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이 무심히 동굴에서 나오네 - 귀거래사(歸去來辭)
이 시는 중국 진나라 때 살았던 시인 도연명(陶淵明)의 '귀거래사(歸去來辭)'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동굴에서 구름이 나오네"는 자아에 사로잡히지 않은, 다시 말해서 아집(我執)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행동하게 된 심경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것을 선가에서는 '임운무작(任運無作)의 묘용(妙用)'이라고 합니다.
'임운(任雲)'은 아무런 삿된 생각 없이, 자연스럽게 움직이고 진리대로 행동하는 것을 말합니다. '무작(無作)'은 인위적인 자재주를 부리지 않음이며, 그에 따른 무심한 종작이 곧 '묘용(妙用)'입니다. 즉 구름이 무심히 산의 동굴에서 나오는 것과 같습니다.
선가에서는 "자기를 잊는다"는 말을 자주 하는데, 그것은 기억을 잊어버린다는 게 아니라 자기를 중심으로 생각하는 자아의식을 잊는 것입니다. '무심(無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은 마음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이 '작은 나'가 자연이나 우주 같은 '큰 나'로 승화되어, 나 자신이 발전적으로 해소되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은 구름이 산골짜기 돌굴을 오가는 것과 비슷합니다. 한산의 다른 시에도 나오는 "흰구름이 스스로 오가네(白雲自去來)"도 선 수행자는 같은 의미의 말로 생각합니다. 흰구름의 의식조차 잊어버린 무심(無心)의 색깔입니다. 흰구름은 무심함을 나타내는 데 자주 사용되는 소재입니다.
이 시의 대구인 "새는 날다가 지쳐서야 돌아올 줄 안다(鳥倦飛而知歸)"를 잘 음미해 보면, 나 자신을 움직이는 큰 힘이 배후에 무의식의 존재로서 실재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지친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계기를 통해 이 힘을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인생에 지치게 되면 우리는 돌아갈 데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시인 도연명이 "이제 돌아가세(歸去來辭)"하고 읊었던 것은 지상의 집, 자연으로 돌아감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마음의 본향으로 돌아감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귀거래사'야 말로 자기 안의 또 다른 자기가 현실을 사는 자기에게 "욕망에 시달리며 쾌락을 추구해 마지않는 생사의 방랑길을 청산하고 하루 빨리 본심으로, 수수한 인간성으로 돌아가라"고 부르는 소리임을, 선 수행자는 내밀히 듣고 있는 것입니다.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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