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의 세계

[스크랩] 3. 직지인심(直旨人心) 1

수선님 2018. 6. 10.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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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직지인심(直旨人心)’이라는 선종의 종지에 대해 무슨 뜻일지 생각해보시라고 했었다.

 

필자는 당연히 그 숙제를 하였다. 다음은 필자가 생각해본 내용이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셨는지, 맞대놓고 가늠해보시기 바란다.

 

‘직지’란 곧바로, 직선으로 가리킨다는 말이겠다.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 가운데 지금까지 알려진 것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되었다는 이른바 <직지심경(直指心經)> 또는 더 줄여서 <직지>라고 일컫는 문서 제목의 바로 그 ‘직지’이다.

 

말 나온 김에 짚고 넘어가자면, 직지심경이라는 약칭은 잘못된 것이다. 온전한 제목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니 약칭을 한다면 <직지심체요절>이라고 하는 것이 나을 터이다. 목판본과 필사본은 국내에 보존되었는데, 금속활자본은 상·하권 가운데 하권만 프랑스 국립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그래서 자존심이 상한 분들이 혹시 국내에도 어딘가에 숨어있지 않을까 하여 직지 찾기 운동을 벌여왔는데 아직 시원한 소식이 없다.

 

아무튼, 무엇인가를 곧바로 가리킨다는 말이 ‘직지’인데, 그러니까 ‘직지인심’이라 하면 이것저것 다른 것을 집적거릴 필요가 없이 곧장 사람의 마음을 문제삼는다는 뜻이겠다. 여기에서 우선 왜 ‘직지’할 것을 강조했는지 새겨봐야 하겠다. 도대체 무엇을 문제로 보았기에 선종에서는 ‘사람의 마음으로 곧바로 질러 들어가라’고 역설했을까? 이것저것 다른 데 한눈 파는 행태에 대한 비판이 거기에 담겨있다 하겠는데, 과연 어떤 것을 염두에 두었을까? 이런 저런 여러 가지를 꼽아볼 수 있겠지만, 우선은 경전 공부에만 목을 매는 행태를 비판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선종이 기존의 여느 종파와 구별되는 자기의 정체성을 내세울 때 가장 흔히 강조한 특징이 ‘우리는 교종(敎宗)이 아니다’라는 점이다. 이것은 ‘직지인심 견성성불’ 다음에 살펴볼 ‘불립문자 교외별전’이라는 구호와도 관계가 있으니 앞으로 차차 더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우리는 교종’이라고 자처하는 특정 종파가 따로 있었던 것도 아니다. 선종 측에서 기존의 종파들을 싸잡아서 일컫기를 교종이라 하였고, 그것은 경전에만 매달리는 무리라는 뜻이었다.

 

불교의 경은 석가모니 부처님께서 입적한 직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부처님이 살아 계셨을 때 늘 가까이 모시며 가르침을 다 외워둔 아난(阿難)이라는 스님이 있었다는데, 교단의 최고 실력자 500명이 모인 가운데 외운 것을 구술(口述)하여 받아 적었다고 한다. 그래서 경은 처음에 ‘여시아문(如是我聞)’, 즉 “이와 같이 제가 들었습니다”라는 말로 시작하니, 여기에서 ‘저’란 곧 아난이다.

 

그게 사실일까? 정말 역사적 사실로 있었던 일일까? 의심이 드는 이도 있을 것이다. 그런 의심이 있더라도 필자에게 진위를 묻는 질문을 던지지는 말기 바란다. 답을 모르니까. 불경이나 기독교의 성경 같은 종교 문헌의 기사를 역사적 사실에 관한 이야기로 볼 것인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이해할 것인지는 나중에 또 생각을 나눌 기회를 갖도록 하겠다.

 

아무튼, 경은 곧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문서이니, 불자의 신행으로서 그것을 열심히 공부하여 부처님의 가르침을 알아차리려고 하는 것은 칭찬을 받으면 받았지 어찌하여 비판받을 일이라는 말인가? 선승들도 경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는가? 이율배반적인 이야기를 그토록 힘주어 한다면 거기에는 반드시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제 그 이유에 대해서 곰곰 생각해보기로 하자.

 

윤원철/서울대 종교학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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