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56. 吾心似秋月 碧潭淸皎潔 - 내 마음은…

수선님 2018. 4. 1. 13:05


내 마음은 가을 달이 산여울에 비치는 것처럼 맑고 깨끗하다 - 한산시(寒山詩)


한산(寒山)은 습득(拾得)과 함께 살았던 사람인지가 확실치 않은 인물입니다. 8, 9세기경의 당나라 선승이자 시인이라고 전설적으로 전해 내려 오고 있습니다.


선시집 <한산시>는 그가 살았다는 천태산 바위벽 등에 새겨진 시들을 후세 사람이 모아 책으로 엮어낸 것이라 하는데, 시편마다 독특한 풍경과 선심이 그린 듯 살아 있기에 오늘날에도 많이 읽히고 있습니다.


여기 인용한 구절에서도 격조 놓은 정취를 느끼게 됩니다. 맑은 가을 밤 하늘에 뜬 밝은 달이 푸른 계곡을 비추듯, 내 마음은 청명하고 조요하다는 것입니다. 희로애락으로 가랑잎처럼 흔들리는 감정이 아니라, 그 변화의 깊숙한 속에 깃들여있는 본질적인 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한산이 말하는 '내 마음'은 그만의 개인 소유가 아니라 누구나 항상 갖고 있는 불심(佛心) 또는 불성(佛性). 부처님의 생명으로 불리는 실재(實在)를 가리킵니다.


그러나 선가에서는 신비하고도 초인적인 용어를 쓰기를 피하고 '본래면복(本來面目)'이라는 이름으로 인간의 본질을 나타냅니다.


이런 마음을 상징하는 '가을 달'은 만인을 차별 없이 비추는 보편성을 갖고 있는 유일하고도 절대적인 존재입니다. 또한 어떤 계곡이나 연못에도 그림자를 드리우는 평등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이른바 '순수한 인간성'입니다. "푸른 산여울에 비치는 것처럼 청결하다(碧潭淸皎潔)"는 표현 그대로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청결은 불결에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라 불결과 청결 모두를 포함하면서도 이들을 초월한 청결입니다.


참 형용하기 힘든 경지여서 한산은 "이 마음과 비교할 수 있는 충분한 대상이 없으니 어떻게 설명하면 좋은가(無物堪比喩 敎如何說)"하고 탄식하고 있습니다. 우일하고도 절대적이면서 동시에 보편적이고 평등한 이 이율배반성을 모순되지 않게 포괄하는 존재가 바로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오늘을 살아가면서 이 탄식 속에서 '가을 달'을 보게 됩니다.

松原泰道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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