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혜거스님 유식30송 > 제 5 강
제 1 송
由假說我法 有種種相轉
제 2 송
謂異熟思量 及了別境識
初阿賴耶識 異熟一切種
제 3 송
不可知執受 處了常與觸
作意受想思 相應唯捨受
제 4 송
是無覆無記 觸等亦如是
恒轉如瀑流 阿羅漢位捨
제 5 송
次第二能變 是識名末那
依彼轉緣彼 思量爲性相
제 6 송
四煩惱常俱 謂我痴我見
幷我慢我愛 及與觸等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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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 송
有覆無記攝 隨所生所繫
阿羅漢滅定 出世道無有
제7 말나식(第七末那識)은 유부무기(有覆無記)에 속하며 생(生)하는 곳에 따라 얽매인다. 수행하여 아라한(阿羅漢)과 멸진정(滅盡定)에 든 자와 출세도(出世道)를 성취한 자에게서 없어진다.
제7 말나식(第七末那識)은 그 성(性)이 유부무기(有覆無記)에 속하며 삼계구지(三界九地) 어느 곳에든 생(生)하는 데에 따라 물들고 얽매이지만 아라한과(阿羅漢果)와 멸진정(滅盡定)에 든 자와 출세도(出世道)를 성취한 자에게서 비로소 물들고 얽매임이 없어진다. 유부무기는 별도로 설명하겠지만 물들지 않고 선악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뜻이다. 마치 꿈 속에서 일어난 일들을 탐착하지 않고 보복하지 않는 일단의 뜻이다.
가령 꿈 속에서 피해를 입은 사람이 이를 생시에 추궁하지 않고 꿈 속에서 죽임을 당한 사람이 이를 생시에 보복하지 않는 등의 심소(心所)가 바로 제7 말나식의 유부무기의 성품이다.
그러나 말나식(末那識)은 비록 선악의 업을 직접 지을 수 없어서 무기(無記)에 해당되지만 염오(染汚)의 장애 때문에 아(我)를 집착하므로 탐진치의 근본이 되는 4근본번뇌(四根本煩惱)와 8대수번뇌(八大隨煩惱)를 동반하여 상응한다. 4근본번뇌와 상응하여 마음이 일어나기 때문에 탐진치가 있고 탐진치가 있기 때문에 아상(我相)을 비롯한 4상(四相)이 있어 망집(妄執)을 일으켜 6식(六識)에 영향을 끼쳐서 줄줄이 업을 짓게 하고 8식(八識)에 영향을 끼쳐 무명(無明)의 종자로 생사를 반복하게 한다.
따라서 말나식의 심소인 4번뇌와 8대수번뇌를 극복하여 제지(除止)하는 것이 수행자의 가장 큰 과제라 하겠다.
유부(有覆) : 유부는 업에 의해 물든다는 뜻으로서 유염(有染)이라 하고 물들어 집착하는 의미로 유장부(有障覆)라고도 한다. 제7말나 그 자체는 선·악의 업을 짓지 않으므로 악성(惡性)에 속하지 않으나 유염(有染) 유장부의 장애에 가려져서 아(我)를 집착하게 되고 아를 집착하기 때문에 4근본번뇌와 8대수번뇌를 일으킨다.
말나식의 본질은 항상 작용을 하되 상황에 따라 변화하면서 무명(無明)을 일으키고 무명의 작용은 제6 의식(第六意識)과 전5식(前五識) 곧 5관(五觀)에 영향을 끼친다. 5관과 제6 의식이 말나의 무명으로 인해 작용을 하기 때문에 오직 자신의 이익[我貪]만을 탐하고 자신의 이익만을 탐하기 때문에 악업을 짓게 되고 악업을 짓기 때문에 염오식(染汚識) 또는 염오의(染汚意)라고도 한다.
무기(無記) : 말나식이 비록 염오가 있어서 번뇌를 일으키는 자리이기는 하지만 그러한 성질이 있을 뿐 행동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이러한 말나식은 번뇌를 일으켜 악념(惡念)을 행하지 않으므로 선악의 마음이 기록되어 있지 않고 선악의 마음을 기억해서 작용하지 않으므로 무기(無記)라 한다.
소생소계(所生所繫) : 태어나는 곳에 따라 얽매인다고 한 이 송(頌)의 뜻은 말나식 스스로 태어날 수 없기 때문에 생(生)하는 곳에 따라 3계(三界) 내에서 8식(八識) 중의 이숙과(異熟果)를 의지하여 생하므로 소생(所生)이라 한다. 또한 유정중생(有情衆生)이 천도(天道)에서 태어나게 되면 천도에 계속(繫屬)되고 축생에 태어나면 축생도(畜生道)에 계속(繫屬)되므로 이를 소계(所繫)라 한다. 이 염오식(染汚識)은 인간세계 뿐만 아니라 천상·축생·아귀·수라·지옥 등 육도(六途)에서 모두 사량분별하고 집아(執我)하므로 말나식의 성능(性能)이 종자에 미치는 영향과 5관(五觀) 의식(意識)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함을 알 수 있다.
아라한(阿羅漢) : 아라한은 3승(三乘)이 수행하여 네 단계의 과[四果]를 성취하는데 제일 마지막 단계의 과(果)를 말한다. 아라한은 아공관(我空觀)을 닦아 본래 내가 없음을 깨달아 진의(眞義)를 증득(證得)했기 때문에 아집의 작용이 일어나지 않는다. 또는 삼승무학(三乘無學)의 과위(果位)를 아라한이라 한다.
이 과위(果位)에서 아집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멸정(滅定)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멸정(滅定)은 멸진정(滅盡定) 또는 멸수상정(滅受想定)이라고도 하는바 이는 이 정(定)에 들게 되면 받아들이고 생각하는 수·상(受想)의 심소(心所)를 멸(滅)하여 몸과 마음이 고요하여 적정(寂靜)하므로 아집이 일어나지 않게 된다. 그러나 현행(現行)은 멸했으나 종자(種子)는 아직 멸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라한의 과위에서는 4번뇌 등의 아집을 복단(伏斷)했을 뿐이며 멸한 것이 아니므로 언제라도 처(處)와 관계없이 다시 탐애(貪愛) 등의 번뇌를 일으킨다.
이 송문(頌文)의 핵심요지(核心要旨)는 제7 말나식 가운데 4번뇌 등의 심소를 제지하고 복단하는 데 있다. 진여자성(眞如自性)의 청정한 본체(本體)는 추호도 염오의 식(識)이 없으나 말나(末那)에는 잠재력과 예지력이 있다. 이는 모두 염오(染汚) 혹(惑) 집(執) 등으로 심찰사량(審察思量)함으로써 발현되기 때문에 유위법(有爲法)에 해당된다.
유위법은 허망하여 실(實)이 아니므로 끊어야 하는데 마음은 끊어서 끊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억눌러서 제지한다는 뜻으로 복단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복단 그 자체도 완전한 것이 아니므로 멸정에 이르는 수행을 겸하여 평등성지(平等性智)를 이루어야 비로소 번뇌에서 벗어날 수 있다.
평등성지란 제7말나식의 심소인 4번뇌 등 온갖 번뇌가 소멸하여 아가 공(空)해짐으로써 텅빈 마음으로 일체 만법을 수용하고 상응함을 말한다. 아(我)가 없어서 일체 만법과 더불어 하나가 되면 비로소 모든 고통의 속박에서 벗어나게 되어 진정한 해탈의 경지가 된다.
멸정(滅定) : 멸정은 아라한과(阿羅漢果)의 자리에서 증득한 경지이다. 3승(三乘) 수행자가 이미 번뇌를 복단했으나 멸하지 못한 것을 알면 반드시 이를 멸하고자 할 것이요, 번뇌를 멸하고자 할진대 반드시 멸진(滅盡)의 경지에 이르러야 한다. 멸진이란 번뇌가 멸하여 멸한 흔적까지 없음을 말한다. 이 정(定)에 들었을 때 수(受)·상(想) 2종(二種)의 심소를 멸하여 받아들여 수용(受容)하는 것과 분별하는 감각이 끊어지고 몸과 마음이 적정하게 되어 아집을 버릴 수 있다. 아라한과 멸정의 위(位)에서는 번뇌가 일어나는 것을 복단하는 것이지 번뇌의 종자까지 끊어진 것은 아니다. 수행자가 수행으로써 번뇌를 끊고 다시 번뇌가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분발하여 정진하는 것을 가행정진(加行精進)이라 한다.
출세도(出世道) : 출세도는 세간의 명리(名利)를 초월하여 진제(眞諦)만을 추구하는 도(道)로서 불도(佛道)를 수행함을 말한다.
출세도를 닦아 불도를 수행함에 가장 근본적인 수행법은 육신을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다스리고 마음자리를 닦아 마음으로 하여금 일체만법에 물들지 않고 얽매이지 않게 하는 것이 그 요체라 하겠다. 마음을 닦는 데는 반드시 아견을 끊어 제해야 하고 마음을 끊어 제(除)하려 하면 아뢰야식을 연(緣)하여 일어나는 아견과 법아견(法我見)을 끊어 제해야 한다. 다시 말해 본래 내가 없는 아공관을 닦고, 일체법이 본래 없는 법공관(法空觀)을 닦아야 한다. 말나식을 수행하는 것은 이미 10지(十地)에 이르러야 가능하고 처음 환희지(歡喜地)에서부터 제8부동지(第八不動地)에 이르는 동안 아·법(我法)의 집착이 끊어지고 제10지(第十地)에 이르러 불과(佛果)를 증득하게 되면 이를 구경위(究竟位)라 한다. 초지(初地)에서는 6식의 분별2집(分別二執)을 끊어 묘관찰지(妙觀察智)를 이루고 제8지(第八地)에서 평등성지(平等性智)를 이루게 되지만 7식은 집착하게 할 뿐 직접 현행하지 않기 때문에 6식을 의지해서 아공(我空) 법공(法空)의 2공관(二空觀)을 닦아야 분별집착이 끊어져서 평등성지를 이루게 된다.
무유(無有) : 무유의 두 글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사량(思量) 분별집착 등의 번뇌가 소멸하여 존재하지 않음을 말한 것으로 이는 아라한 멸진정 출세도를 성취한 경지를 설명한 송구(頌句)이다. 수행자가 마음을 닦음에 7식의 분별 집착을 끊음으로써 8식의 인(因)이 청정하고 6식의 현행하는 경계가 청정해진다. 제7말나식은 8식의 소연(所緣)이 되고 6식의 소의근(所依根)이 되어 아·법(我法)을 집착하므로 이를 극복하는 것이 수행상 가장 큰 관문이라 하겠다.
제 8 송
次第三能變 差別有六種
了境爲性相 善不善俱非
다음 제3능변(第三能變)은 차별(差別)해서 아는 것이 6종(六種)이 있으니 경계(境界)를 분별하여 아는 것으로 성상(性相)을 삼으며 선(善)과 불선(不善)과 비선비불선(非善非不善)인 무기성(無記性)을 갖추고 있다.
-이글은 월간 '불광'지에 연재 된 혜거스님의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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