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함도 꿈, 그렇지 않음도 꿈 - 택암(澤巖)선사
"그러함도 꿈, 그렇지 않음도 꿈"이란, 옳고 그른 상대적인 지식이나 판단의 집착에서 벗어나 학식이나 지위, 깨달음까지도 잊어버린 경지를 뜻합니다.
전란에서 시달리던 한 장군이 한 스님에게 무렀습니다.
"인생살이에서 싸움을 없애는 방법이 있겠습니까?"
그러자 스님은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었습니다.
"이 세상은 꿈입니다. 꿈속에 있기 때문에 꿈을 꿈인 줄 모르고, 이 세상을 진짜로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람과 싸우는 것도 꿈속에서의 싸움이요, 꿈을 깨면 상대방은 없습니다. 현실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꿈입니다. 그걸 알지 못하고 이겼다고 기뻐하고, 패했다고 슬퍼합니다. 자기와 남이 대립하여 꿈속에서 싸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겼다고 기뻐하지 말고, 패했다고 슬퍼하지 말고, 꿈속에서의 싸움을 그만두고 승패가 없는 무사(無事)한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꿈과 같은 한 세상을 꿈인 줄 모르며 사는 사람들에게, 물새는 꿈을 깨라고 밤새 저리 우는구나"하고 읊은 시인이 있는가 하면, "마음을 찬란케 하는 꿈에서 깨어날지니"하고 게송을 읊어 꿈과 같은 인생에서 꿈을 실감할 것을 권하는 선사도 있스니다.
선가에서는 이처럼 끔에 빗대어 인생의 무상함과 초월의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허무주의에 빠지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그와는 반대로, 세상의 무상함을 꿈을 통해 객관적으로 명백히 봄으로써 인생의 진정한 가치를 창조해 나갈 문을 열어가는 것입니다.
"바람이 불어와 꽃잎이 뚝뚝 떨어지는 끔이요, 깨어나도 여전히 가슴 설레이게 만드네"라고 읊은 시인의 뜻과 같습니다.
「나에게는 생이 있다」를 쓴 작가 에른스트 툴러가 작품 안에서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살아갈 자격이 없다"라고 썼는데, 그 문장을 무척 좋아했던 소설가가 있었습니다. 중병에 걸려 병상에 누워 있던 그는, 그만 툴러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큼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이런 말을 하였습니다.
"평범하디 평범하게 살아가는 나는 사는 것 자체가 바로 역작(力作)이야."
우리는 여기서 인생을 꿈으로 실감하고 구김살 없이 소박하게 살아가는 태도를 엿볼 수 있습니다.
松原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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