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禪)

[스크랩] 83. 讀坐大雄峯 - 홀로 대웅봉에 앉다

수선님 2018. 5. 6. 13:16

홀로 대웅봉에 앉는다 - 벽암록(碧巖錄)

 

 

백장(百丈)선사에게 한 수행승이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무엇이 이 세상의 기특한 일입니까?"

 

한마디로, 선 수행을 하여 얻을 수 있는 불가사의한 영험이나 이득이 도대체 무엇이야는, 지극히 무례하면서도 본질적인 질문인 셈입니다.

 

이 물음에 대해 백장선사는 다만 한 마디 할 뿐이었습니다.

 

"홀로 대웅봉에 앉는다[獨坐大雄峯]."

 

대웅봉은 선사가 살던 중국 강서성 백장산의 별명입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이렇게 우뚝 앉아 잇다 - 대웅봉에 이 '나'가 준엄하게 웅거하고 있으면서 우주를 한 점으로 응시한다는 절대가치의 사자후가 들리는 듯 합니다.

 

'홀로 앉는다[獨坐]'란 고독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독(獨)'에 대해서는 앞서 나온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에서 설명한 바 있습니다. 여기서는 '좌(坐)'에 대해 생각해 보라고 합니다.

 

'좌'는 '흙[土]' 위에 '사람[人]' 둘이 나란히 있는 형태입니다. 이 두 사람은 부처님과 범부(凡夫)를 뜻합니다. 사람의 내부에는 부처님과 범부가 언제나 동거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불범동거(佛凡同居)'라고 합니다. 아 두 사람 - 부처님과 범부의 대화가 많을수록 그의 마음은 풍부해집니다.

 

한 사형수는 이렇게 노래하고 있습니다.

 

내 몸 속에 부처님과 악귀가 함께 살고 있구나.

 

자기 잘못을 깊이 누우치고 처형될 날을 기다리는 담담한 싱경으로 돌아가면, 배우지 않아도 진실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과 범부 두 사람을 서로 배격하지 않고 함께 포용하여 절대적인 한 사람으로 지양한 것이 '독(獨)'입니다. 그러므로 그것은 결코 고독을 의미하지는 않스니다. 혼자이면서 자기 속에 두 사람의 자리를 바라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살아서 이런 자신을 깨닫게 된다는 것은 얼마나 희한한 일입니까. <법구경(法句經)>에 이런 말이 씌어 있습니다.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렵고, 오래 장수하며 살기도 어려우며, 세상을 살면서 부처님을 만나기 어렵고, 부처님의 법문을 듣는 일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 말을 이해하면 '독좌대응봉'의 의미가 더욱 분명해질 것입니다.

 

松原泰道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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