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편의 명구

[스크랩] 햇빛과 그림자

수선님 2018. 6. 24. 12:43

햇빛과 그림자


빈틈으로 비춰오는 밝은 햇빛에는

가는 먼지가 요요히 일고,

해맑은 연못엔

그림자가 소소히 밝다.


虛隙日光  纖埃擾擾  淸潭水底  影像昭昭

 허극일광   섬애요요   청담수저    영상소소


- 선가귀감, 청허 휴정 대사

 

 

화두를 들거나 기도를 할 때, 공부를 하고 있을 때는 망상과 잡념이 들어오는 것을 안다. 그만큼 마음이 안정되고 맑아졌다는 의미다. 평소에 일을 처리하고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할 때는 온통 망상 속에 있기 때문에 그 자체마저 의식하지 못한다. 우리들의 그와 같은 마음의 변화를 잘 나타낸 글이다.


   망상을 의식하기까지는 누구나 가능하다. 그러나 그 일어난 망상을 깨끗이 쓸어버리는 일은 어렵다. 그래서 대개의 공부라는 것이 망상과의 싸움이며 혼침과의 싸움이다.


   마음이 더욱 맑아지면 또 다른 차원의 미세망상이 일어남을 알게 된다. 세밀하면서 더욱 맑아지고 맑아지면서 더욱 세밀해 진다. 선은 하나의 거울이다. 사람의 마음상태와 세상을 환히 비춘다. 선심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더욱 맑고 밝다. 가까이 해석하면 언덕에 올라 굽이쳐 흐르는 물을 바라보는 일이며, 병상에 누워 잦아드는 시간을 느끼는 일이기도 하다.

 

출처 :   무비 스님이 가려뽑은 명구 100선 [진흙소가 물위를 걸어간다]

 

출처 : 염화실
글쓴이 : 너럭바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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