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 10. 수행자는 자비심을 갖어야 한다.
6. 자품(慈品)
장사하는 사람이 벌판을 가다가
힘겨운 길에서 배고프고 목마를 적에
길잡이[導師]가 그를 구원하여
물과 과일이 있는 데로 데리고 가듯이
무위(無爲)의 도로써
모든 때[垢]와 독(毒)을 소멸하여
편안함을 쌓고 평등심을 얻게 하시는
불세존(佛世尊)께 머리를 조아립니다.
배를 타고 큰 바다를 다니다가
마갈어(摩竭魚)의 입을 향하게 되어
그 배가 고기의 뱃속에 들어가려 할 즈음
자비심 내시어 그 배를 구제하시고
배가 금방 함몰하려는 순간에
사람과 보배를 건져주듯이
헤아릴 수 없는 백천 겁 동안
나고 죽음의 괴로움과 즐거움을 알게 하심이
과거의 모든 성인들보다 뛰어나시어
그 덕이 커다란 산과 같으시고
도의 지혜 햇빛보다 더하신
부처님께 머리 조아려 받들기 원하옵니다.
도를 수행하는 이는 마땅히 진에(瞋恚)를 버리고 항상 자비로운 마음을 가져야 한다.
혹은 수행하는 이가 다만 입으로만 중생들을 편안하게 해달라고 발원하고, 무슨 인연으로서 구제하여 편안하게 할지 그 방법을 깨우쳐주지 못한다면, 아무리 그 말이 부드럽고 편안하다 할지라도 평등한 자비의 마음이 되지 못하는 까닭에 반드시 도를 수행하는 이는 입으로만 자비를 내세우지 말아야 한다.
혹 수행하는 이가 자비한 마음으로 일체 중생들을 편안하게 하려는 뜻만을 일으킨다면 그러한 자비심도 또한 좋기는 하지만 이는 도덕이 원만하게 갖추어진 자비심이 아니다. 그러므로 큰 도를 행하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자비심은 일으키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가령 도를 배우는 이가
자비를 마음만 먹고 입으로만 말한다면
곧 적은 편안함을 얻을 것이요
또한 얻는 복이 엷을 것이다.
비유하면 화살을 만드는 사람이
실수로 화살을 불에 떨어뜨려 태웠다면
어찌 능히 그 화살로 하여금
잘 만들어서 쓸 수 있겠는가?
도를 수행하는 사람이라면 큰 자비심을 세워야 한다.
장차 어떻게 행하여야 하는가?
수행하는 사람으로서 더운 곳에 있는 이는 시원한 곳을 구해 거처해야 편안해지고 추운 곳에 있는 이는 따뜻한 곳을 구해 거처해야 편안해진다. 배가 고픈 이는 밥을 얻고 목마른 이는 마실 것을 얻으며, 먼길을 걸어 몹시 피곤한 이는 수레와 말을 얻은 뒤에야 편안해지는 것과 같다. 오래 서있던 이는 앉아야 편안해지고, 몹시 피곤한 이는 누워야 편안해지며, 벌거벗은 이는 옷을 입어 가리고 몸에 때가 있는 이는 목욕해서 때를 씻어야 마음이 매우 상쾌해져서 안정되고 고요해지며, 여러 가지 괴로움이 있는 이는 각기 편안할 수 있는 데를 얻어야 몸과 뜻이 기뻐 뛰는 등 모든 편안함을 얻게 된다.
그러므로 마음을 잡아 어수선하지 않아야만 남에게 사랑 받고 공경을 받게 된다.
부모·형제·처자·친족·벗·선지식을 가까이하고 은애(恩愛)하여 모두 편안하게 해주며, 또한 모든 중생들의 온갖 괴로워하는 이를 내 몸처럼 여겨 편안하게 해주며, 시방 세계의 모든 사람들로 하여금 다 해탈케 하여 몸과 마음이 편안하게 해주며, 부모와 안팎의 종친들로 하여금 죄다 편안하게 하며, 다음에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자비한 마음을 널리 베풀고, 원수의 집안까지도 차별하는 마음을 두지 말아서 다 해탈하게 하여 모두 내 몸처럼 해탈을 얻어 편안하도록 해주어야 한다.
설령 먼저 시방 세계의 인민(人民)들을 생각하고 다음 원수를 생각하는데, 그 마음이 혹 어수선하다거나 원수와 친한 벗, 그리고 평범한 사람들에게까지 처음의 마음이 능히 완벽하게 평등하지 못하다면, 마땅히 '내가 원수에 대하여 원한을 품고 미워하면 그 마음은 이미 허물이 있을 것이다'라고 관찰하여 이제 그런 생각을 당장 버리고 다시 매우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고 부모와 자신의 처자처럼 사랑하고 또한 종친을 공경하는 것처럼 해야 한다.
이와 같이 하여 다시는 원한을 품지 않고 저 다섯 갈래 세계[道]에 나고 죽는 근본을 살핀다면, 전생에 부모·처자·형제·벗이 되었었지만, 다만 그것이 오래 되어서 능히 식별치 못할 따름이다.
그러므로 마땅히 원한을 품지 않아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마땅히 자비심을 일으켜 행하고
원수를 좋은 벗처럼 생각해야 할지니
반복되어 나고 죽음에 있어
일찍이 모두가 친족이었기 때문이네.
비유하면 나무에 꽃이 피어
점점 자라나 열매를 맺음과 다름없이
부모나 처자나 벗들이나
친족들도 다 그와 같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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