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59. 滅却心頭火自涼 - 마음을 소멸시키면…

수선님 2018. 4. 1. 13:06


마음을 소멸시키면 불 속에서도 서늘하다 - 벽암록(碧巖錄)


이 선어는 「벽암록(碧巖錄)」 제43칙 '동산스님의 더위와 추위(洞山寒暑)'에 나오는 말입니다. 6세기 중국 시인인 두순학(杜荀鶴)은 같은 뜻으로 '여름날 오공선사의 절에 부쳐'라는 시를 썼습니다.


삼복 더위에 문 닫아 걸고

선사는 가사 한 벌을 걸치고 있네

그늘 드리울 소나무와 대나무 한 그루

방안에 없는데,

조용한 삼 속이나 물가가 아니라도

좌선하는 데는 싱관없네

마음을 소멸시키면 불 속에서도 서늘하나니


고뇌를 피하기만 해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자진하여 고뇌를 극복해야 합니다. 예컨대 추위나 더위를 고통으로 느껴느냐 즐거움으로 느끼느냐는 바로 자기자신에 달려 있습니다. 눈이 쌓여 꽁꽁 얼어붙은 벌판에서 스키에 열중하거나 �볕이 쨍쨍 내리쬐는 뜨거운 운동장에서 축구에 열중할 때 추위나 더위를 느끼지 못하는 것도 그 좋은 예입니다.


추위나 더위로 상징되는 고뇌는 객관적으로 존재하며, 살아 있는 한 우리에게 닥여오게 마련입니다. 스키나 축구에 열중하는 동안 추위나 더위를 그다지 느끼지 않는 까닭은 그 자신이 추위나 더위와 대결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즉 추위나 더위에 철저히 동화되어 있는 것입니다.


앞에 인용한 '마음을 소멸시킨다(滅却心頭)'란, 이와 같이 춥다 덥다 하는 상대적인 인식을 판단의 대상으로서 대결하기보다는 그것에 동화하는 방식으로 화해하는 것을 뜻합니다. 이렇게 되면 더워도 덥지 않고 슬퍼도 슬프지 않은 마음이 계발됩니다. 울고 있지만 울고 있지 않는 또 한 사람의 나, 땀을 흘리고 있지만 땀을 흘리지 않고 있는 또 한 사람의 나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불 속에서도 그대로 서늘하다(火自涼)' - 불 그대로, 뜨거운 그대로 서늘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불을 차게 느낀다면 그것은 신경게에 이상이 있는 병일 뿐, 선에는 이런 기적이 없습니다. 뜨거운 그대로 뜨거움에 지배되지 않는, 동화되는 마음을 지녀야 합니다. 산대적인 마음이 없어졌기에 '무심(無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松原泰道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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