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초품 중 바가바(婆伽婆)를 풀이함 |
[經] 바가바(婆伽婆)께서 |
[論] 이제부터 설명하여 해석하리라. 어찌하여 바가바109)라 하는가? 바가바라고 할 때 바가(婆伽)110)는 덕(德)111)이요,112) 바(婆)113)는 있음[有]이니, |
108) 성문이 얻는 네 가지 수행의 과보[聲聞四果]이다. 수다원과(須陀洹果, srota āpatti-phala)․사다함과(斯陀含, sakṛd-āgāmin-phala)․아나함과(阿那含果, anāgāmin-phala)․아라한과(阿羅漢果, arhat-phala)를 말한다. |
109) 범어로는 Bhagavat. |
110) 범어로는 bhaga. |
111) 범어로는 guṇa. |
112) 범어로는 Bhāga는 ‘행복,’ ‘덕,’ ‘지복’ 등의 의미를 지닌다. |
113) 범어로는 vat. ‘지니다’라는 의미를 지니는 어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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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유덕(有德)이라 부른다. |
또한 바가는 분별(分別)114)이라 하고, 바는 교묘함[巧]115)이라 부른다. 모든 법의 전체적인 모습과 부분적인 모습을 교묘하게 잘 분별하기 때문에 바가바라 한다. |
또한 바가는 명성(名聲)116)이라 하고 바는 있음이라 하니, ‘명성이 있는 분’이란 뜻이다. 아무도 부처님과 같이 명성을 얻은 이가 없으니, 전륜성왕(轉輪聖王)117)이나 석(釋)․범(梵)․호세(護世)118)도 부처님께 미치지 못하거늘 하물며 그 밖의 범부나 서민들이겠는가. |
왜냐하면 전륜성왕은 번뇌[結]와 상응하지만 부처님은 이미 번뇌를 여의었기 때문이다.
전륜성왕은 생․노․병․사의 수렁에 빠져 있지만 부처님은 이미 건너셨고, 전륜성왕은 은애(恩愛)의 노예이지만 부처님은 이미 영원히 여의었고, 전륜성왕은 세간이라는 광야(曠野)의 재앙 구덩이에 있지만 부처님은 이미 여의었고, 전륜성왕은 무명119)의 어두움 속에 있지만 부처님은 으뜸가는 밝음 가운데 계시고, 전륜성왕은 기껏 사천하를 거느리지만 부처님은 한량없는 세계를 통솔하시고, 전륜성왕은 재물에 자재하지만 부처님은 마음에 자재하시고, 전륜성왕은 하늘의 즐거움을 탐하고 구하지만 부처님은 유정천(有頂天)의 즐거움조차 탐내지 않으시고, 전륜성왕은 남에게서 즐거움을 구하지만 부처님은 마음속에서 스스로 즐기신다. |
이런 까닭에 부처님은 전륜성왕보다 훌륭하시다. 그 밖의 석․범․호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다만 그들은 전륜성왕보다는 약간 수승할 따름이다. |
또한 바가는 깨뜨린다[破]120)는 뜻이고 바는 능하다는 뜻이니, 이 분은 음욕․성냄․어리석음을 깨뜨리기 때문에 바가바라 부른다. |
114) 범어로는 vibhāga. |
115) 범어로는 kuśala. |
116) 범어로는 yaśas. |
117) 범어로는 Cakravartin. |
118) 범어로는 각각 Indra, Brahmā, Lokapāla이다. |
119) 범어로는 avidyā. 제법의 존재방식에 대한 무지를 의미한다. |
120) 범어로는 bhaṅg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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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아라한이나 벽지불들도 음욕․성냄․어리석음을 깨뜨리는데 부처님과 무엇이 다른가? |
[답] 아라한이나 벽지불이 비록 3독(毒)121)을 깨뜨렸으나 그 기분(氣分)122)은 다하지 못했으니, 비유하건대 향 그릇에서 향을 이미 비웠으나 향기가 여전히 남아 있는 것과 같다. |
또한 풀․나무․섶을 불로 태워 연기가 났으나 숯과 재는 다하지 않은 것과 같나니, 불의 힘이 미약하기 때문이다. |
부처님은 3독이 영원히 다하여서 남음이 없나니, 비유하건대 겁(劫)123)이 다하여 불이 수미산을 몽땅 태우면 모두 타버려 연기도 숯도 없어지는 것과 같다. |
사리불은 성내는 습기가 남았고, 난타(難陀)124)는 음욕의 습기가 남았고, 필릉가바차(必陵伽婆磋)125)는 교만한 습기가 남았으니,
비유하건대 사람이 오라에서 풀려나면 걷기는 하되 매우 불편한 것과 같다. |
이때 부처님께서 선정에서 일어나셔서 경행을 하셨다. 라후라(羅睺羅)가 부처님을 따라 경행하니, 부처님께서 그에게 물으셨다. |
“어째서 사람들은 여위고 약하겠느냐?” |
라후라가 다음과 같이 게송으로 대답했다. |
사람이 기름을 먹으면 힘이 나고 |
소락[酥]을 먹으면 빛깔이 좋아지나 |
깻묵이나 채소만 먹으면 힘도 빛도 없나니 |
대덕 세존께서도 아실 것이옵니다. |
121) 위에서 말한 음욕․성냄․어리석음이다. |
122) 이어지는 비유로 본다면 그 뜻은 ‘습기,’ ‘흔적,’ ‘자취,’ ‘잠재력’ 등이 된다. |
123) 범어로는 kalpa. |
124) 범어로는 Nanda. 석존의 사촌으로 석가족과 함께 출가했으나 집에 남겨둔 부인을 잊지 못해 수행에 전념할 수 없었다고 한다. 세존의 교화를 받아 출가생활을 계속하나 옷이나 발우, 신발 등의 물욕이 많았다고 한다. |
125) 범어로는 Pilindavatsa. 사위성에 살던 바라문으로 남을 멸시하는 등 교만했으나, 나중에 출가하여 불제자가 되었다고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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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께서 다시 라후라에게 물으셨다. |
“이 대중 가운데 누가 상좌(上座)인가?” |
라후라가 대답했다. |
“화상(和上) 사리불이십니다.” |
이에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
“사리불은 부정한 음식을 먹는구나.” |
이때 사리불은 이 말을 전해 듣고 입안의 음식을 토해 내고는 스스로 맹세를 했다. |
“이제부터는 결코 남의 청을 받지 않겠다.”126) |
이때 바사닉127)왕(波斯匿王)과 수달다(須達多)128) 장자 등이 사리불께 와서 말했다. |
“사리불이시여, 부처님께서도 까닭 없이 남의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으셨거늘, 대덕 사리불께서도 다시 초청을 받아들이지 않으신다면 저희들 속인들은 어떻게 큰 믿음이 청정해질 수 있겠습니까?” |
사리불이 말했다. |
“우리 큰 스승이신 부처님께서 ‘사리불은 부정한 음식을 먹는다’ 하셨습니다. 그러기에 이제 남의 공양 초청을 받을 수 없습니다.” |
이때 바사닉왕 등은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
“부처님께서도 항상 남의 공양 초청을 받으시지 않으셨는데 사리불께서도 또한 공양 초청을 받지 않으시려 하니, 저희들은 어떻게 큰 믿음이 깨끗해지겠습니까? 바라옵건대 부처님께서 사리불에게 다시 저희들의 초청을 받아들이라고 말씀해 주옵소서.” |
부처님께서 대답하셨다. |
“그 사람은 마음이 굳어서 도저히 움직일 수 없느니라.” |
부처님께서는 이어 다음과 같이 전생 인연129)을 들어 말씀하셨다. |
126) 공양의 청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이다. |
127) 범어로는 Prasenajit. |
128) 범어로는 Sudatta. |
129) 범어로는 jātakanidāna.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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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어떤 국왕이 독사에게 물렸다. 이때 왕은 죽을 지경에서 울부짖으면서 모든 양의들을 불러 뱀독을 치료하게 했다. |
이때 양의들은 이렇게 말했다. |
“도리어 뱀으로 하여금 빨게 하면 독기가 다할 것입니다.” |
이때 양의들이 제각기 주술(呪術)130)을 베푸니,131) 곧 왕을 문 뱀이 왕에게로 왔다. |
그러자 의원들이 장작을 쌓아 불을 붙이고 명령하되 ‘너의 독기를 도로 빨아라. 그렇지 않으면 이 불구덩이로 들어가라’ 하니, 독사는 ‘이미 내가 토해낸 독기를 어떻게 다시 빨겠는가. 이는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마음을 정하고는 즉시 불 속으로 들어갔다. |
그때의 독사가 지금의 사리불인데 여러 생을 지나면서 마음이 견고해져 움직일 수 없었다. |
또한 필릉가바차 장로는 항상 눈병을 앓았는데, 그는 걸식을 나가 항하[恒水]를 건널 적마다 항하 강에 이르러 손가락을 튀기면서 이렇게 말했다. |
“어린 것아, 강물을 멈추어 흐르지 못하게 하라.” |
그러면 물이 두 토막으로 끊겨 지나가서 걸식을 할 수 있었다. |
이에 항하의 신[恒神]이 부처님께 가서 말씀드렸다. |
“부처님의 제자인 필릉가바차께서 항상 나를 모욕하여 ‘어린 것아, 강물을 멈추어 흐르지 못하게 하라’고 합니다.” |
부처님께서 필릉가바차에게 말씀하셨다. |
“항하 신에게 참회하라.” |
이때 필릉가바차가 곧 합장하고 항하 신에게 말했다. |
“어린 것아, 성내지 말라. 이제 그대에게 참회하노라.” |
이때 대중들이 웃으며 말했다. |
“어찌 참회 사과하면서 도리어 꾸짖는가?” |
부처님께서 항하 신에게 말씀하셨다. |
130) 범어로는 mantra. |
131) 고대 인도에 있어서 의사란 주술적 치료능력을 겸비하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유르베다와 같은 전통의학 역시 주술적 경향이 짙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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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이 필릉가바차가 합장하고 참회 사과하는 것을 보았는가? 참회하고 사과함에 거만한 생각이 없으나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악한 마음에서가 아님을 알라.
이 사람이 5백 생 동안 항상 바라문의 집에 태어났는데 항상 자신을 교만하고 귀하게 여기고 다른 이는 멸시했다. 본래 익힌 말투일 뿐이요, 마음에 교만함이 있는 것은 아니다.” |
이와 같이 아라한들은 비록 결사(結使)132)를 끊었으나 아직도 남은 습기133)가 있다.
하지만 불세존 같은 분들은 가령 어떤 사람이 칼을 들어 한쪽 팔을 끊고, 어떤 사람은 전단향을 한쪽 팔에 발라 주더라도 마치 좌우의 눈과 같아서 마음에 애증이 없다. 그러므로 영원히 습기가 남지 않는다. |
전사(栴闍)134) 바라문의 딸이 나무통[木杅]을 배에 감추고 대중 가운데서 부처님을 비방했다. |
“그대는 나를 임신시키고도 어째서 나에게 옷과 먹을 것을 줄 생각을 하지 않는가? 그대는 수치를 모르는구나.” |
이때 5백 명의 바라문 스승[師]들이 모두 손뼉을 치면서 말했다. |
“그렇다, 우리들은 벌써부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
그때 부처님은 딴 빛이 없으시고, 또한 부끄러운 빛도 없으셨다. |
이 일은 곧 거짓임이 밝혀졌으니, 땅이 크게 진동하고, 하늘 무리들이 갖가지 꽃을 흩어 공양하고, 갖가지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했으나 부처님은 기뻐하는 빛이 없었다. |
또한 부처님께서는 마맥(馬麥)을 잡수셔도 슬퍼하지 않고 천왕(天王)이 온갖 맛이 구족한 음식을 올려도 기뻐하지 않아 한마음뿐이요 두 마음이 없었다. |
이와 같이 갖가지 음식․의복․와구로 찬탄하거나 나무라거나 멸시하거나 공경하는 등 갖가지 일에 대하여 달라지는 일이 없었다. |
132) 속박’과 ‘집착’이란 뜻이다. 결과 사는 모두 번뇌를 가리키는 말이나, 존재를 속박하고 구사한다는 두 가지 의미로 취하기도 한다. 가장 가까운 말은 paryavasthāna(纏)이다. |
133) 범어로는 vāsanā. 훈습(bhāvanā)으로 남겨진 업의 잠재적 인상으로 종자(種子)와 같은 의미이다. |
134) 범어로는 Ciñc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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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순금은 달구고 연마하고 두드려도 전혀 늘거나 주는 일이 없는 것과 같다. |
이런 까닭에 아라한은 비록 번뇌를 끊고 도를 얻었더라도 여전히 습기가 남아 있으므로 바가바라 부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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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지도론(大智度論) 17. 불경에서 가장 웃긴 내용 - 필릉가바차의 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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