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은 마음이 곧 도량이다 - 유마경(維麻經)
'도량(道場)'이란 앞에서도 말했듯이 원래는 부처님께서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아래 자리를 가리킵니다. 훗날 이 말은 진리를 수행하는 신성한 장소를 가리키는 말이 되었습니다.
한 수행자가 어느 날 길에서 유마거사를 만나 "어디서 오시는 길입니까?"하고 물었더니 "도량에서 오네"하고 대답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도량은 방금 그 수행자가 떠나온 성에 있으므로 방향이 정반대였습니다. 정말 의아한 대답이었지요.
그렇지만 수행을 위해 소란한 성을 떠나 한적한 곳으로 가려던 차였기에, 수행자는 "그 도량이 어디 있는데요?"하고 유마거사에게 물었습니다. 그러자 유마거사는 이렇게 말화는 것이었습니다.
"곧은 마음이 있는 곳이 도량이지. 거짓이 없으니까."
도량은 장소나 환경이 아니라, 바로 마음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곧은 마음(直心)'이란 혼란스럽지 않게 잘 조어(調御)된 유연한 마음을 가리킵니다. 이 마음에는 거짓이나 에누리가 없기에 곧 도량이라는 게 유마거사의 대답이었습니다.
유마거사가 도량과는 정반대 방향에서 오면서 "도량에서 오네"라고 말한 데는 깊은 뜻이 있습니다. 그 말에는 수행자가 생가하는 수행방식, 나아가 진리에 대한 관념을 일거에 뒤집으려는 뜻이 있는 것입니다.
'직심'이란 순수한 마음, 삿된 것에 전혀 사로잡히지 않은 마음이므로 '빈(空) 마음'과도 상통합니다.
영가(永嘉)대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진리를 찾으려는 욕구에 불타 있으면 마음이 고요해진다. 다만 마음이 고요해지기만을 바라고 진리를 구하기를 잊으면 산 속도 소란스러워진다."
파도 소리가 듣기 싫어 산에 살면
소나무에 불어오는 소란스러운 바람 소리
이 선시도 같은 내용을 노래하고 잇습니다.
소란한 가운데서도 태평스럽게 원고를 쓰고 있는 사람을 보면 저는 몹시 부럽습니다. 그것은 단지 습관 이상의 큰 노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자기 마음이 곧 도량임을 잊고 멀리 한적한 곳만 찾는 한, 그 어디에도 '도량'은 없습니다.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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