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碧巖錄)> 제53칙은 마조도일 화상과 백장스님이 들오리에 대한 선문답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마조대사가 백장스님과 함께 길을 가다가 들오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마조대사가 말했다. ‘이것이 무엇인가?’ 백장스님이 말했다. ‘들오리입니다’ 마조대사가 말했다. ‘어디로 날아갔느냐?’ 백장이 말했다. ‘날아 가버렸습니다’ 마조대사는 드디어 백장의 코를 잡고 비틀었다. 백장은 아픔의 고통을 참느라고 신음하였다. 마조대사가 말했다. ‘뭐야! 날아 가버렸다고’
擧. 馬大師, 與百丈行次, 見野鴨子飛過. 大師云, 是什. 丈云, 野鴨子. 大師云, 什處去也. 丈云, 飛過去也. 大師, 遂百丈鼻頭, 丈作忍痛聲. 大師云, 何曾飛去.
본칙은 〈광등록〉 제8권 백장전에 처음으로 전하고 있으며, 〈연등회요〉 제4권과 〈설두송고〉 53칙에 최초로 수록한 공안이다. 〈조당집〉 제15권 오설영묵(五洩靈默)전에 다음과 같이 보인다.
“어느 날 마조대사가 대중을 거느리고 서쪽 담장 밑을 거닐다가 갑자기 오리떼가 날아가는 것을 보았다. 마조대사가 주위를 돌아보고 물었다. ‘무슨 소리인가?’ 정(政)상좌가 말했다. ‘ 오리떼 입니다’ ‘어디로 갔는가?’ ‘날아갔습니다’ 마조대사는 정상좌의 코를 잡아끄니 정상좌가 아파서 소리 지르자, 대사가 말했다. ‘아직 여기에 있는데 언제 날아갔다고 하는가’ 정상좌가 활짝 깨달았다” 정상좌는 마조의 제자 백장유정(百丈惟政)으로, 이것이 본칙공안의 원형인데, 뒤에 〈광등록〉과 〈설두송고〉에서는 마조와 백장회해와의 인연으로 변형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조도일(709~788)은 〈벽암록〉 제3칙에서 소개한 것처럼, 조사선의 선구자이다. 〈전등록〉에는 그의 문하에 뛰어난 선지식이 139명이나 배출되었다고 전하고 있는 것처럼, 조사선의 전성기를 이루었다. 특히 그의 문하에서 선원을 독립하고 ‘백창청규’를 제정하여 선불교의 새로운 교단을 체계화한 사람이 백장회해(749~814)인데, 그의 법문도 26칙에 싣고 있다.
마조대사가 백장스님과 함께 길을 가다가 들오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선문답의 화제로 제시하여 백장의 안목을 시험하고 있다. 이러한 선문답을, 사물을 가리켜서 불법의 참된 정신을 체득하게 하는 문제라고 한다. 마조대사가 들오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이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원오도 ‘평창’에서 언급한 것처럼, 마조대사가 들오리인줄 몰라서 묻는 말이 아니다. 그렇다면 왜 마조대사는 그렇게 물었을까. 마조대사의 의도가 무엇인가를 파악해야 한다. 말하자면 들오리가 날아가는 그 곳에 만물이 존재하는 본질과 미묘한 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사실을 백장이 잘 알고 있는지 시험하기 위해서 던진 물음인 것이다.
백장스님은 그냥 “들오리입니다”라고 들오리가 날아가고 있는 그대로를 본대로 정직하게 대답한 것이다. 당시의 백장은 마조대사를 지도를 받고 있는 젊은 수행자였기 때문에 안목을 갖춘 날카로운 선기(禪機)가 없다. 원오도 “백장의 면목(鼻孔)이 이미 다른 사람(마조)의 손안에 있다”라고 착어하고 있는 것처럼, 마조의 물음에 너무 정직하게 대답한 것은 자신이 자유가 없다. 때문에 그의 생명은 이미 마조대사의 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마조대사는 다시 “어디로 날아갔느냐?”고 물었다. 들오리가 어디로 갔는가라고 묻는 마조대사의 저의는 법계에 두루하여 감출 수 없는 대도의 지혜작용은 필경 어느 곳에 귀착되는가? 들오리와 일체의 만법이 결국 어디로 돌아가는가? 만법의 귀결처를 묻고 있는 말이다. 두 번째로 시험하는 마조의 물음은 문제의 핵심을 더욱 분명히 들어내고 있다. 그래서 원오도 “앞의 화살은 아직 가볍게 박혔지만, 뒤의 화살은 깊게 박혔다”라고 착어했다. 원오는 또 “또한 마땅히 스스로 알아야지”라고 착어하고 있는 것처럼, 마조대사가 “이것은 무엇인가?” “어디로 날아갔는가?”라고 혼잣말로 묻는데, 들오리의 낙처를 문제로 한다면 마조 자신이 더 잘 알고 있는 일이기 때문에 백장에게 물을 필요도 없는 것이 아닌가?.
백장은 거듭 “날아 가버렸습니다”라고 어디까지나 바보처럼 정직하게 본대로 들오리에 대한 대답을 하고 있다. 원오는 “단지 마조대사의 말만 쫓아다닌다. 정면에서 어긋났다”라고 착어하고 있는 것처럼, 백장은 마조대사의 질문에 따라 너무 정직하게 대답하고 있다. 그러나 마조대사는 본분사를 문제로 하여 묻고 있는데, 백장은 들오리를 화제로 삼고 대답하고 있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빗나간 대화라고 비평하고 있다.
마조대사는 드디어 백장의 코를 잡고 비틀었다. 마조대사는 어떻게 해서라도 백장을 깨닫도록 여러가지 물음과 방편을 제시했지만 생각한대로 진행하지 못하자 즉시 선기(禪機)를 발동하여 백장의 코를 잡고 비틀었다. 원오는 “부모가 낳아준 코(본래면목)를 도리어 다른 사람의 손아귀에 있다”라고 착어하고 있다. 마조가 손으로 비틀은 코는 백장 자신의 코인데, 그 코를 다른 사람이 붙잡고 비틀고 있으니 안타깝다. 멍청하게 들오리가 날아가는 모습을 쳐다보고 있을 상황이 아니며, 마조대사의 물음에 그냥 본대로 대답할 분위기도 아니다. 코는 다른 사람의 힘을 빌려서 호흡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의 본래면목과 지혜작용이 전부 들어난 전기독로(全機獨露)인 것이다. 백장 자신도 원래 자신의 본래면목과 지혜작용이 있는데 왜 그것을 발휘하지 못하는가? 자신의 본래면목과 선기를 발동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사실 백장만의 문제가 아니라 이 공안을 읽는 모두가 자신의 본래면목과 지혜작용을 발휘해야 할 것을 자각해야 한다.
마조대사가 백장의 코를 잡고 비틀자 백장은 아픔의 고통을 참지 못하여 “아야!” 라고 신음소리를 냈다. 백장이 고통을 참지 못해서 나오는 신음소리는 본래심의 작용으로 들어난 백장의 본분사인 것이다. 인통(忍痛)의 소리는 일부러 내는 작위성의 소리나 분별심의 소리가 아니다. 백장 자신의 근원적인 본래심의 고함소리이며 본래면목의 지혜작용으로 나타난 전기독로(全機獨露)인 것이며, 우주법계가 감출 수 없는 본래 자연의 소리이며 법음(法音)인 것이다. 원오는 “아파서 신음하는 그 가운데 본래면목이 있다!”라고 착어하고 있다. 즉 백장은 앞에서 “날아가 버렸다”고 말했는데, 들오리는 지금 코를 비틀자 여기서 아프다고 신음하고 있지 않는가? 신음하고 있는 것이 들오리인가, 백장인가? 이 소리는 들오리의 울음이기도 하고, 백장의 신음 소리이기도 하며, 각자의 본래심의 소리(법음)인 것이다.
마조대사는 백장의 코를 비틀고 쳐다보며 “뭐야! 들오리가 날아 가버렸다고” 여기 내 앞에서 아프다고 고함치고 있지 않는가? 젊은 제자 백장을 지도하는 노파심이 넘치고 있다.
이후의 이야기는 ‘평창’에 전하고 있는 것처럼, 마조대사의 지도와 시절인연이 도래되어 백장은 단박에 깨닫게 되었다. 이튼날 마조대사는 “그대는 깊이 오늘의 일을 잘 알아야 한다”라고 말하며 백장을 인가하였다고 전한다.
설두화상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읊었다. “들오리여!” 설두는 큰 소리로 들오리를 부르고 있다. 마조와 백장이 가는 길에 나타난 들오리인가? 여기서 말하는 들오리는 불법의 대도이며, 사람들이 구족하고 있는 불성인 들오리를 불러 자각시키고 있는 것이다. “어디(何許)에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들오리가 날아갔다고 하는데 어디로 갔는가? 설두는 마조를 대신하여 백장, 그대는 들오리가 어디로 날아갔는지 아는가? “마조대사는 만나자 말을 걸었네.” 마조는 들오리를 발견한 백장에게 대화를 한 것을 읊었다.
백장은 충분히 훌륭한 인물이 될 것임을 파악하고, 대화를 하면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인줄 알고 말을 걸었다. “산, 구름, 바다, 달, 등 온갖 것들에 대해서 모두 말했네.” 마조는 속진(俗塵)을 떠난 자연의 대도(大道)와 불법의 근본을 마음껏 말했네. 그러나 백장은 마조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하고 “여전히 모르고서 도리어 날아갔다”고 말했다. 백장은 코가 비틀리자 아야! 하면서 깨달았다. 설두는 “날아가려고 하는 순간, 붙잡고서 말해라, 말해봐!”라고 독자에게 재촉한다. 그대는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
성본스님/동국대 불교문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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