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64. 無事是貴人 - 일 없음이 곧…

수선님 2018. 4. 15. 12:38


일 없음이 곧 귀인이니라 - 임제록(臨濟錄)


"일 없음[無事]이 바로 귀한 사람이니라. 다만 조작(造作)하지 말라."


임제선사가 한 말입니다.


우리는 평소에 '무사하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변함이 없는 것, 건강한 것, 평온한 것을 일컫는 말입니다. '골치아픈 일이 없다(無事)'는 말이지요. 그러나 선에서 말하는 '무사하다'는 이와 다릅니다. 그것은 부처님이나 도와 구원을 다른 데서 찾지 않는 마음 상태를 가리킵니다. 임제선사의 말을 빌면, "구하는 마음[求心]이 없는 것이 무사(無事)"입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번뇌에 시달리고 있는 데 그런 가운게에도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순수한 인간성이 깊이 숨겨져 있습니다. 따라서 그것을 밖에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밖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아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그 순수한 인간성을 실감하는 것입니다. 그 실감하고 있는 상태가 바로 '무사'이며, 그런 사람이 '무사한 사람입니다. 선(禪)은 부처님을 밖에서 찾지 말고 자기 속에서 또 한 사람의 자기를 만나도록 힘쓰라고 가르칩니다.


오스트리아의 실존주의 심리학자이자 정신과의사인 빅토루 프랭클은 인간의 싱층의식을 탐구한 결과 종교적 무의식을 발견했는데, 그것이 바로 '또 한 사람의 자기'입니다. 인간은 본래 자기 안에 이 귀한 또 한 사람의 자기를 감춰놓고 있으므로, 부처님을 밖에서 찾을 필요가 없으며, 그것을 실감하는 것이 '무사함'입니다.


선에서는 이 '또 한 사람의 자기', 즉 종교적인 무의식을 가리켜 '자신의 본디 성품[自性]' 또는 '본래의 얼굴[本來面目]', '본래의 사람'이라고 말합니다. 이 '본래의 사람'을 만나야 귀인입니다. 귀인이란 '존귀한 사람'으로 바로 부처님을 가리킵니다.


임제선사는 '부처님'이라는 기성개념에 사로잡히는 것을 싫어하여 그냥 '사람'이라 불렀습니다. 원래 부처님은 사람을 떠나서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중생을 귀히 여기는 것이 선의 마음입니다. 이렇게 보면 '무사시귀인(無事是貴人)'이란 '무위진인(無位眞人)'이란 말과도 상통합니다.


여러 가지로 손질하여 가공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라는 뜻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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