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거스님 유식30송 > 제 4 강
제 6 송
四煩惱常俱 謂我痴我見
幷我慢我愛 及與觸等俱
제7식은 4번뇌(四煩惱)를 항상 갖추고 있으니 말하자면 아치(我痴)·아견(我見)·아만(我慢)·아애(我愛)이며 그리고 이밖에 촉(觸) 등과 상응하여 함께 한다.
이 송(頌)은 말나식(末那識)과 상응하는 4번뇌(四煩惱)와 심소(心所)를 설명하고 있다.
4번뇌(四煩惱) : 4번뇌는 아치(我痴)·아견(我見)·아만(我慢)·아애(我愛) 등으로 자성(自性)을 장애하여 성불(成佛)을 막고 환(幻)을 집착하여 업(業)을 일으키고 생멸(生滅)의 고통을 탐닉하여 스스로 고뇌를 자초하는 요인이 곧 4번뇌이다.
아치(我痴) : 아치는 어리석음을 뜻하는 말로서 우치(憂痴)·무지(無知)·무명(無明) 등을 통칭한 뜻이다. 삼독(三毒)으로 지칭하는 탐·진·치(貪瞋痴)가 곧 4번뇌에서 표출되었으며 탐진치의 치(痴)와 4번뇌의 아치가 모든 중생이 끊어야할 무명이며 무명의 식(識)은 연기(緣起)의 주체가 된다.
무명이란 잘못 인식하곤 착각하는 것으로서 어리석음의 대명사라 할 수 있다. 치(痴)의 어리석음이란 나(我)를 집착함으로써 생기하는 소견을 말한 것으로 안으로 몽매무지(蒙昧無知)하고 밖으로 일체법을 판단하지 못하여 진심(瞋心)과 만심(慢心)을 일으켜 해탈(解脫)할 수 없게 하므로 아치는 모든 번뇌 가운데 근본이 된다.
이와 같이 아치는 무지·무명(無知無明)의 뜻이 있고 무명(無明)에는 공무명(共無明)과 불공무명(不共無明)의 두 가지 뜻이 있다.
공무명(共無明)은 탐·치·만·의(貪痴慢疑) 등 모든 번뇌가 공존(共存)한다는 뜻이 있고 또한 모든 번뇌가 상응하여 일어나기 때문에 상응무명(相應無明)이라고도 한다. 무명이란 본시 번뇌와 더불어 존재하므로 공(共) 또는 상응(相應)이란 전제를 붙인 것이다.
불공무명은 독행(獨行)과 항행(恒行)의 두 가지 뜻이 있다.
첫째 독행은 단독으로 일어나는 무명으로 여기에 또한 두 가지 형태가 있으니 (1)은 분(忿)·에(喪) 등 수번뇌(隨煩惱)와 상응하는 것과 (2)는 분·에 등 수번뇌와 상응하지 않는 것이다. 독행무명은 홀로 일어나되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일어남을 말한다.
둘째 항행(恒行)은 제7식(第七識)이 항상 집아(執我)하는 무명으로서 이는 외경(外境)과는 무관하다.
아견(我見) : 아견은 아집(我執)이다. 이는 범부중생(凡夫衆生)이 몸[肉身]과 마음[精神]을 집착하여 아(我)라고 여기는 것이다.
사실상 일체만법(一切萬法)은 실제로 아가 존재하지 않는다. 인연소생법(因緣所生法)에 의하여 연(緣)이 구족되면 만물이 생(生)하고 연이 다하면 만법이 멸(滅)하여 찰나(刹那)에 생멸(生滅)하므로 존재(存在)가 허환(虛幻)하다. 그러나 중생은 인연소생의 참 이치를 알지 못하고 일체만법이 허환임을 인식하지 못하여 실아(實我)가 없는 데서 아(我)를 망집(妄執)하므로 이를 아견(我見)이라 한다.
아만(我慢) : 아만이란 오만하고 교만해서 남을 경시하고 스스로를 지고(至高)하다고 여기며 자신이 위대한 위인으로 생각되어 세상의 모든 허물이 나에게는 없고 모두 다른 사람들이 업을 짓고 죄를 지어 혼탁한 사회를 조장한다고 생각하므로 모두가 나와 같지 않고 나만이 분명하고 바르다는 생각을 한다.
이를 아만이라 하고 이러한 아만은 아집으로부터 나와서 오만해지므로 교만 또는 아만이라 한다. 만심(慢心)은 스스로 높고 위대하여 겸하(謙下)하지 못하기 때문에 남으로부터 존경받을 수가 없고 위대해질 수도 없다. 교만과 아만은 교만하고 오만하기 때문에 인심을 상실하고 스스로를 낮추어 정진(精進)하지 못하므로 자신을 상실하게 된다.
아애(我愛) : 아애는 아탐(我貪)이다. 중생이 탐애(貪愛)하기 때문에 경계를 분별하여 마음에 드는 바를 탐하고 싫어하는 바를 싫어하여 시비(是非)를 일으키고 탐애하기 때문에 좋아하는 바를 즐거워하고 싫어하는 바에서 진심을 일으키고 탐애하기 때문에 경계에 집착하여 미혹(迷惑)을 자초(自招)한다.
이렇듯 제7식은 영원히 사량(思量)하고 집아(執我)하므로 항상 4번뇌와 더불어 함께 상응한다.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아치, 아견, 아만, 아애 등 4번뇌는 윤회의 근본이며 업의 종자라 할 수 있어서 수행자는 반드시 이를 극복하여야 하고 4번뇌를 극복하는 것이 곧 해탈임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촉(觸) : 촉등구(觸等俱)라 한 촉은 오변행심소(五偏行心所)의 촉(觸)·작의(作意)·수(受)·상(想)·사(思) 중의 촉(觸)이다. 여기에서 촉등이라 한 것은 7식(七識)의 모든 식(識)을 총괄한 말이다. 7식의 심소는 4번뇌를 위시하여 5변행심소·8대수번뇌(八大隨煩惱)·5별경심소(吳別境心所) 중의 혜(慧) 등이다. 이 18심소(十八心所)가 모두 7식과 상응하여 작용하므로 촉등구라 하였다. 그러나 7식은 4번뇌가 바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집착의 고통이 있는 것이다.
8식(八識)은 심(心)의 체(體)로서 함장식(含藏識)이 되고 종자식(種子識)이 되어 5변행의 심처(心處)일 뿐 작용을 하지 않는 반면 6식(六識)은 전5식(前五識)으로 더불어 살피고 사량하고 분별하는 작용을 하지만 7식은 8식과 6식의 중간의 식으로서 6식으로부터 받은 정보를 집착하고 8식의 공능(功能)을 집착한다.
이렇듯이 7식은 4번뇌로 성상(性相)을 삼으면서도 8식의 심소인 5변행과 8대수번뇌와 5별경심소 중의 혜(慧)를 상응하여 작용하므로 8식과 7식과 6식의 3식이 함께 공존하면서 심식의 작용을 생기한다.
따라서 7식은 스스로 심식의 주체가 아니고 경계를 식별하는 식도 아니면서도 심식의 작용을 주도한다. 특히 5별경심소 중 혜는 예지력, 잠재능력과 같은 특별한 능력의 혜로서 6식에서 현전(現前)의 경계를 이해하고 추구하며 선택하는 혜와는 다르다.
이상에서 7식의 근본심소(根本心所)인 4번뇌와 5별경심소 중 혜를 설명했고, 촉(觸) 등의 5변행심소는 이미 제3송에서 자세히 해설했으므로 이제 8대수번뇌를 살펴보고자 한다.
8대 수번뇌는 불신(不信)·해태(懈怠)·방일(放逸)·혼침(昏沈)·도거(悼擧)·실념(失念)·부정지(不定知)·산란(散亂) 등이다.
① 불신(不信) : 불신은 마음이 맑고 깨끗하지 못하여 삼보(三寶)에 대한 신앙심이 없고 진리를 믿지 않으므로 허환을 집착하여 성현(聖賢)의 실덕(實德)을 장애하여 정신(淨信)을 상실함을 말한다.
② 해태(懈怠) : 해태는 게으름을 뜻하지만 여기에서는 악(惡)을 끊고 선(善)을 닦는 일에 진력(盡力)을 다하지 않아서 정진(精進)을 게을리 함을 뜻한다.
③ 방일(放逸) : 방일은 염(染)을 막지 않고 정(淨)을 수습(修習)하지 않아 제멋대로 방종하여 선근(善根)을 닦지 않음을 뜻한다.
④ 혼침(昏沈) : 혼침은 마음이 경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사물을 변별하지 못하고 마음이 경안(輕安)하지 못하므로 정관(正觀)을 상실하여 바른 수행을 장애함을 뜻한다.
⑤ 도거(悼擧) : 도거는 마음이 경계에 대하여 고요하지 못하여 버려서 뛰어 넘지 못하고 멈춰 쉬지 못함을 뜻한다.
⑥ 실념(失念) : 실념은 과거에 경험했던 경계를 기억하지 못하여 정념(正念)을 장애함을 뜻한다.
⑦ 부정지(不正知) : 부정지는 면전에 나타난 경계에 대하여 잘못된 생각을 일으켜 바른 견해를 훼범하여 정지(正知)를 장애함을 뜻한다.
⑧ 산란(散亂) : 산란은 경계에 대하여 마음이 흔들려서 안정을 상실하므로 정정(正定)을 장애함을 뜻한다. 이렇듯 4번뇌를 바탕으로 하여 허환을 집착하고 8대수번뇌를 일으켜 정(正)을 상실한 7식은 번뇌와 집착을 종사(從事)하므로 5별경심소 중 혜가 비록 잠재력과 예지력을 발휘할 수 있고 삼성(三性)에 모두 통하지만 출세간(出世間)의 무루지(無漏知)는 아니다.
뿐만 아니라 5변행심소 역시 8식에서는 무위(無爲)로 작용하여 무한대의 공능이 있으나 7식에서는 번뇌와 집착이 근본이 되므로 변행은 하지만 통달하지 못함이 있다. 18심소로 더불어 상응하는 7식은 수행자가 극복해야 하는 가장 큰 관문 중의 관문이다.
-이글은 월간 '불광'지에 연재 된 혜거스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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