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관사상

[스크랩] 9. 선행하는 존재를 관찰하는 장[觀本住品] 12偈

수선님 2018. 3. 11. 12:38

9. 선행하는 존재를 관찰하는 장[觀本住品] 12

 

[] 어떤 이가 말한다.

 

()과 이() 등의 모든 근()

()와 락() 등의 모든 법,

이와 같은 것들은 누군가에게 속해 있는데

이것을 선행하는 존재[本住]라고 하네. (1)

만약 선행하는 존재[本住]가 있지 않다면

누가 안[] 등의 법을 소유하겠는가?

그러니 앞서 선행하는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하네. (2)

 

()과 이() 등의 모든 근()’이라고 한 것은 안()()()()()() 등의 모든 근()들을 이름한 것이다. ‘고와 락 등의 모든 법이라고 한 것은 고수(苦受)낙수(樂受)불고불락수(不苦不樂受)()()억념(憶念) 등 심법과 심소법을 이름한 것이다.

어떤 논사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앞서서 안() 등의 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선행하는 존재[本住]가 있어서 이 선행하는 존재에 의존해서 안() 등의 모든 근이 증장(增長)할 수 있는 것이다. 만약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다면 신()과 안[] 등의 모든 근은 무엇에 의존해서 증장할 수 있겠는가?”

 

[] 만약 안() 등의 근과 고()() 등의 법을 떠나

앞서 선행하는 존재가 있다면 무엇에 의해 알 수 있는 것일까? (3)

 

만약 안()과 이() 등의 근()과 고와 락 등의 법()을 떠나 앞서서 선행하는 존재가 있다면, 무엇에 의해 말할 수 있으며 무엇에 의해 알 수 있는 것일까? 바깥의 법()인 물단지옷 등은 안() 등 근에 의해 알 수 있으며, 안의 법은 고()() 등의 근에 의해 알 수 있다. 경전에서 괴멸하는 것[可壞]이 색()의 특징이고, 느끼는 것[能受]이 수()의 특징이고, 인식하는 것[能識]이 식()의 특징이다고 말하고 있다. 그대가 안()과 이(), ()와 낙() 등을 떠나서 선행하는 존재가 있다고 말한다면 무엇에 의해 이 법이 있다는 것을 알아서 말할 수 있는가?

[] 어떤 논사는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것, 보며 눈짓하는 것, 수명, 사유, ()와 낙(), 증오와 애정, 움직임 등이 []’의 특징이다. 만약 []’가 있지 않다면 어떻게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것 등의 특징이 있겠는가? 그러므로 안과 이 등의 근(), 고와 락 등의 법()을 떠나 앞서서 선행하는 존재가 있다고 말한다.

[] 만약 이 가 있다면 몸 안에 있을 것이다. 마치 벽 속에 기둥이 들어 있듯이. 만약 (‘) 몸 바깥에 있다면 마치 사람이 갑옷을 입은 것과 같을 것이다. 만약 몸 안에 있다면 몸은 괴멸할 수 없을 것이다. ‘가 항상 안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가 몸 안에 있다고 말한다면 말만이 있는 것일 뿐 허망해서 진실이 없는 것이다. 만약 몸 바깥에 있어서 몸을 덮는 것이 갑옷과 같다면 몸은 보이질 않을 것이다. ‘가 세밀하게 덮고 있기 때문이다. 또 괴멸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몸이 괴멸하는 것을 실제로 본다. 그러므로 고와 낙 등을 떠나 앞서서 여타의 법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만약 팔을 잘라냈을 때 는 움츠러들어 안에 있어서 잘라낼 수 없다고 말한다면 머리를 잘라냈을 때도 움츠러들어 안에 있기에 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죽음이 있다. 그러므로 고와 락 등을 떠나 앞서서 가 있다고 한다면 말만이 있는 것일 뿐 허망해서 진실이 없는 것이다.

또 만약 몸이 크면 []’도 크고 몸이 작으면 도 작은 것이 등불이 크면 밝음도 크고 등불이 작으면 밝음도 작은 것과 같다고 말한다면, 그렇다면 는 몸을 따르는 것이기에 상주하지 않을 것이다. 만약 몸을 따르는 것이라면 몸이 없을 때 도 없을 것이다. 마치 등불이 사라지면 밝음도 사라지듯이. 만약 가 무상하다면 안()과 이(), ()와 락() 등과 같을 것이다. 그러므로 안과 이 등을 떠나 앞서서 별도의 가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또 가령 중풍[風狂病]에 걸린 사람이 의지대로 하지 못해서 하지 않아야 할 짓을 하는 것과 같다. 만약 가 모든 행위의 주인이라면 어떻게 의지대로 하지 못한다고 말하겠는가? 만약 중풍이 를 괴롭히지 않는다면 를 떠나서 따로 하는 짓이 있는 것이리라. 이와 같이 여러 가지로 궁구해 보아도 안()과 이() 등의 근(), ()와 락() 등의 법()을 떠나 앞서서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다.

만약 안()과 이() 등의 근()과 고()와 락() 등의 법을 떠나 선행하는 존재가 있다고 굳이 말한다면 이런 일은 있지 않다. 왜 그러한가?

 

만약 안()과 이() 등을 떠나 선행하는 존재가 있다고 한다면

또한 선행하는 존재를 떠나 안과 이 등이 있을 것이네. (4)

 

만약 선행하는 존재가 안과 이 등의 근()과 고와 락 등의 법()을 떠나 앞서서 있다면, 이제 안과 이 등의 근과 고와 락 등의 법도 선행하는 존재를 떠나 있을 것이다.

[] 둘이 서로 분리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단지 선행하는 존재를 있게 하는 것일 뿐이다.

 

[] ()에 의해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며

사람에 의해 법이 있다는 것을 아네.

법 없이 어떻게 사람이 있을 수 있으며

사람 없이 어떻게 법이 있을 수 있겠는가? (5)

 

()’이란 안()과 이(), 고와 낙 등이다. ‘사람이란 선행하는 존재이다. 그대가 법이 있기에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사람이 있기에 법이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다면, 이제 안과 이 등의 법이 없이 어찌 사람이 있겠으며 사람이 없이 어찌 안과 이 등의 법이 있겠는가?

 

모든 안() 등의 근()에 선행하는 존재가 실재하지 않네.

()과 이() 등의 근()들이 각각 다르게 분별하는 것이네. (6)

 

또 안과 이 등의 모든 근과 고와 낙 등의 모든 법에는 선행하는 존재[本住]가 실재하지 않는다. ()이 색에 의존해서 안식(眼識)이 발생한다. 인과 연들이 화합하기에 안과 이 등의 모든 근이 있다는 것을 알지, 선행하는 존재에 의해 아는 것이 아니다. 그러기에 게송에서 모든 안 등의 근에는 선행하는 존재가 실재하지 않네. 안과 이 등의 모든 근()이 각각 분별하는 것이네라고 말한 것이다.

 

[] 만약 안() 등의 모든 근에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다면

안 등 하나하나의 근이 어떻게 경계를 인식할 수 있겠는가? (7)

 

만약 모든 안과 이 등의 모든 근()과 고와 락 등의 모든 법()에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다면, 지금 하나하나의 근이 경계를 인식할 수 있겠는가? 안과 이 등의 모든 근에는 사유 작용이 없기에 인식하지 않는다. 그러나 실제로는 경계를 인식한다. (그러므로) 안과 이 등의 모든 근을 떠나 다시 경계를 인식하는 것이 있다.

[] 만약 그렇다면 하나하나의 근 속에 각각 인식하는 자가 있는 것인가, 한 인식하는 자가 근들 속에 있는 것인가? 둘 모두 과실이 있다. 왜 그러한가?

 

보는 자가 듣는 자이고 듣는 자가 느끼는 자라면

이와 같은 근들에는 선행하는 존재가 있을 것이네. (8)

 

만약 보는 자가 듣는 자이고 듣는 자가 느끼는 자라면, 이 자는 한 []’이다. 이와 같이 안 등의 근들에는 앞서서 선행하는 존재가 있어서 색()()() 등을 고유하게 인식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혹은 눈[]으로 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사람이 여섯 감관[六向]을 갖고서 의지하는 대로 보거나 듣는 것과 같다. 만약 듣는 자와 보는 자가 같다면 안 등의 근()으로 의지하는 대로 보거나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옳지 않다.

 

만약 보는 자와 듣는 자와 느끼는 자가 상이하다면

볼 때 또한 들을 것이다. 그렇다면 가 많을 것이네. (9)

 

만약 보는 자와 듣는 자와 느끼는 자가 상이하다면, 볼 때 또한 들을 것이다. 왜 그러한가? 보는 자를 떠나서 듣는 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비()()()에 있어서도 []’는 일시에 행할 것이다. 만약 그렇다면 사람은 하나인데 는 많을 것이다. 모든 감관[]이 일시에 대상[]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러므로 보는 자와 듣는 자와 느끼는 자가 동시에 작용하지 않는다.

 

안과 이 등의 모든 근과 고와 락 등의 모든 법을

발생하게 하는 대()들 그 대()들에도 가 있지 않네. (10)

 

또 만약 어떤 사람이 안()과 이() 등의 근들과 고()와 낙() 등의 법들을 떠나 별도로 선행하는 존재가 있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이미 타파된 것이다. 이제 안과 이 등의 원인인 4()의 경우를 보면, 4대에도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다.

[] 만약 안과 이 등의 근들과 고와 락 등의 법들에 선행하는 존재[本住]가 있지 않다면, 그럴 수 있다. 안과 이 등의 근들과 고와 락 등의 법들은 있을 것이다.

 

[] 만약 안()과 이() 등의 모든 근과 고()와 락() 등의 모든 법에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다면, () 등도 있지 않을 것이네. (11)

 

만약 안()과 이()나 고()와 락() 등의 모든 법S에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다면, 누구에게 이 안과 이 등이 있겠으며 무엇을 연()으로 해서 있겠는가? 그러므로 안과 이 등도 있지 않다.

 

() 등에는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네. 지금도 후에도 다시 있지 않네.

삼세(三世)에 있지 않으니 있다거나 없다고 하는 분별이 없네. (12)

 

또 선행하는 존재[本住]를 사유하고 궁구해 보아도 안() 등보다 이전에 있는 것도 아니고 지금 (동시에) 있는 것도 아니고 이후에 있는 것도 아니다. 삼세에 있지 않다면 발생이 없고 적멸해 있는 것이므로, 논박이 있을 수 없다. 선행하는 존재가 있지 않은데 어떻게 눈 등이 있겠는가? 이와 같이 묻고 답하는 가운데 희론이 사라졌으며 희론이 사라졌으니 모든 법들이 공하다.


출처 : 청산백운
글쓴이 : mangu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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