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때 대중들이 다시 의논했다. |
교범파제는 이미 멸도 했으니, 다시 누가 법장을 결집할 수 있을까?” |
아니로두 장로가 말했다. |
“이 아난 장로는 부처님의 제자로서 항상 부처님을 가까이 모시고 설법을 들어 잘 지니었으므로 부처님께서도 항상 칭찬하셨다. 이 아난이 경장을 결집하리라.”60) |
이때 장로인 대가섭이 아난의 머리를 만지면서 말했다. |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법장을 지니라고 위촉하셨으니, 그대는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라. 부처님께서는 어디에 계시면서 설법을 하셨는가? 부처님의 큰 제자들로서 법장을 수호할 만한 이는 모두 멸도 하셨다. 이제 오직 그대 한 사람뿐이니, 그대는 부처님의 마음을 따르고 중생을 가엾이 여기는 뜻에서 부처님의 법장을 결집하라.” |
이때 아난이 대중에게 절하고 나서 사자좌[師子床]61)에 앉으니, 대가섭은 이렇게 게송으로 말했다. |
부처님은 거룩하신 사자왕이시고 |
아난은 부처님의 아드님으로 |
사자좌에 올라 앉아 있으나 |
대중을 살펴봐도 부처님은 계시지 않네. |
이와 같은 대덕의 무리도 |
부처님이 없으시매 위신력을 잃었도다. |
60) 아래의 내용을 봐서는 아난이 부처님께 위촉을 받은 것으로 되어 있다. |
61) 범어로는 siṁhāsana. 부처님의 자리를 의미한다. 원래 인도에서는 국왕 등이 앉는 자리를 가리킨다. 사자란 부처님을 백수의 왕인 사자(獅子)에 비유한 것이다. |
[70 / 805] 쪽 |
마치 허공에 달이 없을 때 |
별만으로는 장엄스럽지 못함과 같구나. |
그대의 대지인(大智人)께서 하신 말씀 |
그대 부처의 아들이여 연설하시라. |
부처님이 어디에서 처음으로 설법하셨는지 |
이제 그대는 마땅히 드러내 보이라. |
이때 장로 아난은 일심으로 합장하고 부처님께서 열반에 드신 쪽을 향하여 이렇게 말했다. |
부처님께서 최초에 설법하신 때 |
그때에 나는 보지 못하였거니와 |
이와 같이 전해들은 바로는 |
부처님께서 바라내(波羅柰)에 계시면서 |
부처님께서 다섯 비구들을 위하여 |
최초로 감로의 문을 여시어 |
4제(諦)의 법을 연설하시니, |
고․집․멸․도62)의 진리라네. |
아야교진여(阿若憍陳如)63)가 |
최초로 견도(見道)를 얻었고 |
8만의 하늘 무리들까지도 |
모두가 도적(道跡)64)에 들어갔다네. |
62) 범어로는 각각 duḥkha, samudaya, nirodha, mārga. |
63) 범어로는 Ājñata-Kauṇḍinya. |
64) 범어로는 paṭipadā. |
[71 / 805] 쪽 |
이때 모였던 천 명의 아라한들은 이 말을 듣자 허공으로 날아 일곱 개의 다라수(多羅樹)65) 높이까지 올라가더니 입을 모아 말했다. |
“애달프다. 무상(無常)의 힘이 크구나. 우리들은 부처님의 설법을 눈으로 보았지만 이제는 ‘내가 들었다’고 하는구나.” |
그리고는 게송으로 말했다. |
내가 부처님의 몸매를 뵈오니 |
마치 자줏빛 금산[紫金山] 같더라. |
묘한 상호․뭇 공덕이 사라지시고 |
오직 이름만이 오롯이 남아 계신다. |
그러므로 방편을 써서 |
삼계66)를 벗어나기 소원하여라. |
모든 선근 부지런히 모아야 하니 |
열반은 가장 즐거운 일이라네. |
그때 아니로두 장로가 게송으로 말했다. |
애달프다, 세간은 무상하여서 |
물속의 달 같고 파초와 같도다. |
공덕이 삼계에 가득하시더니 |
무상의 바람결에 파괴되었네. |
그때 대가섭이 다시 게송으로 말했다. |
무상의 힘이 매우 커서 |
어리석건 지혜롭건 가난하건 부귀하건 |
65) 범어로는 Tāla. 그 높이가 78척에 이른다고 한다. |
66) 범어로는 tridhātu. |
[72 / 805] 쪽 |
도를 얻었건 아직 얻지 못했건 |
아무도 면할 길 없어라. |
교묘한 말재주가 묘한 보배 아니요. |
속임수나 힘으로 다툴 바도 아니니, |
불이 만물을 태우는 것과 같아서 |
무상의 모습은 언제나 그러하다네. |
대가섭이 아난에게 말했다. |
“『전법륜경(轉法輪經)』67)에서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68)에 이르기까지 모두 모아서 네 가지 아함(阿含)을 지으니, 『증일아함(增一阿含)』․『중아함(中阿含)』․『장아함(長阿含)』․『상응아함(相應阿含)』69)입니다. 이것을 수투로법장(修妒路法藏)70)이라 이름하는 것입니다.” |
아라한들이 다시 물었다. |
“누가 명료히 비니(毘尼) 법장을 결집할 수 있겠습니까?” |
모두가 대답했다. |
“장로 우파리(憂婆離)71)는 5백 아라한 가운데서 지계제일입니다. 우리들은 지금 그를 청합시다.” |
그리고는 곧 우파리에게 청했다. |
“그대는 일어나 사자좌에 앉아 설하도록 하십시오. 부처님은 어디에서 처음으로 비니결계(毘尼結戒)를 말씀하셨습니까?” |
우파리가 대중의 청[敎]을 받고 사자좌에 앉아서 말했다. |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비사리(毘舍離)72)에 계셨다. |
67) 범어로는 Dharmacakrapravartanasūtra. |
68) 범어로는 Mahāparinirvāṇasūtra. |
69) 범어로는 각각 Ekottarāgama, Madhyamāgama, Dīghāgama, Saṃyukt- āgama이다. |
70) 범어로는 sūtrapiṭaka. |
71) 범어로는 Upāli. |
72) 범어로는 Vaiśālī.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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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에 가란타(迦蘭陀)73) 장자의 아들인 수제나(須提那)74)가 처음으로 음행을 저질렀는데, 이 인연으로 처음으로 대죄(大罪)가 결정되었다. 250계를 3부(部)로 나누어 7법(法)․8법(法)․비구니의 비니증일(毘尼增一)․우바리문(憂婆利問)75)․잡부(雜部)․선부(善部)가 만들어지니, 이와 같이 해서 80부의 비니장(毘尼藏)이 만들어졌다.”76) |
아라한들이 다시 생각했다. |
“누가 명료히 아비담장(阿毘曇藏)을 결집할 수 있을까?” |
그들은 다시 생각했다. |
“장로 아난은 5백 아라한 가운데서 수투로(修妒路)77)의 이치를 이해하는데 제일이다. 우리들은 지금 그를 청하리라.” |
그리고는 청해 말했다. |
“일어나서 사자좌에 앉으십시오. 부처님은 어디에서 최초의 아비담을 말씀하셨습니까?” |
아난은 대중의 청을 받고 사자좌에 앉아서 말했다. |
“이와 같이 내가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사바제성(舍婆提城)78)에 계셨다. 그때에 부처님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
다섯 가지 두려움[五怖]과 다섯 가지 죄[五罪]와 다섯 가지 원망[五怨]이 있으니, 이를 제거하고 멸하지 않으면 이 까닭에 이 생 가운데에서 몸과 마음에 한량없는 고통을 받으며, 후세에는 악도(惡道)79) 가운데 떨어진다. 모든 유의 이러한 다섯 가지 두려움․다섯 가지 죄․다섯 가지 원망이 없으면 |
73) 범어로는 Sudinna-Kalandaputra. 베살리 교외의 가란타 마을의 사람이다.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출가하고자 했으나 부모가 허락하지 않자 단식으로 출가를 허락 받는다. 뒤에 부모가 갖가지로 환속을 종용하지만 듣지 않자 결국 부모는 대를 이을 자식을 만들고자 그의 처를 데리고 찾아간다. 아들을 낳으니 Bījaka라고 했으며, 부처님께서는 이로 인해 음계(婬戒)를 제정하셨다고 한다. |
74) 범어로는 Sudhāna 혹은 Sudinna. |
75) 범어로는 Upāliparipṛcchā. |
76) 80비니장이란 우바리가 80번에 걸쳐서 송출한 근본율장으로 80송률이라고도 한다. 4분율이나 5분율은 이로부터 분파한 것이다. 이는 현존하지 않는다. |
77) 범어로는 sūtra. |
78) 범어로는 Śravasti. 코살라국의 수도이다. |
79) 범어로는 durgati. 지옥, 아귀, 축생 등의 존재로 태어나는 것을 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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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 인해 금생에서 몸과 마음으로 갖가지 즐거움을 받고 후세에는 천상의 즐거운 곳에 태어난다. |
무엇이 멀리 여의어야 할 다섯 가지 두려움인가? 첫째는 살생이요, 둘째는 훔치는 일이요, 셋째는 삿된 음행이요, 넷째는 망어요, 다섯째는 음주이다.” |
이러한 것들을 아비담장이라 한다. 세 법장을 결집해 마치니, 하늘․귀신․용․천녀 등이 갖가지로 공양하고, 하늘의 꽃․향․번기․일산․하늘옷을 내렸으니, 법에 공양하기 위해서였다. |
이에 대하여 게송으로 말하리라. |
세간을 가엾이 여기는 까닭에 |
삼장을 결집해 마치노라. |
10력(力)과 일체지(一切智)께서 |
말씀하신 지혜는 무명의 등불이라네. |
대지도론(大智度論) 15. 삼장의 집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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