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제자의 이야기

[스크랩] 5. 해공제일 수보리

수선님 2018. 9. 23. 12:35
                                                            해공제일 수보리(수부티)


 수보리를 파리어로는 수부티라고 한다. 그는 코오사라국의 사위성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인 수마나는 수닷타 부자의 동생이므로, 따라서 수보리는 이 부자의 조카가 된다.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자란 그는, 부족한 것이라고는 전혀 모르는 성격의 소년이 아니었을까..?

 부처님께서 코오사라국에 찾아오던 날이었다. 소년 수보리는 숙부들과 함께 기원정사에서 부처님를 맞았다. 그곳에 도착하신 부처님께서는 그 자리에서 거기 모여 있던 사람들에게 일장 설법을 하였다. 코오사라국에서는 포교 제일성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수보리는  부처님께 귀의하여 불제자가 되었다. 그는 크나 큰 감명을 받았던 게 틀림없었을 것이다. 불제자가 되어 그는 수행에 힘썼다. 그는 훗날에 부처님의 십대제자의 한 사람으로 일컬어지기에 이른다. 그리고.....

   『혜공(解空)제일』

   『무쟁(無爭)제일』

   『피공(被供)제일』

이라고 불리우게 되었던. 것이다. 이것은 곧 그가 흥복사의 십대제자상의 모습 그대로, 조용하고 온화한 인물이었음에 틀림이 없다. 그러니까 재가 불제재자로 부터의 인망도 두터웠음을 말해 준다고 하겠다.

 『해공제일』이란, 그가『공(空)』의 교설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공』이란  불교의 기본 철학이며, 훗날에 대승불교에서도 활발하게 전개된 교리이다.〈반야심경〉에 나오는 유명한『색즉시공 공즉시색』이라는 글귀는 아마 불자여러분께서도 한 번쯤은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공』에 관해서 자세하게 말한다면, 어쩌면 한 권의 책으로써도 모자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다. 아주 간단하고『공』이란 『집착이 없는 것』이라고 말해 두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아마 수보리가 이해한 『공』은 그러한 것이었다고 믿고 있다.

 예를 들면 우리는 시간에 집착하고 있다. 밤에 똑딱똑딱 하는 시계 소리를 들으면서, 빨리 자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초조해 한다. 그러나 더욱더 잠을 못 드는 것이다.

 혹은 선(善)에 집착하는 일도 있다. 선한 일을 하고자 생각한 나머지, 때로는 따분해지고 부자유하게 된다.『공』이란, 선한 일에나 악한 일에나, 모든 일에 집착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어느 한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것이라고 말해도 옳겠다.

 현장법사의 인도 서역 여행기인, 『대당서역기』권4의 맨 마지막 부분에 이런 이야기가 쓰여져 있다. 그것은 부처님께서 삼십삼천에 올라가서 이미 세상을 떠나신 어머니 마야부인을 위해 설법을 하던 때의 일이다. 삼십삼천(제석천)에 3개월 동안 계신한 후, 부처님께서는 삼도(三道)의 보계(寶階)를 타고 지상으로 내려오신다. 사람들은 그때 부처님를 서로 먼저 나가 맞으려고 수선을 떨었지만, 수보리만은 꼼짝 않고 그대로 앉아 있었다.「그는 일찍이 부처의 가르침을 듣고 제법은 공이라 (모든 현상은 실체가 아니다」는 사실을 이해하여 제법의 성(性), 즉 실상을 터득하고 있었으므로 지혜의 눈으로 부처님의 법신(참 모습)을 관찰하고 있었다.」

 한편 이 때에 실제로 맨 앞에서 부처님를 맞이했던 사람은 연화색 비구니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말씀하셨다.「나를 최초로 맞아 준 것은, 그대가 아니라 수보리인 것이다. 그는 하늘을 보고 내 법신을 최초로 본 것이다」고.

 즉 우리는 아무래도 부처님의 육체적인 모습에만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육신만을 부처님이라고 믿어, 그런 생각에 집착하고 있다. 그러한 집착을 떠난, 아니 초월한 자유의 경지가 바로『공』이며, 그것을 수보리는 다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그는 『공』의 입장에 서서 참 부처님께 배알을 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것이 수보리가 『해공제일』이라고 불리우고 있는 연유인 것이다.

출처 : 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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