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칙
백장회해(百丈懷海)선사가 마조를 따라 길을 가는데 들오리떼가 날아갔다.
마조가 물었다. “저게 무엇인고?”
선사가 대답했다. “들오리입니다.”
마조가 물었다. “어디로 갔는고?”
선사가 말했다. “날아갔습니다.”
마조가 재빨리 선사의 코를 비틀자 선사가 소리지르니 마조가 말한다.
“어디로 날아갔느냐?”
염·송·어
설두현(雪竇顯)이 송했다.
“들오리가 얼마나 되던고?
마조가 보고서 이야기를 시작했네.
이야기는 산, 구름, 바다, 달의 뜻 다하였거늘
여전히 알지 못해 날아가 버렸네.
날아가려 하는데 곧 붙들었으니 말해보라.”
장산근(蔣山勤)이 송했다.
“들오리 앞개울을 지나갔는데
천 봉우리 찬 빛이 늠름하다.
돌아볼 때 돌아 갈 줄 몰라서
곁에서 충격 주어 도와주지 않을 수 없었네.
의심은 깨트리어 어지러움 사라지니
산들바람 솟구쳐 하늘로 치솟았네.
구름 낀 산, 달 뜬 바다 모두가 딴 일이니
한 마디 종지에 맞는 때만 나라가 조공을 바쳐 온다.”
불감근(佛鑑勤)이 송했다.
“마대사가 그대의 무식함을 가엾이 여겨
오리를 들추어서 소식을 전해 주었네.
코끝에 선지피가 흐르게 될지라도
노파의 애끓는 마음 공연히 다했으리.”
감상
마조를 친견하고 곧 시자가 된 백장은 3년이 지나도 깨달음을 얻지 못했다. 대중공양을 할 때 백장이 호떡 뚜껑을 열 때마다 마조는 호떡을 하나 꺼내들고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백장은 겨우 3년이 지나서야 그 뜻을 알았다. 들오리 이야기가 그 결정적인 국면을 보여준다. 하늘에 날아가는 것이 들오리인 줄 누가 모르겠는가? 다 아는 일을 물어보는 것은 짐짓 깨달음의 정도를 알아보기 위함인 것이다. 호떡을 꺼내들고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듯이 저것이 무엇인가라고 묻고 그 다음 그것 어디로 날아 가는가까지 물어도 백장은 스승의 질문을 알아듣지 못했다.
꽉 막힌 백장의 코를 피가 나도록 비틀어줌으로써 마조는 스승으로서 일을 다 했다. 코가 비틀리고 피가 터지는 순간 아픔과 더불어 등골이 서늘함을 깨달은 것이 백장이다.
코가 비틀리고, 엉엉 울고 난 백장은 동료를 통해 마조의 시험을 확인한 다음 세상이 떠나가도록 웃었다고 한다. 오늘 백장은 이제 어제의 백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최동호/고려대 국문과 교수
출처 : 淨土를 그리며...
글쓴이 : 느린 걸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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