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전

[스크랩] 18. 盂蘭盆經(우란분경)

수선님 2018. 11. 18. 12:43


매년 백중날(음력 7월15일)이 되면 각 사찰마다 우란분절 천도재를 지내고, 여름 안거를 해제한 스님들이 길을 떠나는 채비를 하느라 부산하다.
 
나 또한 20년 전부터 우란분절이면 어김없이 천도재를 모셔왔다. 선원에서 안거를 날때에도 다른 스님들은 걸망을 매고 만행을 떠나기 바쁘지만 나는 상단의 부처님께 절을 올리고, 가사 장삼을 벗고 평상복으로 삼배를 올린다. 그리고 천도재가 끝난 그날밤 삼경까지 조용히 마음속으로 ‘나무아미타불’ 염불을 하며 양아버님(나는 어렸을 때 중부(仲父)의 양자가 되었다)의 극락왕생발원을 했다.

 

양아버님은 내가 집안의 대를 잇기를 바라셨지만 나는 그러한 어른들의 바람을 저버리고 출가를 했다. 출가한지 3년쯤 되었을 때 양아버님이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지만 겨울 결제중이었고, 사미승때라 다녀올 수가 없었다. 양아버님의 49재 때에도 참석못했다. 절집안 사정을 모르는 양아버님께서는 무척 섭섭하셨을 것이다.
 
그후로 나는 양아버님에 대한 죄책감 때문인지 가끔 양아버님과 관련된 악몽에 시달렸고, 그런 꿈을 꾸고 나면 반드시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곤 했다. 그러다 승가대학을 졸업하고 제주도 어느절에서 2년동안 주지 소임을 맡아 생활하던때에 백일 천도재를 모시는 기회가 있어서 양아버님도 천도재를 동참하시도록 했는데 천도재 기도중에 환으로 양아버님이 불당에 들어오시는 것을 보았다. 그 후 양아버지가 더 이상 꿈에 나타나지 않으셨다. 그러한 일을 겪고 난후 나는 윤회와 인과응보에 대한 더욱 확실한 믿음을 가지게 되었고, <우란분경>의 가르침을 다시한번 되새기고 공부하는 큰 계기가 되었다.
 
효에 관해 설한 경전가운데 하나가 바로 <우란분경>이다. 이 경전은 불교적인 효도의 정신과 당위성에 대해 설하고 있다. 이 경전은 특히 출가 수행자들이 부모를 어떻게 섬겨야 하는가에 대해 말하고 있다.

 

어느날 목련존자가 신통으로 천상천하를 살펴보니, 어머니가 생전에 지은 죄가 많은 탓으로 아귀지옥에 태어나서 음식을 먹지 못하고 있음을 보게 되었다. 이를 보고 목련이 가슴 아파하며 음식을 가지고 가서 어머니께 올렸으나 그 음식은 어머니의 입에 들어가기도 전에 뜨거운 불길로 변해 버린다. 이 모습을 본 목련은 대성통곡하며 부처님께 달려가 어머니를 구제해 달라고 권청한다. 부처님은 목련을 측은하게 생각하고 다음과 같이 설했다.
 
“어머니의 죄는 너무도 무거워 너의 혼자 힘으로는 어찌할 도리가 없다. 다만 시방에 계시는 대덕스님들의 법력을 빌면 가능할 진대, 이들이 9순 안거를 끝내고 참회의식을 가지는 자자일(自恣日) 즉, 7월 15일에 좋은 음식과 온갖 과실을 공양하면 이 스님들의 힘으로 살아있는 부모는 물론 7대 선망부모와 친척들이 모두 고통에서 벗어나 백년장수하고 천상에서 쾌락을 누릴 것이다”
 
결국 이 경은 목련존자의 예를 들어 불교적인 효도를 강조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근래들어 백중, 우란분절이 점차 일반인들에게서 잊혀져 가고 있다. 물질문명의 풍족한 사회에서 부모와 자식간의 사이가 아무리 예전같지 않다고 하지만 우란분절의 의미는 잊혀져서는 안된다. <우란분경>은 진리를 깨달은 수행자라 할지라도 부모님의 은혜는 저버릴 수 없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또한 부처님이 목련존자에게 설하신 우란분 공양은 승보에 대한 존경의 표시지만 이는 나아가 스스로 선을 행함으로써 그 업이 모든 중생에게 미친다는 의미도 된다.
 
모든 사람은 부모로 인하여 태어나고 성장한다. 그러므로 부모의 은혜를 알고 보답한다는 것은 인간으로서 해야할 가장 원초적인 도리이며 근본이다. 만약 우리가 부모의 은혜를 망각하게 되면 인간으로서의 품성은 상실되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의 조화도 깨어질 것이 명백하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효에 대해 간곡한 가르침을 우리들에게 주셨다.
 
“효의 공덕은 한겁동안 계속하더라도 다 말하지못한다”고 하셨고, “부처님께 공양함과 부모님께 효도한 공덕이 똑같다”고 하셨다.
 
이 경의 핵심은 인도에서 작성되었고, 거기에 중국을 거쳐오는 동안 오늘의 모습으로 완성됐다. 원전은 전해오지 않고 축법호가 번역한 <불설우란분경>이 원래 명칭이다. 
 

선혜/불교전통화원장


출처 : 淨土를 그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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