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 6. 중유(中有), 중음(中陰:저승)에서의 모습
그 때 그 사람이 목숨이 이미 다하고 나면 몸과 의식이 사라지고, 곧 중지(中止)7)를 받게 된다.
이를 비유하면 저울에 달아 그 가볍고 무거움을 따라 혹은 올라가기도 하 고 혹은 내려가기도 하는 것처럼 선(善)과 악(惡)도 그와 같다.
7) 중유(中有, Antar -bhava) 또는 중음(中陰)이라고도 한다. 사람이 죽고 나서 미래의 생을 받기 전의 중간존재(中間存在)를 말한다.
정신이 사람의 몸을 떠나면 중지에 머물러 있게 되는데 5음(陰)이 다 원만하게 갖추어져 결함이나 부족한 점이 없다. 죽을 때에는 5음이 중지에 이르는 것은 아닐지라도 중지에서의 5음 또한 그 근본을 떠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를 비유하면 인장(印章)을 가지고 인주[印泥]에 도장을 찍을 경우 그 인장은 인주에 밀착되어 있는 것도 아니지만 그것과 떨어져 있는 것도 아닌 경우와 같다.
비유하면 5곡을 심으면 싹에서 줄기가 나오고 열매가 맺는데 줄기나 열매가 본래 종자는 아니지만 또한 그 근본을 떠나지 않는 것과 같다. 이와 같이 사람이 죽으면 정신과 혼백(魂魄)이 5음과 같은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한 그 근본을 떠나 있는 것은 아니다.
본래 심은 것을 따라 각기 과보(果報)를 얻나니, 덕을 쌓은 이는 선(善)한 중지에 머물고 악을 행한 이는 죄(罪)의 중지에 있게 되는데, 오직 도의 안목이 있어야 이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지에 머무는 데에는 세 가지 식(食)8)이 있나니, 첫째는 촉연(觸軟 : 觸食)이요, 둘째는 심식(心食 : 思食)이며, 셋째는 의식(意識 : 識食)이다.
중지에 머무는 자는 혹 적게는 1일에서부터 최고 7일 동안 머물러 있다가 부모들이 교합하는 데 이르나니, 그 본래 행한 것을 따라 세 갈래 길[三途]9)이나 인간 세계 또는 하늘로 나아가게 된다.
8) 유정(有情)의 신체를 지켜나가는 자양분을 음식[食]으로 표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는 여기에 유정의 육체적(肉體的) 요소인 단식(段食)을 더하여 4식설(食說)이 설해지고 있으나 본문에서는 정신적(精神的) 요소로서의 3식(食)만 표현되었다. 3식 가운데 촉연은 감각을 말하는 것으로 희열(喜悅)의 정감을 일으키는 감촉에 의해 스스로의 신체나 생명을 기르기 때문이다. 심식은 사고·의지작용을 말하는 것으로 사상·희망에 의해 신체를 지켜 나가기 때문이다. 식식(識食)은 6식(識)이 작용하여 인간의 신체나 생명을 유지 발달시키는 것으로 마음에 의해 신체를 유지시키기 때문이다.
9) 지옥·아귀·축생의 3악도(惡道)를 말한다. 지옥은 맹렬한 불길에 타는 곳이므로 화도(火途)라 하고, 아귀는 칼막대기로 박해당하는 곳이므로 도도(刀途)라 하며, 축생도는 서로 잡아먹는 곳이므로 혈도(血途)라 한다.
악을 많이 행한 이는 중지에 머물 때 큰 불이 일어나서 그 몸을 둘러싸는 것이 마치 들불[野火]이 풀과 나무를 태우는 것처럼 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나는 것이 보이며 까마귀·보라매·독수리와 흉악한 사람들이 손톱과 발톱이 모두 길고 얼굴과 눈은 추하고 더러우며, 의복은 너덜너덜 떨어졌고 머리 위에서는 불이 타오르는 채로 각자 무기나 막대기를 들고 때리기도 하며, 창으로 찌르고 칼로 쪼개는 것이 보여 마음에 공포를 품고 행여나 구원을 얻을까 하여 멀리 잔뜩 우거진 숲을 바라보다가 그곳으로 달려간다.
그 때 곧 중지에서의 5음을 잃고 도산검수(刀山劍樹 : 바늘산) 같은 니리(泥犁 : 地獄) 속으로 들어가게 되나니, 지옥에 떨어질 사람은 이와 같은 것이 보인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미혹하기는 취한 코끼리와 같아
거룩한 법교(法敎)를 어기고
더럽고 혼탁함은 흙탕물과 같아
어지러운 마음이 이러하다네.
항상 바른 도를 버리고
방심하여 삿된 길로 드나니
이런 사람은 많은 괴로움을 만나
목숨 마치면 지옥에 떨어지리.
악을 적게 행한 사람은 불이나 자욱한 연기와 먼지가 그 몸을 가득 둘러싸는 모습이 보이며, 또한 사자·호랑이·이리·뱀·독사·코끼리 떼에 쫓기는 현상이 보이며, 또는 옛 개천·깊은 물·무너지는 산·큰 시내를 보고는 마음에 두려움을 품고 그 가운데로 뛰어 들게 된다.
그 때 바로 중지에서의 5음을 잃고 축생(畜生)의 세계에 떨어지나니, 이런 변괴가 보이는 이는 짐승의 몸을 받을 줄 알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어리석음을 익히고 지혜·방편을 버린 이는
혹은 취하여 저승길에 떨어지며
악한 입 놀려 항상 추악한 말만 하고
사람 때리기를 좋아하거나
또한 죄와 재앙을 범하고
착하지 못한 일 하기를 좋아하네.
이와 같이 자행(慈行)이 없는 사람은
짐승 가운데 태어나게 되리.
만일 죄가 미미한 사람은 사방에서 두루 뜨거운 바람이 일어나 신체를 푹푹 찌며, 저절로 배가 고프고 목말라 하는데 멀리서 사람들이 모두 칼·몽둥이·창·활·화살 따위를 잡고 와서 그를 빙 둘러싸는 현상이 보이고, 큰 성(城)을 바라보다가 그곳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을 먹게 된다.
마침 이런 마음을 일으키면 곧 중지에서 받았던 5음을 잃어버리고, 아귀[薜荔] 세계에 태어나나니, 이와 같은 변괴가 보이는 사람은 마땅히 아귀(餓鬼)의 세계에 떨어질 줄 알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강하고 야비하며 남을 모함하기 좋아하며
계율을 멀리하고 법을 따르지 않으며
금법(禁法)을 범하고 더럽고 혼탁한 일을 하며
음식을 탐하여 혼자 먹으려고 하면
농혈(膿血)이 흥건한 곳에 떨어져
배고픔과 번뇌가 극심하나니
마땅히 이러한 사람들은
아귀세계에 들어가는 줄 알아야 한다.
착한 덕을 깨끗하게 닦은 이는 사방에서 서늘한 바람이 불어오는데 그 바람이 매우 향기로우며, 여러 종류의 향기가 그의 몸 위에 쏟아지고 모든 기악(伎樂) 소리가 서로 화합하여 울려 퍼지는데 원관(園觀)을 바라보다가 수목(樹木)과 꽃과 열매 따위가 아주 무성한 것이 보이면, 그곳으로 가고싶다는 마음을 먹게 된다.
그러면 그 때 곧 중지에서의 5음을 잃고 그의 정신이 저절로 도리천(忉利天)에 오르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법을 익히고 거룩한 도에 귀의하여
복업(福業)을 심으면 하늘에 태어나서
기악이 울리매 스스로 즐거워하고
모든 꽃나무 속에서 노닌다.
아름답고 고운 옥녀(玉女)들은
단정하고 안색도 조용하여
언제나 보아도 마음이 즐거우며
큰 산 꼭대기에 거처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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