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수행하는 사람은 마땅히 공한 것이라는 가르침을 따라서, 설령 그 마음을 경계하다가 혹 마음이 혼란해져서 나라고 집착하는 생각이 일어나게 되더라도 스스로 이렇게 생각해야 한다.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풀과 나무를 한곳에 모아 뗏목을 만들어 넓은 강을 건너려고 하는데, 그 강의 물살이 급하면 뗏목이 떠내려가다가 부서지고 말듯이 나도 마음을 유도하여 매진해 온 지가 벌써 여러 날이 되어 그 노고를 이루 다 말할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혼란한 마음이 갑자기 일어나 한결같은 정진을 어기고 나라고 집착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구나.'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마치 풀과 나무를 모아 만든 뗏목이
냇물에서 강물로 떠내려가다가 부서지듯이
애욕 바다의 물결도 그와 같이 급하니
적정에 뜻을 두면 곧 공(空)에 나아가리.
비유하면 여름철 무더위에 불타듯 말랐던 풀과 나무가 단비를 맞게 되면 금새 되살아나고 5곡도 풍성해지는 것처럼, 가령 나[吾]라는 것은 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나라는 생각이 없어질 것이나, 가령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문득 몸이라는 생각이 일어나게 된다.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마치 저 단비를 만났을 적에는
말랐던 온갖 풀 나무가 다 되살아나듯이
가령 수행할 때에도 공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곧 나를 버려 나라는 생각이 없어지리라.
수행하는 사람은 스스로 생각해야 한다.
'내가 앉아있는 이유는 멸도(滅度)를 구하려고 그러는 것인데 참으로 구하기가 어렵구나. 가령 나라는 것이 정말로 있어서 구하려고 해도 나라는 것은 본래 공한 것이어서 나라는 것은 애당초 없는 것이며, 지금 몸을 분별하려고 해도 그 몸은 본래 나라고 할 것이 없는 것이니 어느 곳에 그 몸이 있겠는가?'
이것을 게송으로 말한다.
나라고 하는 생각을 벗어나야 곧 깨달을 수 있고
항상 진리를 보아야 본래 무(無)임을 안다.
가령 세속을 따르고 스스로 깨닫지 못한다면
어두운 곳에서 장님을 따르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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