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제자의 이야기

[스크랩] 6. 설법제일 부루나(푼나)

수선님 2018. 9. 23. 12:35
 

                                       설법제일 부루나(푼 나)


 부처님의 십대 제자 중 한 사람에 부루나 존자가 있다. 파리어로는 푼나라고 하며, 수나아파란타국의 수퍼라카의 출신이다. 그곳은 인도의 서해안에 있는 항구로 품페이시의 북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옛날에는 무역항으로서 번영을 계속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부루나의 아버지는 수퍼라카의 부호 였다. 그러나 부루나는 아버지와 여종사이에서 낳은 아들이었으므로 아버지가 죽었을 때는 재산을 나누어 받지를 못했다. 그는 무일푼으로 집을 나왔다. 어떤 문헌에는 장형의 부인과 함께 집을 나간 것으로 전해지고 사랑의 도피 행각이라도 한 것인지.... 상세한 것은 알 수 없다.

 집을 뛰쳐나온 부루나는 하나의 행운을  만난다. 때마침 입수한 우두전단(향나무의 일종)을 미천으로 하여 큰돈을 모은다. 이리하여 그는 부자가 되었으며 해양 무역을 하기에 이른다. 그 당시의 인도의 무역상들은, 멀리 메소포타미아 지방까지 나가 무역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부루나 역시 그와 같은 항해 무역에 종사했다. 위험을 수반하는 일인 만큼 그러므로 이익도 많았다. 거칠기 짝이 없는 비다 사나이들을 통솔하는 그는, 따라서 용기와 완력이 있는 사나이였을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부루나의 일곱 번째 향해 때의 일이었다. 이번의 항해에는 사위성의 상인들이 동승해 있었다. 부루나는 이상인들의 기이한 행동에 시선이 멎었다.

 그들은 뱃속에서 모두 목소리를 같이하여 무언가를 합송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무슨 노래입니까?”

 “이건 노래가 아닙니다.“

 “아, 그럼 주문입니까?”

 “아뇨, 주문도 아닙니다. 이것은 불타의 가르침입니다.”

 “불타요? 불타라니, 어떤 분입니까.”

 이런 대화가 오고간 끝에, 부루나는 부처님과 불교 교단에 관해 얻어 듣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 향해가 끝난 후. 그는 단숨에 사위성을 찾아갔다. 그것은 그때까지 그가 축적한 재산을 모두 장형에게 물려주고 난 다음의 여행인 것으로 보아 그는 부처님과 직접 대면하기 전에, 부처님에 관한 이야기만을 듣고서 출가를 결심했던 모양이다.

 사위성에는 전부터 아는 부자 수닷타가 있었다. 예의 기원정사를 기증한 재산가이다. 부루나는 이 수닷타의 소개로 부처님을 뵈었다. 그리고 곧 출가했다.

 이것이 부루나 존자의 입신의 경위이다. 후년에 그는 설법제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그의 이름은 유명하여 대승 경전에도 자주 그 이름이 나타난다.

 그렇지만 원시 불교의 문헌에는 부루나 존자에 관한 기록은 적다.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은 입신의 경위를 밝힌 대목 이외에는,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 전도할 것을 부처님께 제의하는 장면이 적혀 있을 정도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이때의 부처님과 부루나 존자와의 문답은 여기에 소개할 만한 가치는 충분히 있다고 생각한다.

 “세존이시여, 나는 고향 수나아파란타국으로 돌아가 거기에서 불도 수행에 힘썼으면 합니다. 원하옵건대, 나에게 일상에 명심해야 할 사항을 말씀해 주십시오.”

 “부루나여, 그 지방의 사람들은 성질이 사납고 흉악하다고 듣고 있는데, 만일 사람들이 그대를 대중의 면전에서 비난하고 비방한다면, 그때는 어떻게 할려는가?“

 “그 때에는 그들이 지팡이나 돌맹이나 혹은 손길 발길질로 나를 때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렵니다.”

 “그럼 그들이 나무나 돌을 가지고 그대를 때린다면, 어떻게 생각할 건가?”

 “그때에는 칼을 가지고 나를 상해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을 훌륭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겠습니다.”

 “그러면, 만일 그들이 칼로 상처라도 입히는 날에는 ?”

어쩐지 부처님의 질문은 집요했다. 그러나 원시불교 경전에서 보는 한, 이것이 부처님의 보통 때의 태도였다. 특별히 이부루나 존자에 대해서만 집요하게 나온 것 같지는 않다. 부처님은 논리적인 성격을 가지신 분이다.

 “칼을 가지고 상처를 입힌다. 할지라도, 죽이지 않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참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겠습니다.”

“그러면 그 칼로써 그대를 죽일 때에는....?”

 “그 때는 이렇게 생각하겠습니다.”

 고 전제를 한 부루나는 명확하게 대답을 이어 나갔다.

 “불제자들 가운데는 인생에 온갖 고뇌가 따른다는 것을 싫어하여, 칼이나 독물로서 자신의 생명을 끊으려고 했던 자도 있었다고 듣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수나아파란타국의 사람들은 좋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내 목숨을 끊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번거로움을 덜어 준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하겠습니다.“ 

 여기에 이르자 부처님께서 고개를 크게 끄덕이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부루나여, 나에게는 이제 더 이상 할 말이 없구나. 그대에게 그만한 각오가 서있다고 한다면 분명히 괜찮을 거다, 수나아파란타국으로 가서 법을 펼치고 오도록 하라.”

출처 : 불종사
글쓴이 : 현진스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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