하는 존귀한 분의 말씀 경청하라.

  

도를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5음이 생겨나고 무너지는 변천을 알아야 한다.


어떤 것을 5음이 생겨나고 무너지는 것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고 하는가?

비유하면 마치 사람의 목숨이 끝나려고 할 때와 같다.

목숨이 끝나려 하면 핍박을 받기 때문에 그 사람의 몸에는 404 가지의 병이 앞뒤로 점점 이르게 된다.

 

그러면 문득 많은 혼몽한 일들에 직면하게 되는데, 좋은 일과 괴이한 일이 눈앞에 나타나 놀라움과 두려움을 품게 된다. 꿈에 꿀벌·까마귀·까치·매·독수리 따위가 그 사람의 정수리 위에 머물러 있는 것이 보이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집 안에 모여 즐기며 노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자신이 푸른색·노란색·하얀색·검은색으로 만든 옷을 입은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털이 더부룩한 말을 타고 달리면서 소리쳐 부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꿈에 큰 개[狗]를 베고 누워 있기도 하고 또는 원숭이를 베고 누워 있기도 하며, 흙 위에 누워 있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꿈속에서 죽었던 사람이나 백정[屠魁]이나 뒷간을 치는 사람들과 같이 한 그릇에 음식을 담아 먹거나 한 수레를 타고 같이 놀러 다니는 현상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참깨기름[麻油]이나 지방질(脂肪質)이 있는 제호(醍醐)를 가져다가 직접 제 몸뚱이에 뿌리거나 또는 먹거나 하는 모습 등이 보이는데, 이와 같은 모습들이 자주자주 보인다.

  

혹은 뱀이 그 몸뚱이를 감은 채 거꾸로 물 속으로 끌고 들어가는 것을 보기도 하고, 혹은 스스로 자신이 즐거워 뛰면서 허벅다리를 치며 깔깔대고 웃는 것을 보기도 하며, 혹은 스스로 화려한 치장거리가 잿더미에 떨어지거나 또는 재를 온 몸뚱이에 바르거나 다시 그것을 거두어 먹는 형상을 보기도 한다. 

  

혹은 개미[蟻]가 그 몸뚱이를 오르내리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혹은 소금을 씹던 개와 원숭이가 무엇에 쫓기다가 서로 물어뜯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갓 시집온 부인이나 또는 사당(祠堂) 귀신의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집이 무너지거나 사당과 절이 무너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꿈속에서 밭가는 쟁기[犁]로 수염과 털을 깎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혹은 치아(齒雅)가 저절로 땅에 떨어지거나 또는 하얀 옷을 걸친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나체가 되어 걸어다니거나 참깨기름[麻油]을 자기 몸에 바른 채 흙 속에서 뒹구는 것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꿈속에서 가죽이나 풀로 만든 너덜너덜 떨어진 옷을 입은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꿈에 다른 사람이 낡은 수레를 타고 그 문 앞에 이르면 그를 맞아들이러 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온갖 화갑전(花甲煎 : 향의 이름) 따위의 향을 피우는데 친척들이 가져다가 그 몸을 장식하는 모습들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죽은 조상들이 검푸른 얼굴색으로 나타나 앞에서 부르면서 잡아끄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묘지(墓地) 사이를 노닐면서 꽃과 영락 따위를 주워 모으거나 또는 빨간 연꽃이 목 위에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큰 강물에 떨어져 물에 둥둥 떠다니거나, 또는 꿈속에서 밑바닥이 안 보이는 5호(湖)와 9강(江)에 거꾸로 떨어지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꿈에 그 몸이 우거진 숲 속에 들어갔는데 꽃과 열매는 하나도 없고 가시덤불에 몸이 찔리거나 긁히며 또는 와석(瓦石) 따위가 그 몸뚱이를 짓누르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가지와 잎이 하나도 없는 마른 나무가 보이기도 하고 꿈에 그 위에 올라가서 혼자 즐기며 놀거나, 묘단(廟壇)에 들어가 혼자 손뼉을 치고 춤을 추는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혹은 깊은 숲 속에서 혼자 즐거워 껄껄 웃고 마른 나무 가지를 꺾어 묶어서 짊어지고 가는 것을 보거나, 혹은 깜깜한 집에 들어가 빠져나올 문을 알지 못해하거나 또는 산악(山嶽)이나 바위틈에 끼어서 빠져나올 곳을 알지 못해 하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혹은 산이 무너져 자기 몸뚱이가 짓눌려서 구슬프게 울부짖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혹은 코끼리 떼가 갑자기 달려와서 그 몸을 짓밟는 형상이 보이기도 하며, 꿈에 머리로부터 온 몸뚱이를 흙먼지로 뒤집어쓰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고, 혹은 다 헤진 옷을 걸치고 허허벌판을 걸어다니는 형상이 보이기도 하며, 꿈에 범을 타고 날쌔게 달리거나 또는 나귀나 개를 타고 남쪽으로 여행을 하거나 또는 무덤 속에 들어가 손톱이나 머리칼을 태운 숯덩이를 거두어 모으는 모습이 보이기도 하며, 스스로 그 자신이 마른 꽃을 꽂고 태산(太山) 염왕(閻王)에게 끌려 들어가 문초를 받는 형상이 보이기도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세간에 있을 적엔 편안함이 많다가도

  목숨이 다함에 이르면 급기야 두려워지고

  병마에 상처를 입어

  고달픈 핍박에 자재(自在)하지 못하네.

  

  마음으로 번열하고 근심스럽게 번민하다

  꿈에서 본 것으로 두려움을 품나니

  마치 악한 사람에게 쫓김을 당하듯

  근심과 두려움도 그와 같다네.

  

그 사람은 꿈에서 깨어나 마음에 두려움과 무서움을 품고 온몸을 벌벌 떨며, 목숨이 다하려 하는 것이라 헤아리면서 이것을 곱씹으며 의심하지 않는다. 그리고는 '지금 내가 꿈꾼 것은 예전엔 있지 않았던 일들이다'라고 생각하고는 마음에 겁을 먹었기 때문에 옷의 털이 곤두서고 급기야 질병이 더욱더 위독해지며, 진동이 일어나 불안해진다. 비유하면 사나운 코끼리 떼가 몰려와서 파초(芭蕉)를 짓밟는 것처럼, 병이 도져 침상(寢床)에 누워 있는 것도 비유하면 그와 같다. 

  

그러다 너무나 절박한 나머지 다른 계책은 아무것도 없고 무턱대고 의원만 찾아오라고 하고, 형제와 친족들은 이렇게 곤욕을 치르는 것을 보고 사람을 시켜 의원을 부르러 보낸다.

  

그런데 심부름을 간 사람마저 몸뚱이엔 더러운 때가 많이 묻고 의복은 너덜너덜 떨어지며, 털과 손톱 그리고 발톱은 길게 자란 데다가 다 떨어진 일산을 받쳐 쓰고, 발에 신은 버선은 해지고 나막신은 깨지며 낡은 수레를 타게 된다. 얼굴 색은 아주 새까맣고 두 눈은 푸르스름한데 손으로는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주 만지작거리며, 수레를 끄는 소는 혹은 푸르기도 하고 혹은 까맣기도 하며, 또는 아주 하얗기도 한데, 다급하게 의사를 부르면서 수레에 오르기를 독촉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사람이 다니며 유람할 적엔

  오직 쓸 데 없는 일만 좋아해서 

  하고 싶은 것을 제멋대로 행하며 

  일찍이 의사에 대해선 생각한 적 없다가

  

  몸에 마침 중한 병이 걸려

  위독하여 침상 위에 눕게 되자

  그제서야 의원을 불러들여서

  그 병을 고쳐보려고 애쓰네.

  

그 때에 의원이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병자를 관찰해보니 틀림없이 죽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렇게 괴이한 감응이 보이고, 게다가 날 부르러 온 사람의 복색(服色)과 그가 하는 말을 살펴보니 찢어진 일산을 받쳐 쓰고 수염과 손톱·발톱·머리카락 등이 어수선하고, 또 날 부르러 온 날짜도 아주 나쁜 날이다. 4일·6일·12일·14일, 이런 날짜에 오게 되면 모두가 상서롭지 못하다.'


그 의원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흉한 별자리[星宿]가 범하였고 좋은 시기를 잃었으니, 이러한 때는 신선과 옛적 성인들도 꺼리는 날이다'. 


그 의원은 다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비록 이렇게 괴이한 별자리의 길흉을 만났지만 어쩌면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왜냐 하면 아무리 질병에 걸렸다 하더라도 방편으로 녹여 없앨 수 있으니 만일 본래의 한명(限命)이 다하지 않았으면 생각으로 마땅히 제거하여 낫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마주한 병자가 대(對)에 이르렀다면 그 병은 고칠 수 없을 것이다. 이로써 말한다면 좋은 날짜와 별자리의 길흉만 따질 필요가 없는 게 아닌가?


그러므로 지혜로운 이는 역일(曆日)을 좇아 좋은 시기만을 구하려 하지 않는다.


신선(神仙)이 항상 말하기를〈본래의 한명만 다하지 않았다면 마땅히 방편을 써서 혹 풍병(風病)이나 한병(寒病)을 다스릴 수 있고, 혹 횡사(橫死)할 일이 있더라도 이것들을 다스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한명이 다했다면 어쩔 도리가 없다. 그런 사람은 아무리 가서 고쳐보려고 해도 극복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지 않았는가?' 

의원은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곧 일어나 떠나려고 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유컨대 어떤 사람 둘이서 

  함께 출발해 바다로 들어가는데

  혹은 저 언덕까지 가기도 하고

  혹은 중간에서 그치기도 하듯이

  

  질병의 바다에 떨어진 것도

  비유하면 또한 이와 같아서

  혹 좋은 시기를 따라 병이 낫기도 하고 

  여의치 않아 죽는 이도 있다.

  

그 때 그 의원은 이미 병자의 집이 이르렀는데, 사악하고 괴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흉악한 소리가 들려왔다.


즉 잃어버리고 불타버리고 파괴되고 절단되고 깎아내고 끌어내고 죽을까 두려워서 떨고 끌려가는 등 우와좌왕(右往左往)하면서 구금되어 유폐당한 현상이 나타났다. 이런 일들로 인하여 점을 쳐보니 다시는 치료하지 못하고 죽고야 말 운명(運命)이었다. 남쪽에서는 여우가 울고 혹은 까마귀와 올빼미 우는 소리가 들리기도 하였으며, 혹은 어린아이가 흙을 쌓아 모으기도 하고, 또는 벌거벗은 채 마주 서서 서로 머리카락을 잡아당기기도 하였으며, 깨진 병(甁)과 동이[盆] 및 모든 기물들이 보였다.


이런 변괴를 보고 나서 앞으로 나아가 병든 사람을 살펴보니 극심한 괴로움에 빠져 침상 위에 누워 있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의원이 병자의 상태를 점쳐보니 

  놀라고 질겁해 불안에 떨고 있었으니

  앉건 서건 침상 위에 누워서건 그러 해

  가쁘고 심한 열이 살갗을 태우는 듯했네.

  

의원은 이와 같은 것을 보고 곧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내가 모든 의학서적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살펴보니 이 사람은 꼭 죽을 모습이다. 얼굴 색은 몹시 두려워하고 눈꺼풀은 씰룩거리며, 몸뚱이는 누렇게 뜨고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러나오며, 눈은 어둠침침하고 콧구멍에서는 누런 콧물이 흘러내리며, 얼굴빛은 색을 잃었고 소리가 들리지 않으며,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입술은 갈라지고 혓바닥은 메말라 그 모습이 마치 땅의 색깔처럼 누르스름하며, 온갖 혈맥은 푸른색이고 털과 머리칼은 모두 곤두섰으며, 머리칼을 잡아당기고 코를 막아도 전혀 감각이 없으며, 숨결이 고르지 못해서 혹은 느리기도 하고 혹은 빠르기도 하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얼굴 색은 이미 변해버렸고

  털과 머리카락은 곤두섰으며

  응시하는 눈은 무언가 생각하는 듯하고

  혀는 굳어 변괴가 이미 나타났네.

  

  병든 이에게 이런 반응 나타나면

  목숨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이니

  빠른 열화(熱火)에 포위된 것이

  마치 풀과 나무를 태우는 것 같다.

  

또 다른 의학 서적[經書]에서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사람이 죽을 무렵이 되면 온갖 괴상한 변화가 일어난다. 설령 목욕을 시켰어도 마치 목욕하지 않은 사람과 같으며, 가령 좋은 향인 목밀향(木櫁香)·전단향(栴檀香)·근향(根香)·화향(花香) 등 이러한 여러 가지 향들을 피워서 그 향내가 아주 좋아도 병자가 그것을 맡게 되면 죽은 사람의 뼈·머리카락·털·손톱·살가죽·지방·골수·똥 따위를 태우는 냄새처럼 느껴지고, 또는 올빼미·독수리·여우·살쾡이·개·쥐·뱀·독사 따위를 태우는 냄새처럼 느껴진다. 또 병자의 음성도 변하여 마치 기왓장이 깨지는 듯한 소리로 말을 하고 목구멍이 꽉 막히며, 그 음성이 혹은 학·기러기·공작·소·말·호랑이·이리·천둥 소리와도 같다.

  

병자의 성질도 변하여 일정치 못하니, 어떨 때는 단정한 모습을 나타내는가 하면, 혹은 몸이 보드랍기도 하고 혹은 뻣뻣하기도 하는 등 신체가 자주 변하며, 혹은 가볍기도 하고 혹은 무겁기도 하여 몸이 원하는 것을 잃어버린다. 이와 같은 모든 변괴는 틀림없이 목숨을 마칠 조짐이다."


이상의 현상 중에 몇 가지 것에 직면하면 누구나 오래 살지 못하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여러 가지의 변괴가 나타나고

  온갖 괴로움이 온몸을 핍박하며

  마음속으로는 두려움을 품나니

  액난(厄難)을 당함이 이와 같네.

  

  사람의 성명(性命) 이처럼 파괴되어 

  신체의 변괴 한 가지만이 아니니

  마치 대나무와 갈대의 열매처럼

  저절로 생겼다가 저절로 사라지네.

  

지금 내가 배우고 들은 대로 헤아려보자면 사람이 죽음에 임박해지면 변괴가 나타나는데, 입으로는 맛을 알지 못하고 귀로는 소리를 듣지 못하며, 힘줄과 맥박이 오그라들고 숨결이 고르지 못하며, 몸이 아파 신음을 토해내고 피와 기운이 미약하며, 몸이 점점 여위고 힘줄이 툭 불거지며, 혹은 몸이 갑자기 살이 찌거나 혈맥(血脈)이 불쑥 일어나며, 양쪽 뺨이 아래로 처지고 머리를 자꾸 떨며, 보는 모습이 가증(可憎)스럽고 거동(擧動)이 느슨하며, 눈동자는 보통 때보다 몹시 검고 눈이 보이지 않으며, 대·소변이 통하지 않고 모든 뼈마디가 풀리고 모든 감관이 안정을 찾지 못하며, 눈과 입 속에는 온통 푸른 기운이 맺히고 연달아 숨을 헐떡거리는 등, 모든 변괴가 각기 이와 같이 나타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병의 괴로움 헤아릴 수 없고

  혈맥과 정기가 모두 말라버리니

  나무 뿌리에 물을 부어 주듯이

  마땅히 가엾게 여겨 구원[拔栽]5)하소서.

  

그 때에 의원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병이 들었으니 틀림없이 죽을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옛날에 의학 서적을 지어낸 훌륭한 의원들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어피제공(於彼除恐)·장이회장(長耳灰掌)·양언장육(養言長育)·급교다염(急敎多髥)·천우장개(天友長蓋)·대수퇴전(大首退轉)·초췌태백(憔悴太白)·최존노면(最尊路面)·조우기백(調牛岐伯)·의회편작(醫徊扁鵲) 등이다. 이들은 모두 다 몸의 병을 다스린 사람들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이상 거론한 이들은 

  법을 존중하는 범지(梵志) 선인들로서

  바르게 구제하여 결과가 있었으며

  또한 국왕(國王)의 의원이었네.

  

  이들은 주로 삶과 죽음을 다루었는데

  해박한 지식으로 능히 횡액을 구제하였고

  중생을 가엾이 여겨 의서로써 목숨 구제하길

  범천(梵天)이 만든 법처럼 하였네.

  

5) 현응(玄應)의 『일체경음의(一切經音義)』 제12권에 의하면, "발재(拔栽)는 '심어 가꾸다'는 뜻이다"라고 하였다.}} 



또한 의원이 있었는데 그들은 주로 귀와 눈을 치료했다. 그들의 이름은 안현동요(眼眴動搖)·화투영명(和鬪鈴鳴)·월지영자(月氏英子)·협장선각(篋藏善覺)·조우목금독효(調牛目金禿梟)·역씨뇌명(力氏雷鳴) 등이다. 이들 의원들은 주로 귀와 눈을 치료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안현(眼眴) 등 의원들은

  약을 명확하고 확실하게 조합하여

  병에 걸려 잘못된 곳 없애기를 

  햇볕이 온갖 어둠 없애듯 하였네.

  

또 종창(腫瘡)에 능한 의원이 있어 모든 종창을 잘 치료하였는데, 그들의 이름은 법재치제(法財稚弟)·단정사약(端政辭約)·황금언담(黃金言談) 등이다. 이들 의원들은 모두 종창을 잘 치료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위의 의원들은 종창에 능한 이들로 

  온갖 종창 잘 치료하여

  많은 질병의 액난 없애기를 

  저 평지를 걸어가는 것처럼 하였네.

  

  법재(法財)들이 세간에 출현한 까닭은

  의학 서적을 만들어

  올바르게 종창의 질병을 치료해

  중생들의 환난(患難)을 없애주기 위해서라네.

  

6) 산스끄리트어로는 j v , j vaka라고 한다. 또는 한문으로 음역하여 기바(耆婆)·시박가(時縛迦)라고 하며, 의역하여 고활(固活)·능활(能活)이라고 한다. 어진 의사의 이름이다.


또 어린아이들의 질병을 잘 치료하는 의원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존가섭(尊迦葉)·기역(耆域)6)·봉만속질(奉慢速疾) 등이다. 이들은 모두 어린 아이의 질병을 잘 다스렸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유하면 어떤 창두(蒼頭)와 같아

  제 할 일을 버리고 교만을 없앴네.

  그러므로 세속에 태어나

  상처입은 이 가엾어 아이들의 병을 치료했네.

  

  이 존가섭(尊迦葉) 등의 의원은

  바른 법으로 인(仁)을 행하며 

  어린아이를 가엾게 여긴 까닭에

  곧 의학 서적을 만든 것이네.

  

또 귀신들린 병을 잘 다스리는 의원이 있었는데, 그들의 이름은 대화(戴華)와 불사화(不死火) 등이다. 이들은 귀신이 사람에게 붙어 괴롭게 하는 것을 잘 물리친 의원들이었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모든 별자리 바뀌어 돌 듯이

  인생도 또한 그러하건만

  주로 두려운 것만 있어

  위험과 해로움이 많이 있다네.

  

  이 의학서적을 만든 것은 

  죄다 그 환란에서 풀려나게 하기 위함이니 

  마치 부처님께서 바른 법으로

  어리석음 없애 밝음을 보게 하신 것 같네.

  

가령 이상에서 거론한 모든 의원들과 환사[幻蠱道], 그리고 무당들을 다 불러모은다 할지라도 그러한 병은 고칠 수 없으며, 결국엔 죽고 말 것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죄를 짓고 근심거리 만들어

  애쓰고 고달파하며 온갖 고뇌 품다가

  병에 걸려 그 마음 산란하며

  더러움 많은 목숨 날로 재촉 받건만

  

  병마에 빠진 신세 되어서 

  죽을 증세 나타나서야 두려워하나니

  천제(天帝)와 모든 신(神)들도

  구원치 못하는데 나인들 어찌하리.

  

의원은 마음속으로 생각하고 중얼거렸다.

'목숨이 아직 붙어 있구나. 명이 끊어지기 전에 얼른 피해가야 하겠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곧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지금 이 병자가 혹 밥과 맛있는 음식을 달라고 하거든 환자가 달라는 대로 다 주고 그의 뜻을 거슬리지 마시오. 나는 급한 일이 생겨 지금 떠났다가 그 일을 마치고 꼭 다시 돌아올 것입니다."


일부러 그렇게 말하고는 곧 물러가 버렸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무렵

  얻은 병이 너무도 위중한데

  번뇌와 더불어 함께 어울려

  죄가 이르러도 스스로 알지 못하네.


  괴변이 저절로 일어나고

  한명(限命)에 이르러 음열(陰熱)이 심하니

  설사 저 집금강(執金剛)이라 할지라도

  그 목숨을 건지지는 못하리.

  

이 때 병자 집안의 크고 작은 남녀 가족들은 의원의 말을 듣고, 곧 탕약과 모든 주술(呪術) 따위를 다 던져버리고 집안 권속들과 친척, 그리고 이웃들과 친한 벗들이 모두 모여 병자를 둘러쌓고 슬피 울면서 병세가 위독함을 바라보며 생각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도축업자들이 돼지를 붙들어 끌고 들어가서 잡으려고 할 때에 다른 돼지들도 다 놀라고 무서워서 벌벌 떨면서 귀를 세우고 죽어 가는 돼지의 소리를 듣고는 당황하고 놀란 모습으로 바라보는 것과 같구나.


또 비유하면 마치 사나운 호랑이 떼가 소를 후려쳐 잡을 적에 다른 소들이 그 모습을 보고 놀라 달아나 혹은 산 속 바위틈에 들어가기도 하고, 혹은 깊은 골짜기에 숨기도 하며, 또는 숲 속에 들어가 놀라 날뛰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하는 것과 같구나.


비유하면 또 고기 잡는 사람이 그물로 물고기를 잡으면 다른 물고기들이 그 사실을 보고 놀라 흩어져 돌 틈이나 물풀 밑에 숨는 것과도 같고, 또한 보라매가 새 떼에 달려들어 후려쳐 잡을 적에 다른 새들이 그것을 보고 각기 흩어져 날아가는 것처럼, 사람도 그와 같이 덧없어 한명[對]에 다다르면 그 몸이 무너져 흩어지는구나.' 


이렇게 생각한 온 집안 권속들과 친족들은 틀림없이 서로 이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슬프게 울고 있었다.


이와 같이 목숨이 끊어지려고 할 즈음에 임하여 염왕(閻王 : 閻羅大王)의 사자(使者)가 저절로 이르렀고, 그 사자가 와서 쇠사슬로 얽어매고 화살로 쏘아 생사선(生死船)에 끌어다가 태워 가지고 떠나려고 하자, 온 집안 권속들과 친족들은 빙 둘러싸고 머리 풀어 헤치고 슬피 통곡하면서 먼지를 얼굴에 뒤집어쓰고, 애달프게 울며 탄식하면서 눈물이 얼굴에 뒤범벅이 된 채 모두들 말하였다.


"애통하구나. 어찌하여 서로들 이별해야 한단 말인가?"


이렇게 그들은 가슴을 치면서 답답해하면서 병든 사람의 생전의 여러 가지 덕행을 칭송하면서 마음속으로 오열하는 등 고뇌하였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그 사람 질병에 시달려서

  몸은 차갑고 온기가 사라지자

  온 집안 사람들 죄다 모여서

  소리 높여 슬프게 우네.

  

  지은 업은 또한 괴로움과 즐거움뿐

  꿀벌이 꽃의 맛을 채취하듯 하다가

  마음은 마침내 근심과 슬픔을 받고

  온 집안 친족들까지 고뇌하게 하네.

 

 

사람의 질병은 이와 같아서 몸 속에 도풍(刀風)이 일어나 병자로 하여금 골절이 풀리게 한다. 또 과(科)라는 바람[風]이 일어나 모든 지절을 끊어지게 하고, 진(震)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힘줄과 맥을 느슨하게 하며, 파골(破骨)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병자의 골수를 녹게 하고, 감(感)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사람의 얼굴빛을 변하게 하며, 또 눈·귀·코·입·목구멍을 모두 푸르게 한다.


이러한 바람이 모든 구멍을 드나들면서 그 몸을 끊어버리고 무너뜨리며 깎아버린다. 


또 하나의 바람이 있으니, 그 이름은 지협(止脇)이다. 그 바람은 몸 속과 무릎·어깨·옆구리·등·척추·배·배꼽·대장·소장·간장·허파·염통·지라와 그 밖에 여러 장부(臟腑)들을 모두 끊어지게 하며, 또 선(旋)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지방·피·대변·소변과 생장(生臟)·숙장(熟臟)의 먹은 음식을 소통하지 못하게 하고 한기(寒氣)와 열기(熱氣)를 죄다 마르게 한다. 

 

또 절간(節間)이라는 바람이 일어나 모든 지절(支節)을 오그라지게 하기도 하고, 혹은 펴지게 하기도 하며, 손과 발을 들어 허공을 잡으려고도 하고,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번민하며 답답해하기도 하며, 어떤 때는 시시덕거리며 웃기도 한다.


또한 크게 탄식하기도 하는데 그 소리가 너무도 애처로우며, 뼈마디마다 끊어지고 힘줄과 맥박이 늘어지며 골수와 뇌가 녹아 내리며, 눈은 색깔을 보지 못하고 귀는 소리를 듣지 못하며, 코는 냄새를 맡지 못하고 입은 맛을 느끼지 못하며, 몸은 차갑고 기운은 끊어져 더 이상 의식이 없다. 그러나 아직 가슴 밑은 그래도 따뜻한 기운이 남아있어 혼신(魂神)이 부지하고 있지만, 뻣뻣하기가 마치 나무토막과 같아 조금도 움직일 수가 없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도풍이라는 바람이 일어날 땐

  몸이 흔들려서 많이 불안해지고

  온갖 인연이 모두 다 이르건만

  그 모든 걸 스스로 깨닫지 못하네.

  

  몸이 갖가지 괴로움 당하여

  목숨이 곧 다하게 되나니

  마치 활줄이 늘어지고 끊어져

  쓰지 못하게 되는 것과 같네.

  

그 때에 그 사람[其人 : 병이 든 사람]은 마음이 초조한 채 소유하고 있던 4대(大)가 모두 쇠락(衰落)하고 미약한 목숨이 비록 붙어 있기는 하나 마치 꺼지려고 하는 등불과 같다.


그러나 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신근(身根)과 의근(意根)이 있으므로 그가 살아오는 동안에 지었던 선과 악으로 인한 재앙과 복, 그리고 길함과 흉함을 마음속으로 기억하여 금생(今生)과 후생(後生)에 꼭 해야 할 것들을 마음으로는 모두 저절로 알게 된다.

 

그러므로 선을 받들어 행한 이는 얼굴빛이 화열(和悅)하고 악을 행한 이는 얼굴빛이 화열하지 못하다. 그 사람의 마음이 기쁘고 얼굴빛이 좋으면 틀림없이 좋은 세계로 돌아가고, 얼굴빛이 나쁘고 마음으로 기억하고 있는 것이 선(善)하지 못하면 곧 나쁜 세계로 나아가는 줄을 알게 된다.


가령 어떤 늙은 사람이 깨끗한 거울에 비추어보면 스스로 자신의 머리카락은 하얗고 얼굴은 주름지고, 이[齒]가 빠지고 상처 난 흔적과 때묻고 더러운 것과 가죽이 늘어지고 척추가 굽은 것과 나이 많아 허탈한 모습이 모두 보일 것이다.


 이 같은 것을 보고는 도리어 스스로 부끄럽게 여겨 눈을 감은 채 거울을 치우면서 '나는 이미 젊음은 가버리고 쇠하고 늙음이 이르러 마음에 시름과 근심만 생기며, 이미 편안함은 없어지고 아주 곤궁한 지경에 이르게 되었구나' 라고 할 것이다.


본래 악을 행한 이는 목숨이 다할 때에 이르러 흉악한 변괴를 보고는, 근심하고 슬퍼하며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서 '나는 틀림없이 나쁜 세계로 돌아가게 될 것임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면서 혼자 깊이 뉘우치고 꾸짖기를 마치 늙은 사람이 거울에 비추어 보고는 자신이 노쇠한 지경에 이르렀음을 아는 경우와 같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금전과 보물을 모으는데

  재주 있고 졸렬함이 똑같지 않지만

  가령 악을 행한 사람은

  누구나 깊은 못에 빠지게 되리.

  

  죽었다가 비록 다시 태어나더라도

  돌이켜 보면 의지할 데 없는 것이

  마치 물에 표류하는 것과 같나니

  죽음에 이르는 것도 이와 같네.

 

착한 일을 행하는 것이 세 가지가 있다.


몸과 입과 뜻을 거두어 단속하여 깨끗하게 많은 덕을 닦고 법을 재물[財]로 삼는 것이니, 목숨이 다할 때에 이르러서는 마음속으로 기쁨을 품고 좋아서 펄펄 뛰면서 '나는 정녕코 하늘에 오르게 될 것이다' 한다.


이를 비유하면 장사하는 이가 생계를 위해 멀리 장사를 떠나 험난한 길을 겪으면서 많은 이익을 얻어 가지고 집에 돌아옴에 기쁜 마음이 한량없는 경우와 같다.


또 비유하면 농사를 짓는 이가 밭 갈 때를 놓치지 않고 비바람이 절기를 맞추어 5곡(穀)을 많이 거두어 그릇마다 가득히 담아놓으면 마음이 매우 흡족한 경우와 같다.


또 비유하면 위중하던 병이 낫고 남의 빚[債]을 다 갚고는 마음이 기뻐 펄쩍펄쩍 뛰는 것과 같다.


또한 꿀벌이 꽃가루를 채취하여 꿀을 만드는 것처럼 덕을 쌓는 것도 또한 그러하여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나는 분명 하늘에 오를 것이다'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저 배움이 있는 올바른 사람은 

  쌓고 쌓은 진실한 법 행하여

  온갖 근심을 잘 넘기고

  스스로 밝은 도를 이룩했나니

   

  비유하면 한가하게 살고 있는 이가

  높은 산 위에서 그 아래를 굽어보듯

  저 사람도 목숨이 다하려 할 때에

  좋은 길 보이는 것도 이러하다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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