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암록> 제74칙은 금우화상이 밥통을 치며 춤추고 웃는 기행을 다음과 같이 전한다.
금우화상은 언제나 점심 공양시간이 되면 몸소 밥통을 들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추면서 껄껄 웃으며 말했다. “보살들이여! 공양하러 오시오.” 설두스님이 말했다. “비록 이와 같이 하였지만 금우화상은 호의로 한 것이 아니다.” 어떤 스님이 장경스님에게 질문했다. “‘옛 사람이 보살들이여! 공양하러 오시오.’라고 말한 의미는 무엇입니까?” 장경스님이 말했다. “마치 점심 공양을 받고 축하하고 찬양하는 법요식을 거행하는 것과 같네.”
擧. 金牛和尙每至齋時, 自將飯桶, 於僧堂前作舞, 呵呵大笑云, 菩薩子喫飯來. 雪竇云, 雖然如此, 金牛不是好心. 僧問長慶, 古人道, 菩薩子喫飯來, 意旨如何. 慶云. 大似因齋慶讚.
본칙의 공안은 <조당집> 제15권, <전등록> 제8권 금우화상전에 전하고 있으며, <종문통요집> 제3권, <연등회요> 5권, <오등회원> 3권 등에도 수록하고 있다. 금우화상은 마조도일선사의 제자인데,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잘 알 수가 없다. <상산정석지(常山貞石志)> 제13권에 수록한 ‘진정부정림통법대사탑명(眞定府定林通法大師塔銘)’에 의하면 당 현종의 개원(開元)시대에 입적한 금우화상의 탑에 대한 기사를 기록하고 있다. <임제록>에도 임제가 금우화상을 참문하여 선문답을 나눈 일단을 전하고 있지만 여기서 말하는 금우화상인지 확인할 수는 없다.
<전등록> 제8권에는 “금우화상은 공양주가 되어 대중들을 공양했는데, 언제나 점심공양 시간이 되면 밥통을 메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추면서 ‘보살들이여 공양하시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손뼉을 치며 크게 웃었다. 매일 이와 같이 하였다.”고 전한다. <무문관> 제13칙에 덕산의 문하에서 설봉이 대중의 식사를 준비하는 공양주로서 수행한 이야기처럼, 그는 평생 공양주로서 대중을 공양하기 위해 주걱을 가지고 다녔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재식(齋食)은 점심공양시간(午飯時)을 말하는데, 불교의 교단에서는 하루 한 끼의 식사로 일체의 애욕과 애착을 끊는 두타행을 하는 것이 수행생활이 기본이다. 아침(朝)은 제천(諸天)의 선신(善神)이 식사하는 시간이고, 낮(午)은 삼세의 제불이 식사하는 시간이기에 불법의 수행하는 사람은 제불의 식사시간에 맞추어 정오를 넘기지 않는 공양시간(齋時:오전 11시경)으로 정한 것이다.
<유교경>에 다음과 같이 설한다. “그대들 비구들은 모든 음식을 받아먹을 때에 약을 복용하는 것과 같이 해야 한다. 좋은 음식이나, 나쁜 음식이나 늘리거나 줄이려고 하는 마음을 일으키지 말라. 약간의 음식으로 몸을 유지하고 배고픔과 갈증을 없애도록 하라. 마치 벌이 꽃에서 단 꿀만을 채취하고 꽃과 향기를 손상하지 않도록 하는 것과 같이 하라.” 이것이 출가승이 식사에 대한 마음가짐이다.
또 <사십이장경>에도 “부처님께서 말씀 하셨다. 머리와 수염을 깎고 사문이 되어 도법(道法)을 배우는 사람은 세상의 재산을 버리고 걸식하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하루 한 끼의 식사(日中一食)로 나무 밑에서 하룻밤을 쉬고(樹下一宿) 이틀을 같은 곳에서 묵지 말라”고 설하고 있다. 중국선원에서는 아침에 죽을 먹고, 점심공양(齋食)이 정식이다. 교단의 규칙으로 저녁을 먹으면 안 되지만, 노동을 하는 선원에서는 옛날에는 돌을 불로 데워서 보자기에 싸서 배를 따뜻하게 하여 배고픔을 치유한다는 고사에 의거하여 저녁식사를 약석(藥石)이라고 하였다.
평창에도 “금우화상은 언제나 점심 공양시간이 되면 몸소 밥통을 들고 승당 앞에서 춤을 추면서 껄껄 웃으며 ‘보살들이여! 공양시간요. 공양하시오!’ 라고 말했다. 그는 20년 동안 이렇게 하였는데, 그의 의도는 무엇이었는가?”라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진주 금우산에서 선문을 개창하여 수행자들을 지도하는 금우화상이 매일 20년이라는 긴 세월을 문하의 수행자들을 위해서 직접 점심공양을 준비한 밥통을 들고 좌선하는 승당 앞에 밥통을 직접 갖다놓고서 식사를 하도록 하고 있다. 우두법융선사가 대중들을 위해 쌀을 짊어지고 운반하고, 장작을 준비하고 물을 나르는 선원의 잡무를 실행한 선승들은 많지만, 대중의 식사를 직접 준비하여 공양한 선승은 없다.
그런데 금우화상은 밥통을 운반해 놓고 춤을 추면서 껄껄 웃는 것은 무슨 마음인가? 정상적인 선승의 행동과는 전연 다른 약간 미친 듯한 풍광승(風狂僧)의 모습이다. 원오는 ‘수시’에 “옷을 입고 밥을 먹는 신통 유희(遊戱)”라고 말하고 있는 것처럼, 금우화상의 행동은 방거사가 말한 그대로 불심의 지혜작용인 신용묘용이며 유희삼매의 삶인 것이다. 금우화상이 ‘보살들이여! 공양하시요!’라고 말하고 제시한 밥은 보통 선원에서 식사하는 공양과는 다른 의미가 있다. 원오의 수시에 “언구 속에 비로(毘盧)의 심인(心印)을 인출한 것”이라고 말한 것처럼, 금우화상은 수행자들이 불법을 깨닫고 보살이 되도록 최선을 다한 노파심이며, 보살의 아들인 수행자, 즉 불보살에게 올리는 공양(香飯)인 것이다. 춤추며 웃는 금우화상의 모습은 불보살들에게 지극한 정성을 다하여 올리는 예찬의 의식인 것이다.
설두스님은 “비록 이와 같이 하였지만 금우화상은 호의로 한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즉 금우화상이 대중들에게 밥을 지어 공양한 것은 보살행을 하기 위한 목적의식의 마음으로 실행한 것이 아니다. 금우화상의 의미심장한 교화 수단을 일반적인 생각하여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주의주고 있다. 원오는 “적은 적을 안다.”라고 착어한 것처럼, 설두는 금우화상의 수단을 잘 파악하고 있다. 금우화상이 보살들에게 공양한 밥(香飯)을 중생심으로 먹지 말고, 법신(비로)의 심인을 체득한 지혜로 먹도록 해야 한다는 말이다. 설봉의존이 “밥통 옆에 앉아서 배고프다고 고함치고, 강가에서 목마르다고 울부짖는 놈이 있다.”라고 말하자, 제자인 현사가 더욱 철저한 입장으로 “밥통 속에 앉아서 배고프다고 울부짖고, 물속에서 목마르다고 우는 놈이 있다.”라고 주장한 말이 있는 것처럼, 선원의 수행자는 매일 세끼의 식사를 받아먹고 있지만 중생심으로 배만 채우며 먹는 음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어떤 스님이 이 이야기를 장경스님에게 제시하면서 “‘옛 사람이 보살들이여! 공양하러 오시오.’라고 말한 의미는 무엇입니까?”라고 질문하자 장경스님은 ‘마치 점심 공양을 받고 축하하고 찬양하는 법요식을 거행하는 것과 같네.’라고 말했다. 선원의 식사작법에는 심경(心經)과 십불명(十佛名)과 오관게(五觀偈)를 외우고 엄숙하게 공양을 받는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의식을 거행하고 있는데, 금우화상은 춤과 웃음으로 무심의 경지에서 실행한 것이다.
설두스님이 게송으로 읊었다. “흰 구름 그림자속에서 껄껄대고 웃네.” 금우화상이 깨달음의 경지에서 무심의 지혜작용을 펼친 것을 읊고 있다. 백운(白雲)은 중생심의 세속에서 높이 초월한 경지에 있는 것이며, 그 곳에 멈추어 정지하고 있다면 깨달음의 경지가 아니다. 껄껄대고 웃고 춤추는 금우화상은 무심의 경지에서 펼친 지혜작용이다. “두 손으로 가져다가 그대에게 전해 준다.” 금우화상이 승당 앞에 밥통을 들고 와서 ‘보살의 아들아! 밥 먹어라!’ 고 말한 것을 읊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그대(他)’는 옛날 금우화상의 승당 수행자들뿐만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모든 승당 수행자들을 포함하고 있는 말이다. 설두가 이 말을 거듭 게송으로 읊고 있는 것은 심안으로 잘 살펴 자각하도록 한 것이다.
보살의 아들은 누구를 말한 것인가? 밥통은 무엇인가? 밥을 먹어라! 말한 것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이 문제를 파악해야 금위화상의 광기(狂氣) 어린 이 공안의 의미를 체득 할 수 있는 것이다. “황금빛 사자 새끼라면, 삼천리 밖에서도 문제의 당체를 알아 차렸을 것이다.” 불법을 체득한 선승이라면, 장경의 말처럼, 언어 문자로 제시한 난제의 공안이라도 당체인 진실을 곧바로 체득 할 수가 있다.
성본스님/동국대 불교문화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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