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

[스크랩] 수행도지경 9. 왜 이 몸을 나의 것이라고 집착하는가?

수선님 2018. 2. 25. 12:18

수행도지경 9. 왜 이 몸을 나의 것이라고 집착하는가?

 

 

대개 사람의 몸 속에 풍(風)과 습(濕)12)으로 인해 일어나는 병이 101가지가 있고, 한(寒)과 열(熱)로 일어나는 병이 각기 101가지가 있나니, 모두 합쳐 계산하면 404가지 병이 사람 몸 속에 있다.

 

12) 원문에 습(濕)은 없는데 아래 404가지가 되려면 풍·습·한·열이 되어야 하므로 역자가 습을 넣었다.


마치 나무에서 불이 생겨나서 도리어 나무 자신을 태우듯이 병도 또한 이와 같아서 본래 몸으로 인하여 생겨나서 도리어 사람을 위태롭게 한다.


몸 속과 겉에도 여든 가지 벌레가 생겨나서 그 몸에서 요동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치 못하게 만드는데,

더구나 몸 밖에서 일어나는 괴로움이야 어떠하겠는가? 


이와 같이 몸을 헤아려본다면 늘 근심과 걱정뿐인데,

범부들은 스스로 편안하다고 생각하면서 들으려 하지도 않고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왜냐 하면 진리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머리카락·털·손톱·발톱·치아와

  염통·살·가죽·뼈가 합해진 것이며

  정액·피·차가운 기운과 뜨거운 기운이 생기고

  골수·뇌·비계·생장·숙장이 있다.

  

  침과 눈물이 항상 흘러내리고

  대변과 소변이 늘 새어나가고 있으니 

  따져 보면 무상하고 부정한 것뿐인데 

  어리석은 이는 이를 보배로 여기네.

  

사람의 몸을 헤아려 생각해 보건대 얇은 가죽으로 덮여 있는 것이 마치 매우 얇은 벗나무 껍질로 대추를 합하여 싸놓은 것과 같을 뿐이건만 번뇌가 가득한 사람들은 그것을 알지 못하고 있다.


가령 가죽만 벗겨버린다면 마치 미련한 고기 덩어리와 같은 것인데,

어찌 사람의 몸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다만 골절이 서로 버텨주고 있어서 저 쇠사슬[鐵鎖]을 연결해 놓은 것과 같을 뿐이니, 진리를 깨달아 이와 같음을 안다면 오히려 발로 밟지도 않을텐데, 하물며 가까이하고 눈으로 쳐다보겠는가? 


이것을 게송으로 찬탄하여 말한다.

  

  근본을 따져보면 더러운 것뿐이어서 

  비유하면 냄새나는 시체와 같고 

  또한 모든 먼지나 때[垢]와 같으며 

  몸의 벌레 또한 모두 그와 같다.

  

  또한 허울 좋은 그림과 같아 

  나중에는 부패로 돌아가나니 

  진리로 본다면 본래 없는 것[無]인데 

  어찌 의지하고 가까이 하겠는가?

  

헤아려 보건대 사람이 세간에서 재앙과 복을 짓다가 그 수명을 다하지 못한 채 중간에 일찍 요절하는 이가 있다.


비유하면 도자기 만드는 기술자[陶家]가 여러 가지 질그릇을 만드는데, 처음 만들기 시작할 때에는 더러 깨지기도 하고, 혹은 칼로 질그릇을 다듬을 때 깨지기도 하며, 혹은 그릇을 올리다가 깨지기도 하고, 혹은 내릴 때 깨지기도 하며, 혹은 땅에 놓을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다룰 때 깨지기도 하며, 혹은 그릇을 말릴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그릇을 굽는 가마 속에서 깨지기도 하며, 혹은 구울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옮길 때 깨지기도 하고, 혹은 사용할 때 깨지기도 한다. 설령 사용치 않더라도 오래 보관하다 보면 모두 깨지고 마는 것과 같다.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모처럼 발심하여 오다가 끝까지 이르지 못하고 죽기도 하고, 혹은 두 근(根)을 얻었을 적에나 태 안에서 생낙(生酪)과 같은 시기에서나 숙낙(熟酪)과 같은 모습일 때나 식육(息肉)과 단육(段肉)과 같이 되었을 적에나 6정(情)을 모두 원만하게 갖추었을 때나 또는 원만하게 갖추지 못하였을 적에 죽기도 하며, 태어나려고 할 무렵이나 막 땅에 떨어지자마자 죽기도 하며, 태어난 지 1일이나 100일, 혹은 한 살이나 열 살 되었을 적에 죽기도 하고 학업을 닦다가 죽기도 하며, 스무 살·서른 살이나, 마흔 살·쉰 살에 죽기도 하며, 한 살 때에 죽기도 하고 100살까지 살다가 죽기도 하며, 설령 아무리 오래 산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꼭 멸진(滅盡)에 돌아가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헤아리건대 5음은 본래 다 공(空)한 것이어서 이리저리 서로서로 의지하여 잠시 동안에 태어났다가 잠시 동안에 멸하며, 발[足]을 한 번 들었다 내려놓는 짧은 시간이기도 하여 모두 무상한 것이다.


그런데도 어리석은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듣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여 도리어 이 몸은 항상 존재하는 것이라고 헤아리고 있다. 그리하여 젊은 때로부터 늙어질 때까지 모두들 내 것이라고 고집하면서 한 가지로만 부르짖으며 덧없이 변하는 것임을 알지 못하고 있다.


도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생각하여 '이것으로부터 이것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것을 없애면 무(無)가 된다'고 그렇게 헤아려야 한다.


본래 행한 것으로 인하여 재앙과 복이 생기는 까닭에 결국엔 죽어서 중지(中止)로 있다가 포태(胞胎)에 이르게 되면 정신이 거기에 의지하여 그 모양이 마치 멀건 낙(酪)이나 식육(息肉), 또는 단육(段肉)처럼 되고 점점 단단한 고기 덩어리 같이 되면, 그로 인하여 6근이 생기게 된다.


6근이 원만하게 갖추어지면 곧 태어난다. 그리하여 어린 때로부터 중년에 이르고, 마침내는 늙고 병드는 지경에 이르렀다가 다시 죽음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 5음이 항상 생사의 바퀴에 굴러서 항상 흐르는 냇물처럼 그치지 않는다. 저 일체는 다 공(空)한 것이어서 비유하면 마치 허깨비[幻化]와 같나니 이와 같이 뒤바뀌어 늙고 병들고 죽기에 이르는 것이다. 


비유컨대 큰 성(城)의 서쪽 문에서 불이 나서 차례차례 타올라 마침내는 동쪽 문에까지 이르러 모두 다 타서 잿더미가 되었을 적에 동쪽 문에서 난 불을 따져보면 이것이 맨 처음 난 불은 아니지만, 그러나 타는 것이 본래 불에서 떠나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본래 인연으로부터 화(禍)와 복(福)이 따르므로 마땅히 이와 같음을 관찰하여 '이것으로부터 이것이 있다'고 알아야 한다.


어찌하여 이것이 없어지면 곧 무(無)라고 하는가?


재앙과 복, 그리고 다른 번뇌가 없으면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고, 이미 죽음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면 중지(中止 : 中陰)로 있지도 않나니, 가령 중지가 없다면 어디로부터 생겨남[生]이 있을 것이며, 이미 생겨남이 없다면 저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어디로부터 있겠는가?


이 생사의 흐름[流]의 그 근본과 끝을 헤아려 보건대 이와 같으니, 도를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5음이 어디로부터 좇아서 성하고 패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모든 지혜의 이치를 밝게 알아서 

  청정한 마음 둥근 달과 같으시고 

  뜻 가짐이 한결 같으시어 

  삼계의 사람들을 가엾게 여기시네.

  

  마치 물 속에서 핀 연꽃이

  감미(甘美)롭고 부드러운 것처럼

  입으로 베풀어 말씀하시는 것을 

  듣는 이들은 곧 기뻐하며 통달하네.

  

  본래 생겨나는 이치를 분별하고 

  사라짐으로 돌아감을 깨달아 

  능인(能仁)을 끝내 이루셨으니 

  중생을 가엾이 여기시기 때문이네.

  

  나는 부처님의 경전을 좇아 

  살펴 모으고 뽑아 기록하였나니

  부처님께서 강설하신 것을 의지하여

  『수행도지경』을 지었다네.

 

 

 

 

출처 : 출리심 보리심 공
글쓴이 : - 해탈 -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