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45. 興天下人作陰凉 - 천하 사람들을 위해…

수선님 2018. 3. 4. 13:29

천하 사람들을 위해 그늘이 되라 - 임제록(臨濟錄)

 

 

선불교의 큰 물줄기를 튼 위대한 인물 중의 한 사람인 임제선사는 처음에는 황벽(黃檗)선사 밑에서 수행했으나 좀처럼 도를 깨치지 못했습니다. 자기의 무능력을 한탄하던 임제는 수행을 단념하고 스승의 곁을 떠나려 했습니다. 이때 같이 수행하던 목주(睦州)스님이 스승인 황벽선사에게 이렇게 진언했다고 합니다. "그는 순수하고 진실한 청년으로 취할 점이 많습니다. 잘 단련되어 커지면 장차 한 그루 큰 나무가 되어 천하 사람들을 위해 그늘이 될 것입니다." 과연 그는 목주스님의 말대로 불교계의 거목이 되었습니다.

 

'천하 사람들을 위해 그늘이 되리라(興天下人作陰凉)" - 저는 이 말을 좋아합니다. 한여름 햇볕이 쨍쨍 내리쬘 때 큰 나무 그늘처럼 고마운 것은 없습니다. 큰 나무는 가지를 뻗어 햇볕을 막고 서늘한 바람을 가져다 줍니다. 자신은 더위를 마다하지 않으면서 다른 이들을 위해 그늘을 만들어 줍니다.

 

이 큰 나무에 해당하는 영어단어가 'nurse'입니다. 마을이나 숲을 지키는 보호수나 껴안아 지친다는 포옹의 의�가 있으며, 보통은 '보모'로 번역합니다. 큰 나무가 발치에 풀과 꽃이 잘 자라도록 보호하듯이 아기를 보호한다는 거지요.

 

선 수행자의 엄격한 수행도, 나중에는 천하의 큰 나무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위해 서늘한 휴식처를 마련해 주기 위한 것입니다. '인생의 고뇌'라고 하는 직사광선을 막아 마음에 평안한 그늘을 제공하기 위해서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만년에 자기의 모국인 석가족이 친족인 코살라국에 의해 멸망되는 비운을 당했습니다. 이때 부처님은 침략군이 지나가는 길 옆 고목 아래서 좌선을 하고 있었습니다. 말을 타고 진두에 서서 행군하던 코살라 국왕 바루다카는 그 앞을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말에서 내려 물었습니다.

 

"부처님이시여, 웬일로 고목 아래 앉아 계십니까?"

 

부처님께서 대답했습니다.

 

"왕이여. 친족의 그늘은 서늘하군요. "

 

이말을 듣자 왕은 군사를 돌려 돌아갔습니다. 이런 일이 세 번 되풀이되었는데, 네 번째의 진군에서는 부처님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고목의 그늘에 앉지 않았습니다.

 

잎사귀가 없는 고목은 아무리 큰 나무라도 그늘을 만들지 못합니다. 다시 말해 잎사귀가 많은 큰 나무로 자라야 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큰 나무도 처음엔 한 알의 작은 씨앗에 불과합니다. 그것이 햇살과 비바람을 맞고 거름을 흡수하면서 점점 자라게 됩니다. 수행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진리를 깨닫고자 하는 작은 구도심(求道心)이 점점 크게 자라는 것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忍土에서 淨土로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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