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행도지경 56. 마음을 유도하여 공(空)으로 향하게 하라. 진공묘유
비유하면 마치 나라 왕에게 어떤 배우[俳兒]가 있었는데, 그 배우의 어미가 죽어서 상복을 입고 집에 있었다.
왕은 그의 재담(才談)이 듣고 싶어서 사람을 시켜 부르면서 말했다.
"왕은 네가 보고 싶다."
배우는 혼자 생각하였다.
'나에게는 늙은 부모가 있다. 마침 어머님을 여의었는데 지금 왕의 지엄한 칙령이 내려왔으니, 만약 가지 않으면 분명 나의 목숨을 빼앗거나 혹은 형벌(刑罰)을 받을지도 모른다. 어머님께서 비록 돌아가신 상황이라고는 하나 다른 방법이 없으니, 마땅히 그 명령에 응하여 지체 높은 분의 명을 어기지 말자. 거짓으로나마 광대놀음을 하며 재담을 늘어놓아 왕의 환심을 사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는 억지로 뜻을 굽히고 슬픔을 억제하면서 다시는 그 어미를 생각지 않기로 하고, 곧 스스로 장엄하게 꾸미고 화려한 의복 차림으로 궁궐(宮闕)에 나아가 왕을 뵙고 나서 거짓 재담을 늘어놓아 왕을 기쁘게 해주었다.
그리고는 물러 나와 혼자 생각하였다.
'어머님의 상사(喪事)를 당하여 슬픈 심정이 마치 불이 마른풀을 태우는 것 같다. 아, 슬픈 일이구나. 이런 처지에서 어떻게 차마 희희덕거릴 수 있겠는가? 그러나 막중한 상사도 만났지만 한편 생각해보면 국왕이 두렵기도 하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곧 슬픈 마음 억제하기를 마치 불에 물을 뿌리듯 하고 마침내는 배우가 되어, 점차 모든 근심을 잊고 웃음거리를 더욱 많이 만들어 내어 왕으로 하여금 기뻐 어쩔 줄 모르게 하였다.
수행하는 사람도 마땅히 이와 같이 하여 도(道)에 마음을 가지도록 유도하여 나아가, 공하여 없는 것임을 깨달아 나[我]라고 집착하는 생각을 제거하게 하며, 이로 인하여 열심히 닦고 익혀서 마침내 참다운 공[眞空]에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비유하면 왕에게 배우가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막중한 상사를 당했는데도
거짓으로 웃고 근심을 억제하여
마음이 결국엔 기쁘게 된 것처럼
수행하는 사람도 또한 그와 같이 하여
점차 마음을 유도해 공으로 향하게 하면
밝게 빛나는 혜명(慧明)에 가까워지고
뜻이 안정되어 동요하거나 바뀌지 않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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