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구슬이 손바닥에 있다 - 벽암록(璧巖錄)
'밝은 구슬(明珠)'은 보석으로, 반야의 지혜를 비유한 말입니다. 그것이ㅡ바로 내 손바닥 안에 있다는 것입니다. 즉, 보석을 높은 곳이나 먼 곳에서 찾을 게 아니라 자기 손바닥에서 찾으라는 말입니다. 사람들은 그것을 모르고 높은 곳이나 먼 곳에서 지혜를 찾습니다.
"돌 속에 불이 들어 있지만 그 돌이 부딪치지 않으면 불이 일너나지 않는다"는 말과도 상통합니다. 부싯돌은 돌과 돌이 부딪쳐야 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돌에는 불을 일으키는 작용이 있으나 부딪치지 않으면 불이 날 리 없습니다. 그것은 사람의 마음속에 부처님의 생명이 있지만 수행하지 않으면 나타나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이 '명주재장(明珠在掌)'도 손바닥에 갖고 있는 보석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알지 못하면 아무리 보석이라도 그냥 썪히고 마는 것입니다. 사람에게 수행(수행)이 필요한 것은 그 때문입니다. 수행을 거듭하다보면 어껀 계기를 맞아 문득 깨우치게 됩니다.
<법화경(法華經)> 제4권 오백제자수기품(五百弟子授記品)에 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가난한 사람이 높은 관직에 올라 부유해진 친구를 찾아 갔습니다. 친구는 글글 가엾게 여겨 후히 대접했고, 그는 맛좋은 술에 취해 그 자리에 쓰러져 잤습니다. 그때 친구는 갑자기 관청에서 풀두하라는 명령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와 작별인사를 하려고 하지만 아무리 흔들어도 잠에서 깨어나지 않기에 친구는 하는 수 없이 그의 윗도리ㅐ 안에 값비싼 보석을 꿰매 놓았습니다. 잠에서 깨어난 그는 친구가 보석을 준 사실을 전혀 알지 못하고 가난한 방랑생활을 계속하다가 다시 그 친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여전히 가난에 찌들어 있는 그를 본 친구는 윗도리 안에 꿰매어 넣어둔 건 어떻게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제서야 그는 값비싼 보석을 몸에 자니고 있었음에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고생만 한 것을 알게 됩니다.
이 비유에서 친구는 부처님이고 가난한 사람은 방황하는 우리들입니다. '밝은 구술'은 헤아릴 수 없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닌 보석으로서, 부처님의 마음이자 반야의 지혜를 뜻합니다.
우리는 허망한 행복을 찾아 헤매고 있습니다. 미망(迷妄)에 빠져 있기 때문에 손바닥에 들어 있는 보물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松元泰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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