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65. 一無位眞人 - 참사람은 어디…

수선님 2018. 4. 15. 12:38


참사람은 어디에나 있으니… - 임제록(臨濟錄)


어느 날 임제선사가 설법을 했습니다.


"사람의 이 고깃덩어리 몸 어디에나 있는 한 참사람[一無位眞人]이 있다. 그가 늘 너희 몸 속을 들락날락하나니, 아직 그를 보지 못한 사람은 똑똑히 보고 또 보아라."


'무위(無位)'는 직위나 계급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일정한 공간적인 좌표가 아예 없는, 따라서 '어디에나 있는'의 뜻입니다. 나아가 일정한 시간적인 좌표도 없어서 '언제나 있는'의 뜻도 됩니다. '한[一]'도 다만 수량적인 의미로 한 사람을 뜻하는 게 아니라 보편적이고도 초월적인 한 존재를 뜻하며, '참사람[眞人]'은 바로 부처님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임제선사는 부처님이라는 말을 신비스럽게 여기는 것을 배격하여 '진인(眞人)' 또는 단지 '사람'이라 부르곤 했다는 것은 앞에서 말한 바 있습니다.


"너희들의 육체에는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참된 인간성이 언제나 존재하며, 너희 전신에서 드나들고 있다. 아직 만나지 못했으면 빨리 만나 보라"고 임제선사는 설법하고 있는 것입니다. "선(禪)이란 보는 것"이라고 정의한 현대 철학자도 있는데, 임제선사의 말과 상통하는 뜻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본다는 것은 자기를 보는 것을 가리킵니다. 다시 말해서 자기 속의 또 한 사람의 자기를 만나는 것입니다.

"자기를 사랑하려면, 자기 내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어느 시인이 말했듯이, 들여다보는 자기를 먼저 보아야 합니다.


보는 자기와 보여지는 자기 속에 있는 또 한 사람의 자기가 일체가 되어야 비로소 '언제 어디서나 있는 참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임제선사는 제자들에게 큰 소리로 "언제 어디서나 자기 속에 잠들어 있는 또 한 사람의 자기를 깨달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부처님을 밖에서 찾지 말고 자신 안에서 찾을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괴테는 「파우스트」에서 "자기 안에 신이 없으면, 어떻게 하늘 위의 신을 경배할 수 있겠는가"라고 쓰고 있습니다. 자기 안에 신을 받아들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하늘 위의 신을 인정하고 경배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부처님을 자기 안에서 찾으라는 임제선사의 말을 괴테의 말과 대조해서 생각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언제나 어느 곳에나 있는 부처님은 미세한 털구멍을 통해 우리 몸을 드나들고 있습니다. 이 부처님의 존재는 감각으로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감각적인 경험을 초월하면서도 감각적인 경험에서 떠나지 않는 다른 차원의 경험 - 좌선이 필요합니다.


松原泰道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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