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44. 百尺竿頭進一步 - 백척 장대 끝에서…

수선님 2018. 3. 4. 13:29

백척 장대 끝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 무문관(無門關)

 

 

여기서 말하는 '백척간두'란 국기게양대 같이 높은 꼭대기를 말합니다. "위로는 깨달음을 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제도한다(上求菩提 下和衆生)"는 말에서도 할 수 있듯이. 백 척 장대 끝이란 위로 오르고자 하는그 수행의 절대 경지를 뜻하며, '고봉정상(孤峰頂上)'이라고도 말합니다. 꾸준히 수행을 쌓지 않고서는 쉽사리 도달할 수 업슨 경지로, 여기까지 이르기는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러나 9세기 중국 당나라에 살았던 장사(長沙)선사는 "깨달음을 얻었다 하여 백 척 장대 꼭대기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는 아직 더 완성되었다고 볼 수 없다"고 경계하여, 머물러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우치고 있습니다. "부처님도 달마대사도 현재 수행 중"이라는 것입니다. 잘 배우고 익히는 사람은 언제나 진보합니다. 백척간두에서도 더 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백척간두에서 더 나아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요? 영국 속담에 '사람은 여행을 하지만 나중에는 집으로 돌아오게 된다"늠 말이 있습니다. 선가에서는 "산에 오르는 길은 산에서 내려오는 길"이라고 말합니다. 위에서 아래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높은 봉우리 위에서 홀로 기분 내지 않고 속세로 돌아오는 것입니다.

 

가는 것과 오는 것을 떼어서 생각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고가는 것이 같음을 알아야 백척간두에서 한 걸음 나아갈 수 있습니다. 백척간두를 오르기 위해 애쓰는 노력이 그대로 남을 위해 아래로 내려가려는 노력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나아간다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깨달음을 얻은 뒤 다리 밑에서 거지들과 함께 살았다거나 대처로 나와 사람들과 섞여 살면서 보살행을 더했다는 옛 선사들의 고행담이 바로 이것입니다. '백척간두진일보(百尺竿頭進一步)'이지요.  

 

"상대를 부정하고 절대를 나아가며, 그 절대마저도 다시 초월하라. 그러나 관념으로가 아니라, 실천과 경험을 통해 몸으로 느껴라"하는, 열렬하고도 준엄한 가르침이 절절히 느껴지는 선어입니다.

 

"세상을 위해 밭으로 흘러들어 탁해지는 맑은 물퍼럼'이라 읊은 선시도 있습니다. 깨끗한 물이 밭으로 흘러들어 가서 탁한 물이 되는 그 자비심이야말로 '백척간두'에서 내딛는 큰 한걸음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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